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문화도시 부천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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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모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입니다. 지방자치 현안 및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루는 격월 정기포럼을 개최하며, 매월 정기포럼 후기 및 지방자치 소식을 담은 웹진을 발행합니다. 월 2회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자치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서울을 제외하고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 서울과 인천의 틈바구니에서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살리며 새로운 도시로 도약하는 곳, 그것도 ‘문화’라는 키워드로 한길을 파는 곳이 있으니 부천시다. 물론 국민 신문고 ‘옴부즈만’이나 ‘도시대상’ 종합부문에서 대통령상을 받을 정도로 시민참여와 도시계획 분야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문화특별시 김만수 부천시장을 만났다.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이하’윤’): 부천시는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세요.

김만수 (부천시장 이하’김’):그동안 부천은 거대 도시 서울과 인천 사이에 위치한 틈바구니 도시라는 표현이 제일 와 닿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지하철 7호선 연장선 개통과 더불어 이제 부천은 서울과 인천의 1천 4백만 국민을 연결하는 사통팔달의 교통인프라를 양 날개로 동력삼아 서부 수도권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문화 기반의 산업 육성과 시민의 참여를 통해 전국 161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경쟁력 4위 도시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문화특별시입니다.

[##_Gallery|1239755059.jpg|(좌)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우)김만수 부천시장|1037366366.jpg|김만수 부천시장|width=”400″ height=”300″_##]

문화가 밥 먹여 주나, 먹고 살기에도 바쁜 데 무슨 문화야 !

윤: 시청에 들어서니 ‘문화특별시 부천, 시민이 시장입니다.’ 이렇게 쓰여 있던데, 문화특별시 비전과 내용에 대해 상세하게 듣고 싶습니다.

김: 문화를 이야기할 때 시민들과의 대화에서 느낀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살기도 어려운데 무슨 문화냐, 문화가 밥 먹여 주냐 이게 첫 번째 시민들의 볼멘소리고, 두 번째는 부천시가 오케스트라도 하고 영화제도 하고 그런다는데 바빠서 그런 거 볼 틈도 없다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직접적인 경제생활의 어려움에서 문화가 한가하게 보인다는 것과 문화도시 부천이라는 비전이 나의 삶과 구체적으로 연결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두 가지를 극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문화가 밥도 먹여 주고, 그저 돈 들여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가 배우고 즐기는 문화도시로 가야지 시민이 내는 세금이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겠지만 부천도 살림살이가 어려운데도 연간 문화 분야에 600억 원 규모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런 막대한 투자를 들여서 시민들이 어떤 혜택을 받도록 할 것이냐, 이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선 문화가 밥 먹여 준다는 입증의 최첨단에 만화가 있습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현역 만화가의 50%가 부천에 적을 두고 활동하며 구체적인 산업 연관성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올 1월 말 프랑스 앙굴렘에서 세계만화축제가 열리는데 한국 만화가 특별전으로 초청받았습니다. 특별전 전시와 주관을 실제로 부천에서 하고 있습니다. 문화가 산업과 만나서 부가가치를 내는 모델로 만화를 주목하고 있는데, 이번 세계무대 데뷔를 통해서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만화를 부각하는 원년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만화계 전체가 상당히 기대를 갖고 있고, 작년에 사전 작업을 해보니까 한국 만화가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문화로 만들기 위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아트밸리’라는 예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올해부터 생활 예술인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문화예술도 표 끊고 보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조기축구 하듯이 동호회활동이나 교습활동 등에 직접 참여하는 활동으로 확산될 것입니다.

문화특별시 비전이라는 것은 기존에 우리가 20년 가까이 육성해온 부천 필, 부천 영화제, 만화의 3대 문화 콘텐츠를 더욱 육성하는 것과 아울러서 저변과 외연을 넓히는, 시민참여 영역의 생활 예술 진흥 시스템을 갖추는 것, 산업연관성을 강화해서 지역경제가 문화로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 이 세 가지가 문화특별시의 비전입니다.

윤: 3대 전략, 11개 과제로 제시하신 것 중에 삼정동 소각장 복합 문화 공원 조성이란 무엇인가요?

김: 삼정동에 용도가 폐기된 소각장이 있습니다. 관선 지방자치시대에 주거지 인근에 소각장이 들어오는 바람에 엄청난 주민의 저항과 많은 구속자가 나온 애환이 담긴 건물입니다. 민선 지방자치시대에는 꿈도 꿀 수 없는 횡포였죠. 그 소각장이 내구연한이 다해서 이제 철거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철거하고 남는 부지를 기업 관련된 시설로 쓰자는 의견, 공원으로 만들자는 의견, 건물을 철거하는 데만 70억이 들어가니까 그걸 보존하면서 새로운 용도로 영국의 테이트모던처럼 문화를 넣어서 명소로 만들자는 의견 등 다양한 제안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외형은 보전하고 내용적으로 되살려서 문화의 새로운 발신 기지로 만들어 보자는 구상을 하고 있는데, 인근 주민들은 그동안 소각장으로부터 입은 피해를 생각할 때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어 지금은 임시적으로 영화 촬영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윤: 심곡 복개천 복원 및 테마가 있는 친수문화 공간 조성은 뭔가요? 청계천 복원같은 사업은 아닌 듯 한데 소개해 주시지요.

