어머니의 손맛이 지은 비비정 마을 이야기

■ 소개

사람들이 모여서 돕고 함께 일하며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마을을 짓다

평균 연령 70세 할머니 셰프들이 밥을 짓는 농가레스토랑, 귀촌자와 동네 청년이 모여 만든 문화 공간 카페 비비낙안, 술 빚는 작은 양조장, 예술캠프… 작은 시골 마을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 그리고 마을 사람들 이야기.

작은 시골 마을을 바꾼 변화의 바람

어떤 마을이 있다. 여느 시골과 다를 바 없던 마을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농가레스토랑과 카페가 생겼다. 농가레스토랑에서는 70 평생을 부뚜막 앞에서 밥을 짓던 마을 할머니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들을 맞이했다.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만경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카페에는 마을 청년들이 내려주는 진한 커피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마을에 차린 작은 양조장에는 밤마다 술 빚는 손놀림이 분주하다.

마을이 달라지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 수도권 청년들이 하나 둘 귀촌해 사무국과 카페, 양조장에 일터를 마련했다. 마을은 사단법인으로 정식 출범하고 마을 주민 전체가 회원이 되어서 함께 일하고 생산하고, 나누는 꿈을 향해서 성큼 나아가고 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작은 시골 마을의 변화에 놀라워했다. KBS 다큐 3일에서는 <어머니의 레시피>라는 제목으로 방송이 되었다. 전국 각 지역에서 주민과 공무원들이 앞 다퉈 마을로 견학을 왔다.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마을은 몇 년 사이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명소가 되었다. 전북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 마을 이야기다.

신문화공간조성사업으로 시작했지만
마을 주민이 주축이 되어 마을사업을 펼치다

마을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신문화공간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부터였다. 이 사업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전국 6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한 것으로 새로운 농어촌 문화를 살려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전북에서는 완주군 비비정 마을이 대상지역이 되어서 3년 동안 마을사업을 지원 받게 되었다. 완주군과 주민협의회, 희망제작소가 협력해서 사업추진단을 만들었다.

이 책은 신문화공간조성사업을 하던 3년, 그리고 이후에도 오로지 마을 주민의 힘으로 사단법인 비비정을 만들어서 지속가능한 마을을 꿈꾸는 이들의 변화와 삶을 기록한 것이다.

마을주민의 의지가 아니라 외부에서 시작된 지원사업이 처음부터 순조로울 리는 없었다. 주민은 매일 마을회관에 모여서 ‘도대체 왜 이 사업을 우리가 해야 하는지’ ‘주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격론을 벌였다. 사업을 찬성하고 지지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 조용하던 마을에 분란이 일어났고 자칫 시작도 하기 전에 엎어질 위기가 닥쳤다. 마을에서 일어난 문제의 해법은 결국 주민으로부터 나왔다. 주민 스스로 분란을 접고 ‘일단 배워보자’고 나섰다.

시작은 소박했다. 음식을 만들어서 나누어 먹고, 마을회관에 모여서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우리 마을’을 그렸다. 평생 처음 그림을 그려본다는 할머니도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따스한 밥 냄새가 스며들고, 웃음꽃이 피어나면서 마을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생을 타지에 나가본 적도 없이 마을에서만 살던 주민이 마을을 배우기 시작했고, 다른 지역의 선진 사례를 배우겠다고 먼 길을 나섰다. 마을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고, 공동 텃밭을 만들었다. 지역축제에 참가해서 구부정한 허리를 펼 새도 없이 음식을 만들어 팔고, 화백밴드와 건달 시스터즈를 구성해서 공연도 했다. 이렇게 3년 동안 터를 일구었고, 그 터전에 레스토랑이, 카페 비비낙안이, 작은 양조장이, 예술캠프가 들어섰다. 모두 마을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함께 만든 것이다.

마을은 내일을 향한다

이 책을 쓴 작가는 “비비정 마을로 스며들어서 주민의 일상을 취재하며 그들이 사는 세상을 지켜보는 것은 사라져가고 있는 농촌의 삶을 다시 기억하는 일이었다. 잊고 있던 마을을, 마을의 삶을 다시 오롯이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마을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작은 터에 한 사람, 두 사람이 모이고, 가족이 생기고 집들이 늘어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이야기가 피어난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뭉글뭉글 피어난 이야기는 단단하게, 풍성하게 영글면서 역사가 된다.

