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즐거운 불편’을 팝니다

청년 사회혁신 프로젝트 희망별동대에는 총 4개의 팀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마다 가슴 속에 품은 물음표를 현실로 끄집어내고 있는 중이죠. 밤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발로 뛰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을 하나, 둘 씩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팀은 ‘공정여행’으로 세상을 바꿔보고자 하는 <공감만세>입니다.

오늘도 청주에선 버스를 타고 부리나케 달려온 지혜가 헐레벌떡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어젯밤 포토샵 작업을 하다가 지친 수희는 항상 굳어있는 제 얼굴을 조심스레 살피고, 형식상 대표인 저를 어떻게 불러야할지 몰라서 쭈뼛대는 일상이 형님은 옆에서 묵묵히 풀칠을 하고 있네요.

해외봉사 때 인연이 되서 만난 지환이는 항상 꿍시렁대면서 사람들을 독려하느라 바쁘고, 멍한 표정으로 옆에 앉은 예슬이는 번역 작업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_Gallery|1219489953.jpg|여행경비나눔으로 공정여행에 참가한 필리핀 도시빈민 대학생 조나와 공감만세 곽수현 학생|1334212047.jpg|여행경비나눔으로 공정여행에 참가한 필리핀 도시빈민 대학생 빌리와 곽승현 학생|width=”400″ height=”300″_##]

그 때 즈음, 왔다갔다할 차비는 땅에서 솟는지 하늘에서 떨어지는지 모르는 수현이가 대구에서 그 비싼 KTX를 타고 느긋하게 들어옵니다. 공감만세 활동하느라 항상 천원 김밥 한 줄 먹고 산다는 그의 푸념.

이들을 이렇게 낚어낸 희대의 사기꾼(?) 두환은 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먹는 것 만큼 중요한게 없다는 신념으로 오늘도 라면을 끓이고 있습니다.

그 뒤로 대전 공정여행을 기획한다며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데 여념이 없는 미향이와 공감만세 트위터를 시작했다는 사실에 벅차있는 얼리어답터 희연이가 떡볶이를 사가지고 들어오고, 옥천 공정여행을 기획한다며 정지용 생가에 다녀온 우겸이는 오늘도 통닭이 먹고 싶다고 나지막히 얘기합니다.

직장 생활 하느라 힘든 성임이 누나는 공정여행 조형물 설치한다고 이리뛰고 저리뛰는 동생들이 안쓰러운지 간식을 한아름 안기고, 일할 땐 잘 안보이던 령현이가 막걸리 마시는 자리에서는 어느새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습니다.

민주는 오늘도 두환이가 닥달하는 탓에 이메일을 영작하고 있고, 공정여행 홍보하라고 갈구는 탓에 중국에 나무 심으러 간 유진이는 베이징에서 문자를 받고 안절부절 하네요. 간호 실습 나간 재경이와 유학 준비하느라 정신 없는 민기는 포스터 붙이느라 정신 없고요, 카페 사진 바꾸라는 대세에 쫓긴 인재는 새벽 네시에 갑자기 일어나 카페를 디자인 하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여기가 내 인생의 전성기”

“공정여행이란 무엇이죠?”    
“공정여행이란 말이지…”  
“그런 거 말고, 한 마디로 말하자면?”


“즐거운 불편! 기존의 관광보단 몸이 불편하지만 그 속엔 사람과의 관계가 있고, 공정함이 있고, 배움이 있겠지. 고민하는 거지, 그런 식으로 우리의 여행에 대해서”

“우리 성공할까요?”  
“글쎄, 지금 성공한 거 아닐까?”

관광학도 정안이도, 간호학도 승희도 갸우뚱 합니다. 이제 시작했는데 우리가 얼마나 그럴듯한 정의를 할 수 있겠어요?

[##_1C|1221714431.jpg|width=”400″ height=”268″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세계문화유산을 복원 중인 공정여행 참가자들_##]우리는 공감만세(공정함에 감동한 이들이 만드는 세상)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우리에게 보장된 성공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때로 당장 그만두고 취업 준비나 하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힘들고 지쳐서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데, 우린 왜 20대 사회적 기업도 만들고, 협동조합도 만들고, 연구소도 세우고 싶다고 말할까요. 다들 공정여행을 계속 해보겠노라 아둥바둥 댈까요?

우린 공감만세 입니다. 20대 사회적 기업이자, 공감만세 놀이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입니다. 놀이터에 텐트까지 치고 신나게 놀고 있는 두환이는 말합니다.

“지금, 바로 여기가 제 인생의 전성기입니다”

필리핀에서 시작된 운명의 길

반년 전 즈음, 걷다가 인대가 사알짝 늘어났더랬습니다.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필리핀의 어느 산 속이더군요. 산들이 이어져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곳은 말 그대로 첩첩산중.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주머니를 뒤져보니 돈 한 푼 나오지 않는 대략 난감한 상황. 어느 덧 해는 뉘엿뉘엿 져가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이푸가오라 불리는 곳, 수천년 전부터 이곳에 자리잡고 산을 개간해서 수천미터의 계단식 논을 만들어낸 독한 이푸가오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논은 산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한 군데라도 관리가 소홀해지면, 주변에 위치한 대부분의 논이 무너져 내립니다. 그래서 이 곳엔 우리의 품앗이나 두레같은 노동방식을 시시때때로 엿볼 수 있었습니다.