김: 우리 부천에서 유일하게 도심지로 흐르는 하천으로 심곡천이라고 있었는데 80년도 초에 복개가 되어서 지금은 왕복 6차선 도로가 되었습니다. 그 도로를 걷어내고 물길을 다시 복원하자는 계획을 환경부 공모에 응모해서 채택이 되었습니다. 국비로 70%를 지원받고 전체 예산이 350억 원 들어가는 큰 사업입니다. 올해 설계를 거쳐서 내년에 착공을 하는데 인공 수조와 같은 청계천복원 사업을 왜 여기서 반복하느냐는 말도 나오고, 인근 주민들은 공사 기간 동안 불편이 너무 심각하다며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하수종말처리장에서 2급수로 정수된 물을 내보내서 흘리는 계획인데, 이미 상동 신도시 개발할 때 인공으로 시민의 강을 조성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수한 물을 내보내서 아파트 사이에 작은 개천을 만들어서 시민의 강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인공 강으로는 최초로 국토부가 선정한 100대 하천에도 선정되기도 했어요. 여기에 중간에 파이프를 하나 더 박으면 심곡 복개천으로도 물을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현재는 도로로 사용되기 때문에 시민들이 교통체증을 많이 걱정하고 계셔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과정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세계3대 판타스틱 영화제, 부천영화제

윤: 부천 영화제가 올해로 17회째인가요? 부천 영화제의 특징이나 강점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김: 우리보다 1년 먼저 부산 영화제가 시작을 했는데, 부산 영화제는 종합 영화제입니다. 모든 장르 중에 흥행성이 있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상업 영화제고 부천 영화제는 1년 늦게 출범해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부산하고 같이 경쟁하면 우리가 설 자리가 없어서 장르 영화제라고 해서 한 장르를 특화하는 영화제입니다. 그게 판타스틱 장르에요. 그래서 영화제 명칭도 부천 판타스틱영화제인데, 그 영화가 뭐냐면 공포, 사랑, 환상 이런 판타스틱한 영화들만 모아서 영화제를 하는 거죠. 그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성공을 했다고 볼 수 있나요?

김: 온갖 영화제들이 난립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금 영화제가 살아남은 곳은 부산, 전주, 부천 세 곳입니다. 전주 영화제는 예술 영화제고, 부산 영화제는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종합 영화제, 부천은 다소 자극적이지만 마니아층이 상당히 두터운 판타스틱 영화제입니다. 우리는 대학생 방학인 7월 중순에 젊은 층이 호응하는 영화를 위주로 도심지에서 개최하는데 10만 명 정도 참여를 합니다. 이제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는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평가 받습니다.

윤: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라 하면 어떤 것들이 있죠?

김: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브뤼쉘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를 3대 판타스틱 영화제라 합니다. 이전에는 부천 영화제가 벤치마킹했던 일본 유바리 영화제가 3대 판타스틱 영화제에 속했었습니다. 유바리 영화제는 도시가 부도나면서 위상이 많이 하락했는데 한때 중단되었다가 영화제는 계속 하고 있어요. 거기는 인구가 5만 명밖에 안되는 탄광도시인데, 도시가 영화제를 비롯한 관광산업에 지나치게 투자하면서 파산한 경우지요.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만화’는 부천으로 가라

윤: 만화는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하는 것인가요?

김: 만화축제는 8월 달에 하는데 종합축제라고 보면 됩니다. 출판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를 포함해서 만화와 관련된 모든 것들의 전시와 퍼포먼스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독보적이고, 방학 중에 하니까 가족 단위로 많이 오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11월에 별도의 페스티벌을 개최하는데, 피샤프(PISAF)라고 하는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 콘테스트입니다. 애니메이션을 하는 사람들의 등용문으로 되고 있습니다. 8월에 만화 축제, 11월에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및 콘테스트, 7월에 영화제, 4월에 지역 예술인들의 축제인 복사골 예술제. 그렇게 4개가 연중 세팅이 되어 있습니다.

윤: 만화 쪽으로 부가가치가 어느 정도 예상되나요?

김: 돈으로 따지기는 애매하고 상징적으로 이렇게 표현하죠. 세종대 애니메이션학과 1세대 교수로 활약하고 있는 한창완 교수의 표현입니다. “이제 대한민국 만화 비즈니스 하려면 부천시 내에서 도장 찍으러 다니면 다 된다.” 한국 현역 만화가 50%가 부천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관된 출판 업계, 시나리오 작가 등이 부천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를 찍으려면 충무로에 가듯이 만화 비즈니스는 부천에서 모든 공정들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 부가가치가 얼마나 될지 지금은 모르는 것 입니다. 앞으로 만화가 대한민국의 한류 콘텐츠로 진입하고 확산되면, 만화와 관련된 해외작가 교류, 비즈니스 관련된 계약, 컨퍼런스 등이 모두 부천에서 이뤄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또한 세종대 애니메이션학과 졸업생 소원 1순위가 부천의 만화 관련 업체 들어가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런 인프라를 추가하기 위해 입주 작가룸을 국립 시설로 만드는 것이 올해 최대 목표입니다. 입주 작가룸을 통해 해외 작가를 국내에 받아서 레지던스까지 해결을 하고, 대신 우리 작가도 해외로 유학을 갈 수 있는 국제 교류에 집중할 것입니다.

