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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대면의 뉴노멀 시대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모두에게 낮은 문턱인지, 디지털 사회혁신이 도대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실현하는지, 앞으로 변화된 사회에서 시민, 기업, 정부의 필요한 노력은 무엇인지 등 수많은 질문이 떠오릅니다.

희망제작소와 서울도서관, 연세대학교는 지난 11월 25일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사회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지 의의와 의미 있는 사례를 짚는 온라인 컨퍼런스 <디지털 기술, 사회를 말하다>를 개최해 다양한 각도로 디지털 사회혁신을 살펴봤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사례는 늘어나고 있지만, 과연 실질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궁금한 분들이 계시겠죠. 이번 컨퍼런스가 좀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고, 공정하게 구현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토론하고 지혜를 모으는 자리였던 만큼, 이날 소개된 내용을 간추려 시리즈로 전합니다.

시민, 사업가, 연구소, 정부 등 다양한 주체와 공동의 가치 중요해

“이 사회를 보다 나은 단계로 성장하기를 염원하는 많은 시민들이 이 자리를 빛낼 것입니다.”

이정숙 서울도서관 관장의 환영인사로 뜻 깊은 시작을 다짐할 수 있었습니다. 백준상 연세대학교 교수는 한국은 자타공인 디지털 강국이지만, 사회혁신을 위한 디지털 활용에 대해 비판하며 현재의 문제점을 되짚었습니다.

이어 네덜란드 과학기술 혁신단체의 바트 투니센 디렉터는 우리가 고민하는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사회와 ‘함께’ 만들어나갈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사회 전체’를 위해 혁신적으로 기술을 생각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민, 사업가, 지식 연구소, 정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공동의 가치를 거듭 강조습니다.

기술주의 또는 기술낙관?! 체크리스트는?

기조 발제자인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기술, 사회 개입을 위한 몇 가지 유의사항’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는데요. 이 교수는 사회의 포용적 가치 혹은 사회와 관계성 중심으로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관해 고민하며 현장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 기술은 선망의 대상입니다. 기술이 경제 및 사회 성장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의 역할은 지금 우리가 직면한 코로나19처럼 재난을 겪을 때 더욱 가속이 붙게 됩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기술 신봉을 우려하며, 사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기술은 단순히 경제성장의 동력이 아닌 사람을 돌보고 사회에 기여하는, 즉 기술의 사회적 개입 측면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기술을 시민사회에 적용할 때도 기술주의적 혹은 기술낙관(중립)적 입장을 짚었습니다. 기술이 공익적으로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관련 사항을 간추려 전합니다.

첫째. 데이터💻 = 원유⛽?

디지털의 가치에 집중할 때, 데이터는 원유라는 메타포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산업시대에 원유가 주요 에너지원이었듯 정보화시대에 데이터는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처럼 원유는 너무 많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기후문제, 미세먼지의 원인이기도 하죠. 이처럼 데이터도 활용적 가치에만 함몰되면 원유처럼 폐화돼 사회적·생태적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직면했을 때 시민 사회의 비판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일례로 최근 캐나다 토론토에서 구글(Sidewalk Labs)과 함께 스마트시티를 계획했지만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스마트시티를 유지하기 위해 시민의 생체 및 비정형데이터를 활용해야 했는데요.

이러한 활용은 시민의 개인정보의 침해에 영향을 끼치기에 시민 사회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경제적 미래 구상은 정보 인권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에 시민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문제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둘째. 데이터💻 가 생태친화적🌳이다?

첨단 기술은 생태친화적일까요. 들여다보면 IT 기업의 탄소배출량은 전체 탄소배출량에서 14%가량 차지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기술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났을 때 결국 반(反)생태적인 모습을 만날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 및 시민사회에서는 IT 발전과 생태계 공존에 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합니다. 그린과 디지털을 포용할 수 있는 관점이 부족한 게 현시점이지만, 이 교수는 이러한 지점에 대한 고민을 요구했습니다.

셋째. 비대면 기술이 무균 시장의 대안🤳?

코로나19 국면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감염 위험으로부터 청정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대면 기술이 확산되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단순히 편리와 효율성의 관점으로만 보면 될까요.

우리가 자주 뉴스로 접하고 있는 것처럼 배달 플랫폼을 통해 많은 사고사, 과로사가 벌어지며 많은 노동자의 목숨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체리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기술 및 도구적 합리성에 의해 시장이 구축되고 있는 셈인데요.

기술의 야만적인 측면을 인간을 포용하는 측면으로 구상하는 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보편적이며, 사회적 타자를 고려하는 기술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문제의식이 필요합니다.

넷째. 기술📱=성장📈=혁신🚀?

기술을 성장과 혁신과 등치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기술은 혁신의 도구이자 매개체입니다. 더불어 기술혁신은 곧 사회혁신이라는 점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기술은 사회의 비수가 될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지만 사회 포용적 가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술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의식과 나란히 가야 합니다. 기술은 혁신의 전제일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게 중요합니다.

20세기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기술은 ‘도구 이상의 그 무엇’” 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술은 인간 삶의 목적이 아닌,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라며 기술에 관한 사유를 주장했는데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기술이 주인이 아닌 혁신의 도구로써 그 이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길 바랍니다.

-글: 정보라 미디어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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