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안경제와의 조우(1)]대안경제를 향한 새로운 사회운동들과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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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연재를 시작하며』

필자 : 박명준
희망제작소 객원연구원?독일 쾰른대

희망제작소 대안센터의 객원연구원으로서 필자는 현재 독일어권의 사회적 기업, 사회적 비즈니스, 대안경제의 실천적 흐름들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2009) 2월 20-22일 오스트리아의 빈(Wien)에서 개최된 ‘연대의 경제 콩그레스’와, 3월 11일에 독일의 쾰른(Köln)에서 개최된 ‘사회적 비즈니스 지역컨퍼런스’ 에 직접 참석하여, 이 분야의 새로운 실천동향과 조우하는 기회를 가졌다. 두 행사에 참가하여 얻은 지식, 정보, 소회를 향후 두 달 여 동안 희망제작소의 홈페이지와 오마이뉴스의 지면에 동시에 게재하면서, 대안경제를 향한 유럽 사회운동의새로운 흐름을 한국의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공동체를 통한 대안경제와 기업을 통한 사회운동

자본주의의 도래는 지역과 공동체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생산과 소비가 지역을 넘어 국민국가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급기야 20세기 후반 이후 찾아온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는 국경을 초월해 지구촌이 하나의 단위로 인식되고 있다.
허나 지난 시기 세계 근현대사의 비극들이 말해주고 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위기도 나타내듯이, 그 과정에서 인간성과 사회적 가치는 부와 이윤을 좇는 논리에 밀려 퇴화되었다. 한 국가 내에서 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서도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가 양산되었다. 협력과 연대보다 경쟁과 승자독식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그 병폐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들도 동전의 양면처럼 발전하였다. 그 모습은 지역별 국가별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그 중에 프랑스나 스페인 등 남유럽을 중심으로 한 여러나라들에서는 일찍부터 공동체, 협동조합, 지역을 단위로 한 사회적 경제를 발전시켜 왔다. 중남미 일부 국가들에서도 유사한 흐름들이 발전해 왔다.

근래에 신자유주의의 확산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자본주의의 불안정, 불공정, 병폐가 심화되면서, 공동체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경제모델은 남유럽과 남미의 지역적 한계를 넘어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하고 있다. 정치적 캠페인을 중심으로 한 사회운동을 추구하던 시민사회의 실천가들도 공동체와 지역사회의 연대를 기초로 한 대안경제를 구축하는 방안에 노력을 기울리기 시작했다.
한편,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토대로 한 대안경제 추구자들과 별도로, 또 다른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그들은 기업과 비즈니스라고 하는 수단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내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종래에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갖고 사회운동을 추구해 온 이들에게 기업은 우리 편이 아닌 존재로 간주되어 왔다. 그들은 시장논리와 기업의 이윤추구 몰입행위가 초래하는 반사회적인 결과를 비판하고, 여러가지 정치사회적인 수단을 통해 대안체제를 구축하려 했다.

근래에 들어 이런 전통적인 비판적 시선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기업을 단순히 극복과 비판의 대상으로서만이 아니라, 오히려 빈곤퇴치나 지역사회개발 등 사회적 가치의 효과적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이용할 만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이들이 대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시장과 기업이 자본주의 체제 이전에도 존재하여 온 인류의 경제행위의 보편적인 수단임을 자각하며, 기업을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탈자본주의적 실천을 위한 도구로 이용코자 한다.

세계적으로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는 남아시아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 credit)를 통해 빈곤퇴치와 지역자활의 성공을 실천한 것으로 유명하며, 최근에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사회적 비즈니스(social business)’ 운동을 전세계에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이렇게 공동체와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대안경제를 추구하는 흐름과 기업과 비즈니스의 수단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현코자 하는 흐름이 과연 21세기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를 보다 지속가능하고 인간적인 사회로 만들어내는데 얼마나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의 연대의 경제와 사회적 비즈니스

공동체와 기업을 통한 사회운동의 새로운 움직임은 최근 독일 및 주변의 독일어권 국가들에서도 대두되고 있다. 각각 ‘연대의 경제(Solidarische Ökonomie)’와 ‘사회적 비즈니스(Social Business)’를 명시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이러한 흐름은 최근 3-4년 동안 급부상하고 있다.
애초에 협동조합보다는 이익단체가 매우 발전한 독일에서는 사회적 시장경제(social market economy)의 이름 하에 사회전체가 높은 사회성을 지니는 민주적 자본주의의 독특한 형태를 구축했다. 오스트리아나 스위스 등 다른 독일어권 국가들의 모습도 유사하다.
최근 독일어권 국가들의 시민사회와 사회운동진영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문제들에 맞서 지역중심의 연대적 경제를 추구하는 흐름이 남유럽과 남미를 중심으로 강화되는 모습에 고무되어, 지역사회와 주민들간의 협력을 기초로 한 대안경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아직까지 분산적이고 지역적인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넓게 보아 모두 ‘연대의 경제’를 지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비즈니스를 주창하는 이들의 활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들은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사회적 비즈니스의 흐름을 독일에 도입하여, 기업과 비즈니스를 사회적 가치 확장의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이용코자 한다. 유누스의 실천은 이들의 활동에게도 핵심적인 준거가 되고 있다.