윤: 부천에서 만화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대표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연관 산업 파급효과도 클 텐데, 대표적 캐릭터가 있나요?

김: 요즘 제일 유명한 캐릭터가 뽀로로, 뽀통령입니다. 국무총리는 빼꼼이고요. 빼꼼은 우리 입주 작가가 만든 캐릭터인데, 중국에서 애니메이션 방송이 되면서 한류스타로 등극했어요.  프랭키와 친구들은 KBS에서 방영 중이라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만화를 만드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당을 나온 암탉은 우리가 출자해서 만든 것이고, 일부 출자를 한 뽀로로 극장판이 곧 개봉됩니다. 이렇게 다방면으로 캐릭터 만드는 일과 그것을 활용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 캐릭터는 어느 하나 집중한다고 해서 의도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인적 인프라가 집적되어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벤처 성공률이 보통 2% 정도, 실리콘벨리가 4% 정도인데, 이런 영역도 생태계가 일단 넓어져야 그중에 히트작이 나오는 거죠.

윤: 10여 년 전 이야기입니다만, 일본과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파급효과가 100:1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관련 인프라와 연계산업 파급력이 부족했는데 요즘 부천시 현황은 어떤지요?

김: 부천은 입지조건이 좋고 사람 구하기도 쉬워서 중소기업이 9천 개로 전국 기초 도시 중에 최다입니다. 그런데 종업원이 50명 정도 돼서 중견기업이 될 만하면 땅이 없어서 이사를 가야됩니다. 그동안 제조 굴뚝산업의 메카였는데, 앞으로 그 비전으로는 부천이 먹고 살수가 없습니다. 1인에서 5인 정도의 조그마한 기업만 있어요. 괜찮은 업종은 인프라가 좋은 판교와 성남으로 가고 우리 동네는 어두컴컴한 영세 작업장만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장점은 우수한 인력이 집적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최근 지하철도 개통해서 그 장점이 극대화 되고 있고요. 그리고 문화 영역의 콘텐츠가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부천이 나아가야 할 지점은 문화 콘텐츠를 산업화하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무실만 있으면 되고 설비가 필요 없는 업종이라서 우리 같이 가용 토지가 없는 도시에서는 문화 콘텐츠 산업에 기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것은 아무 도시나 흉내 낼 수 없습니다. 10년, 20년은 거기에 집중 투자를 해야만 관련된 사람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산업으로 연관이 되는 것이지, 어느날 빌딩 하나 지어서 무료로 줄 테니까 오라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비슷한 사람들이 있어야 오는 것이거든요. 문화 콘텐츠 산업이 그동안 주로 테헤란로, 강남권에서 사업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부천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부천으로 가는 것은 잘 안돼서 시골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만화하면 부천, 만화의 중심부로 간다는 이미지가 생겼습니다.
 
윤: 만화산업 단지를 조성할 계획은 없는지요?

김: 우리시가 땅이 좁아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데, 다행히 10만 평 규모의 영상문화단지로 개발할 곳은 남아 있습니다. 그곳이 현재 빈 땅인데, 그런 연관성을 갖고 개발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윤: 이런 것들이 잘 되려면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경기도나 문광부 등에서 예산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어떻습니까?

김: 경기도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을 부천에 두어 시너지를 내고 있고,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우리가 야당이라 해도 대화가 잘 되는 편입니다. 만화영역에 있어서는 우리 부천이 문광부 영역을 커버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영화영역에서는 판타스틱이라는 장르 때문인지 현 정부에서 사상적 편향을 가지고 보아서 많이 위축되어 있습니다. 영화제도 그렇고 지원금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다만, 새정부 인수위의 문화 분야 간사가 우리 부천시 문화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분이라 앞으로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문화의 시민참여란?

윤: 문화에 있어 시민참여 시스템이 눈에 띄는데요. 앞에서 생활예술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는데 시민참여와 문화라고 하는 것을 조금 더 상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 시민참여는 예술을 보면서 기뻐하는 것과 예술을 자기가 접촉하고 배우면서 즐거워하는 것 두 가지가 있습니다. 예술가는 예술을 창조하는 사람이고, 예술인은 창조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문화인입니다. 우리는 예술가도 육성을 해야 하지만 문화인도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참여라는 것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주로 얘기하지만, 문화영역에서 시민참여라는 것은 내가 보는 것이 아니고 내가 배우는 것. 그걸 목표로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어느 한 동아리에 가입해서 색소폰이든, 바이올린이든, 합창이든, 서예든 뭐를 하나 배우는 것. 그걸 목표로 하는 것이 생활예술진흥이고 시민참여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배달 강좌도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10명이 모여서 기타를 배우고 싶다면 강사를 보내주는 겁니다. 그런 시스템과 공간을 거점마다 만들어 주고 제공할 때 시민참여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배달 강좌는 실제로 지금 하고 있는 건인가요?