그 무수한 이야기 속에는 꽃이 피어나듯 아름다운 이야기만 담겨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시든 잎을 밀어내고 다시 새 잎이 돋아나듯이, 비바람에 흔들리면서 꽃이 피어나듯이 갈등도 고통도, 다툼과 화해도 어우러져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이 마을을, 마을의 역사를 만들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걸음, 마음과 의지가 더해지고 화합해서 마을의 이야기를,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마을은 어제도 있었고, 내일도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지속되는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비비정의 변화를 성공이라고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는 그저 마을이 어떻게 깨어나고 변화했는지,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담담히 기록할 수 있을 뿐이다. 이 기록이 끝난 이후에도 비비정 마을의 내일은 계속될 것이므로.

본문 중에서

빨간 벽돌로 지은 옛 양조장 건물 옆에 비비정 레스토랑 간판이 걸렸다. 레스토랑의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엔 너른 들판이 펼쳐져있고, 노란 등이 반짝이는 실내에서는 훈훈한 밥 냄새가 피어나고 있다. 정오가 가까워오자 건달 할머니 셰프들의 손이 바빠진다.

“어느 날 레스토랑 홀을 바라보는데 70대 어머님들의 음식, 40대 주부들의 상차림, 20대 청년들의 서비스, 이 셋이 모여 세대를 아우르고 있는 거예요.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굉장한 광경이었죠.” 3년여 동안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힘든 과정을 지켜봐 온 사무국 직원들은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음식을 만드는 할머니 셰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해요. 우여곡절은 분명 많을 거예요. 하지만 이 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을까요? 서로 노력하고 그 노력들이 결실을 보여주는 것! 아마 맛보지 않으면 모를 거예요.”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건달할머니 손맛이 만든 푸짐한 전라도 밥상이 뚝딱 차려진다. 반평생을 부뚜막 앞에서 무르익은 어머니들의 생애가 차려진 이 정겨운 밥상 위에서 마을도 무르익어간다.

■ 목차

프롤로그 / 비비정을 넘어서, 마을을 만나다

1장 / 밥 짓는 내음에 익어가는 마을

농가레스토랑의 활기찬 아침
카페 비비낙안의 매력
작고 하찮은 것을 위하여
비비정에 서서
작은 양조장의 청년들

2장 / 마을, 변화가 시작되다

비비정, 마을사업을 시작하다
완주군의 숨은 보물, 비비정
변화의 물꼬, 신문화공간조성사업
비비정 마을의 커뮤니티비즈니스
마을을 살리는 커뮤니티비즈니스

3장 / 맛과 멋 그리고 향기가 피어나는 마을

부뚜막에서 농가레스토랑까지 – 비비정 레스토랑 이야기
마을 문화의 새로운 중심 – 카페 비비낙안 이야기
술 빚는 향에 마음이 익어간다 – 작은 양조장 이야기
가을자두로 만든 ‘추희’잼 – 마을과수공동경작
화백밴드와 건달시스터즈 – 마을문화
써니 캠프와 업사이클 캠프 – 마을캠프

4장 / 비비정 사람들

살아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
큰 우물은 큰 울음이었으니
미기잡고 가말치 잡고 그렇게들 살았제
오물오물하는 볼따구가 참 이뻤어
그 양반이 갈치고 키워놓고 내가 받으니까 죄송시러
어마이 사랑은 바늘 쥔 손끝에서부터
한 3년만 더 살다갔으면 덜 걸리겄어

5장 / 마을은 내일을 향한다

텃세가 없는 마을
도시 촌장, 비비정에서 놀다
마을에서 꿈꾸며 살기
2세대 마을청년의 희망
지속가능한 마을을 위하여

에필로그

■ 저자 소개

글쓴이 임주아

1988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다. 모의고사 시험지 빈 공간에 답 대신 좋아하는 글귀나 시를 쓰고 놀았다.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다니며 학보사 기자로 일했다. 졸업작품집에 낼 작품이 없어 어설픈 칼럼을 실었다. 졸업 후 문화예술전문지에서 짧게나마 많은 것을 배웠다. 다시 빈 공간에 돌아와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사) 비비정

전북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 마을에서 모든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 공동체 사업을 위해서 2012년 1월에 시작했다. 공동체 사업을 통해서 사람과 자원이 건강하게 순환하고 발전하는 지속가능한 마을생태계를 만든다는 목적으로 설립한 (사)비비정은 현재 농가레스토랑, 카페 비비낙안, 작은 양조장, 공동텃밭,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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