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11월, 모슬포항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009년, 1년 동안 벌어지는 지역 축제는 모두 1100여 개다. 1995년 400여 개이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지역 축제가 이렇게 늘어난 데는 고립된 개인을 집단으로 묶어주는 축제 자체의 힘도 있지만,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함께 자치단체마다 축제를 여럿 만든 탓도 크다.

그런데 축제는 많지만 좋은 축제는 적다. 판에 박힌 프로그램을 되풀이하는 축제, 정치적 목적으로 열리는 축제, 공공 기금을 낭비하는 축제, 지역민을 소외하고 수치화된 성과만 좇는 축제 등이 대다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축제들은 축제의 효과를 경제적으로만 수치화할 뿐 축제의 주인인 지역민과 소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축제와 다른 지역다운 축제가 있다. 바로 모슬포 최남단방어축제다. 방어축제는 첫 회에 4만 5000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1억 8000만 원 어치의 방어를 판매하더니, 7회 축제에서는 직접적 경제 이익만 14억 2500만 원을 거두며 9년 동안 성공을 거듭해왔다. 그렇지만 이런 경제적 성과가 전부는 아니다. 최남단방어축제는 다른 축제와 무엇이 다를까, 왜 지역다움을 갖춘 축제로 평가할 수 있을까.

지역 축제의 모범, ‘몽생이’의 힘으로 9년을 걸어오다

지역에는 저마다 고유한 삶과 문화가 있다. 지역다운 축제는 이 고유한 문화를 충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최남단방어축제는 축제 비수기인 11월에 열리는데다 방어 손으로 잡기 등 다른 축제에서 찾을 수 없는 즐거움과 체험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축제의 성과에만 만족하지 않고 모슬포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프로그램을 보강했다. 알뜨르 비행장과 송악산 해안 절벽 등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담긴 유적 답사 프로그램과 해녀 물질 대회와 어부와 해녀를 위한 제주도 전통굿인 요왕맞이굿과 영감놀이굿 등으로 제주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고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몽생이’는 모슬포 사람들을 부르는 별칭이다. 방어축제의 모든 과정은 바로 이 ‘몽생이’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남단방어축제로 부진하던 방어 판매율이 높아지고 관광 소득이 늘면서 지역이 널리 알려지는 효과를 경험한 주민들은, 지역에 대한 높아진 자긍심을 바탕으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무료로 때로는 자비를 들여가면서 홍보와 자원봉사에 나서 축제를 지역답게 만들고 있다.

물론 9년 동안 최남단방어축제가 성공만 거둔 것은 아니었다. 2006년 6회 축제에서는 서귀포시장과 대정읍장 등 다섯 명이 축제 현장에서 실종 또는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이 사고가 전국에 알려지면서 축제가 중단될 상황이었지만 지역 주민이 마음을 모아 위기를 이겨내기도 했다. 지역다운 축제란 기회도 위기도 지역 주민과 함께하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최남단방어축제는 보여준다.

성공적인 지역 축제를 위한 축제 매뉴얼

이 책은 9년 동안 모슬포에서 열린 최남단방어축제의 모든 것을 담았다. 방어축제를 시작한 순간부터 방어축제를 이끄는 사무국 4인방 이야기, 방어축제의 먹을거리와 즐길거리, 축제의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 위기를 넘어서는 방법, 축제 평가를 위한 설문조사 방법과 과정, 축제를 이끄는 사람들과 축제 관광객·지역 주민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축제 이야기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특히 다움과 함께한 최남단방어축제 컨설팅의 논의 과정과 구체적인 팁들을 자세히 실어, 지역 축제를 준비하거나 이미 축제를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목차

들어가면서 ―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 ‘지역다움’을 찾아 나서다

1장Ⅰ 축제와 지역다움

1. 넘치는 축제, 지역의 욕망
축제는 많지만 좋은 축제는 적다 | 지역의 욕망과 희망
2. 지역다움에 대한 생각
지역문화에 대한 몇 가지 오해 | 지역이 지역답기 위한 문화적 길 찾기, 지역다움 30년
3. 방어축제와 다움의 만남
다움과 제주가 만나다 | 최남단방어축제와 다움이 모슬포다움을 찾다