김: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만 하는 것이 아니고 대전에서 평생학습 개념으로 먼저 했던 것인데, 우리는 예술영역에서 하겠다는 것입니다.

윤: 은퇴를 했거나 앞두고 있는 세대들은 문화를 향유하려는 욕구도 있고,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돈이 있는 세대입니다. 그래서 뭐든지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한편 문화를 향유하려고 하는 욕구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소양이 갖춰진 젊은 세대가 있습니다. 부천의 경우, 젊은 세대가 많이 있으니까 그 세대가 뭘 하고 싶은지 아이디어를 모아서 지원해주면 그것도 재밌겠다 싶네요.

김: 그것이 우리 과제에요. 사실 젊은 세대는 지역 소속감이 없고 활동무대가 지역이 아니라서 우리 행정영역에서 제일 돈이 안 되는 영역이에요. 직접적 행정 대상은 지역에 소속감이 강한 은퇴자와 학생들입니다. 30~40대는 너무 바쁘고, 동호회 활동도 직장 위주로 이뤄지지 지역위주로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윤: 여기 부천의 젊은 세대의 이동 비율, 이사율이 어떤가요?

김: 1년에 25%정도입니다. 4년 주기면 다 바뀐다고 볼 수 있죠. 그래도 신도시 쪽은 조금 낫고, 대게 서울, 인천이 직장으로 전세 사는 사람들은 움직임이 심하죠. 부천에서 주거와 직장의 일치세대가 절반, 주거와 직장이 분리되어 있는 사람들이 반인데 절반은 인천, 절반은 서울이에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불안정한 거죠. 정상적으로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은 회사 생활이 너무 바빠서 지역에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내 아이들이 어떻게 되는가는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학교 수준이라는 게 대단히 중요해요. 우리는 1차적으로 ‘나 바빠서 볼 틈 없어’ 하는 사람들한테 ‘그래도 부천 필 한번 보시죠’ 하는 것보다, ‘세금 낸 만큼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 ‘세금 내는 가치를 드리겠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트밸리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윤: 부천이 인구가 90만 명이죠? 규모가 꽤 큰 편인데, 가용예산은 얼마나 되나요?

김: 가용예산이 400억 원 정도 됩니다. 세수가 적어요. 지방세는 부동산이 일어나야 들어옵니다. 택지개발을 해야 취득세, 등록세가 왕창 들어와서 그걸로 건물도 짓고 그러는데 안정적인 시기에는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세입 확충이 안돼요. 지방은 자동차세, 담배세, 거래세 외에는 세입을 확보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세제를 뜯어 고쳐야 합니다. 세입이 수원, 성남, 고양, 부천 순이었는데, 용인은 택지개발이 왕성해서 우리가 5위로 내려갔어요.

윤: 인구는 성남하고 비슷하잖아요. 그런데 예산은 정말 큰 차이네요. 성남은 가용예산이 3000억 원 정도 되거든요. 그리고 완주군이 인구 8만 명에 가용예산이 500억 원 정도 됩니다. 현 군수가 잘해서 많이 따오긴 했지만 지역은 수도권하고 조금 다르더라고요. 정부에서 나눠주는 지원예산, 교부금이 조금 많습니다. 인구 11만 명 정읍도 가용예산이 300억 넘어갑니다. 가용예산이 어느 정도 되어서 예산 토대가 있어야 뭐라도 집중해서 지원해 줄 수 있는데, 안 그러면 중앙정부에서 받아와야 되는 거잖아요.
 
김: 중앙정부 자체가 문화마인드가 없는데 거기서 받아올 게 있겠습니까?

문화의 힘, ‘도시대상’ 대통령상 수상 !

윤: 지난 2011년인가요. 부천시가 ‘도시대상’ 종합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셨죠? 상금도 꽤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상 비결을 소개해 주시지요.

김: 도시대상 대통령상은 한 분야가 아니라 여러 분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부천시가 전 영역에서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왔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라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특히 외적으로 비슷한 도시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수상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시 문화역량을 특별히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동안 부천이 문화도시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노력한 것이 맞았다는 일종의 성적표라고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앙정부에서 평가하는 지역 종합 경쟁력이 재작년 5위에서 작년에 4위로 한 단계 올라간 것도 고무되어 있습니다. 1등이 화성시, 2등 과천시, 3등 수원시, 4등 부천시, 5등 성남시에요. 우리가 화성이나 수원에 비하면 가용 토지도 없고 공장은 빠져나가고 있는데, 지역경쟁력을 어떻게 4위로 평가받을 수 있었을까? 문화의 힘이라고 봅니다.

윤: 부천이 작다고 말씀하시는데, 성남과 비교하면 얼마나 작습니까?

