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강산푸르게푸르게총서 15
원주발 파리행 페이퍼로드

■ 소개

시민은 축제의 주인공이 될 수 없을까

드라마 ?시티홀?의 주인공은 ‘밴댕이 아가씨 축제’의 비리를 폭로하는 전직 시청 공무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웃으면서 보고 있지만, 이런 일이 드라마 속의 허구가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난 시절 원주시는 원주 농민들과 아무 관련이 없는 치악산찰옥수수축제를 열어 인근 지역의 옥수수 축제와 지나친 경쟁을 벌였고, 치악문화제 때마다 원주시의 시조인 꿩을 방사해 눈 먼 집꿩이 굶어 죽어 논밭에 나뒹구는 바람에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혈세를 낭비했다. 자치단체의 선심성, 낭비성 예산의 문제점만 지적하느라 바쁘던 원주시민연대는, 자연스럽게 왜 축제가 이렇게 관 주도의 치적 홍보용 행사로 전락했는지, 왜 시민은 축제의 들러리에 그치고 마는지 고민하게 됐다.

원주한지문화제, 시민단체의 힘으로 한지의 본고장 원주의 정체성을 살려내다

원주시민연대는 축제란 그 지역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시민이 주체로 참여하는 행사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원주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고, 3년 동안 원주 곳곳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을 만났다. 막걸리 주량이 늘어가면서 원주의 정체성도 가닥이 잡혔다. 바로 한지였다. 원주는 일제 강점기 때 한지로 명성을 날렸다고 한다.

하지만 원주가 한지의 고장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원주 시민은 거의 없었다. 근대화의 거센 물결 속에 잊힌 우리 것이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었다. 그러나 1999년, 제1회 원주한지문화제가 열렸다. 원주시민연대가 3년 동안 원주 산골 곳곳을 헤매며 찾아낸 자료를 모아 한지를 주제로 한 축제를 일궈낸 것이다.

무모한 도전, 세계 무대에서 원주한지의 자존심을 세우다

2009년 올해로 11회를 맞는 원주한지문화제는 2005년과 2006년 두 번이나 파리에 초청되어 프랑스 언론의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또 이탈리아와 독일에서도 한지문화제가 열릴 예정이고, 2010년 국제종이조형작가협회(IAPMA) 총회가 원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 도쿄와 파리에 처음으로 한지 상점을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다. 문화관광부에서 지정하는 한국의 대표 축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고, 곧 원주한지테마파크도 세워질 예정이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축제를 상상하며 시작한 무모한 도전이 11년이라는 시간과 노력과 열정으로 세계적 규모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우선 시민단체의 힘으로 축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언제나 예산이 부족했다. 정부가 바뀔 때는 그나마 지원받던 예산마저 폐지되기도 했다. 시민단체가 자치단체의 정책을 주로 비판하는 처지라 도움이 절실할 때마다 외면을 당하기 쉬웠다. 원주한지테마파크 건립이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거나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진심을 담아 설득했다. 지자체도 이젠 원주한지문화제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이 주인공인 지역 축제의 모범

원지한지문화제가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시민의 참여다. 초등학생일 때 자원봉사를 시작한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다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온 가족이 자원봉사에 나서기도 한다. 축제 동안 모인 자원봉사자들이 한지공예를 배워 원주한지공예인연합회를 만들기도 했다. 처음 시작한 것은 시민단체였지만,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에 자원봉사자 300여 명이 참여하는 시민의 축제가 되었다. 이제 원주가 한지의 고장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민은 없다. 그런 시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걸어온 11년보다 더 꿋꿋하고 새롭게 시민의 힘으로 원주한지문화제는 걸어 나갈 것이다.

■ 목차

1장| 2005년 3월, 파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1. 한국의 색과 빛으로 파리를 물들이다
트레비앙! 한지가 프랑스를 놀라게 하다|파리 불로뉴 숲의 서울 공원을 한지등으로 밝히다|상상의 축제
2. 꿈꾸라!
세계에 한지를 알리자|한번 해봅시다|예산? 저지르고 보는 거야!|파리지앵을 사로잡아야 한다
3.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따라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종이 공장|종이가 맺어 준 인연|잘못된 종이 전래 과정을 바로잡다|한국인의 저력

2장| 오랜 산고 끝에 한지문화제가 나오다
1. 최규하 생가 복원 반대 운동이 낳은 결실
역사의 아이러니|계도지를 아십니까|예산을 보면, 정책이 보인다
2. 구석구석 누빈 2년 7개월
시민은 축제의 주인공이 될 수 없을까|원주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실타래처럼 풀려나오는 원주|그래 이거야, 한지가 있었어
3. 원주는 한지의 본고장
좋은 닥나무 밭이 많아서 호저면이 되었다|단구동의 한지 장인, 김영연, 장응렬 선생|백 번의 손길 끝에 완성된다고 해 백지라고 불린 한지
4. 페이퍼 로드, 꿈과 낭만의 길
한지의 역사를 찾아서|한지, 선조들의 지혜를 담다|도도한 역사의 물줄기

