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강산푸르게푸르게총서 21
황톨톨이가 옛날엔 정짓담살이 혔지

■ 소개

패밀리가 떴다, 이야기 엮는 백운 마을조사단

구름도 쉬어가는 땅 진안에 독수리 5형제 패밀리가 떴다. 시 쓰고, 그림 그리고, 이야기 듣고, 글 쓰는 사람들 다섯이 백운 사람이 되어, 먼저 장롱 위에서 먼지 쓰고 있던 사진첩을 꺼내 전시를 했다. 버스정류소에 걸어 모처럼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에게도 옛 추억을 선사했다. 백운 사람들이 마실갈 만한 길과 그 길이 간직한 이야기를 엮어 지도도 만들었다. 2년 동안 그렇게 기억을 들춰내고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소문을 냈다. 백운 사람의 절반인 8백 명이 등장하는 사진전 <백운의 얼굴>을 열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살아가는 백운 사람들 이야기를 모은 책이 나왔다.

구름 땅에 사는 백운 사람들, 우리들의 벨르 에포크를 말하다

“재미났지.” 백운 사람들은 이 한마디로 지난 시절을 떠올린다.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백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시절’은 어떤 무늬일까? 1장 ‘아흔 넘어 살다’에는 백운에 많은 고개들만큼 많은 삶의 고개를 넘어 살고 계신 어르신들 열여덟 분의 이력을 얼굴 스케치와 함께 실었다. 2장 ‘평생을 살다’에는 1910년대와 20년대에 태어나 백운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온 다섯 사람의 생애사가 담겨 있다. 3장 ‘하루를 살다’에는 백운 사람들의 일상이 기록되어 있다.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시간에 맞춰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4장 ‘농부로 살다’에는 논과 밭을 일구며 자식 농사까지 지어온 진짜배기 농부들의 농사 이야기가 담겨 있다. 5장 ‘장터에서 살다’에는 먹고 살려고 왔다가 이웃으로 만나 장터 사람들, 손님 없는 건 괜찮아도 보이던 얼굴이 안 보이면 걱정된다는 사람들이 재미진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백운 사람들의 재미진 인생 마실길을 따라가는 구술사 보고서

마을의 문화와 사람 이야기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일은 지역 활성화를 시도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이야기는 재미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은 백운 사람들의 ‘재미진’ 인생 마실길을 따라가는 구술사 보고서다. 평범하지만 특별하고, 느리면서도 구성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 새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과거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과 미래의 기억을 가질 사람들이 공존하는 지금, 과거의 마을에 흔히 있던 문화적 자원이 새로운 마을 문화를 만들어가는 바탕이 되어 같지만 또 다른 마을 공동체가 구성된다. 그렇게 ‘지역’의 ‘희망’은 다시 만들어진다.

*이 책의 제목 ‘황톨톨이가 옛날엔 정짓담살이 혔지’는 본문 56쪽에 나오는 이야기다. 황톨톨이는 사람 이름, 정짓담살이는 남의 집 살이를 말한다.

■ 목차

들어가는 글
백운 사람, 구름 땅에 살다

1장Ⅰ 아흔 살 넘어 살다

2장Ⅰ평생을 살다
1. 나는 별짓 다헌 사람이여 ― 마치 마을 신용암
2. 히로시마에 원자탄을 떨궜을 때 거기 있었어 ― 음지뜸 마을 이시우
3. 베틀가를 허면 참 들을 만헌디 ― 주천 마을 전우순
4. 참말로 그때 설움이 말로는 못혀 ― 번암 마을 황용기
5. 아 괜찮게 살아 ― 동산 마을 최영균

3장Ⅰ하루를 살다
1. 부부의 소박한 하루 ― 윤기 마을 임병조·신정순 부부
2. 암때나 모정으로 놀러와잉 ― 음지뜸 박막동 엄니
3. 나는 이장 아니고 동네 머슴이여 ― 동산 마을 이장 강연창
4. 꼬무락 꼬무락 움직이야지 ― 구름다리 안금순 옴마
5. 자연을 닮은 농부 ― 내동 마을 김종득
6. 여기가 내 직장이고 집이고 일이고 취미고 재미지 ― 백운동 마을 안순이

4장Ⅰ농부로 살다
1. 딸그락 딸그락 재미나 그거 ― 무등 마을 최재규
2. 기왕이면 좋은 쌀 가져오시오 ― 상백암 마을 전내규
3. 3마지기 논이 11마지기가 되다 ― 원덕현 마을 이윤재
4. 금연이 넌 모 심지 말고 방개소리나 해라 ― 하미치 마을 김평연
5. 40마지기 농사를 짓다 ― 당산안 마을 전영휘·박금순 부부
6. 무던히도 농사만 지었다 ― 임하 마을 최응렬

5장Ⅰ장터에서 살다
1. 백운장이 펼쳐지다
2. 덕태상회 정옥순
3. 대광철물점 조용현
4. 가보세이용원 문판준
5. 풍년떡방앗간 전진기
6. 또 다른 장날의 기억을 간직한 사람들

나오는 글
참고문헌

■ 저자 소개

정병귀 외 지음

마을 문화를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을조사단’이라는 제법 섹시한 이름으로 전북 진안에서 활동 중이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김인득. 상실이(고양이)의 엄마를 자처한다. 무주를 거쳐 진안에 들어온 이민선. 아홉 살 먹은 장군이(개)를 목욕시킨 지 오래다. 살가운 엄니들이 마냥 좋은 전봉선. 인터뷰하는 사람들이 모두 엄니다. 4월의 임도를 좋아하는 정병귀. 숲이 기지개를 켜느라 바쁠 즈음이다. 오랜 기간 사람을 만나온 한천수. 그네들의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본다. 마을문화는 ‘재미진’ 꺼리를 실현하는 밑천이다. 진안골 곳곳에는 그네들과 닮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 1장은 김인득과 정병귀, 2장은 한천수, 3장은 전봉선, 4장은 정병귀, 5장은 이민선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