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마을’의 모습

[##_1L|1322200200.jpg|width=”1″ height=”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

희망제작소는 2012년 한 해 동안 월간 도시문제(행정공제회 발행)와 함께도시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로 제시해보려고 합니다. 희망제작소 각 부서 연구원들이 매월 자신의 담당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풀어놓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시계획, 지역계획은 공무원, 전문가 그리고 일부 건설회사가 전담하고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소극적인 방식으로 일부 수렴하고 있지만, 거의 주민참여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되고 1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까지 우리의 자치와 자립, 주민참여는 미약한 수준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물론, 모든 지역이 비슷한 수준의 주민참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이 주인이 되어 마을의 일을 함께 논의하고 계획하며, 심지어 마을에 필요한 서비스를 스스로 만들어 제공하는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까지 하는 마을이 늘고 있다. 원주, 순천, 완주, 진안, 서울 마포구 성미산… 이 지역들은 주민들이 참여하여 스스로 마을을 만들고 있다.

필요에 따라, 즐겁게, 자발적으로 ‘마을만들기’

원주의 새로운 마을 이야기는 1965년 천주교 지학순 주교님 부임과 함께 시작된다. 지학순 주교님과 사회운동가 장일순 선생님의 노력으로 원주는 협동조합의 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훗날 장일순 선생님은 한살림을 만든다. 원주의 협동조합 운동은 1969년 진광학원 부설 협동조합 연구소 건립과 1972년 밝음신협 설립으로 시작된다. 군사독재시절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9년 기준으로 17개 단체 3만 5천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되어 있다. 이 조합원 숫자는 중복 조합원을 포함할 경우 원주시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원주의 협동조합은 매우 다양하다. 신용협동조합(밝음신협), 소비자생활협동조합(원주한살림, 원주생협, 원주의료생협 등), 공동체 운동기관(노숙인들의 자활을 돕는 갈거리협동조합 등)과 같이 마을에 필요한 다양한 사업을 협동조합이 담당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에도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성미산마을의 변화는 1994년 공동육아 운영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후 생협을 만들고, 성미산 지키기 환경운동을 하고, 마을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마을이 제공하는 마을기업(동네부엌, 마을카페, 소비자생협 등)을 만들었다. 또한 초등/중등/고등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대안학교(성미산학교)도 설립했다.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협동과 연대 속에서 ‘필요에 따라, 즐겁게, 자발적으로’ 마을을 만들고 있다.

전남의 끝자락에 위치한 순천시는 아름다운 순천만이 있는 고장이다. 다른 지역이 갯벌을 매립하고 있을 때, 박원순 서울시장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순천시장에게 순천만은 보전해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 전했다. 지역에서 같은 뜻을 가진 분들도 순천만 보전에 동참했다. 순천만은 지켜졌고,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순천시는 순천만이라는 자원을 단순 관광지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순천만 기념품 판매소와 매점에서 순천 주민들이 만든 공예품과 빵 등을 판매하도록 했다. 탄탄한 주민 조직과 예술가들이 함께 학습하면서 공예품을 만들었고, 이런 제품들은 순천을 대표하는 상품이 되어가고 있다. 어느 관광지나 비슷한 관광상품만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볼 때, 앞선 사례로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커뮤니티비즈니스’이다.

[##_1C|1067911210.jpg|width=”350″ height=”23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순천 사랑빵 판매_##]커뮤니티비즈니스란 무엇인가?

커뮤니티비즈니스는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 과제를 해결하고, 문화와 환경 등 지역주민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계승하면서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주도하는 지역 살리기 사업을 말한다.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 비즈니스를 도입했기 때문에 일부 수익이 생기는데, 인건비와 운영비를 제외한 나머지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적정규모, 적정이익’을 유지한다. 사업 규모 또한 일상적으로 만나 얼굴을 익힐 수 있는 정도로 한정하며, 과도한 확장을 지양한다. 사업의 목적과 내용은 지역 문제에 따라 다양하지만, 대체로 지역의 과제 해결, 지역 내 일자리 창출, 유휴자원의 활용, 경제적 효과의 지역순환 등을 들 수 있다. 영리 목적 사업과 자원봉사활동의 중간영역에 위치하는 사업 성격으로 인해 경제적 이익보다는 삶의 보람이나 지역공헌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희망제작소와 완주군 이야기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을 위해 희망제작소와 완주군이 뜻을 모았다. 2007년 일본연수를 시작으로, 2008년 희망제작소와 완주군은 MOU를 맺고, 신택리지사업이라고 하는 지역자원 조사를 시작한다. 이후 지역의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중간지원기관 ‘커뮤니티비즈니스 지원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 지원센터는 커뮤니티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모으고, 새로운 주체를 활동가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사업 컨설팅과 인큐베이팅을 하고 있다. 마을기업(커뮤니티비즈니스)을 만들어 농촌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중이다.

완주의 비비정 마을은 농림부 신문화공간조성사업으로 선정되어 희망제작소가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비즈니스형 마을만들기 사업이다. 마을의 자원을 조사하고, 주민 교육을 진행하고, 주민과 함께 3년째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은 음식 만들기와 술 만들기 교육을 받고 있고, 마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원텃밭을 만들고, 공동경작도 하고 있다. 마을센터가(아래 사진) 만들어지면, 농가레스토랑을 운영할 예정이다. 비비정마을은 마을센터를 지역의 문화거점으로 만드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_Gallery|1047051721.jpg|비비정마을센터 조감도|1402374979.jpg|비비정마을축제 현수막|1235345081.jpg|비비정마을 텃밭정원|width=”350″ height=”300″_##]
지역의 힘을 키우는 마을만들기와 커뮤니티비즈니스

커뮤니티비즈니스를 통해 지역을 살리는 일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선 지역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특성은 ▲도시 지역과 농촌 지역 ▲자연자원과 인적자원이 풍부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 사회 문제가 많은 지역과 아닌 지역 ▲ 젊은 층이 많은 지역과 노인층이 많은 지역 등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 필요로 하는 사회 서비스가 각기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지역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 또한 중요한 자원이다. 마을주민, 지역리더, 지역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지역예술가, 지역단체, 주민조직, 지역기업 등이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의 주요 주체이자 파트너이다. 사람을 교육하고, 지역에 기반한 사람간의 교류를 통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연대를 통해 변화의 힘을 만들어가야 한다.

행정의 지원도 필요하다. 중간지원기관을 만들 수 있고, 지원기금을 조성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행정에 지원 부서를 만들거나 지역단체네트워크를 지원 기관으로 세울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지원시스템의 형식보다 지원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데 지역사회와 논의하고 운영 철학을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_1C|1353773414.jpg|width=”350″ height=”244″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비비정마을 주민교육_##]

주민을 교육하고, 작은 마을만들기 사업부터 주민 스스로 하게 함으로써 마을에 대한 관심과 지역의 역량을 키워가게 되면,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치와 자립의 자생력 있는 지역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공동체가 우리가 희망하는 살기 좋은 세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글_뿌리센터 홍선 센터장 (theresa@makehope.org)

● 연재목록
1. ‘마음껏 걸을 권리’ 되찾으려면
2. 우리가 몰랐던 ‘마을’의 모습

*본 글을 월간 도시문제 2012년 2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