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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희망탐사 44>

‘흙살림’은 유기농업하는 농민들에게 필요한 유기농업 기술을 제공하여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게 하는 ‘친환경 유기농업 연구소’이다. ‘흙살림’은 1991년 6월 괴산에서 유기 농업을 하던 이태근 회장이 농민들과 함께 만든 단체이다.

미국과 일본 등 다국적 농기업에 맞서 우리 농산물과 농자재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시장에 안전한 농산물과 개발 농산자재를 공급해 만만치 않은 수익을 올리는 면에서 어느 농업기업과 다를 게 없다.

이태근 회장이 농자재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유기농을 하는 농민들은 늘어났지만 유기농에 맞는 농자재를 생산하는 곳은 마땅히 없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유기농 바람이 불면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이들이 늘어갔지만 유기농사에 필수적인 미생물 하나 우리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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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근 회장 등 귀농 유기농사꾼들은 91년 6월 괴산 미생물연구소를 거쳐 ‘흙살림연구소’를 열었다. 이들은 토양개량용 미생물체인 ‘흙살림’과 광합성 미생물 ‘빛모음’, 그리고 음식물 찌꺼기 발효제 ‘부엌살림’ 등을 만들어 농가에 보급했다.

국내에서 유기농자재에 처음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생산해낸 이태근 회장과 그가 만든 ‘흙살림’은 유기농의 역사이다. 유기농자재가 모두 일본으로부터 수입된다는 사실에 그는 모멸감을 느꼈고, 농자재의 국산화를 위한 미생물의 연구에 나섰다.

그로부터 십수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이태근 회장은 연간 매출액 60억 원의 농업기업을 이룩하고 전국의 유기농가에 다양한 유기농 자재를 공급하게 되었다. 그러나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과거 농약을 팔고 비료를 팔던 반유기농적 기업들이 유기농이 확산되자 이제 유기농 농자재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기농의 불모지를 일구어왔던 그의 뚝심과 의지가 이런 위기를 능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

오기로 만든 흙살림연구소

이태근 회장은 1984년에 충북 괴산군에 내려온 귀농자로 농민운동에도 앞장섰던 이력이 있다. 그러나 농민운동을 통해 농민들에게 닥친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느꼈고, 다른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농민운동을 죽 해왔지만, 농민들에게 데모해서 사회과제를 해결하자는 데에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몰두한 것이 미생물이었습니다. 농사의 실제적 기술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괴산 농민들이 중심이 되어 미생물연구회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그 때만 해도 유기농이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던 시대였죠. 저도 그 당시 유기농을 했는데, 유기농에 필요한 미생물이 모두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마뜩찮았습니다. 그때 ‘미생물조차 국산화를 못하는가’ 하는 오기가 들더군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1994년 농민들과 함께 출자해서 ‘흙살림연구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3년이었고, 1994년 연구소가 문을 열면서 보다 본격화되었다. 이후 1996년 충청북도에서 ‘흙살림연구소’를 명예유기농연구소로 지정하는 등 연구소는 점점 그 지평을 넓혀갔다. 하지만 이때까지 연구소는 운동과 사업이 혼용되어 있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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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운동도 하면서, 유기농에 필요한 농자재를 생산하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2000년에 사업부분을 따로 떼어 유기농자재를 생산하는 주식회사로 분리, 독립시켰다. 이태근 회장이 땅을 내놓고, 한살림과 농민 1백여 명이 출자해 만든 회사였다. 그렇게 해서 우리 토양에 맞는 유기농자재를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단작, 연작에서 혼작,윤작으로

이태근 회장이 미생물에, 그리고 미생물이 사는 흙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유기농 기술수준은 결국 흙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흙 자체나 환경이 병해충이 잘살고, 토양도 기름지지 않아 유기농하기가 불리한 조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종자를 다국적기업이 주로 생산하다보니 돈이 되지 않는 국산종자도 없다고 개탄한다. 그는 진정한 유기농은 생산과 유통이 농민 중심으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기농은 생산, 인증, 유통이 하나로 통합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유기농이지만 맛도 좋고 크기도 크고 때깔도 나야 한다고 소비자들은 요구하지만, 그 요구에 맞추다 보니 에너지가 투입되고 가격도 올라가게 된 것입니다.

원래 유기농은 에너지 투입을 하지 않고 생산해야 합니다. 그래서 생산농가도 중요하지만 협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유기농을 받아들이는 소비자도 중요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간 협력이 되면 유기농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는 단작이 많고 돈 되는 작물만 유기농을 합니다. 단작은 땅을 버리는 데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는 단작이나 연작이 아니라 혼작, 윤작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생산과 유통이 농민 중심으로 통합되어야 진정한 유기농이 실현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태근 회장. 그래서 ‘흙살림연구소’는 친환경유기농업의 모든 것을 하고 있다.

논의 생태학, 흙 살림이 핵심이다

흙에 대한 그의 관심은 남다른 데가 있다. 하긴 그러니 ‘흙살림’이란 다소 생소한 연구소를 세우고, 그렇게 몰두했을 터이다. 흙은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것이고, 단순히 농작물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고 이태근 회장은 말한다.

즉 논이 쌀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네 전통농업에서 논은 쌀이 생산되는 곳임과 동시에 미꾸라지, 송어도 잡아먹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논에서는 쌀만 생산하게끔 되어 있는데, 이러다 보니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이태근 회장은 생산량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인 어떻게 하면 논의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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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농업에서 중요합니다. 비닐하우스를 세우는 것보다 어떻게 논의 생태계를 복원할 것인가가 우리 농업의 과제입니다.”

