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싱크탱크 네스타에 반하다

한국 젊은이, 영국 시니어를 만나다 (5)

희망제작소와 연세대는 협력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대학생 현장 탐방 프로젝트 uGET’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4명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이 2010년 여름 한 달간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영국 시니어들의 사회공헌활동 현장을 조사해 그 방문기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영국에서 전해질 재기발랄한 젊은이들과 지혜로운 시니어들 간의 조우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오늘 소개할 곳은 지난 7월 22일 목요일에 방문한 네스타 (NESTA, National Endowment for Science, Technology and Arts)라는 기관과 고령화 관련 프로그램 에이지 언리미티드(Age Unlimited)입니다.


네스타는 저희가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기관조사를 하던 지난 4월부터 눈여겨 보았던 기관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사이트 디자인이 너무 예뻤거든요. uGET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새삼 느낀 점은 인터넷 환경이 사회의 모습을 정말 많이 바꾸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_1C|1123125286.jpg|width=”400″ height=”254″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
검색엔진 덕택에 지구 반대편 영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관련 기관들을 찾아낼 수 있었고, 이메일과 인터넷 전화로 연락을 취해 인터뷰 일정을 잡을 수 있었으니까요.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아마 수개월이 걸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아무튼 저희는 웹사이트를 통해 기관 소개 및 프로그램 정보 뿐 아니라 각 단체에 대한 상상 속의 이미지도 얻었고, 그 중 네스타는 단연 최고의 기대감을 갖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네스타는 희망제작소와 마찬가지로 영국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에 대하여 시민사회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저희는 에이지 언리미티드라는 고령화 관련 프로그램의 담당자 로지 패러(Rosie Farrer)를 만나러 설레는 마음으로 네스타 건물에 들어섰습니다.
 
실제로 본 네스타는 웹 페이지 그 이상이었습니다. 통 유리창으로부터 들어오는 햇살과 백색 톤의 인테리어, 유기적인 모양의 회의실 구성과 컬러풀한 소파의 배치는 사무실 전체의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원형의 회의실에 마련된 커다란 원탁은 보다 수평적이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고, 한 켠에 가지런히 마련된 음료 테이블도 있었습니다. 물과 탄산수, 그리고 1시간이 지나도록 따뜻하게 유지되던 커피와 차는 가히 감동적이었지요.

[##_2C|1357267600.jpg|width=”340″ height=”25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1406253219.jpg|width=”340″ height=”25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저희 팀원들은 ‘이런 곳에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며 놀란 눈빛을 주고받았습니다. 저희 머리 속에 각인된 NGO의 이미지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던 거죠. 후에 알고 보니 영국에서는 현재 자선단체나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것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패셔너블한’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어서 네스타 같은 곳에 일자리를 얻기는 꽤나 어려운 일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로지가 회의실로 들어섰습니다. 30대로 추정되는 그녀는 키가 190cm는 되어 보였습니다. 로지는 저희를 환한 미소로 맞아주었습니다. 에이지 언리미티드 프로그램의 담당 연구원인 그녀는 인터뷰 내내 희망제작소 시니어사회공헌센터의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고, 저희의 질문에 대해 상세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스스로를 ‘배움 기관(Learning Organization)’이라고 부르는 네스타는 기본적으로 공공 서비스를 개발하고, 그 제공 방식을 실험해보는 기관입니다. 기존의 공공 영역에서 풀기 어려운 사회의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려는 것이죠.

