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재단의 백발 터프가이


도심의 매미는 더위를 먹고 더욱 기운이 나는가 보다. 사람들 목소리보다 매미 울음소리가 기선을 잡는 한 여름 더위다.
어디 시원한 일이 없을까. 희망제작소 4층 희망모울에 들어섰다.

빨간 티셔츠에 진 바지, 하얀 백발이 잘 어울리는 청년 시니어, 박재석 선생님(54세)을 만났다. 행복설계아카데미(행설아) 9기를 수료하고 현재 한국여성재단 여성경제사업단 부단장으로 일하신다. 재취업 성공사례로 행설아 수료생들이 많이 부러워하는 분.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지 자못 궁금하다.

“한국여성재단은 ‘딸들에게 희망을’이란 슬로건 아래 일하는 곳으로 여성 NGO들이 활동하게 도와주고 빈곤 여성들을 돕습니다. 여성들을 위한 사업을 자유공모해서 돈을 보태드립니다. 돈은 모금을 통해 조달합니다. 여성 활동가들을 위한 건강진단 사업도 하고 학비지원도 하지요. 시설 화장실 개보수, 상담실 개보수 작업도 하고요. 이주 외국인들을 집에 보내드리는 사업, 교복지원사업도 합니다. 그중에서 저는 창업하는 일을 도와줍니다. 돈을 벌 수 있게끔 컨설팅하고, 창업자금, 전세금대출 업무를 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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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을 배우다 엑셀을 업무로

박재석 선생님은 삼성 그룹에서 27년간 근무했다.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자동차…
업무 강도가 높다는 회사에서 27년을 일하셨다니 끈기가 첫 번째 강점으로 다가온다.

“주로 업무가 마케팅, 영업 관리, 채권담당이었어요. 즐겁게 다니지는 않았고 밥벌이로 다닌 것 같아요. 퇴직 후, 1년간은 외국으로 여행 다녔죠. 노는 게 슬슬 싫증나던 차에 인터넷에서 행설아 교육을 접했죠. 수료 후에 인턴을 하라면서 여성재단으로 가라는 거예요. 제가 놀면서 심심해 1년 동안 엑셀을 배우고 있었어요. 재단에 가서 엑셀 관련 밀린 일을 하루 만에 했지요. 그리고는 한 달 내내 그 일만 했어요. 다시 한 달을 연장해 마케팅과 강의자료를 손보고… 아르바이트로 6개월 동안 돌봄 사업에 종사하다가 올 1월부터 정식 사원이 되었어요. 저는 직접 채권자들을 만나는 일을 합니다.”

사례를 들려달라고 조르자, 간단히 알려주신다.

여자들이 이혼을 한다. 자녀를 데리고, 빚도 다 안고. 왜 그랬을까. 폭력 때문이란다.

“그 분들이 대부분 40세가 넘었어요. 직업이 뭐 있겠습니까. 도우미나 식당일을 합니다. 광주에서 보육도우미를 모았는데 반이 대졸자에요. 이런 분들에게 돌봄 교육이나 대출 업무를 합니다. 제 스스로 능력이 부족해서 요즘 사회연대은행에서 교육 받으며 공부하고 있어요.”

성격이 터프하다지만, 밝은 에너지가 감도는 박 선생님은 내내 “저는 행운이 따릅니다. 일을 하는 도중, 때맞추어 신규 사업이 책정되어 맡게 되었으니까요. 운을 나눠 드려야 할텐데요” 라며 밝고 활기차게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그전에 다니던 직장과 새로운 직장과는 어떻게 다를까.

“비교한다는 게 무리지만, 전에 직장이 전쟁터였다면 여기는 좀 느슨하죠. 제가 하는 일은 실무라 빨리 빨리 돌아가야 합니다. 영리성도 추구해야 하고요. 여기선 회의할 때도 상의하향식이 아닌 토론으로 이끌어갑니다. 서로 장단점이 있으니 보완해야하고 능률을 고려해야 하니 어느 정도 접목이 필요하지요. 재단에서도 제게 바라는 점이 그것이에요.”

여성재단에 유일한 남성 직원이었다가 근래에 한 명이 더 들어왔단다. 직원들도 여성, 일하는 대상자도 여성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남자기에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렵죠. 그런 면은 다른 팀원들이 도와줘요.”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호탕한 성격이라 그런지 간결한 단답형으로 대답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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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행설아 교육이 선생님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졌다.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지요. 교육을 받으면서 생각이 바뀌고, 가고자 하는 방향이 바뀌었으니까요. 새로운 길을 혼자서 가는 것보다 희망제작소란 든든한 뿌리, 기둥에 기대어 이렇게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사실은 그 후에도 전 직장과 관련되어 오라는 데가 있었지만, 제가 평생 할 수 있는 이 일을 선택했어요.”

행설아가 더 앞으로 나아가려면 쓴 소리가 필요하다. 나는 굳이 문제점을 나누고자 했다.

“저희 재단에선 이사장이나 직원들이 깨인 분이라 저 같은 직원을 채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기관에선 잘 쓰지 않잖아요. 사실 희망제작소에서 시니어 직원을 쓰나요? 아름다운 재단은요? 케이스 삼아서도 한 두 분은 계셔야 하지 않을까요. ‘잘 적응할까, 군림하지 않을까, 심지어 내 일을 빼앗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잖아요. 실제로 일하는 분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 옳은 일을 하고 싶어서 신청한다는 인식을 계속 심어줘야 하거든요.”

‘하하하!’ 크게 웃었다. 희망제작소에 전문직 퇴직자 직원이 없다? 현재 ‘행설아’교육을 하는 곳에서?
   
110%를 위해

새로운 일을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궁금했다.

“퇴직 후 NPO에서 무슨 일을 할 건지 빨리 결정하셔야 해요. 몸으로 할 건지, 머리를 사용할 건지, 예전에 하던 일을 계속 할 건지요. 대상도 정하면 좋겠죠. 어린이, 노인, 여성, 장애인…. 거기다 신입사원처럼 겸손해야 하고요. 사회사업을 계속하던 분들 몫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니까요. 또 기본적으로 어느 한 분야에 실력이 있어야 해요. 110%를 할 수 있도록 틈틈이 실력을 쌓아야 제몫을 하거든요. 그리고 교육이나 모임을 통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해요. 아이디어도 얻고 힘을 얻을 수 있거든요.”

박 선생님은 요즘 가장 마음이 쓰이는 일이 ‘돈을 빌려간 이들이 잘 사는 것’이라고 할 만큼 여성재단 일에 푹 빠져 한여름 더위를 잊고 산다.

인터뷰 내내 ‘노력’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박재석 선생님.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생활 방식’도 노력하고, 젊은이들의 생각과 유행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빠른 경상도 말투도 고치려고 노력하고…

하지만, 본인의 ‘몸’ 관리에는 노력을 하지 않으신단다. 사모님과 손잡고 산책하는 것 외에는… 그것도 노력하셔서 생긴 습관이란다. 밥 굶지 않으려고 … 하하하!

글_ 정인숙 (해피리포터)
사진_김돈회 연구원 (시니어사회공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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