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클럽

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모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입니다. 지방자치 현안 및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루는 정기포럼을 개최하며, 매월 정기포럼 후기 및 지방자치 소식을 담은 웹진 <목민관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연 2회 정기간행물 <목민광장>을 발행합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자치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경상남도 최북단에 있는 거창군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의 작은 도시이다. 오래 전부터 교육이 발달해 훌륭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고, 그래서 문화지수도 매우 높은 곳이다. 귀농귀촌 정책을 꾸준하게 펼쳐서 귀농 희망지역 1순위에 꼽히는 거창에서 이홍기 군수를 만났다. ‘동서남북 어디라도 좋은’ 도시를 꿈꾸며 에너지 자립을 기반으로 녹색성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거창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홍기 거창군수

이홍기 거창군수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이하 윤) : 먼저 경남 거창군에 대해 소개를 해주시지요.

이홍기 거창군수(이하 이) : 거창군은 지리산 가야산 덕유산 등 3대 국립공원의 중심에 있고 1000m 이상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분지로 물과 바람이 깨끗한 청정지역입니다. 수승대, 금원산, 덕유산, 월성계곡 등 경관이 빼어나 여름 피서지로도 유명합니다. 지방도시이지만 교육도 발달해 있고, 문화지수도 전국 군 단위에서는 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26회째를 맞이한 거창국제연극제는 지역축제와 예술축제의 성공적인 결합을 이뤄낸 국내 최고의 야외 연극축제라고 자부합니다.
대구 대전 광주 등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1천500만여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어서 잠재적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지금 거창군은 청정 자연환경과 연계한 항노화 힐링산업, 신재생 에너지산업, 빼재 산림레포츠타운 등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과는 전국 6대 산지이고 오미자는 전국 3대 산지이며, 한우를 비롯한 축산업도 발달한 곳입니다. 한 마디로 거창은 작지만 강한 군입니다.

동서남북, 어디라도 좋은 거창

: 민선 5기에 이어 민선 6기 단체장으로 재선하셨는데, 먼저 민선 5기 4년 동안 추진하신 대표적인 사업들과 성과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 지금 6기의 군정 슬로건이 ‘내일의 도시 창조 거창’이라면, 5기 때 슬로건은 ‘매력적인 창조 거창’이었습니다. 즉 ‘내일의 도시 창조 거창’을 만들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시기였는데, 그 핵심은 ‘동서남북 어디라도 좋은 거창’ 만들기였습니다.
동서남북의 권역별 자연환경과 지리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누구라도 좋아하고 찾아오고 싶은 환경을 만들자는 내용이었지요.
동쪽으로는 가조 온천권역을 중심으로 항노화 단지 조성, 서쪽으로는 목재문화 체험장과 트래킹 코스 그리고 수승대 개발이 중심이었습니다. 남쪽으로는 에코에너지 파크와 감악산 풍력단지 조성, 신재생융복합타운 조성 등 에너지 자립도시가 초점이었고요, 북쪽으로는 월성창의우주관, 국민여가 캠핑장, 인공위성 레이저관측국 조성 등 천문우주 문화도시를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거창읍의 중심권에서는 아카데미파크 조성, 거창 법조타운 조성, 송정리 택지 개발, 대동 로타리 조성 등 도심권 개발이 추진되었지요.
산업 쪽에서는 세계적인 승강기 허브도시로 나가기 위해 24개 기업과 승강기 R&D센터, 승강기 대학을 유치했습니다. 대학에서 인력을 육성하고, R&D센터가 연구와 생산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 조금은 생소한데, 승강기 대학이 뭔지요?

: 2010년 설립된 대학으로 세계 유일의 엘리베이터 특성화 전문대학입니다. 승강기 대학 학생들의 입학 경쟁률과 취업률은 매우 높아서, 최근 3년간 졸업생 평균 취업률이 87.6%에 달해 전국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승강기 대학이 있는 승강기 밸리에는 ‘거창한’이라는 브랜드로 관련 분야 24개 중소기업이 모여 완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R&D센터가 연구를 담당합니다. 아직은 초기이지만 생산과 판매가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체 생산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들어와서 ‘거창한’이란 엘리베이터 브랜드에 공동으로 출자해서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자립으로 만드는 녹색성장

