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노인들이 살아가는 법

희망제작소는 12회에 걸쳐 유럽의 사회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합니다. 이 연재는 밀라노 공대 산업디자인박사 과정에 재학중인 백준상님이 관련 보고서인 ‘창의적 커뮤니티’를 번역해 보내주신 글로 이루어집니다. 이 연재가 한국사회에 사회혁신과 사회창안을 알려가는 일에 보탬이 되고, 한국에서 관련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께 좋은 참고 사례가 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오늘날 디자인의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을 제안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공동체

퇴직한 노인들로 구성된 에스토니아의 공동체 오마비(Omaabi)는 작은 가게와 식당을 운영하면서 공동체 회원들이 서로 어울리고, 수공예품을 만들어 팔고, 저렴한 가격에 외식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공동체는 몇몇 연금 수령자들이 수공예품을 함께 만들어 팔면서 시작됐다. 현재 48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고, 공동체의 활동 장소인 수공예품 가게ㆍ식당ㆍ 미용실은 도심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식당은 사랑방 역할도 하는데, 이곳에서 회원들은 매주 한 두 차례 만나 담소를 나누고 음악 감상도 하고 식사도 같이 한다. 수공예품 가게에서는 회원들이 손수 만든 전통공예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공동체 회원들은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한 가족처럼 생활한다.

[##_1C|1367396163.jpg|width=”500″ height=”352″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오마비 공동체에서 만든 수공예품과 회원들의 모습_##]

이 공동체의 회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서로를 돕고 보살펴주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교육수준이 높은 기술자나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함께 크리스마스를 지내고 생일을 비롯한 기념일을 챙겨준다. 개인적인 문제들을 서로 상의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별로 신경쓰지 않지만, 정작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삶의 의미 같은 것이다. 얼굴에 미소를 담고 긍정적으로 사는 노인들을 보며 우린 깊은 인상을 받았다.

디자인이란 단순히 삶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은 사회ㆍ문화적 임무를 가지고 있다. 디자이너의 주된 임무는 내가 남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것이다.

현재 에스토니아의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 같은 격동기에 연금 수령자와 같은 소외계층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가 더욱 힘들다. 지난 12년 동안 사회구조는 젊은 세대 중심으로 변화해왔다. 복지 시스템 또한 열악해서 적은 연금으로 살아가는 노년층은 종종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1992년에 시작한 공동체는 현재까지 잘 운영되어 오고 있다. 향후 존재 여부는 공동체의 경제적인 형편에 달려있다. 만약 소액이라도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공동체의 형편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

수공예점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대부분 가게의 유지비용으로 쓰인다. 가게는 회원들의 자원봉사로 유지되며, 한 달에 3, 4회 근무를 교대한다. 가게에서 일하는 회원들에게 가끔 식권이 발행되기도 한다.

★ 지속가능 요소

?사회적 요소
은퇴한 노인들은 오마비 공동체 안에서 풍부한 경험과 건재한 체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이 자조 공동체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에스토니아의 전통 수공예를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준다는 데 있다. 최근 EU에 가입한 에스토니아로서는(역주: 에스토니아가 EU에 가입한 시점은 2004년) 자국의 전통과 특색을 유지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환경적 요소
공동체가 생산하는 수공예품은 지방에서 생산된 재료를 이용해 전통적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제작된다.

?경제적 요소
에스토니아의 물가는 점점 오르는 가운데 노년층의 경제적 사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오마비 공동체는 소비자에게 전통수공예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동시에, 회원들에게 사회활동의 기회, 값싼 음식 그리고 자립의 기회를 제공한다.


(본 내용은 Estonian Academy of Arts의 Maris Korrol 과 Krista Thomson가 쓴 글을 번역했습니다.)

번역_ 백준상 (밀라노 공대 산업디자인 박사과정)   ☞ 소개글

☞  <창의적 커뮤니티> 보고서 원문보기

● 연재순서

1. 밀라노 공대 에지오 만지니 교수의 서문
2. 노인을 위한 행복한 공동 주거 (네덜란드)
3. 스스로 짓는 친환경 집(영국)
4. 건강한 먹거리로 지역을 연결하는 로컬푸드 밴 (영국)
5. 유기농을 지원합니다, 케레스의 정원 (프랑스)
6. 자전거가 되살아나는 자전거 벼룩시장 (핀란드)
7. 자동차 공유로 돈도 절약하고 환경도 지키고
8. 재활용과 고용을 한 번에! (핀란드)
9. 책은 교환하라고 있는 겁니다 (독일)
10.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자조 공동체 (에스토니아)
11. 학교는 예술가가 필요해! (네덜란드)
12. 결론: 한국판 창의적 커뮤니티 나와라!

담당 _  사무팀 이성은 연구원 (leeagle@makehope.org)

Comments

“에스토니아 노인들이 살아가는 법”에 대한 3개의 응답

  1. 소규모의 공동체로는 우리나라가 처한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를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해결책으로 실버시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타운 규모보다는 시티 규모가 더 어필할 것으로 봅니다. 실버시티의 중앙에 대형병원을 두고, 자급자족 타입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실버시티의 난점은 현재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싼 값에 실버시티용 땅을 확보하는 것, 다른 하나는 세금을 면제받는 것입니다.

  2. 크레비츠 아바타
    크레비츠

    물론 소규모 공동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할 겁니다. 그러나 지역별로 특성에 맞는 수많은 공동체가 생겨난다면, 이 역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런 소규모 공동체의 경우는 거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많은 인원을 수용하지는 못해도 정신적 복지까지 담당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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