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사회혁신기업에 도전하는 쿨한 대학생들의 모임 ‘희망별동대’가 이 시대 진정한 블루오션을 찾아 나섰습니다. 지난 4월, 1박2일의 여정으로 농촌과 마을공동체, 소기업을 직접 발로 뛰며 돌아보고 체험하고 돌아왔는데요, 이들의 생생한 탐방기를 3회에 걸쳐 소개해드립니다. 세왕주조 , ‘충남 홍성 문당리마을에 이은 마지막 종착지는 태안의 소금굽는사람들입니다.



‘정말 여기 내려와서 살까?’ 블루오션열차의 마지막 종착지인 ‘소금굽는사람들’을 둘러보며 다들 내뱉은 말입니다.


공기 좋고, 바람 좋은 곳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대기업 연봉만큼 벌고 있다”는 정낙추 이사의 말에 귀가 쫑긋했던 것이죠.

물론, 돈 얘기에 마음이 흔들릴 별동대원들은 아닙니다. 정낙추 이사가 강조한 ‘소금굽는사람들’의 철학과 신념. 돈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한 수단으로써 일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자신들의 이상향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러니  모두가 혹할 수 밖에요.
 

역사에 묻혀있던 소금

지난 밤, 늦은 시간까지 별빛과 함께 눈을 반짝였던 별동대 친구들. 문당마을에서 태안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엔 정적이 흘렀습니다. 날이 밝으니 별빛이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별동대원들의 눈빛도 눈꺼풀에 가리워져 있었지요. 이들을 깨운 건 태안의 시원한 바닷바람이었습니다. ‘소금굽는사람들’의 정낙추 이사와 갯벌을 거닐면서 모두 초롱초롱한 꿈빛을 밝혔지요.

”사용자소금이라고는 슈퍼에서 파는 꽃소금이나 맛소금, 굵은 소금밖에 모르는 터라, ‘자염’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부터 해주셨습니다.
 
“천일염은 들어봤어도 자염이라는 건 생소하죠? 자염이란 끓일 자(煮)에 소금 염(鹽)이라는 한자처럼 염도를 높인 바닷물을 끓여 만든 소금을 일컫습니다.”

자염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먹던 소금이었으나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보급된 천일염에 밀려 잊혀진 우리의 전통소금이라고 합니다. 값이 싼 천일염이 널리 보급되면서 품질이 좋아 값도 비쌌던 자염은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죠.

1950년대 이후로 사라진 자염을 되살린 것이 ‘소금굽는사람들’입니다.

“1950년대 서양인들이 남겨놓은 사진자료를 보면, 경복궁이나 종로 등 당시 조선의 생활상을 쉽게 알 수 있죠. 하지만 소금을 생산하는 사진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사용자


반세기 동안 명맥이 끊긴 자염을 되살리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자염 생산법에 대한 설명이 학계마다 달랐을 정도로 그 흔적을 찾아가는 게 쉽지 않았던 것이죠.
“하찮게 여기는 생활문화를 제대로 복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염을 만들어본 적이 있는 어르신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고 각종 문서를 뒤지는 등 수년간 발로 뛰는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그런 뒤에야 옛 방식 그대로의 자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제는 학자들과 학생들이 직접 찾아와 자염 생산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배워가고 있다고 합니다. 2003년에는 설날 특집으로 태안 자염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1년 동안 촬영됐으며, ‘잊혀진 맛의 신비, 자염’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되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소금인 자염에 대한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자염의 신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지요.

천일염보다 수용성 칼슘이 14배나 들어있어 발효식품에 좋고, 유리 아미노산이 들어있어 구수하고 감칠맛이 나는 소금. 수차례 정수를 하고 장장 10시간 동안 끓이는 정성을 쏟아야 만들어지는 우리 고유의 태안 자염. 한 사람의 땀방울과 열정으로 옛 어른들의 지혜를 되살릴 수 있었던 역사의 단편을 생생히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해수 3톤에 소금은 6kg 

2007년에 있었던 태안 기름유출 사건에 대한 얘기도 나왔습니다.