신기마을

신기마을

: ‘에너지 자립도시’를 선포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 저는 작은 도시가 오히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군수가 되기 전에 ≪창조도시가 경쟁력이다≫라는 책을 쓸 때부터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사례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임기 중에 그곳을 방문하고 돌아와서 ‘에너지 자립도시 거창’을 선포했습니다.
두 가지 방향으로 정책을 진행하고 있는데, 풍력과 태양력을 이용해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것과 전봇대 없는 마을을 만드는 것입니다.
계곡의 물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패시브하우스를 만들고, 풍력단지는 2.5M 규모 시설 7기가 인가를 완료해서 착공할 예정입니다. 그게 완성되면 거창군 전체 전기 사용량의 48% 공급이 가능해집니다. 주민이 모여서 만든 ‘해미래’ 협동조합에서는 태양광 발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패시브하우스는 먼저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2억 원 정도 예산을 확보했는데, 송정택지를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22만 5천여㎡ 부지의 한 블록에 30~40채를 짓는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공공건물을 패시브하우스로 짓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자립도시라는 큰 방향 속에서 에코에너지 파크 조성, 감악산 풍력발전단지 유치, 송정택지 패시브하우스 건립,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 아카데미 파크웨이 빗물재사용 시설 설치 등을 추진해왔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모든 개발의 방향을 환경문제와 연계해 2020년 에너지 자립율 30%를 달성함으로써 거창군을 대한민국 녹색성장 대표 모델도시로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 예산은 어떻게 충당할 계획인가요?

: 태양광 발전은 협동조합 형태로 추진하고 있고, 가장 많은 비용이 필요한 감악산 풍력발전단지와 송정택지지구 내 신재생융복합타운 등은 민간자본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그 외에도 에너지관리공단 공모사업이나 군의 지원으로 추진하고 있어서 예산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귀농귀촌 천국 거창

: 거창군은 귀농귀촌 인구 유치를 위한 정책들도 꾸준히 추진해온 걸로 알고 있는데, 귀농 정책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 거창군의 인구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성공적인 귀농귀촌 정책이라고 봅니다. 2014년 6월말 현재 1천371가구 3천175명이 거창으로 귀농귀촌을 한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 수치는 경남도 1위, 전국 10위권입니다. 앞으로 2017년까지 2000세대 5000명의 귀농인을 유치할 목표로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귀농 시책을 추진 중입니다.
2011년에 귀농전담 부서를 만들어서 귀농인 지원조례를 제정했습니다. 귀농귀촌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귀농귀촌센터를 운영 중이고, 귀농인을 대상으로 영농교육과 인턴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영농체험장 운영, 영농정착금 지원, 귀농인 생산농산물 판매 지원, 귀농인연합회 운영 지원, 귀농인 재능봉사를 통한 마을 발전 참여 등 다각적인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고향 같은 편안한 정착‘을 위한 정책을 시행한 결과, 귀농인들이 다시 거창을 떠나는 비율도 높지 않습니다. 또 우리 지역은 귀농귀촌 인구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도시라는 거창의 특징이 유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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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귀촌 활성화와 연계해서 6차 산업과 마을만들기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요?

: 거창군은 농업정책과 관련해 투트랙(Two-Track)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경쟁력이 있는 전업농은 규모화ㆍ현대화ㆍ브랜드화를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중소ㆍ고령농에 대해서는 6차 산업과 연결해서 생산에서 판매까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겁니다. 로컬푸드 시스템도 그러한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창지역의 80%에 이르는 중소ㆍ고령농 등이 공동체 활동을 통해 농산물을 생산하고, 행정과 농협이 그걸 책임지고 판매해서 소득을 보장하는 생산적 복지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지난 7월 마을만들기과를 만들었고, 2017년도까지 50개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과는 마을정책 담당, 마케팅 담당, 귀농귀촌 담당, 로컬푸드 담당 등 4개 담당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14개 마을만들기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림 1004’와 함께 하는 현장 복지