김: 53km입니다. 인구밀도는 서울 다음으로 높아 전국 2위입니다. 그런데 더 이상 개발할 땅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1위입니다. 그래서 뉴타운 사업을 시작한 것인데, 그것이 현재 좌초 된 거죠. 다닥다닥 붙어 있던 연립다세대, ‘원미동 사람들’ 분위기를 연상하시면 됩니다. 예전엔 집값이 싸서 서울에서 부천으로 다 넘어왔는데, 이런 주거 환경이 위성도시로서 장점이었습니다. (편집주: 성남은 142㎢로 부천시 면적의 약 2.7배)

윤: 우리 세대가 신혼집 찾던 곳이 역곡역 주변입니다.

김: 그곳이 40년이 지나니까 퇴락해서 옛날방식으로 싹 밀고 아파트 지으려고 한 것이 뉴타운인데 그게 꺾여 버린 거죠. 그럼 도심재생에 어떤 대안을 가질 수 있느냐.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싸고 있는 것이죠. 새 정부에서 제일 먼저 내놓아야 할 주거정책 과제입니다.

윤: 처음 출마하실 때, 사회적기업을 강조하셨죠? 2년 반 지났는데, 사회적기업의 성적표는 현재 어떤지요?

김: 만족스럽지는 않아요. 속도감이 생각만큼 안 나고 있습니다. 달리 생각하면 그것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회적기업을 임기 중에 몇 개 만들겠다는 숫자 공약은 안했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진정한 사회적기업가가 양성되고 발굴되는 것입니다. 무슨 지원이 없나 기웃거리는 사람은 많지만, 사회적기업가 마인드로 무장이 되어있는 사람은 적습니다. 그럴 바에는 더디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우리는 좀 독특하게 우리 시와 유한대학 합작으로 사회적기업 육성팀을 만들었어요. 그게 잘된 것 같습니다. 관은 의욕이 있지만 전문성이 없고, 유한대학은 그런 전문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유일한 선생의 정신을 대학 차원에서 사회적기업 지원으로 발현해 보자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시하고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 당시에 너무 성과에 급급하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그것을 지원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추는데 애를 썼습니다. 이제 우리가 할 노력은 사회적기업이 만들어내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적 영역에서 구매하는 것인데, 그 점이 계약에 관한 법률 등 제약이 많아서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지금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우대 조항들을 담은 조례를 만들면서 연결고리는 좀 풀었어요. 청사 관리 용역이 대표적인데, 우리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을 시켰더니 정책효과도 나오고 일하는 분들 의욕도 높아요. 이렇게 사회적기업은 일자리 개수로 따질 수는 없지만 의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성공모델을 한 두 개씩 만들면서 저변을 확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 사회적기업 지원센터를 만들겠다고 공약하셨는데, 지금 사회적기업 지원은 센터를 통해 하고 있는 건가요?

김: 지원센터는 사회적기업가 양성소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1인 센터도 있어요. 시 건물 일부를 활용해서 사회적기업이 기업형태를 갖춰서 들어오는 입주 공간과 육성 공간, 1인이 창업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고 관련된 지원조례도 만들어서 기본적인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만들어 놓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경기도 협조로 한전의 빈 사옥에도 사회적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이곳은 실직자나 취약계층, 장애인, 학업 중도포기 청소년까지 사회적기업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직업훈련이 가능한 노동 통합형 사회적기업 ‘부천 소셜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 9월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한 지역 브랜드 일자리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사업입니다.

윤: 사회적기업 육성을 비롯해서 일자리 문제가 지방정부가 직면한 과제인데요. 세계 경제와 맞물려 국내 경제도 불황기라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천시는 지역 여건에 맞춰 다양한 일자리 창출 사업들을 전개해 오셨죠?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 해 주시지요.

김: 우선 20대를 88만원 세대, 3포 세대라 하잖아요.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해서 동아일보와 기업체, 우리 시가 함께 협력하여 취업 및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진로 상담 및 알선, 멘토링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청년 드림캠프’를 진행했습니다. 아울러 청년층 구직자의 적성과 특성을 고려하여 개개인에 맞는 직업을 갖도록 도움을 주는 일종의 맞춤형 취업지원 교육 프로그램으로 ‘청년 뉴딜사업’을 했죠. 지난해 총 4회를 운영하여 60명이 수료하고 22명을 취업시켰는데, 올해도 비슷한 수준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취업 네비게이션’이라 하여 우리 지역 전략산업이 금형산업인데, 일은 어렵고 임금은 낮다 보니 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어요. 그래서 특성화고 재학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청년실업 예방과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하고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다기능 인력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일자리 조사와 구직자를 직접 기업에 동행하여 면접을 주선 해 주는 ‘부천 일지매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일지매는 ‘일자리 지원을 매일 추진한다’는 뜻으로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을 많이 도와준 의적 ‘일지매’에서 착안한 것이죠. 이 사업은 지난해 말까지 665개 업체에 879명을 동행 면접하였는데, 264개 업체에 294명이 취업에 성공할 정도로 효과가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베이비 붐 은퇴세대를 위한 사업으로 시니어 행복디자인센터를 설립하였습니다. 이 센터는 중장년 시니어의 새로운 사회·경제적 활동을 위한 정책과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지역거점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퇴직자들의 새로운 사회경제 활동(교육, 창업, 재취업 등)을 연계하는 허브 기능을 하게 됩니다. 지난해 6월 설립하였으며 타운매니저 양성과정 등 15개 프로그램과 예비창업팀 12개, 활동커뮤니티 3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회원은 110명으로 월 800여 명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참여한다

윤: 문화비전과 함께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셨는데요. 어떤 고민이고 구체적인 내용들 좀 소개해 주시지요.
 
