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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10일 한가위를 맞아 오랜만에 고향 방문을 계획하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명절맞이 인구 대이동’이 펼쳐지는 것은 당연하고도 익숙한 일입니다.

그런데 수도권 거주자 가운데 타지에 고향을 둔 사람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지난 2017년, 서울에서 태어난 인구수가 처음으로 8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서울이 출생지인 서울시민이 절반(47.9%)에 가깝습니다. 수도권과 대도시 인구집중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이주 2·3세대의 비중이 커진 결과입니다. ‘고향=농산어촌’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명절맞이 인구 대이동이 ‘라떼는~’으로 시작되는 옛 풍경이 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도시를 떠나 ‘고향’을 선택하는 사람들 🚶‍♂️🚶‍♀️

한편에선, 소란하고 북적거리는 도심를 벗어나 새로운 ‘고향’을 찾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가운데 55.8%가 ‘서울을 떠나 살고 싶다’고 답했습니다(잡코리아). 귀농귀촌 인구는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관련 통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30대 이하 청년 귀농귀촌 가구는 전년 대비 5.0%, 60대 이상 귀농귀촌 가구 수는 16.4%나 늘었습니다. 통계를 낸 농림축산식품부는 “30대 이하 청년농 증가는 청년 대상 농어촌 정착장려 정책의 성과로 보이며, 60대 이상의 경우 도시 거주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풀이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복잡하고 오염된 도시를 벗어나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삶과 쉼을 누리려는 이들이 갈수록 많아질 것으로 내다봅니다. 최근에는 특정 지역을 수시로 방문하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관계인구’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농어촌지역으로 완전히 이주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살며 관심과 애정을 가진 지역을 ‘선택적 고향’으로 삼아 다양한 방식으로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1년 1월, 20대 이상 남녀 1,6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농산어촌과 관계를 맺을 의향에 대해 도시민의 61.4%가 ‘관계를 형성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41.0%는 정기적으로 농산어촌을 방문할 의사가 있고, 9.7%는 일주일에 2일 이상 농산어촌에 거주, 10.8%는 완전히 농산어촌으로 이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조사(아래 그림)에선 코로나19 확산 이후 도시민들의 귀농귀촌 수요와 농촌관광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일과 쉼, 여행의 방식

포스트코로나 시대, 변화하는 일과 쉼의 방식 또한 ‘관계인구’ 형성에 한몫할 것으로 보입니다. 팬데믹 시기 전 세대가 다양한 온라인 환경을 경험했고, 원격근무와 온라인 교육‧회의의 효용을 톡톡히 실감했습니다.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탁 트인 자연에서 일하며 휴식을 취하고픈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요? 일과 여가의 경계를 뚜렷이 구분해 삶의 균형을 찾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대신 출장 겸 휴가를 가는 ‘블레저’(Business+Leisure), 일과 여가를 동시에 즐기는 ‘워케이션’(work+vacation)이 각광 받고 있습니다.

▲ 강릉의 워케이션 서비스 ‘일로오션’ 참가자들 ⓒ일로오션 제공

워케이션은 팬데믹 초기 패쇄령이 내려진 유럽에서 원격근로가 가능한 근로자들이 비좁은 아파트 대신 여행지의 숙박업소를 이용하면서 유행하게 됐는데, 최근 국내에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근무 형태로 바라보고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매주 직원 10명을 추첨해 강원도 춘천이나 일본 도쿄에서 최대 4박5일간 워케이션을 하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라인플러스는 시차 4시간 이내 해외에서 최대 90일간의 워케이션을 허용합니다. 당근마켓은 팀원 3명 이상이 제주, 강원 등지에서 함께 일하면 숙박과 교통, 식비를 제공합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밖에 여러 국내 기업들의 사례를 전하면서 “IT플랫폼기업과 신생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워케이션 제도 도입이 활발해지는 추세”라고 보도했습니다.

‘관계인구’ 확보에 나선 지방정부들

인구감소로 골치를 앓고 있는 지방정부들은 앞다퉈 ‘관계인구’ 확보에 나섰습니다. 경상북도는 지방소멸 위기에 맞설 생존전략으로 ‘듀얼라이프’를 꺼내들었습니다. ‘듀얼라이프’는 특정 지역에 거점을 마련해 중장기적, 정기적, 반복적으로 순환 거주하는 ‘두 지역 살기’를 뜻합니다. 주중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엔 농어촌에서 휴식을 취하는 식의 ‘5도2촌’은 물론 일 년, 한 달, 한 주 살아보기와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을 체험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구축하고 관계인구를 적극 유치한다는 것이 경북도의 전략입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고향사랑기부금제도’는 본격적인 관계인구 시대를 열 기폭제로 보입니다. 고향사랑기부금제도는 국내 모든 지자체가 다른 지역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최대 500만 원의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고향사랑기부금제도 자세히 보기). 지방정부는 기부자들에게는 기부액의 최대 15%에 해당하는 금액의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고, 모인 기부금은 각 지역의 발전을 위해 쓰입니다. 기부자의 입장에선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해결을 위한 ‘가치투자’를 통해 해당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셈입니다. 답례품으로 축제나 역사·문화, 일거리 등의 체험권이 제공된다면, 기부자가 지역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답답한 도시를 탈출하고 싶은 사람들과 관계인구를 적극적으로 확보하려는 지역의 이해가 만나, 가고 싶고 머물고 싶고 살고 싶은 ‘고향’을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도시민이 ‘고향사랑기부금제도’를 통해 자신이 살고 싶은 고향의 모습을 지역민과 함께 만들어갈 여지도 생겼습니다. 오늘, 당신이 살고픈 고향은 어디입니까?

* 작성: 이미경 미디어팀 연구위원 | nanazaraza@makehope.org

참고자료
잡코리아, “직장인 55.8% ‘탈(脫)서울’ 원한다”
이데일리,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 800만명 시대”
농림축산식품부, “2021년 귀농귀촌 인구 전년 대비 4.2% 증가”
송미령 외(2021), 「100세 시대, 도농상생의 농산어촌 유토피아 실천모델 연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송미령 외(2022), 「농산어촌 관계인구 현황과 의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BBC뉴스코리아, “워케이션: 일과 놀이가 결합된 여행”
지디넷, “놀면서 일하는 ‘워케이션’ 근무 뜬다”
매일신문, “경북도, 인구감소 생존전략 ‘듀얼라이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