: 복지 분야에서 ‘아림1004 운동’과 ‘희망복지지원단’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 ‘아림1004 운동’은 2011년 11월부터 시작했는데, 1구좌 1004원의 소액기부를 통해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사람이 사람을 돕는 이웃사랑을 펼치는 운동입니다. 그렇게 조성된 기금으로 제도권 밖의 복지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군민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림1004 운동은 민간 주도로 진행되는 게 특징입니다. 거창군이 기부자 확대를 위한 홍보와 지원대상자 발굴 업무를 맡고, 추진본부가 지원대상자를 결정하며, 경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삼각체제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4천920여 명의 아림1004가 9억 7백여만 원을 후원해주셨고, 335가구에 27회에 걸쳐 2억 5천만 원을 지원하였습니다.
2012년 4월 출범한 거창군 희망복지지원단은 다양한 복지사업을 펼쳐, 그해 보건복지부 희망복지지원단 운영 평가에서 전국 우수상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대상’과 민관협력분야 복지행정상을 수상했습니다.
희망복지지원단은 주민들이 갖고 있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구와 수요를 현장에서 패키지로 해결해 드리고 있으며, 행정에서 지원할 수 없는 부문은 지역의 다양한 공공?민간 자원과 연계해 드리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월부터는 ‘행복나르미센터’를 열어 현장에서 바로 원스톱으로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행복나르미센터

행복나르미센터

: 많은 자치단체들이 기초노령연금을 포함한 복지지출 증가로 예산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거창군도 예외는 아닐 텐데요.

: 자치단체들이 대부분 지역산업 육성과 주민복지를 위한 재정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재원은 크게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2014년도 거창군 재정은 4천715억 원 규모인데, 전체 예산의 75%인 3천553억 원을 국?도비 등 이전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자체 세입이 열악한 우리 군의 최대 현안도 국?도비 등 의존재원 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초부터 중앙부처 업무계획서를 토대로 우리 군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고 중앙부처와 경남도를 수시로 방문해 지역현안을 관철시키는 한편, 각종 공모사업에 참여해 1천453억 원(예산의 31%)의 국?도비를 따내서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지역 현안사업들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거창군 재정의 43%인 지방교부세를 확보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채무는 건전재정을 어렵게 하고 이자부담 등으로 재정압박의 주요인이 된다고 판단해서 지난해 10월 101억 원의 채무를 조기상환하면서 채무 제로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무상보육ㆍ급식 등 복지사업 확대에 따른 지방비 분담은 여전히 난제입니다. 그래서 우리 군은 경상경비와 축제?행사성 경비 등 행정 내부비용을 줄이는 ‘세출예산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또 아림1004운동과 장학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서 사회복지분야 재정수요에 대처해 나가고 있습니다.
각종 투자사업과 보조사업 관련해서는 자체심의위원회 심의나 계약심사 등을 통해 예산낭비 요인을 줄이면서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민관 거버넌스를 모색하며

: 현재 거창군의 가장 큰 현안은 법조타운 프로젝트라고 들었습니다. 주민의 의견이 엇갈려 어려움에 부딪친 걸로 알고 있는데요.

: 법조타운 조성사업은 거창읍의 서북부 낙후지역 일대에 법원ㆍ검찰ㆍ교정시설 등 법조 관련기관을 이전ㆍ신축하여 밀집시키는 사업입니다. 그 대상지인 성산마을은 한센인들이 집단 거주하며 축사를 운영하던 곳인데, 인근 아파트 단지와 학교 등이 악취문제로 계속 민원을 제기해온 곳이기도 합니다. 유일한 대안은 집단 이주밖에 없는데 군의 열악한 재정 탓에 마땅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다가 새로운 대안으로 법조타운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주민 대상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주민유치위원회를 구성해 함께 추진했는데, 법조타운 조성이 완료되면 교정 공무원 200여 명과 가족 등의 인구 유입으로 지역의 활력이 증진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교정기관 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지역에서 구입하는 등 연간 120여억 원에 달하는 순환자금이 창출되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사업에서 현재 논란이 되는 핵심 쟁점은 교정시설, 즉 거창구치소 신설문제입니다. 교정기관에 대한 부정적 관념 때문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지역주민 상당수가 구치소 설치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발주가 완료돼 착공단계이기 때문에 군으로서는 사뭇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그동안 경제ㆍ교통사범 등을 선별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주민과 함께 교정기관을 견학하는 등 나름 노력해 왔습니다만, 앞으로도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을 통해 법조타운과 관련한 갈등을 해소해나갈 생각입니다.

: 지역문제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민?관 거버넌스 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 지금 법조타운 문제를 경험하면서 거버넌스 기구의 필요성에 대해서 더욱 절감하고 있습니다. 군정 전체와 관련된 거버넌스 기구에 대한 관심이 크긴 하지만, 거창이라는 좁은 지역의 특성상 인적자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창조발전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들을 끌어들여 도움을 받는 것도 그러한 고민에서 나왔다고 보면 됩니다.

진행_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정리_ 정창기 (목민관클럽 연구위원 mayday3@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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