김: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구호는 이례적이죠? 보통 행복도시, 창조도시 이런 구호인데, 시민이 시장이라는 구호를 처음 봤다고 합니다. 사실 관심 좀 끌려고 한 것으로 일종의 반어법입니다. 시정을 새롭게 하는 것의 핵심은 참여와 소통인데, 참여와 소통이 가능하려면 시민들이 관심이 있어야 하거든요. 대게 수도권 주변도시들의 공통된 고민인데, 수도권 시민들은 서울시에만 관심이 많고 살고 있는 지역에는 관심이 없어요. 내가 부천시민이라는 생각이 없습니다. 경기도지사를 뽑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서울 시장이 누가 되는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윤: 지금은 위성도시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지만,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의식은 여전히 그런 것 같네요.

김: 그렇죠. 특히 잘사는 사람들이 더 그래요. 여기는 시민들이 지역신문을 아예 안봐요. 대부분 중앙지를 읽고, 중앙의 뉴스를 봅니다. 경기도가 지방언론이 취약합니다. 오히려 전라도나 경상도에서는 지역 신문들을 보죠. 방송에서도 경기 뉴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제야 정착 되어가는 중이죠. 그런데 경기도가 좀 넓습니까. 31개 시·군 중에 우리 소식이 나오는 건 어쩌다 잠깐 나오는 거지 전주처럼 10분이 전주소식이 나오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지역에 소속감이 없어요. 그래서 당신이 시장이라고 하면 저게 뭔 소리야? 이렇게 해서 부천은 어떻게 되고 있다고? 하며 관심을 가지게 되니까, 그런 관점에서는 성공했다고 봅니다.

윤: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강조하였는데, 그래서 ‘시민소통위원회’도 운영하고 시민과 현장대화, 시민정책토론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하셨죠? 자세히 소개해 주시지요.

김: 제가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까? 많은 고민 끝에 만든 것이 ‘시민소통위원회’인데요. 시정의 주요 현안사항, 정책에 대해 시민의견 수렴구조를 만든다든지, 주민간 또는 지역간에 발생되는 다양한 갈등관계에 대해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토론하여 대안제시와 정책에 수렴된 의견을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전문가, 이해관계인 또는 관심이 있는 시민 등 10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여 운영하는데, 정책 자문 및 의견 제시는 물론 조례의 제정 및 개정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시민소통위원회는 효율적 운영을 위해 분야별 실무전문가 및 시민사회단체 등 12명으로 구성된 ‘시민소통실무위원회’를 운영합니다. 그동안 제도 시행 이후 위원회가 6번 열렸는데 실내경마장 문제,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 문제, 부천거주 이주민 지원방안 등 대안제시와 제도 개선에 많은 성과가 있었으며, 특히, 위기청소년 및 학교 밖 청소년 문제 등을 다루어 ‘부천시 학교 밖 청소년의 성장 및 교육 지원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지요.

윤: 소통에 있어 기본은 정보 공유인데요. 사실 많은 시민들이 지방자치에 관심이 없기도 하지만, 실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알려고 해도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부천시는 ‘김만수의 시정메모’를 정기적으로 발행하시죠? 시민들이 시장의 고민과 시정에 대해 알 수 있다고 평가가 좋습니다. 시정메모는 어떻게 시작하셨고, 어떤 내용들을 담는지요?

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시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시의 고민, 추진하는 사업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는데, 지역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어서 지역소식을 전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 고민 과정에서 효율적인 소통의 수단으로 직접 상황에 맞는 이슈를 테마로 선정해 뉴스레터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시정메모는 레터 형식으로 작성되며 매주 1회 발송을 원칙으로 하는데, 취임 후 한 번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윤: 지금 하고 계시는 시정메모의 구독자는 어느 정도 되는가요?

김: 15만 명 정도 됩니다. 개인정보 동의, 서명 등의 제약이 있어서 메일을 새로 수집하는 것은 어렵고, 지역에 등재된 메일을 이래저래 모아서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걸 댓글 참여라고 보는데, 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하는 것만 참여가 아니고 이런 메모를 받아보고 댓글로 의견 내는 것들도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초보적 참여로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때는 200개 정도 댓글이 달릴 정도로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그것보다 조금 더 높은 참여가 포스트잇이에요. 그 다음이 행사 참여죠. 이런 단계별 참여방식 중에서 시정메모 참여방식도 상당히 유용하고 안정된 자리를 잡았어요. 실제로 거기서 굉장히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초기에 고민했던 것이 악성댓글 문제였는데, 처음에는 막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해우소 기능이 필요한 거 아닌가하는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깐 악성 댓글은 자연스럽게 없어져서 현재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어쩌다 한두 개 달리는데, 그러면 댓글을 달아서 꾸짖는 시민들이 생기고 자체적으로 정화가 되고 있습니다.