[##_1C|1261931157.jpg|width=”400″ height=”268″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나우에 계단식 논_##]그나저나 오늘도 어떤 개념 없는 관광객이 하파오 마을에 사는 노인의 논을 마구잡이로 밟고 자기 갈 길을 갔나봅니다. 허리가 굽을 대로 굽은 노인이 열심히 돌을 날라서 무너진 논을 복구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거대한 계단식 논이 거미줄 모양의 장관을 펼쳐내는 이 동네를 지난 번 방문했을 때, 어느 노인과 맥주 한 잔을 마셨습니다.

노인 왈. “밟아서 논은 무너지지, 애들이나 우리같이 늙은 사람들보면 불쌍하다고 돈 주니까 (이푸가오 사람들) 다들 구걸하려들지, 계속 들락날락하니까 젊은 애들은 다들 농사 안 진다고 하지. 니들은 계단식 논 보러 오는데, 니들 때문에 사람들이 다 변해서 계단식 논 다 무너진다. 어쩔래?”

왜 갑자기 그 생각이 났냐고요? 멍하니 있다보니 또 다른 노인 하나가 앞에서 힘겹게 돌을 치우고 있더라고요. 그 때 생각했습니다. 우리에게 여행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벅차오르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는 일인데, 정작 우리가 방문하는 동네의 사람들은 저런 현실에 부딪혀 있다는 생각을요. 하나둘씩 알아가다보니 필리핀의 유명한 해변 보라카이에서는 우리나라 개발회사가 원주민들을 다 쫓아내면서 개발 사업을 진행했고, 필리핀에서 한국인의 골프와 섹스 관광은 그야말로 대단했습니다.

한국은 필리핀을 찾는 외국인 순위 1, 2위를 다투는 나라인데 우리가 관광하러 필리핀을 찾으면 이상하게 필리핀 사람들이 더 힘들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제레미 러프킨 같은 사람은 관광으로 번 돈은 다시 선진국으로 빠져나간다는 말을 하더군요. 거기에 한국으로 이주노동을 왔던 사람들이 겪었던 이야기를 제게 들려줄 때, 참 염치가 없었습니다. 그런 취급을 받고도 그 사람들은 제게 친구라고 손을 내밀더군요. 지금까지 고민이 됩니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친절한 사이먼씨

이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흘러갈 때, 어디선가 사이먼 씨가 나타났습니다. 이런 고민을 안고 공정여행이란걸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 그는 자기가 힘닿는 데까지 도와준다고 했던 이푸가오의 바타드 마을 토박이였습니다.
 
농사도 짓고, 배낭여행객을 위한 산장도 운영하는 그는 다리를 다친 저를 물끄러미 보더니 엎다시피해서 산장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풀도 꽃도 아닌 것이 제 발위에 발라지고, 따뜻한 물에 한 동안 발을 담갔습니다.

사이먼 왈. “난 장사하는 사람이라서 이런 식으로 도와주면 안되는데…”

[##_1C|1129948200.jpg|width=”391″ height=”26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친절한 사이먼씨_##]어느새 제 옆엔 사이먼 표 스파게티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였습니다. 이렇게 순해빠진 사람들과 함께 무슨 일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봐도 시덥잖은 기사 몇 줄 쓰는 것보단 이 사람들과 즐거운 상상을 하고 그것이 현실이 되길 바랐습니다.

관광객이 몰려와 이푸가오 사람들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잠을 청하고, 이푸가오 젊은이들도 한 물 갔다고 무시하는 뭄바키와 전통축제를 벌이며 의식을 바꿔내고, 논둑 밟아서 무너뜨리는 한심한 관광객이 아닌 장관을 본만큼 일손 보태는 양심적인 여행자가 찾는 그런 곳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사이먼 씨와 관광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이푸가오 전통차를 마시고, 지나가는 아주머니 짐을 들어줄 수 있는 여유로운 여행자는 어디 없을까요? 우리 여행 경비를 십시 일반하여 수도 메트로 마닐라의 빈민 학생들과 함께 넓은 세상을 보러 떠나고, 함께 걷는 이들과 삶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밤에 쏟아지는 별빛을 보며 새로 사귄 수많은 친구들과 통기타 하나로 노래부르며 놀고, 지겹게 타는 버스 안에서 필리핀식 계란과자 하나를 먹으며 사진을 찍는 여행.

영어를 잘 못하니 말이 잘 통할리가 없었죠. 반 년가량 들락거리면서, 손짓발짓 다해가며 이푸가오 사람들과 신나게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공정여행은 그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_1C|1167147557.jpg|width=”400″ height=”268″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필리핀 대중교통수단 지프니 위에 올라탄 공정여행 참가자들_##]즐거운 불편을 감수하면, 여행자와 원주민이 함께 웃고, 죽어가는 지구와 환경이 미소지을 수 있는 여행이 탄생합니다.
색다른 여행의 방식은 당신에게 배움과 또 다른 형태의 휴식을 제공하리라 공감만세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클릭! 공감만세와 함께하는 공정여행

글 ㆍ사진_ 공감만세 고두환


희망별동대에 날개를 달아주세요!

희망별동대는 이번주 토요일(26일) ‘날개를 달아주세요’ 행사를 개최합니다. 희망별동대 사업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각 팀의 진행상황과 활동 계획을 들으신 후 따끔한 코멘트를 해주셔도 되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투자해주셔도 됩니다. 혈기는 넘치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은 청춘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세요!
☞  자세한 행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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