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강산푸르게푸르게총서 28
인드라망, 지금 여기의 에코토피아

■ 소개

이론 속의 에코토피아, 인드라망생명공동체로 현실이 되다

에코토피아(ecotopia)는 ‘생태’를 뜻하는 에코(eco)와 ‘장소’를 뜻하는 토피아(topia)를 접목한 신조어다. 이 단어를 처음 듣는 사람은 유토피아와 헷갈릴 수도 있겠다. 신조어라 낯선 만큼 유토피아처럼 에코토피아는 현실에는 없는 그 무엇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에코토피아는 현실에 없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적어도 우리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에서 지금 여기의 에코토피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실상사 주지였던 도법 스님이 절 소유 땅 3만 평을 귀농운동을 위해 내놓으면서 시작되었다. 도법은 마을과 절이 공동체였던 과거의 전통을 이어서, 현대사회의 질서를 넘어서는 마을공동체를 만들려고 했다. 이제는 대안학교와 복지시설, 교육단체인 지리산 생명문화교육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한생명까지 덩치가 커졌다.

인드라망을 주도한 실상사는 이제 운동의 중심에서 벗어나 절의 원래 모습을 찾았고,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구성원들이 고민과 토론을 통해 키워 나가고 있다. 덩치가 커지고 주체가 달라졌지만 현대사회의 질서를 넘어서려는 처음의 뜻과 구성원들의 의사를 수렴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내부 문화는 변하지 않는다.

한국형 토종 에코토피아,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처음으로 정리하다

이 책은 서구에서 시작된 에코토피아 이론을 씨줄로 하고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날줄로 해서 쓰여졌다. 저자 이소영은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구성원은 아니지만 공동체에 참여하면서 관찰하고 대화하고 읽고 쓴 것들을 망라해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보여주고 있다. 서구의 담론인 에코토피아의 이론을 씨줄로 삼은 이유는 그 이론들보다 현실의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훨씬 더 실제적이고 앞서 있다는 것을 역설하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이론적으로 구상한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원래 있었지만 거의 사라져 버린 승가공동체와 마을공동체, 두레를 복원하려는 의지로 시작했다. 이제는 서구에서도 이 공동체를 배우려고 부지런히 찾아오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시도가 아직 없었다. 이 책은 한국형 토종 에코토피아에서 사람들은 어떤 질서를 만들고 살아가는지, 공동체를 벗어나 현실 사회에 접목할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미래를 엿보다

인드라망이 공동체로 꼴을 갖추고 바깥에 널리 알려지자 해마다 구성원이 늘었다. 이제는 귀농자에게 줄 땅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함께 살고 있을까. 이 책은 기상 시간부터 취침 시간까지 하루일과와 노동할 때, 의논할 때, 쉴 때, 놀 때와 같은 일상과 산내면 주민들과 어울리는 모습, 어린이집과 대안 중학교인 작은학교의 일과까지 자세히 들여다본다. 구성원들이 화합을 다지고, 갈등을 수습하는 과정도 꼼꼼히 다룬다.

공동체가 커져 영역 별로 쪼개지자 영역 간에 갈등도 많이 생겼지만 모든 구성원이 납득할 때까지 의견을 쏟아내 갈등을 해소한다. 이렇게 인드라망이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낱낱이 파헤쳤다. 인드라망을 낯설어 하던 지리산 산내면 주민들은 13년 동안 함께하면서 결국 하나의 마을 공동체가 되었다. 생태적 가치관과 유기농법을 전파해 공동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인드라망은 이제 산내면을 넘어 이 땅 곳곳에 이런 삶의 모습을 전파하고 세계에 알리는 꿈을 꾸고 있다.

■ 목차

들어가면서

1장Ⅰ 한국 사회와 한국농업

1. 한국 사회 꼬집기, 내 얼굴에 침 뱉기
2. 농토가 죽었다 우리 아이가 죽는다

2장Ⅰ 인드라망생명공동체

1.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시작
실상사에서 두레를 회복하다|실상사 주지 도법의 공동체운동|인드라망 훑기
2. 인드라망에 모인 이유
첫째 이유, 도법이라는 스승|둘째 이유, 종합문제세트 대도시|셋째 이유, 사람다운 삶 살기
3.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인드라망의 가치관
4. 차담 ― 도법 스님과 나눈 이야기

3장Ⅰ 우리들의 에코토피아

1. 노동
육체노동의 중요성|농장일 맛보기|귀농학교 학생되기
2. 일상
인드라망의 일상|함께하는 잔치
3. 가족
4. 자녀교육
작은학교|산내들 어린이집과 방과후학교|작은 에코토피아, 작은학교
5. 타협하기 ? 갈등
갈등의 연속|갈등, 그 해결방안|자체 평가하기|개인의 고민과 양보
6. 소비재와 생활방식 타협하기
7. 산내와 함께하기

4장Ⅰ 에코토피아를 꿈꾸며

□ 녹색사유
□ 에코토피아 사상가
모리스, 노동의 대가는 삶 그 자체다|고르, 새로운 문화혁명은 노동시간 감축에서|바로, 소규모 지역협동조합

■ 저자 소개

이소영

이소영은 대학 시절 멋진 선배들 위해 길놀이 열심히 뛰었는데, 기껏 단상에 의자 없다 짜증내는 구시대적 권위주의에 기겁했고, 녹색을 표방하는 단체에서 봉투 풀칠하는데, 심심찮게 ‘자장면’에 의존하는 현실이 짜증났고, 그렇게 스물다섯 되던 해 뭔가 답이 없을까 고심하다가 머리 빡빡 밀고는 영국 가서 8년 6개월 실컷 고생하고 왔다. 그중 몇 달은 UN 일 한답시고 케냐에서 원주민들과 마타투 타고 돌아다녔고, 또 몇 달은 핀드혼 공동체에서 영성을 고민했고, 2006년에는 초대도 않은 유럽생태마을네트워크 총회에 달려가 한국을 대표했다. 2007년 한살림의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원으로, 2008년부터는 부산대학교 BK21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생태유아교육팀 연구교수로, 정신노동 팔아 연명하고 있다.

쓸데없이 든 먹물이지만 사회 발전을 위해 기여해야 하는데 사회주의 유토피아가 사장되지 않고 에코토피아로 거듭날 수 있음을, 핀드혼이나 인드라망처럼 지금 여기에서 실천가능함을 이야기하기에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과 상식이 짓밟히는 이곳의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내려놓기에는 심장이 지나치게 뛰고, 내가 하자고 팔 걷어붙이기에는 능력의 한계와 높디높은 유리벽에 주눅 든다. 해서, 열심히 우직하게 살아가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람들이 부럽기만 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