에이지 언리미티드는 네스타 내의 공공서비스 연구소(Public Service Lab)에서 운영하는 고령화 관련 프로그램입니다. 로지가 보여준 네스타 연구 책자에 따르면, 영국의 시니어들은 대부분 은퇴 후 삶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고민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하게 되기 때문에 고령화 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없었다고 합니다. 수요가 없으니 공급도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_1C|1043703164.jpg|width=”400″ height=”32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이런 시장실패를 해결하기 위하여 에이지 언리미티드는 11개의 외부 기관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11개의 기관들은 18개월에 걸쳐 각 5만 파운드의 재정지원과 20일 간의 전문 인력 지원을 받게 됩니다. 11개의 기관은 아이디어의 참신함은 물론, 그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체화 할 사람들이 얼마나 진취적이고 혁신적인지를 평가하기 위한 이틀간의 워크샵을 거쳐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프로젝트의 절반 가량은 시니어 자원 봉사 등을 포함하는 ‘Age Readiness’라는 꼭지에 속하고, 나머지 절반은 은퇴 연령 상향 조정 등의 의제를 포함하는 ‘Age Management’ 분야에 속합니다. 로지는 11개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고령화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함과 동시에 사용자 중심의 혁신(User Centered Innovation)을 달성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지만, ‘혁신’은 네스타라는 기관을 관통하는 키워드 입니다.

에이지 언리미티드 프로젝트의 예로는 베스존슨 재단(Beth Johnson Foundation)에서 개발중인 ‘Peer Coaching for Later Life’라는 피어 코칭(Peer Coaching) 프로그램을 들 수 있습니다. 시니어들이 서로의 코치가 되어 고령화에 대비하고 상호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디자인된 프로그램인데요, 1주차에 방문한 U3A를 연상케도 했습니다.

베르나르도(Bernardo)라는 기관에서는 전문직 컨설턴트들이 자원봉사나 저임금으로 자선단체 등에서 일하도록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전 글에서 소개해 드린 프라임타이머스의 활동과 유사한 맥락으로 보입니다. 로지는 이와 관련하여 희망제작소가 진행하고 있는 시니어사회공헌사업단 LET’S의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_1C|1006529678.jpg|width=”400″ height=”15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로지는 몇 권의 연구 보고서와 연차 보고서를 건네주었습니다. 간행물의 디자인은 또 한번 저희를 놀라게 했습니다. 확실히 영국은 시각 디자인 강국인가 봅니다. 사실 네스타 뿐 아니라 런던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접하는 이정표 하나 하나, 할인을 알리는 상점의 쇼 윈도우, 오늘의 메뉴를 적어둔 음식점의 유리창 등 많은 부분에서 디자인의 우수함을 느꼈던 터였거든요. 매력적인 디자인은 딱딱한 연구 보고서 마저도 읽고 싶게 만드는 힘을 지녔습니다.

네스타를 나서면서 이 곳은 런던이 가진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기관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런던은 전반적으로 벽돌 색을 띤 도시입니다. 적갈색, 흑갈색, 황갈색 등 다소 변주는 되지만 말이죠. 그런데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당히 컬러풀한 실내 디자인을 볼 수 있습니다. 예쁘고 읽기 좋은 글자들이 그 속에 함께 섞여있고요.

[##_Gallery|1224901253.jpg||1157076072.jpg||width=400_##]

수 십년을 온 몸으로 겪어온 저층 건물이 지닌 세월의 힘과 동시대 최전선을 수 놓는 디자인의 조화, 단조로운 벽돌 도시가 담고 있는 컬러풀함의 믹스 매치가 자칫 고루하고 우울할 수 있는 런던을 창의적이고도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있는 것 아닐까요.


혁신을 독려하는 가치관과 그것을 잘 반영하는 디자인 및 공간 구성이 돋보였던 네스타. 그리고 고령화라는 사회 문제에 대해 실제 사용자인 시니어의 입장에서 혁신적 프로세스를 디자인하고자 도전하는 에이지 언리미티드 프로그램.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의 열정과 약동하는 창조적 힘이 느껴졌던 세 번째 기관 방문이었습니다.

글_ 김맑음 (uGET 실버라이닝팀)

★  uGET 영국 방문기 목록


1. 한국 젊은이, 영국 시니어를 만나다
2.  ‘늙지 않는 학생’들의 대학 
3. 영국 제 3섹터로 가는 다리, 프라임타이머스 
4. 시민사회로 뛰어든 PR전문가
5. 영국 싱크탱크 네스타에 반하다

Comments

“영국 싱크탱크 네스타에 반하다” 에 하나의 답글

  1. 달팽이 아바타
    달팽이

    Age Unlimited! 프로그램명이 가슴에 확 와닿네요. 좋은 기사 잘 읽고 있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