연대의 경제 비엔나 콩그레스

연대의 경제의 실천가들은 근래에 하나의 대규모 회의체 (콩그레스 congress)로 집결하여 그 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지난 2007년 11월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는 제1차 연대의 경제 콩그레스가 개최되었다. 당시 행사장은 당초 예상했던 참가자 규모의 2-3배가 운집하여 성황을 이루며, 대안경제를 향한 이들의 관심이 뜨겁게 표출되는 장으로 부상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채 안 된 시점인 지난 2월. 연대의 경제를 추구하는 이들의 모임은 이웃나라인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확산되었다.

[##_1C|1155751374.jpg|width=”307″ height=”642″ alt=”?”|연대의 경제 비엔나 콩그레스 포스터 _##]

이들의 움직임에 호기심을 갖고 있던 필자는 그 동향을 눈으로 직접 관찰하기 위해 비엔나행을 결행했다. 2월의 비엔나는 눈발이 휘날리고 영하의 차가운 공기로 뒤덮여 있었다. 깔끔하고 풍요로워보이는 독일의 여느 도시들에 비해 조금은 지저분하고 꾀재재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다. 행사장으로 이용되었던 보덴쿨투어(Bodenkultur) 대학이 위치한 곳은 외곽의 주택가를 연상시키는 한적한 곳이었다.

[##_1C|1240447966.jpg|width=”450″ height=”322″ alt=”?”|연대의 경제 비엔나 콩그레스가 개최된 보덴쿨투어 대학 ? 행사 참가자들이 이동을 위해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_##]

2박 3일간 총 120여 개의 강연과 토론의 장이 마련되었고, 그 내용은 너무나 다채로웠다. 총 400여명이 등록을 하여 700여명이 참가를 한 것으로 주최측은 집계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위시하여 유럽 내에서 연대의 경제, 대안경제를 모색하는 여러 지역들과 기관들의 사회운동가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사회운동단체들과 인물들이 주로 참가를 하여 상호간의 네트워킹의 효과를 높이는 자리로 이용이 되기도 했다.

[##_1C|1307207471.jpg|width=”450″ height=”261″ alt=”?”|연대의 경제 비엔나 콩그레스 개막행사 장면 _##][##_1C|1368396414.jpg|width=”450″ height=”371″ alt=”?”|연대의 경제 비엔나 콩그레스 폐막행사 장면 _##]

사회적 비즈니스 쾰른 지역 컨퍼런스

연대의 경제 베를린 콩그레스가 열리던 때와 유사한 시기인 2007년 11월, 역시 베를린에서는 ‘비전 서미트(Vision Summit)’라고 하는 대규모의 사회적 비즈니스 대회가 개최되었다. 독일 내 사회적 비즈니스 운동가들이 주도하여 개최한 최초의 대규모 행사인 이 자리에는 유누스도 직접 참가하여 향후 사회적 비즈니스 운동의 세계화를 향한 자신의 실천계획을 알리고, 참가자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듬해인 작년 11월에는 2차 대회가 열렸고, 올해에는 3차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사회적 비즈니스 운동과 비전서미트를 주관하는 이들은 작년에 게니시스 연구소(Genisis Institute) 라고 하는 단체를 설립하여 이 운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전개하려 하고 있다. 올해 비전서미트 3차 대회를 준비하면서, 게니시스 연구소는 쾰른, 베를린, 함부르그, 뮌헨 등 독일의 주요 대도시를 돌면서 각 지역 차원에서 어떻게 사회적 비즈니스를 강화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모색하는 지역컨퍼런스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쾰른에서 개최된 행사는 그 신호탄이었다. 쾰른은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이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필자에게 행사의 개최는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우연히 게니시스 연구소의 홈페이지 (www.genisis-institute.org) 에 들어가 행사소식을 접하고 곧장 참가를 결정했다.
당일 쾰른 대학교의 한 대형강의동에는 약 100여명 가량의 사람들이 모여 3시간 가량 열띤 논의를 진행하였다. 발제자들의 경험 소개와 함께 그것을 쾰른 지역에 확산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까지 이어졌다.

