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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한 이야기를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29-2)
재생 가능 에너지로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든 이이다 시(飯田市) 이야기
– 우리 집 지붕은 ‘태양광 발전소’입니다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이하 ‘안’) : 이이다 시에서 태어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고향에서 태양광 발전 보급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하라 아키히로 (NPO법인 미나미신슈 오히사마 진보 대표 이하 ‘아키히로’) : 이이다 시는 1996년부터 환경 문화 도시를 목표로 환경을 생각하는 지역 만들기를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시민들도 지역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지요. 주민들은 쓰레기 문제, 자연 환경 문제, CO2 즉 온실가스 줄이기 등의 문제에 대처해 각각의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습니다. 각각의 분야에서 활동하던 주민들이 모여 활동을 좀 더 체계적으로 확대하고자 2004년에 NPO법인 미나미신슈 오히사마 진보(NPO法人 南信州おひさま進? 이하 ‘오히사마 진보’)를 설립했지요. 이후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활동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이다 시는 일사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에 매우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태양광 발전은 매우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해 줄 수 있다는 것과 지역에 이미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기술자가 활동하고 있었던 것도 좋은 조건이 되었습니다.

안 : 태양광 발전 보급에 처음으로 시민 펀드를 도입하셨는데요. 어떻게 시민 펀드를 생각하게 되셨나요?

아키히로 : 처음엔 시민들의 기부금을 모아서 시내 명성보육원 옥상에 3KW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습니다. 오히사마 태양광 발전소 1호지요. 그런데 1호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면서 기부금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홋카이도에 시민 펀드로 시민 풍차를 만든 사례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시민 풍차가 가능하다면 태양광 발전소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민 펀드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출자를 받아 공공시설과 학교 등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궁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이이다 시가 2004년 정부 환경성의 ‘경제와 환경의 호순환 마을 모델 사업’에 채택되어 사업 추진 주체를 공모했습니다. 공모에 참여한 결과 우리의 사업 계획이 채택돼 시와 함께 본격적으로 ‘태양광 시민 공동 발전소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되었죠. 또 NPO법인은 비영리 활동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추진 주체로 ‘주식회사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를 따로 설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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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기부금을 모아 제1호 오히사마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된 명성보육원

안 : 2005년에 미나미 신슈 오히사마 펀드를 시작하셨죠. 펀드 실적과 사업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아키히로 : 첫 펀드를 모집한 결과 1계좌 10만 엔(연리 3.3%, 10년 상환) 상품이 1,500계좌, 1계좌 50만 엔(연리 3.3%, 15년 상환) 상품이 103계좌 모여 모두 2억 150만 엔이 모였습니다. 이이다 시를 비롯해 전국에서 474명의 시민들이 이이다 시의 태양광 발전 보급에 투자를 해주신 거죠. 기대 이상의 실적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 돈으로 보육원, 공민관 등 38개의 공공시설 지붕에 총 208KW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습니다. 생산된 전력은 이이다 시가 전량 매입을 해줬습니다. 즉 정부에서는 2012년부터 전력 고정 가격 매입 제도를 실시했지만, 이이다 시은 그보다 훨씬 앞서 2005년부터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량 매입하는 선진적인 정책을 실시한 것이죠. 시가 공공시설의 지붕을 무료로 임대해주고 생산된 전력을 고정 가격으로 매입해준 덕분에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해, 출자자들에게 매년 한 번씩 약정한 이자를 지급할 수 있었습니다. 10만 엔 계좌에 가입한 분들은 내년 5월이면 전부 상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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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광 발전소를 둘러보는 출자자들

안 : 최근 ‘오히사마 0엔 시스템’ 사업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키히로 : 그동안 오히사마 진보는 시내 공공건물이나 일반 기업의 지붕에 10KW 미만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습니다. 이이다 시는 일반 가정에도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었습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했더니 역시 설치 비용이 부담이었던 것입니다. 가정에 설치하려면 약 200만 엔(한화 약 2,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자동차 구입 가격과 거의 같은 가격이지요. 이이다 시는 언덕이 많아서 자동차 없이는 생활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은 돈을 쓴다면 자동차를 구입하지 선뜻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가정은 많지 않았습니다.

고민하던 중에 정부가 2009년부터 잉여 전력 매입 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정에서 발전한 전력 중 사용하고 남은 전력을 일반 요금의 2배 가격으로 전력회사가 매입하는 제도입니다. 찬스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오히사마 0엔 시스템’입니다. 즉, 가정에서 지붕을 빌려 주시면 우리가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드립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은 가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전력은 전력회사에 비싼 가격으로 파는 것이죠. 태양광 판넬을 설치할 수 있는 지붕이 있다면 자기 자본 없이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여 생산된 전력을 사용하고 남은 것은 판매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오히사마 0엔 시스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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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히사마 진보가 진행하는 어린이 환경 회의

안 : 공공건물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지붕에도 오히사마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돼 있던데요. 지금까지의 사업 실적은 어떤가요?

공공건물 지붕은 한계가 있어서 민간기업의 지붕에도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 3KW의 발전소로 시작해 10년간 약 300곳의 지붕에 설치해 총 발전용량 3500KW의 거대 시민 공동 발전소로 발전한 것입니다. 올봄에 모집한 ‘오히사마 펀드7’을 합쳐 총 7회의 시민 펀드를 모집했습니다. 약 2,200명의 시민들이 총 17억 엔의 자금을 출자해 주었구요. 시민들의 풀뿌리 참여로 3개 이상의 메가 솔라급 발전소를 건설한 셈이죠.

*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는 2012년부터 ‘메가 산보 오히사마 발전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의 전력 고정 가격 매입 제도 실시를 기회로 공공시설과 민간기업의 지붕을 빌려 거대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총 1MW의 메가 솔라급 발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시민 공동 발전소 사업 구조처럼 건물 소유자의 초기 비용과 관리 유지 비용 부담이 없이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가 지붕을 빌려 설치하며 발전된 전력은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가 전력회사에 전량 판매하며 그 수익으로 펀드 출자자와 지역 금융 기관에서 빌린 융자금을 상환한다. 지붕 임대 조건은 각각의 기업들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민간기업의 경우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지금까지 15개의 시설에 총 950KW의 전력을 발전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돼 연간 98만 KW 정도의 발전량을 예상하고 있다.

– 출처 :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 주식회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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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메가 산보 오히사마 발전 프로젝트로 택시 회사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생산된 전력을 전기 자동차 충전에 사용하고 있어서 잉여 전력 매입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안 : 에너지 지산지소 사업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가정에서나 전력을 사용하고 요금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낸 돈은 결국 다른 산유국이나 연료를 수출한 국가로 빠져나가겠지요. 그러나 지역에 존재하는 풍부한 산림, 햇빛, 물, 바람을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면 돈은 지역 내에서 순환하게 되고 지역 고용이 창출되어 지역에서 가치가 순환하게 되지요. 결국 농촌의 과소화를 방지하고 환경을 보전하며 지속가능한 마을로 자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체험했듯이 중앙 집중형 에너지 공급 방식은 소비자가 안전한 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빼앗고, 무슨 사고가 일어나면 모든 지역이 곤란에 처하게 됩니다. 분산형 지역 에너지 공급이 실시되면 소비자가 원하는 그린 에너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사고가 일어나도 큰 타격을 받지 않으며, 주변 지역을 도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식량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도 지역 분산형으로 자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_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westwood@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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