2장Ⅰ 축제다움, 최남단방어축제 2001년에서 2008년까지

1. 최남단방어축제, 모슬포항, 대정읍
11월, 모슬포항이 들썩거린다 | 모슬포의 거센 바람을 닮은 최남단방어축제 | 거센 바람이 만든 풍부한 먹거리와 생활 문화 | 제주의 바람맛이 궁금하면 송악산에 올라서자 | 알려지지 않은 보물섬, 가파도 | 아픈 역사와 일상적인 삶이 공존하는 모슬포
2. 28만 명 ― 축제는 계속된다
모슬포 청년들, 결의를 다지다 | 1회부터 5회까지, 관광객 4만 5000명부터 28만 명까지 | 최남단방어축제 최대의 위기, 그러나 축제는 계속된다
3. 축제는 축제일 뿐 ― 질적 도약을 위한 모색
힘 다지기 | 2007년 12월, 최남단방어축제 컨설팅 | 최남단방어축제 제1의 목표는 무엇인가 | 누구를 위해 누가 만드는 축제인가 |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은 잘 기획되었는가 | 겨울엔 방어다, 축제를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자 | 방어처럼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축제 분위기를 만들자 | 축제조직의 실무 역량, 축제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하자 |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방어축제를 만들자
4. 2008년 제8회 최남단방어축제, 깊숙이 들여다보기
모슬포다움을 찾자 | 방어와 모슬포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역사가 결합된 축제 | 최강의 설문조사단을 만나다 | 직접 참여하고 즐기고 신선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축제 | 지역 공동체들이 다양하게 참여하는 축제 | 관광객들은 방어축제를 어떻게 느낄까 |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주민은 무엇을 느낄까 | 축제 운영위원들이 꾸는 꿈

3장Ⅰ 모슬포다움, 방어축제의 꿈

1. 대정읍에 관광객 20만 명이 오는 때는 방어축제뿐
2. 모슬포는 자연산 활어의 고장이다
3. 대정읍은 뛰어난 관광지다
4. 지역민의 공감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5. 방어축제와 지역 주민들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다
6. 척박한 지역의 꿈, 최남단방어축제 ― 김형석
7. 지금, 방어축제에게 필요한 것 ― 강준혁

사진 이야기
모슬포 방어를 맛있게 먹는 요리법 Ⅰ 방어축제에서 느낄 수 있는 방어 맛 Ⅰ 방어축제 사무국 4인방 Ⅰ 송악산에서 바라본 100만 불짜리 풍경들 Ⅰ 보물섬, 가파도 Ⅰ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슬포 Ⅰ 방어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거리축제 Ⅰ 어부와 해녀의 생업의 풍요와 바다의 망자를 기원하는 제주의 굿 Ⅰ 최강의 설문조사단과 만나다 Ⅰ 축제 준비 현장 Ⅰ 축제 현장 스케치 Ⅰ 지역 공동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는 축제 Ⅰ 축제와 관광객들

■ 저자 소개

추미경

추미경은 축제에 대한 관심으로 문화현장의 문을 두드렸다가 점차 지역문화, 서로 다른 문화의 소통과 공존에 관한 영역으로 생각과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 문화현실에 맞는 문화기획과 예술경영의 전문인력을 키우고자 1998년 설립된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창립 스태프로 시작해 11년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추미경은 영문학과 공연예술학을 공부하고 영국에서 문화 정책을 전공했으며, 지금은 성공회대학 문화대학원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염진영

염진영은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문화를 가꿔 나가는 삶’을 좌우명으로 살고 있다. 노래와 음악이 좋아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으로 한 공연기획이 계기였다. 한국민족음악인협회, 다움문화예술연구회 등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10년간 일을 하고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하면서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다. 제주도와 꾸준한 문화협력활동을 해 온 경험이 큰 힘이 되어 지금은 남편의 고향이기도 한 제주도 귀향을 계획하며 자연과 문화가 함께 할 수 있는 삶을 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