흙을 살리는 일은 단작, 연작을 하지 않고 윤작, 혼작을 해야합니다. 유기농업이 생산량을 높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흙살림연구소는 토착적인 기술과 과학적인 기술을 어떻게 결합시키느냐에,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도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관심이 많다.

유기농에 대한 부정적 시선 가운데 하나가 경제적인 면인데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태근 회장은 그 해답이 흙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 흙살림이 유기농기술을 연구하는, 최초의 시도를 했고 유기농의 핵심은 흙 살리기라고 본 것입니다. 어떻게 흙을 제대로 만들고 복원할 것인가 하는 것이죠. 흙 자체가 미생물과 유기물 덩어리입니다. 유기농업에서는 제초제 대신에 우렁이와 오리를 쓸 뿐입니다.

기본은 흙입니다. 그런데 흙이 제대로 안 살아 있어서 병이 생기고 지력이 쇠퇴하다보니 자재를 많이 투입합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다 보니 우리 흙은 균형이 많이 깨져 있습니다. 마치 바람이 조금만 차도 감기 들듯이 우리나라 흙도 많이 상해있고 약화되어 있는 것입니다.”

유기농에는 관심 없었다

이태근 회장은 정부가 유기농에 관심이 없고, 생산력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은 GMO(유전자조작식품)를 가지고 세계를 지배하고 일본은 농약비료 안 해도 생산력이 증대되는 종자를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부족한 형편이다. 요즘에서야 유기농에 관심이 생겼지만 통합적인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유기농을 위한 정책이 부족했고 최근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니까 이런 기업들이 농자재 수입에까지 몰두하면서 토종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한다.

“요즘 와서 유기농에 조금 관심을 가진 것뿐이죠. 지금도 실제 우리나라에서 유기농이 가능하냐고 합니다. GMO만드는 사람들의 주장은 자신들이 가장 친환경적이라는 것인데, 그 말인즉슨 제초제 한번만 쓰면 해결된다는 것입니다.그런데 우리는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대로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연구가 부족한 것이죠.

그리고 지금은 유기농 바람이 부니까 대기업이 이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정부가 유기농에 지원하고 돈 냄새가 나니까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농약 비료를 하던 기업들이 유기농 농자재를 수입한다거나 소규모 회사들에게 납품받아 팔아주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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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자재 수입에 몰두하는 기업도 문제지만, 농업에 대한 통합적인 정책이나 방향이 없는 정부도 문제라고 말한다.

“친환경유기농업이 대안이라고 하는데 관행농업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농약 대신 자재 중심으로 유기농업을 하려고 하니 생산비도 많이 올라가고 한계도 나타납니다. 과학기술이 집대성된 농업인데, 비닐은 그 자체가 석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농업에 석유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비닐은 우리나라만 많이 씁니다.

우리나라는 남부지방에서는 온도가 높기 때문에 연료가 많이 안 들어가도 농작물을 키우는 게 가능합니다. 그러나 중부 이상은 결국 기름과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공장도 아니고 농장도 아닌 형태인 것이죠. 더구나 일반 농민이 그 정도 역량이 되기는 힘듭니다. 그러다보니 실패를 많이 하게 되는 것이죠.”

이태근 회장은 그 대안이 흙이라고 말한다. 자재를 투입해서 생산력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고,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유기농 선진국은 자재를 과다 투입하는 것이 아니고 흙을 살려서 생산성을 높이려 한다.” 면서 “흙이 70, 농사기술이 30″으로 흙을 살리는데 관심이 많다고 설명한다.

“FTA하면 곡물가격 내려간다고? 국제 곡물시장 폭등하는데?”

흙을 살리는 것만큼 중요한 게 농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다. 이태근 회장은 한반도에서 유기농선언을 할 필요성이 높다면서 거기에는 국민들의 관심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업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FTA에도 불만이 많다. FTA하면 곡물가격이 21.8%이상 내려간다고 정부는 주장했지만 세계 곡물시장이 폭등하는 현재 상황을 보면 큰일이 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농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우리는 FTA 하면 농민들만의 문제인양 말하지만 사실은 전 국민의 문제입니다. 쿠바에서는 먹는 것을 전 국민의 관심사로 만들고, 전 국민이 참여하게끔 만듭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못하죠. 우리는 농민과 도시민이 구별되어 있습니다. 국가는 도시와 농촌 사이의 격차를 줄이려고 하는데 그 격차는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 격차를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농업에 대한 문제를 전 국민의 문제로 확대시키는 것입니다. 전 국민이 농업에 대한 새로운 발상을 가져야 농업이 삽니다. 쿠바는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은 농촌에 가서 풀을 뽑아줍니다. 그러니 농민과 농업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 발상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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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은 어느새 한국 농업의 대안이 되었다. 유기농산물의 생산은 소비자의 인식 수준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게 이태근 회장의 주장이다.

“친환경유기농이 대안이라고 지방정부에서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상대적으로 소비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은 부족한 상태에서 생산이 과잉된 것입니다.유기농은 단순히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해내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화된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력이 바로 유기농입니다. “

유기농을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협력이라고 정의내리는 것에 공감한다. 그들이 믿음 속에서 먹거리를 생산하고, 그것을 소비할 때, 작게는 유기농업이 뿌리를 내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고 크게는 먹거리와 농업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유기농이 새로운 대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협력이 없을 때 그것은 진정한 대안으로 기능하지 못할 것도 틀림없는 일일 터이다.

무분별한 농약남용과 비료과다사용, 각종 환경오염 등으로 죽어가는 우리 땅, 우리 흙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단법인 흙살림에서 우리 농업의 또 하나의 희망을 발견한다.

면담일시 – 2007년 5월 18일

면담장소 – 충북 괴산군 불정면 영천리 528

면담인사 – 이태근(사단법인 흙살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