윤: 포스트잇 소통이란 뭔가요? 재밌는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김: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취임식 때 시장실 한 켠을 가득 채웠던 포스트잇 생각나시죠? 그겁니다. 아이디어는 박원순 시장님이 내셨는데, 제가 먼저 실행해 오고 있죠. 포스트잇은 각종 회의 및 간담회 시 시민의 의견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간단한 메모지에 적어서 제출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각종 오프라인 시민 모임 등에서 모아진 메모지는 시에서 취합하여   ‘포스트잇 소통’으로 관리 부서별로 적극 반영하며 홈페이지를 통하여 건 별로 답변이 나가고 있는데, 비서실에 전담자를 한 명 두고 있습니다.

윤: SNS 민원 모니터 단도 따로 운영하고 있으시죠?

김: 성남이 잘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걸 생각만 하고 있다가 과별로 트위터 담당관을 지정을 했어요. 그래서 제 트위터나 시 트위터에 엄청나게 많은 민원이 들어옵니다. 주로 ‘보도블럭이 깨졌어요.’ ‘가로등이 안 들어와요.’ ‘여기가 미끄러워요.’ 이런 것들이거든요. 근데 이것은 정식으로 접수하는 고전적인 의미의 민원은 아니지만 생활불편을 초래하는 것이어서 중요한 것들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민원들이 들어오면 담당관이 보고 있다가 자기 부서의 일이면 그 사람한테 답변을 해주고 있습니다. 민원신속응대 시스템이라고 불러요. 정식으로 접수되는 민원은 절차가 복잡합니다. 결재도 받아야하고 답변서도 써야하는데,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거든요. 생활상의 불편을 신고하는 것은 트위터, 의견을 내는 것은 시정메모 댓글, 기회가 되어 시청에 올 수 있으면 포스트잇, 고전적인 의미의 민원은 시장에게 말한다와 만사형통 게시판 활용,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의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윤: SNS가 제대로 된 소통창구가 되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대응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부천시에서 잘하고 있는 듯 합니다. 아울러 부천시에서 시민 참여를 통한 ‘시민의 숲’을 조성하였다고요. 거버넌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 받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김: 내 나무 갖기 운동으로 진행한 ‘시민의 숲’은 출생, 결혼 등 개인적인 기념일 뿐 만 아니라 기업창립일, 각종 단체의 큰 행사 등 뜻 깊은 날을 추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산림 및 공원에 시민들이 개인 소유의 나무를 직접 심고 가꾸어 숲으로 조성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시에서는 식수장소와 수종을 안내해 주고 나무식재와 기술지도, 사후관리를 함께 해나가는 방식인데요. 참여자에게 숲 만들기에 참여했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주고, 갖가지 진솔한 사연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시민들에게는 수목에 표찰을 무료로 설치해 주고 수목 소유권도 인정해 주니 좋아합니다. 지난해 3월과 10월, 내 나무 심기 ‘시민의 숲’ 행사를 통해 감나무, 대추나무, 벚나무, 소나무 등 1,316주에 2,300명이 참여하여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지요.

윤: 길주로 디자인벤치 사업도 시민참여로 추진하셨죠?

김: 길주로 디자인벤치사업은 지하철 7호선 개통으로 도시의 중심축이 기존의 경인전철 구간에서 길주로 구간으로 이동함에 따라 길주로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인데요. 앞서 2011년도에 내 나무 갖기 사업을 시민참여 사회공헌사업으로 추진해서 큰 성과를 얻은데 힘입어, 각 분야의 예술인들로 재능 참여 작가군을 구성해서 예술성과 기능성을 갖춘 디자인벤치를 길주로 구간에 설치한 것이지요. 재능참여 작가는 모두 9개팀 10명으로 부천예총에서 추천받은 지역작가와 관내 대학인 유한대와 부천대 디자인학과 학생들, 각 분야로부터 추천받은 예술가들로 구성해서 총 28개의 디자인벤치를 제작하고 설치했습니다. 아울러 사업구간 내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이마트 중동점에서도 자율적으로 참여해 29점의 벤치를 설치함으로서 훌륭한 참여형 사회공헌사업의 성과를 올리게 되었지요. 앞으로도 디자인벤치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서 재미와 이야기가 있는 보행공간을 조성해서 누구나 걷고 싶고, 머물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문화도시 부천의 명품거리로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윤: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신데요. 얼마 전 일본도 다녀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천시가 땅이 부족하다고 하셨는데, 도시농업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상자텃밭 보급 중심인가요?

