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박원순 “서울 뉴타운에는 ‘역사’가 남지 않는다”

3월 28일 희망제작소 3층 회의실에서 소셜 디자이너들(사회창안센터 상근 연구진, 시민평가단, 사회창안클럽, 박원순 상임이사 등등)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날 있었던 박원순 상임이사의 강연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유성호님(시민평가단)께서 뉴스로 작성했고, 이 글이 현재 오마이뉴스에 등재돼 있습니다. 아래 뉴스 전문을 붙입니다. – 사회창안센터 안진걸 알림

박원순 “서울 뉴타운에는 ‘역사’가 남지 않는다”
공공 디자인 중요성 강연 “왜 우리 국민은 국회에 들어가지 못하나”


▲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의 강연 모습 ⓒ 유성호

“서울의 뉴타운 프로젝트는 나무 한그루 남기지 않고 몽땅 베어내고 부숴버립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도시는 역사가 남지 않습니다. 외국은 철거를 해도 전 건물의 역사를 남기는 조례가 있습니다. ‘역사’는 관광객을 오게 하지 ‘현재’는 그렇지 못합니다”

봄비가 부슬거리던 지난 28일 오후 7시가 조금 넘을 무렵 안국동 희망제작소에선 작지만 의미 있는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강연제목은 ‘소셜 디자이너의 꿈’. 자신의 꿈을 나누고 공유하자는 의미의 자리였다.

박 변호사는 공공 디자인 측면에서 세계 도시와 우리의 현실을 비교하면서 특유의 ‘외유내강’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섬유산업으로 유명했던 대구의 경우 밀라노프로젝트 등으로 부흥을 꿈꾸고 있지만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독일은 유리천장 국회… 한국 국회의사당도 뜯어고쳐야”

이같은 진단의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 특히 지역민들의 감정 속에 섬유산업에 대한 문화와 역사가 제대로 스며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산업이 산업에만 머물러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이 문화와 결합하게 되면 비록 사양길로 접어들어도 또 다른 형태로 공공성을 담아낼 수 있다는 논리다.

박 이사는 비근한 예로 독일 최대의 철강공업단지였던 에센(Essen)시를 들었다.
대전의 절반 크기인 에센시는 19세기 철강 재련 탄광들이 들어서면서 세계 최대의 단일 공업단지인 루르 공업지대의 중심 도시로 떠올랐다. 약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에센시는 이후 급속한 발전을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때 군수품 생산지란 이유로 연합군의 집중 포화를 맞아 도시 대부분이 부서졌다.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독일인들은 에센시 역시 과거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복원에 심혈을 기울였고 인구 60만의 공업도시로 재탄생시켰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문화’를 고스란히 담았다. 대규모 자연 호수공원인 발덴아이제(Baldeneysee)를 중심으로 자연과 생태, 기계와 인간의 공존을 모색한 에센에서 박 변호사는 공공 디자이너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

그는 이날 강연회에서 서울에 있는 몇몇 곳을 도마 위에 올렸다. 낮엔 어지러운 간판이 도시를 뒤덮고 밤이면 네온사이들이 눈을 피곤하게 하는 도시에서 철학과 문화를 기대하기란 언감생심이란 지적이다. 독일의 경우 주택가 벽면에 하이네의 싯구가 살아 숨쉬며 문화를 향유하고 있고 국회의사당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 투명한 정치를 지향하는 그들의 철학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과 부산의 전설이 무엇이며 상징이 어떤 것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참석자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박 변호사는 돈이 들더라도 국회의사당을 뜯어고쳐서 국민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언제라도 의정을 감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용산공원은 완전한 생태환경공원으로 남겨야 합니다. 그 땅에 건물을 짓는 것은 환경을 망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옛것을 마구 부수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지어 팔아서 돈을 남기고 결국 부정한 데 쓰이고 있습니다. 국회의사당 정문의 붉은 카펫은 누굴 위한 것입니까. 왜 국민들은 그리로 들어가지 못합니까.”

“용산공원은 생태환경공원으로 보존해야 한다”

“반도체·조선·철강 등의 굴뚝 산업으론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습니다. 이제 디자인을 앞세운 문화예술산업을 함께 가져가야 살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창의성을 발휘하는 놀이가 필요합니다.”
창의성이 곧 문화와 철학의 저변을 형성하는 중요한 동기라고 말을 맺은 박 변호사. ‘왜 우리사회는 그렇게 할 수 없을까’ 하는 자책보다는 시민들이 앞장서서 변화시키는 희망을 만들어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자리였다. 이번 강연회는 박 변호사가 상임이사로 있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시민평가단을 대상으로 열렸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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