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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에서 지역소멸은 고질적인 문제였다. 국내 처음으로 지난 1979년 원주시 연세대 미래캠퍼스에 의료공학 전공을 개설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원주시는 의료기기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1997년 당시 통상산업부가 주관한 테크노파크 선정사업(의료전자기술연구집단화 단지사업)에 신청했지만, 탈락하고 말았다. 이처럼 학생 수 감소 문제를 비롯해 지자체 지역발전모델 발굴의 필요성은 학교와 지역 간 공감대를 형성했다.

🧪 지역소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은

원주시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지역과 대학 주도로 의료기기산업을 육성했다. 기업도 가세했다. 먼저 연세대는 지원 거점 역할을 맡았다. 1998년, 인재의 미래를 향한 대학과 지자체의 고민은 창업보육센터 개소로 이어졌다. 의료기기 관련 연구·개발 인력들이 머리를 맞댄 실험실 창업은 지역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원주시의 보폭이 넓어졌다. 생산시설을 확충해 태장농공단지에 산업기술단지를 조성(1999년)했다. 2003년에는 지방비를 투입해 국내 최초 의료기기 전용공단인 동화첨단의료기기산업단지를 조성했고, 첨단의료기기테크노타워(현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를 설립해 기술 창업 기업이 이주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의료기기 업체들이 대거 산업단지에 입주하면서 활성화됐다. 강원도내 의료기기 관련 기업(2019년 기준)은 161곳(전국 대비 4.5%)이며, 생산액은 7031억원(9.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역과 대학 주도의 성과를 바탕으로 2004년 원주의료기기산업단지 클러스터화 시범단지로 선정됐다. 2013년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를 준공하고,원스톱지원체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지금도 부론일반산업단지 조성 등 의료기기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 산‧학‧연 주도의 의료기기산단 활성화

원주 의료기기산업은 2005년부터 2017년 사이에 매출 18.7%, 고용 15.1%, 기업 수 7.3%의 연평균 증가율을 기록했다. 강원도는 의료기기 분야에서 고용 기준 전국 3위, 생산액 기준 전국 4위를 기록(2019년 기준)했는데, 이러한 실적은 원주의 역할이 크다.

원주시의 노력은 의료기기산업 활성화는 물론 지역 고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구수는 의료기기산업이 태동한 1998년 대비 2021년 현재 약 9만여 명이 늘어난 35만 5432명이다. 이는 동 기간 춘천은 4만여 명이 증가하고, 강릉은 3000여 명이 줄어든 수치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행정과 지역 대학이 협력해 의료기기 창업 기업을 성장시키고, 생태계를 이룬 사례다. 중앙정부의 대규모 지원이나 대기업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원주시 내 지역자원, 행정, 대학, 산업 간 주도적 노력으로 특화 산업을 키웠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행정의 지속적인 정책 추진이 지역산업의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산업단지 선정에 실패의 고배를 마신 적이 있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정책 추진 및 지역 내 관계를 강화해 특화 산업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시도는 테크노밸리 조성 사업, 의료기기산업단지 클러스터화 시범 단지 선정과 같은 성과로 이어졌다.

🧪 의료산업단지 안착을 위한 지역 주체 간 협업이 필수

풀어야 할 지점도 남아있다. 의료산업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대학의 역할이 많이 위축되었고, 첨단기술 중심의 연구와 실제 기술 사이에서 ‘어긋남’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화 산업의 활성화로 지역 인구는 증가했지만, 여전히 인재 유출이 벌어지면서 지역 내 기업의 인력난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역 인재의 역량을 키우는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산업 발전을 위한 지방정부의 노력은 다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앙정부, 정부 부처의 다양한 지정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만이 아닌 지역기업과 대학, 시민 주체의 지속적인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특정 주체의 노력으로 지역혁신을 일어나지 않는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지역의 주요 산업 분야와 지역자원을 살펴보고, 어떤 정책을 연결할 수 있을지, 나아가 지방정부와 기업, 대학의 협력을 위한 요건이 무엇인지를 모색해야 한다.

산업단지 조성사업이란?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지역별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성된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 소득 증가, 세수 확대 및 인구 유입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목적에 따라 산업단지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목적에 따라 4개(국가, 일반, 도시첨단, 농공) 분야로 나뉜다. 국가산업단지는 정부가 국가기간사업, 첨단과학기술산업 등의 육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지정하는 단지다. 일반산업단지는 지방정부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정하는 단지다.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서울 외 지역에 첨단산업의 육성과 개발 촉진을 위해 지정된 단지다. 농공단지는 광역자치단체장이 농어촌지역에 산업을 유치하고 육성하기 위해 지정한 단지다.
각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형태별로 중앙 또는 지방정부에서 지정한다. 산업단지는 각종 세제 혜택 및 용적률, 건설 면적, 분양가, 공간활용 등 다양한 이점을 얻는다. 산업단지를 조성하면 일자리뿐 아니라 주변 인프라도 함께 계획돼 정주 여건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 개발 방식은 행정 주도의 산업 활성화 정책이다. 다만, 행정만이 아닌 지역 산업 기반과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참고자료
‘원주의 혁신’…전용 의료기기산단·테크노밸리 육성 주춧돌, 2021.09.02., 한겨레
원주의료기기 산업 현황,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외국산인들 못 넘으랴…원주, ‘의료기기’로 의기투합, 2021.09.02., 한겨레
원주, 첨단의료기기 산업단지로 육성, 2004.05.04., 정책브리핑

– 정리: 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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