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따로지만 행복한 섬, 모두


‘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 본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해피리포터’는 NPO,NGO들을 직접 발굴 취재해, 은퇴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모두를 위해 문을 연 ‘모두’

길 건너편 건물에는 상점이 즐비하고, 가까운 곳에 큰 대학이 두 개나 있어 많은 사람과 차들이 오가는 곳. 그 곳에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이하 모두)가 있었다. ‘모두’는 지난 9월29일 이문동에 문을 열었다. ‘모두’가 탄생하는 데는 ‘푸른시민연대’ 사람들이 큰 역할을 했다. 푸른시민연대는 그동안 이주노동자센터나 이주여성사랑방 등의 활동을 계속해왔는데, 늘 이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 설립 필요성을 절감해왔기 때문이다.

푸른시민연대가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자, 대기업의 지정기탁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업지정으로 재정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됐다. 또한 국내 최초의 다문화도서관이 등장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내왔다. 인근지역은 물론, 여러 곳에서 찾아온 다양한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모두’에는 네팔, 몽골, 러시아, 이란 등 12개국 도서 5천여 권, 국내 도서 5천여 권을 포함해 총 1만여 권이 비치돼 있는데, 전부 열람 및 대출이 가능하다. 모두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긴 하지만 일반가정도 이용 가능하다. 김정연 모두지기는 “모두는 다문화가정과 일반가정이 함께 소통하는 공간”이라며 “모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 개관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많은 일반가정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_1L|1163333303.jpg|width=”250″ height=”333″ alt=”?”|전세계 각국의 언어로 씌여진 ‘환영합니다’라는 문패가 방문객을 반긴다._##]이주민 어머니의 제자리 찾기

‘모두’의 운영프로그램은 일반 도서관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아이들의 보육프로그램에 우선순위를 둔 36개월 이하의 아기들을 돌봐주는 보육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한국말이 서툰 어머니와의 의사소통 상황을 고려해 3~7세 사이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언어교육 프로그램을 11월부터 실시한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북시터(Booksitter)라고 하는 자원활동가들이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아이 한명 한명에게 직접 한국어 책을 읽어주면서 한국말에 대한 친근감을 높여주게 된다. 기존에 인연을 맺은 활동가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자원활동가들의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동안 어머니들은 뭘 할까? “언니(다문화가정 어머니들의 애칭)들은 가정에서 무시당하기 일쑤입니다. 언니들이 가정에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다문화가정의 이주민 엄마들은 가정에서 모국어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시부모님이나 남편이 아이가 한국말을 못하면 어떡하냐며 못 쓰게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이와의 소통도 줄어들고 있다.

김정연 모두지기는 “집에서의 상황이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어머니 나라와 말을 무시한다. 문제는 아이가 어머니의 존재까지 무시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_1R|1326862070.jpg|width=”250″ height=”187″ alt=”?”|즐거운 수다가 가득한 ‘언니’들의 자치모임 모습_##]이를 위해 모두에서는 이주민 엄마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푸른시민연대에서 예전부터 진행해왔던 한글과 컴퓨터 교육을 계속하는 한편, ‘자조모임’과 ‘모어보육선언’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자조모임은 말그대로 이주민 어머니들의 자치모임을 뜻하는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언니’들이 가정 내에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우려는 목적에서 기획됐다.

모어보육선언은 ‘어머니의 말로 아이를 보육하자’는 운동이다. 어머니 나라의 책을 아이에게 읽어줌으로써 그동안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와 어머니 사이의 소통을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다. 선언을 통해 아이에게서 소외돼 있는 어머니의 지위를 회복하고, 어머니와 어머니 나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을 수 있기를 모두는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외따로지만 행복한 섬

모두는 최근 주변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도서관으로 초대했다. 전교생 1800여 명의 초등학교에 다문화자녀는 12명. 김정연 모두지기는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충북 제천의 간디학교는 이미 반 정도가 다문화자녀다”라고 말했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벌써 100만 명을 넘어섰다. 여기저기서 ‘이제 한국도 다문화시대’라며 떠들썩하지만, 정작 ‘모두’와 같은 실질적인 필요 공간을 준비하는 데는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다문화 인구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모두’와 같은 단체의 활동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적 지원의 확대로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모두’ 안에서 이뤄지는 광경은 사실 조금은 낯설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그 안으로 뛰어들어 보니 모두들 진심으로 행복해 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고,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은 외따로지만 행복한 섬. 이제 그 섬을 빙 둘러 수많은 다리를 놓을 차례다.
[##_1L|1075785835.jpg|width=”94″ height=”83″ alt=”?”|_##]해피리포터 전경운(refresh83@hanmail.net)

앞으로 나는 내 자신에게 무엇을 언약할 것인가. 포기함으로써 좌절할 것인가. 저항함으로써 방어할 것인가. 도전함으로써 비약할 것인가. 다만 확실한 것은 보다 험난한 길이 남아있으리라는 예감이다. 이 밤에 나는 예감을 응시하며 빗소리를 듣는다. – 박경리 선생님의 글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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