[##_1C|1345346176.jpg|width=”450″ height=”309″ alt=”?”|소셜 비즈니스 쾰른 지역 컨퍼런스의 진행 광경 ? 질의 응답 중 _##]

독일어권의 흐름에 주목하는 이유

독일어권에서 태동하고 성장하고 있는 연대의 경제와 사회적 비즈니스의 흐름을 한국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일은 우리사회에서 막 태동하고 있는 대안경제와 사회적 경제를 향한 움직임과 관련하여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대체로 독일어권의 국가들은 노사관계, 복지국가, 환경보호, 지방자치 등의 영역에서 전세계 어느나라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앞선 제도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기업적 마인드와의 긴밀한 결합을 추구하는 실험이나, 협동조합의 형태를 통한 지역경제의 내실화의 방안 등에 있어서는 모두 우리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작단계에 높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처럼 출발점에 서 있기 때문에 ( 혹은 우리 보다 다소 앞서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이러한 새로운 실험들이 과연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어떻게 진화해 갈지 더욱 흥미로우며, 우리의 경험적 궤적과 적극적으로 비교가능하다고 보여진다.

특히 국가주도의 노동시장 거버넌스가 지배적이고, 복지국가의 전통이 극히 취약한 우리의 제도적 환경과 달리, 이익단체 주도의 노동시장 운영과 사회국가의 전통이 두텁게 발전되어 있는 독일어권 국가들의 맥락에서 새로운 실천이 갖는 방향, 성과 그리고 한계에 대한 고찰은, 우리의 그것이 갖는 본원적 특수성이 무엇이고 , 어떠한 의미와 한계를 갖는지 비춰줄 수 있는 거울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실천적으로도 이들 나라들에서의 구체적인 성공담들 일체는 한국 사회의 실험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도입을 고려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_1C|1221934153.jpg|width=”450″ height=”332″ alt=”?”|소셜 비즈니스 쾰른 지역 컨퍼런스 진행광경 ? IBFS 발표자 (우측)와 진행자(좌측) _##]

『연재 계획』
필자는 앞으로 매주 한 편씩, 열 차례에 걸쳐 연재물을 게재할 계획에 있다. 2회부터 7회까지 초반에 6회에 걸쳐 ‘연대의 경제 비엔나 콩그레스’의 행사들을 필자가 참관을 한 것들을 중심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연대의 경제를 설파하는 젊은 여성 운동가 – 다그마 엠브쇼프 (Dagma Embschof), 지역화폐(Regiogeld)와 시간교환(Timesozial) 운동 – 오스트리아의 생태공학도 토비아스 플레텐바허(Tobias Plettenbacher), 지역 품앗이 운동의 업그레이드를 향하여 – ‘타우쉬링-툴키트(Tauschring-Toolkit)’ 팀,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원조 ‘오이코 크레디트 (Oikocredit)’와 오스트리아 지부, 공동체 은행 ‘GLS’와 안드레아스 노이키르히(Andreas Neukirch) 은행장 등을 5회에 걸쳐 다루고, 마지막 7회분에서 비엔나 콩그레스에 참가한 그 밖의 기관들로 ‘생태사회시장경제’, 쾰른의 자조공동체 ‘SSM’, ‘AG Spak 출판사’ 등을 모아서 간략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어 8회부터 10회까지는 3회에 걸쳐 ‘사회적 비즈니스 쾰른지역포럼’에서 다룬 세 기관들 및 인물들을 소개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게니시스 연구소 (Genisis Institute)’와 그 전략가 페터 슈피겔 (Peter Spiegel), 장애인들을 통한 사회적 기업의 성공사례인 베를린의 ‘페가수스 회사 (Pegasus GmbH)’, 그리고 외국인 청소년들의 사회통합을 위한 사회적 기업’IBFS’의 사회적 기업가 ? 무라트 부랄(Murat Vural) 등이다.

서술내용은 주로 두 행사장에서의 발표와 토론 내용, 현장의 분위기, 해당 기관과 개인들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한 기관의 성격과 활동에 대한 보충소개, 한국을 위한 함의 등을 담을 것이다.

마지막 11회에서는 독일어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흐름들이 우리에게 지닐 수 있는 함의에 대해 고찰토록 하겠다. 필자가 이 두 행사를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가, 향후 우리나라에서 대안경제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그것을 이론적, 실천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이들의 관심에 작게나마 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획연재]유럽 대안 경제와의 조우 는 매 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오마이뉴스와의 공동연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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