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해법, 현실직시 제대로 해야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은 <위기의 한국경제, 진단과 새로운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창립3주년 기념 특별 강연을 준비하였습니다. 국내외의 다양한 문제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이 때, 한국 경제의 비전과 전망을 나눌 수 있는 다섯 분의 최고의 강연자를 모셨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바랍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위기의 한국경제, 진단과 고언” 강연 성황리에 마쳐
-“경제 당국자 정직해야..” “무분별한 규제 완화, 금산분리 완화 안돼” 정부에 쓴 소리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그래서 정부는 ‘조금만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며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잠재우려고만 한다. 경제성장률도 대부분의 민간연구소와 국제기구들이 전망하는 것보다는 상당히 높은 숫치를 제시해왔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도대체 ‘얼마나’ 지나면 괜찮아 지는 것인지, 그동안 국민들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그렇게 견뎌서 맞이할 미래는 ‘어떠한’ 모습인지. 누구도 답해주지 않는다.

이 같은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한국경제 문제와 관련해서 희망제작소는 다양한 관점에서 진단하고 구체적 대안을 모색해보기 위해 총 5회의 강연회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 첫 순서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나섰다.

김종인 전 수석은 “희망제작소에 왔지만 희망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어 미안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환자가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처방을 내려서 환자가 건강해질 수 있듯 현재 위기 상황을 직시하는 데에서부터 그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현 경제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_1C|1246552232.jpg|width=”400″ height=”267″ alt=”?”|강연 중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_##]

현 경제 위기, 미국발 금융위기보다 내부적 요인이 더 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기 침체 현상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그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김 전 수석은 그보다는 우리 스스로 경제 운용을 잘 못한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부차원에서 경제운용에 대한 기대와 희망만 부풀리며 ‘거품’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IMF 경제위기 당시 더 철저하게 구조조정을 했어야 했는데, -6% 성장 이듬해 10% 성장과 같은 V자형 경기부양에 고무되어 체질개선보다는 부동산 투기, 금융규제 완화 등 ‘경기부양’책에만 골몰했던 것을 꼬집었다. 정부차원에서 ‘금융허브’를 만들겠다며 금융기관 대형화를 꾀했던 것도 한국경제의 위기를 부채질 했다는 것이 김 전 수석의 평가다. 이 과정에서 부실기업과 가계의 무분별한 대출로 이어졌고, 이 같은 거품은 언젠가 꺼질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세계 금융위기만을 탓하며, 또 한번 ‘내수경기 부양’이라는 이름으로 금산분리 완화나 고소득층 감세,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꾀하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투기를 조장할 뿐이라고 그는 강하게 비판했다.

구조조정, 사회보장 등 정부역할 갈수록 중요해져

더불어 세계적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케인즈주의’는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닌 절박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과 기업을 상대로 강력한 구조조정도, 또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실업 등 사회문제를 완충해줄 사회보장 사업도 “정부가 안 하면 아무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기는 세계적이지만 그 해법은 각 국가별로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미국이 발표한 경기부양책의 경우 향후 인플레 우려까지 낳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30조 가까운 정부 추경예산안과 관련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크지만 어떻게 쓰일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부실한 기업을 상대로 한 강력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전 수석은 그럼에도 “경기가 급히 하강하는 것을 완만하게 할 뿐이지 그 자체가 플러스 성장으로 이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강력한 처방 이후에라도 당분간 경제 상황은 비관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상황은 과거와 달라… 창조적인 대안, 정책 입안이 나와야

한국의 경제구조 자체가 작고 단순하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복잡하게 변화한 만큼, 정부 차원의 보다 정확한 경제상황 분석과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보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예로 들며 “침체요인이 어딘가에 대한 분명한 인식 없이 진행한 경기부양책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 공공지출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내수 침체는 지난 98년 이후 급속히 진행된 양극화 현상으로 인한 중산층 몰락에서 기인하는데, 고소득층 감세에 집중된 현 경기부양책이 실질적인 소비 진작책인지 회의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며 “쓸데없는 기대감 주는 정책만 가지고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것이 있다. 막연한 희망이 오히려 파멸을 불러 올 수 있다는 ‘희망의 역설’을 뜻한다. 베트남 전쟁 당시 포로로 붙잡힌 스톡데일 대령은 현실적으로 불리한 정황들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대비하여 유일한 생존자로 본국에 환송되었다. ‘여기서 반드시 살아 나갈 것’이라고 낙관만 한 다른 장교들은 냉엄한 현실에 대한 실망감과 두려움에 질려 일찍 죽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지난해부터 예고되어 온 경제위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그럼에도, 이 위기를 헤쳐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막연히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조장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진단과 대안모색’ 과정이 조속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희망제작소 창립3주년기념특강 <위기의한국경제, 진단과 새로운 상상력>에 이한구 국회예결위원장의 “한국 경제 재도약의 과제와 조건” 강연도 3월 19일(목)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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