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세 번이면 인연이라던데

우연1, 2009년 희망제작소 후원회원이 되다

스물셋, 청춘이 주제였던 한 강연 프로그램에서 박원순 전 상임이사님을 처음 만났다. 자신을 ‘소셜 디자이너’라 소개하시며 우리 사회 참신한 변화를 만드시는 모습에 반해버렸다. 강연 후 이어진 사인회에서 박 전 상임이사님은 내 공책에, 나는 희망제작소 회원가입서에 사이좋게 사인했다. 그날 밤, 설레는 마음으로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소셜 디자이너. 어떤 방향으로 무슨 일을 하든, 세상에 도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후 ‘김치찌개데이’로, ‘온갖문제총서2’ 대원으로 열 손가락 넘게 희망제작소에 방문했다. 당시 건물 층계참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희망제작소의 회원이 되시면 희망을 비추는 별이 됩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그쪽에 눈길이 갔다. 후원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뿌듯함과 자부심이 차올랐다.

우연2, 2012년 새로운 사이로 만나다

비영리단체에서 첫 직장을 얻고 꼭 두 달이 지났을 때, 대표님은 나를 ‘하자센터’로 파견 보내셨다. 그곳에서 맡은 업무는 ‘서울시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였고, 함께 사무국을 꾸린 단체 중 희망제작소가 있었다. 대회를 준비하던 9개월 동안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은 내게 지식과 경험을 나눠주는 선생님이자 든든한 동료가 되어주었고, 지금도 소중한 친구로 서로의 곁에 남았다. 후원회원과 연구원으로 만나던 우리가 같은 영역에서 더 나은 사회를 함께 그리는 사이가 되다니. 신기한 우연에 고마웠다.

우연3, 2018년 희망제작소 연구원이 되다

1년 반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작년 6월,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창 밖으로 ‘희망제작소’라는 간판이 보였다. ‘뭐지? 희망제작소는 평창동에 있는데? 내가 헛걸 봤나?’ 궁금한 마음에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제일 먼저 “드디어 이사했어요!”라는 글이 보였다. 이어 다른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채용공고] 희망제작소 연구원”

그렇게 입사한 지 딱 1년째 되는 오늘, 나는 여전히 “세상에 도움 되는 사람”이길 바란다. 그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아직 선명하진 않지만, ‘희망을 비추는 별’들이 앞으로 가야할 길을 환하게 밝혀줄 것이라 믿는다. 절망의 순간에서도 희망하면서, 수많은 우연을 인연으로 만들면서, 그렇게 우리 함께 걷기를 오늘도 희망한다.

– 글: 기은환 정책기획실 연구원·teum@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