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통장은 어떤 일을 할까?

행정과 주민을 잇는 실질적 거버넌스 주체자로서 통·반장들의 역할을 고민하는 성북구 통·반장 리더십 교육이 지난 11월 한 달간 진행되었습니다. 안전한 마을에서 함께 살기 위한 통·반장들의 노력을 두 차례에 나누어 전합니다.


가깝고도 먼 통·반장

통장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적십자회비 납부 고지서, 민방위 통지서를 들고 우리 집 문을 두드리는 동네에 오래 산 아줌마 정도로 생각하고 있진 않나요? 이번 통장 교육을 기획하면서 ‘통장’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통장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행정의 일을 전달하는 것 외에 또 어떤 역할들이 있는지, 그 역할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통장의 역할을 재인식하는 것으로부터 교육은 시작되었습니다.

오지라퍼, 통장의 또 다른 이름

11월 3일, ‘마을’하면 세탁소를 운영하며 통장을 하셨던 아버지와 어릴적 뛰어놀던 동네 풍경이 떠오른다는 유창복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의 마을살이 이야기로 첫 번째 주제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유창복 센터장은 강의 진행에 앞서 마을만들기를 왜 하는지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층간소음 문제가 만들어 낸 비극적인 사건들, 여성 및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잔인한 범죄들은 모두 마을에서 발생되고 있고,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주민들의 관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이웃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오히려 ‘오지랖’이 넓은 사람으로 불리진 않는지 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주변에 대한 관심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변에 무감각했던 우리의 일상을 꼬집은 후, 유 센터장은 성미산마을을 중심으로 주민들과 함께 했던 마을살이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성미산학교, 두레생협, 마을극장, 마을극단, 마을기업 등 그의 마을살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함께 살아가는 것, 즉 생활관계망을 중심으로 한 주민들 간의 ‘대면관계’였고 그것이 왜 ‘마을’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마을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걸까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 마을정책으로 형성된 주민 모임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많은 모임들이 모임에 참여하는 주민들을 엮어 주는 ‘오지라퍼’라 불리는 주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중요한 건 이 역할을 하는 분들이 마을의 통·반장이라는 것입니다. 오지랖에 대해 갖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가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교육에 참가한 통·반장님들도 ‘오지라퍼’라는 애칭을 갖고 자신들의 역할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오지라퍼가 말하는 우리의 역할

이렇게 자신의 역할을 다시 보기 시작한 통·반장님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통·반장으로서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해 보고 적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재 통·반장으로서 하고 있는 일에는 예상했던 것과 같이 성북 소식지와 같은 동네 소식 전달, 적십자회비 납부 고지서, 민방위 통지서 전달, 전?출입 확인, 세대 확인과 같은 행정과 관련된 일이 가장 많았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지금 하고 있는 일보다 하고 싶은, 해야 할 일들이 더 다양하고 많았다는 것입니다.

통·반장으로서 해야 하는 또는 하고 싶은 일로는 동네를 돌며 살피기, 주민들에게 관심 갖기, 이웃과 친해지기, 먼저 인사 건네기, 마을쉼터 만들기, 이웃 경조사 참석하기, 마을 청소하기 등 ‘이웃’과 ‘동네’에 관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저희가 전하고자 했던 마을의 중요성과 공동체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을 통·반장님들은 이미 자연스럽게 본인의 역할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마을 안전, 그 해법을 찾아서

11월 10일, 통·반장님들은 구체적으로 지역사회 안전을 주민 주체로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은영 연구위원의 주제강의를 들었습니다.

안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즘, 안전과 관련된 주제 중에서도 마을에서 일어나는 범죄 안전에 대해 자세하게 들여다보았습니다. 우리가 범죄 예방을 위해 가장 많이 실시하는 CCTV 설치가 실제 범죄 예방 효과가 거의 없다는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로 강의는 시작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성범죄들이 실외가 아닌 실내에서 발생되기 때문에 실외에 설치된 CCTV는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CCTV보다 더 효과적인 범죄 예방법은 ‘주민의 관심’이라고 합니다. 고정되어 있는 CCTV가 아닌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움직이는 CCTV 역할을 실시간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낯선 사람인지 아닌지, 동네에서 위험에 노출된 곳이 어디인지는 그곳에 사는 주민이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는 것 역시 지역 주민이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마을 내 무질서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질서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무질서가 늘어나면 두려움이 높아지고 두려움이 높아지면 자신의 관심 영역을 좁히게 되기 때문에 지역사회 유대가 줄어들게 되고, 범죄 발생률은 더욱 높아지게 됩니다. 반대로 무질서가 잘 관리가 되면 주민들은 마을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범죄율을 낮추는 데 많은 기여를 합니다. 마을에서서 계속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바라는 안전한 생활에 대한 욕구는 내가 왜 혼자가 아닌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었습니다.

범죄 그리고 셉티드

이외에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범죄예방환경설계(CEPTED)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환경을 설계해 범죄를 예방하는 것으로 총 6가지의 원리에 의해 작동됩니다. 노트북에 자물쇠를 달아 놓는 것과 같이 범죄 목표물이 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①목표물강화, 아파트 주민들만 공간을 활용하게 해 외부인의 접근을 통제하는 ②접근통제, 개방형 엘리베이터와 아파트 중앙에 위치한 놀이터와 같은 ③감시, 벽화 그리기와 같은 사업에 주민의 참여를 독려해서 벽화가 있는 공간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형성시키는 ④영역성,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관리하는 ⑤이미지 유지관리, 범죄자가 많은 곳에 방법대원을 늘리는 대신 다양한 무료 전시회 및 공연으로 주민들을 많이 모이게 해서 자연스럽게 범죄자들을 줄이는 ⑥활동지원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환경적으로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주민들의 참여로 만들고 지속적으로 함께 관리한다면,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관심 및 안전지수는 높아지고 이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튼튼한 기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주민이 만드는 회기동 ‘안녕마을’

강은영 연구위원의 주제강의가 끝난 후 실제로 주민들과 함께 안전한 마을을 만들고 있는 이야기를 허영윤 회기동 안녕마을 매니저로부터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허영윤 매니저가 주민들과 가장 먼저 한 일은 ‘동네한바퀴’였습니다. 마을을 주민들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문제가 있는 곳들을 발견하고 발견하지 못한 내용들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각 대상의 눈으로 그 환경을 봐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는 아이의 눈으로 환경을 바라봐야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기동은 외국인 학생들이 많고 좁은 골목길이 많습니다. 따라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았고 생활영역도 좁았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둡고 지저분한 벽을 주민들과 함께 벽화를 그리며 칠하고 골목에서 올림픽을 열기도 했습니다. 이는 셉티드의 원리 중 영역성과 활동지원을 확장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활동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무척 좋았고 점차 마을에 대한 애착이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자율방범대, 여성안전귀가서비스에 주민들은 직접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회기동에서도 통장님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몇몇 통·반장님들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엄마밥상’을 진행하면서 서로의 유대감을 형성하였고,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확장시키면서 마을에서의 불안감을 낮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안전이라는 것은 마을에서 주로 생활하는 통·반장님들께 중요한 활동 동기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행정의 소식을 전달하는 전달자를 넘어, 모두가 안전하게 오래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주민과 주민을 연결하는 오지라퍼가 된 통·반장님들! 앞으로 우리 마을에서 어떤 활동을 펼치게 될지 기대됩니다!

글_ 오지은(교육센터 연구원 agnes@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