“바다에도 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물의 흐름이 있는 것이죠. 기름이 유출된 지점과 기름이 흐르는 바닷길은 이 곳과 아무 상관이 없어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 사실을 몰라서 인터넷이고 전화고 끊임없이 문의를 했죠. 그래서 깨끗한 갯벌 사진을 사이트에 올렸어요. 걱정되시는 분들은 안 사셔도 된다고 하면서 당당하게 말이죠.”

그러자 오히려 매출이 올랐다고 합니다. 혹시나 나중에라도 피해를 입어서 소금을 사먹을 수 없게 될까봐 사재기를 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랍니다. 그만큼 자염의 맛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 소비자층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는 얘기겠지요.

“매출의 85%가 온라인으로 발생합니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는데도 말이죠. 그만큼 충성고객이 있다는 걸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전통적이고 양심적인 유기농 가게에서만 판매를 하고 있어요. 태안 자염은 믿을 수 있다고 소비자들에게 정평이 나 있어요.”

이렇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제조 과정에서 장인정신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자염은 조금과 사리라는 자연의 순환에 따라 만드는 소금입니다. 이렇다 보니 대량생산의 욕심을 버리고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좋은 자염을 만드는 조건이 됩니다. 참고로 함수 3톤을 10시간동안 끓여(간장 달이듯) 겨우 60kg을 생산합니다.”
 
갯벌 흙을 잘게 부숴 말려야 하는 데 모두 수작업을 통해 이뤄진다고 합니다. 기계를 사용할 경우 갯벌 흙을 망치기 때문인 것이죠.


“아무리 작은 소기업이라도 맑은 정신과 철학으로 승부를 하면, 그 진심이 소비자들과 사회에 전의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우리만의 철학, 그 속에서 굳건한 목표와 신념을 지킨다는 것, 그것을 찾는 것이 우리가 만들어 가는 사회혁신의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블루오션열차 후기 中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잊혀져가는 선인들의 지혜, 그 생활사를 되살리기 위해 흘린 땀방울이었다고 했지요.
 
그러다보니 ‘소금굽는사람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연봉이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만큼이나 고부가가치 사업이 됐다고 했습니다.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물건을 만들어 양심껏 팔면 돈은 저절로 벌게 됩니다”라고 말한 어느 기업가의 말처럼 말이죠. 돈 버는 수단을 생각하기에 앞서 뜻을 세워야 한다는 걸 또 다시, 자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 가슴 속에 귀중한 소금들이 알알이 생긴 것 같습니다.

소기업과 농업에서 블루오션을 발견해보자는 ‘블루오션 열차’는 이렇게 모든 일정을 마쳤습니다. 현장에서 일손을 돕고 강의를 듣기도 했으며 운영진이 던진 미션에 긴장감을 늦출 수도 없는 빡빡한 1박 2일이었습니다. 둘러본 곳들이 팀의 관심사와 상관없는 경우도 있었지요. 잡초를 뽑고, 막걸리 독을 닦으며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싶기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책과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취득하는 요즘. 두 발로 현장을 딛고 두 귀로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으로, 온 몸으로 체득했던 경험은 귀중한 배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블루오션 열차에서 다져진 근육으로 별동대 친구들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힘차게 내딛고 있습니다. 공감만세팀은 북촌여행에 이어 ‘필리핀 공정여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가칭)민들레 씨앗팀은 농촌과 농촌. 농촌과 대학을 잇는 일에 열심이랍니다. A.O.A팀은 충남대학교의 소셜벤처 ‘아이엠궁’과 함께 대전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가칭)열혈나무꾼팀은 소셜이노베이션 캠프에서 네티즌 인기상을 받은 아이디어를 웹으로 구상하는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별동대원들은 아이디어 내기에 머물지 않고 ‘뜻’을 품고 ‘행동’하는 팀이 되고자 무던히도 고민하고 발로 뛰는 중입니다. 덧글로 응원 한마디씩 남겨주세요^ ^ 그럼 불끈! 더 힘을 낼테니까요.

글_배민혜 위촉연구원
사진_이재흥 연구원
영상_김해인, 최연 (희망별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