김: 부천시는 20여 년 전부터 시민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경쟁률이 7:1로 매우 인기가 높습니다. 아울러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여 옥상텃밭과 상자텃밭을 보급해 왔는데, 특히 어르신들이 엄청난 열의를 쏟기도 하고 재배 기술도 상당히 좋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352개 경로당에 상자텃밭을 보급하여 ‘1경로당 1텃밭 가꾸기’ 사업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상자텃밭은 어르신들에게 부식거리를 직접 재배하여 공급할 뿐만 아니라 원예활동을 통하여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아울러 사용연한이 다하여 폐쇄되었던 여월 정수장을 농업공원으로 리모델링하여 올 4월에 오픈합니다. 일종의 작물 테마파크로 우리 대한민국에서 자라는 농작물을 모자이크 식으로 재배해서 유치원 아이들이 견학하고 체험할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농업과 문화가 만나면

윤: 농업도 문화와 결합하여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눈썰매장도 그렇고 허수아비 둘레길도 반응이 좋다고요.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 주시지요.

김: 앞서 말씀 드렸듯이 부천시는 서울시 다음으로 인구밀도가 높아 녹색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시민들이 휴식과 여가를 보낼 장소들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그린벨트로 주로 묶여 있던 시 경계를 하나의 길로 연결하고, 부천의 특성과 역사성을 다양한 테마와 스토리로 연계하여 차별화 된 둘레길 5개 코스 42.195km를 조성하였습니다. 향토유적숲길, 삼림욕길, 물길 따라 걷는 길, 황금 들판길, 누리길 등이 그것이지요. 특히, 도농 복합지역인 오정동은 대장벌에 사계절 농촌의 테마가 흐르는 황금 들녁길을 조성하여 하수아비 둘레길이라는 별칭과 함께 논농사 체험, 자전거 트레킹, 추억의 논 썰매장 운영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곁들여 도시민에게 훈훈한 정감과 농촌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둘레길 가꾸기 1사 1탐방로 자원봉사에 28개 단체 1,7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둘레길을 걸으며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자연정화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주민참여 활동의 일환이라 하겠습니다.

윤: 올겨울 참 추웠습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하는데 역설적이게도 북극의 찬공기를 잡아주는 제트기류가 풀려서 한반도 겨울은 더 추워진 것이라고 하지요. 덕분에 전력소비가 급증하면서 블랙아웃 경고도 있고, 이제 지구 온난화가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는데요. 부천시에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지난 2011년 ‘저탄소 녹색도시 부천 만들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셨죠? 어떤 내용들인가요?

김: 앞서 말씀 드렸듯이 우리시는 인구 밀도가 서울 다음으로 높은 반면, 인구 1인당 산림 및 도시공원 면적은 하위 수준입니다. 그래서 에너지도 절약할 겸 녹지 확충 등을 통한 체계적인 대응을 하고자 종합계획을 수립한 것이지요. 선도적 녹색기술 도입(에너지 절감), 미래지향의 녹색 공간 조성, 녹색교통 인프라 구축, 온실가스 감축기반 구축 및 실천 4개 분야에 37개 사업을 계획하였습니다. 그동안 태양광발전시설 2개소를 설치하여 100kw를 생산하고, 공공청사 전등 1,858개를 LED조명으로 교체하였습니다. 1인당 공원면적도 2000년 1.97㎡에서 2012년 4.24㎡로 2배 이상 늘렸습니다. 지하철 7호선 연장선도 개통되어 대중교통이용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요.

윤: 부천이 인구밀도가 높고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교통량이 많아 미세먼지 농도도 높죠? 어느 정도인지요? 전국 최초로 관련 조례도 만들었다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김: 맞습니다. 2011년 부천시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60㎍/㎥으로 서울보다도 높습니다. 미세먼지는 ‘침묵의 암살자’라 불릴 정도로 그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래서 전국 최초로 ‘먼지 없는 도시 만들기 추진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먼지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각 기관의 책무를 정하고, 미세먼지 저감목표와 실천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도로굴착 공사를 할 때 물청소 차량을 운행하고, 공사장 주변에는 수시로 물을 뿌려 비산먼지를 줄입니다. 아울러 도시가스, 상수도, 하수도 개보수를 위한 도로 굴착을 할 때 동시에 시행토록 함으로서 먼지발생을 최소화합니다. 이런 노력으로 작년에는 52㎍/㎥ 낮아졌는데, 레미콘 제조업체 등 먼지 다량 발생사업장 집중관리, 천연가스버스 보급확대, 전기자동차 보급 등을 통해 2020년 40㎍/㎥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윤: 시장은 3D업종이라고 하셨는데요. 분단위로 일정을 소화하다보면 시정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없다고요. 어떻게 해결하시는지요?

김: 시장이라는 자리가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도록 많은 시민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모아서 시정과 접목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입니다. 그래서 발품을 팔지 않으면 탁상행정이 되고 말지요. 우선 트위터, 페이스북, 시장에게 바란다, 포스트 잇 소통 등 SNS를 통해서 시정을 시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시장의 결재권한을 부시장, 국장, 과장에게 과감히 위임하고 현장기능을 강화한 조직개편과 재택결재시스템 도입, 업무의 민간위탁 확대, 외부전문가의 활용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여 시장은 90만 부천시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 긴 시간 동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진행: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정리: 송정복 (기획홍보실 선임연구원  wolstar@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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