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사회적 경제는 한국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해법이다. 불과 5년 만에 2500개가 넘는 (예비)사회적기업이 설립되고,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100일 만에 647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된 걸 보면 사회적 경제의 잠재력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사용자

서울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성공하려면

사회적경제는 한국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해법이다. 불과 5년 만에 2500개가 넘는 (예비)사회적기업이 설립되고,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100일 만에 647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된 걸 보면 사회적경제의 잠재력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의 발전 중에서는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노력이 주목된다. 서울은 지난해 7월 ‘협동도시 서울’ 비전 선언, 1000억원 규모의 사회투자기금 조성,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운영, 협동조합 운영원리에 기반한 마을기업 육성 등을 실시했고 올해 본격적으로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그럼 서울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이 성공하려면 무엇을 먼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판로 개척이나 자금 부족에 어려움을 겪는 현장 조직에서는 공공시장이나 사회적 투자 활성화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이고, 정책지원 역시 여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

일할 분위기는 됐는데 사람이 없다

사람은 단시간에 키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인재 육성은 오랜 시간을 두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경제에서 활약할 인재는 사회적 책임과 경영능력, 경청하는 능력, 민주적 조직운영 능력이 필요해, 인재 육성이 일반 영리기업에 비해 어렵다. 공공시장 활성화나 사회적 투자 등 중요한 과제지만, 냉정하게 현장을 살펴보면 일할 분위기는 좋아졌는데 실제 일을 할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2012년 서울사회적경제정책기획단에서는 마을,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 등 부문별 교육 프로그램을 조사, 분석하고, 중간지원조직 활동가, 창업 아카데미 수강생 및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가 인터뷰를 통해 교육 공급역량과 실제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현장의 요구를 살펴보았다.(표 참고)

창업 4년차 사회적기업가는 “차세대 리더를 키우고 싶은데 육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지역의 활동가는 “사회적경제는 지역이 중심인데 지역에서 사람을 키우고 육성하는 시스템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활동가는 “기업가가 혼자 다 한다. 밖으로 나갔다 돌아와 보면 일이 하나도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인재 육성은 집합 교육, 업무 수행, 실행 계획, 온라인 교육, 네트워크, 공통 학습 등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분석된 결과를 보면 우선 사회적경제 조직의 발전 단계별 인재 육성 전략과 교육과정이 덜 개발돼 있다. 창업한 뒤 성장에 필요한 핵심 인재나 지원 전문가를 키우기 위한 심화교육 과정과 강사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사용자시범지역 선정해 시스템 구축해야

2013년은 사회적경제를 위한 인재 육성 시스템의 기반을 구축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먼저 성장단계를 고려한 단계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인재 육성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핵심인재 양성과정은 우선 설계할 필요가 있다. 과정 설계 때 단기 과정이나 집합 교육을 넘어 워크숍, 1일 단기 과정 등 과정 운영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지역 인재 육성 시스템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작년부터 시작된 지역 특화 사업이 올해 15개구로 확대될 예정이나 지역별 인재 육성 시스템은 취약한 상황이다.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을 시범 선정해 인재 육성 시스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는 직업훈련원, 평생학습관, 도서관, 인재개발원 등 서울시 교육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시민과 공무원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현장의 시급한 요구 중 하나인 창업 성장기 사회적기업가, 차세대 리더를 포함하는 중간관리자 등 현장 조직의 핵심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 사회적기업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중간관리자 역량의 보유 여부이다. 작은 기업들은 마케팅과 경영, 제품 개발 등을 기업가 혼자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간관리자 리더십, 기능별 전문성 향상을 위한 액션 러닝 등 다양한 과정 운영이 요구된다. 특히 교육과정 운영 때 네트워킹을 강화해 교육 성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직업훈련원 등 인프라 적극 활용을

다음으로 현장이 시급히 요구하는 지원 전문가 육성과 직장내 교육(OJT) 강화를 통한 신규 인력 육성을 추진해야 한다. 전문가 육성은 기초교육-실행-모니터링-심화교육-실행-모니터링-평가/인증 등 장기간의 과정을 통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역특화 사업단, 담당 공무원 등 거버넌스 관련 조직 구성원, 마을코디네이터, 협동조합 창업 컨설턴트, 사회적경제 컨설턴트 및 인큐베이터, 연합체 및 중간 지원기관 활동가 등 전문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높다.

올해 과정 개발을 통한 운영은 하반기에나 가능하기에 그 전에라도 전문가 육성 과정을 시범 운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업 단위의 교육이 여건상 어렵기에 신규 직원에 대한 직장내 교육과 영리 부문에서 전환하는 교육을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 공통교육 외에 기업 특성이 고려된 교육은 기업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기업별 직장내 교육 담당자 육성도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규 인재 발굴 및 저변 확대를 위한 사회적경제 학습모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소규모 연구 프로젝트, 청년, 직장인 대상 독서모임 등 풀뿌리 모임, 사회적경제 조직 포럼 및 조직내 학습모임을 지원해야 한다. 현재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30개 정도의 학습조직을 활성화하는 게 목표인데 지역 단위 조직 활성화와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통한 지역 학습조직 활성화 노력도 필요하다.

학습모임 활성화로 저변 확대 노력

인재 육성 과제를 추진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 사항은 추진 주체별로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한정된 자원과 강사진 부족 등으로 중복된 과정이 운영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오히려 필요한 과정은 누락되기도 하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서울시 교육 인프라와 지역, 대학과 중간지원기관, 개발센터와 중간지원기관이 서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은 단지 서울시만의 과업이 아니다. 서울시의 다양한 실험과 도전은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것이고 사회적경제가 국민경제 안에 시민권을 확보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 출발 지점은 제도와 예산 지원이 아니라 사회적기업가, 사회적경제형 인재 육성이다.

[ 한겨레 / 2013.03.26 / 정상훈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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