3장| 축제 이야기
1. 격렬한 토론
한지, 韓紙, Hanji|축제냐 문화제냐|언제 축제를 여는 게 좋을까|장소는 어디가 좋을까|원주한지문화제위원회를 만들고 이창복 위원장을 모시다
|시민의 힘으로 시작|시작은 성공
2. 벽이 문이요 부딪히던 시절
나를 오라 가라 하는 맹랑한 젊은이들|새로운 발상, 한지로 옷을 만들다|한국의 별들이 한지문화제에 뜨다|한지를 꼬아 국보 지광국사현묘탑을 재현하다|겁도 없이 영부인을 모시다|두근두근 잠 못 드는 밤|배낭 하나 달랑 메고 떠나는 유랑 길
3. 한지문화제에 있는 것들
참종이와 한지, 남북이 공유할 문화|자발적인 관람객|뚜렷한 주제|철저한 사전 준비

4장| 좌절, 그리고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힘
1. 위기가 찾아오다
원주한지문화제의 부침을 알리는 신호탄|태풍 루사로 한지문화제를 축소하다|정권이 바뀌면 한지문화제도 못할 거야|돈 구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서태지가 왜 은퇴한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2. 이런 경우를 두고 업보라고 하나 보다
몸을 더 낮추자|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힘|한지문화제는 건재하다
3. 이 길을 함께하는 전사들
오미선 총무팀장|강범희 기획위원|이덕수 기획위원|김양진 기획위원|전영철 교수|방정경 기획위원|김수정 전 사무국장|이성용 기획위원|한지문화제의 꽃, 자원 봉사자|원주한지문화제위원회|원주시민연대 회원들

5장| 세계를 향해 날개를 펴다
1. 2006년,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행사로 다시 찾은 파리
파리가 우리를 다시 부른다|선조들의 지혜를 유럽인들이 재발견하게 하라|한지가 생활이 되다|한지에 예술을 입히다|에어프랑스, 한지를 콕 찍다
2. 스트라스부르 한인회 초청 한지 전시
유럽연합 의회 본부가 있는 곳|우리와 닮은 스트라스부르의 교민들|구텐베르크를 부끄럽게 한 한지
3. 두 번의 프랑스 한지문화제가 준 것들
내면에 깊이 배어 있는 문화 시민의 긍지|두 달 동안 파리시청과 협의하다|한지조명, 유럽 시장에 승부를 걸 만하다|진심으로 교감하면 닮아 간다, 파리의 한지 전령사들|이중국적, 파리에 남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파리의 봉고 운전사|차가운 파리의 하늘에 따스한 온기를 준 입양 한국인들|한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해외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4. 2010년 IAPMA 총회, 원주에서 열린다
IAPMA|한지테마파크를 알릴 기회|2010년 IAPMA 총회, 원주에서 열린다

6장| 돌고 돌아 다다른 길
1. 한지테마파크
축제를 왜 하지? 무에서 유를 만들어 간다|한국을 대표할 문화, 한지|일본 화지 마을을 견학하며 안목을 넓히다|한지 공예인들과 일본 미노의 아카리 축제를 가다|우리에게 순탄한 길이 없을까, 반납의 위기에 서다|남들은 무모하다고 했다|버릴 줄 알아야 한다|긴 터널을 지나 온 듯하다
2. 자치단체와 호흡을 맞추기 시작하다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자신감을 준 원주시|원주시, 한지산업특구로 지정되다|원주시에는 한지 전담 부서가 있다|한지문화제 10주년 기념 사업설명회|원주시와 협력하는 법을 배우다
3. 다시 10년을 준비하다
원주를 벤치마킹하라|원주가 변하고 있다|꿈꾸라! 계속해서!|새로운 도전을 향해

■ 저자 소개

김진희

김진희는 고난의 세월을 지켜 온 우람한 산맥처럼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남들보다 조금 더 진지하게 살고, 세상 속으로 깊숙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한다. 치열한 운동 현장에서는 냉철하고 강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푸근하고 부드러우며 게다가 삶의 멋도 아는 사람이다. 가끔은 맛있는 차와 음식, 살아가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의 맘씨 좋은 주인으로 늙고 싶기도 하다는 그는 1994년 통일운동과 관련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지금까지 시민운동 현장을 지키며 현재는 원주시민연대 대표와 한지문화제 집행위원장, ㈔한지개발원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선경

이선경은 풀뿌리운동의 씨앗을 뿌리고 길러 온 전형적인 활동가다. 대학시절 민주화운동 관련 옥살이를 한 바 있고, 아직도 운동권 이미지를 벗지 못한 우직하고 투박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시민이 참여하는 예산감시운동(1998), 한지산업육성과 원주한지테마파크(1999), 원주한지(2002), 우리종이 한지를 찾아서(2008)를 냈으며, 원주시민연대 정책실장과 원주한지문화제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다. 홈페이지는 wjhanji.co.kr과 wjngo.or.k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