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땅에서 시각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

이땅에서 시각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하루에도 몇번씩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는 3월13일 2시부터 5시까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9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4회 사회창안포럼(주제 : 시각장애인의 생활 속의 고충과 그 해소방안)에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이날 참여한 10여 명의 시각장애인들이 발제하고, 토론한 내용에는 그들이 얼마나 ‘위험천만하게’ 살아가고 있는지가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그분들의 이야기에, 함께 참여한 비장애인 20여 명은 모두는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 이렇게 힘겹게 사는 이들이 많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랬습니다. 20여만명에 이르는 시각장애인들의 고통과 고충은 현재도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비장애인들이 사는 것만큼의 절반이라도 덜 고통받고, 덜 고충받는 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3월13일 포럼에서 나왔던 발제와 토론을 ‘총정리’ 형식으로 요약해봤습니다.
사회창안센터는 앞으로 시각장애인단체, 장애인단체들과 협력하여 ‘시각장애인 고통 해소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나갈 계획입니다. 혹시 아래 ‘총정리’된 내용 외에도 시각장애인들의 고통과 고충이 있다면 언제든지 의견주시기 바랍니다.

* 문의 :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_1C|1330999606.jpg|width=”670″ height=”502″ alt=”?”|3월12일 열린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희망제작소의 공동 포럼 현장-고충처리위 9층 세미나실. 사진 : 이경희 연구원_##]

4회 사회창안포럼 주요 논의 사항 요약
*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의 계획
– 시각장애인들의 삶과 고통에 대한 시민의견 취합 및 지속적인 연구
– 시각장애인 단체, 장애인단체, 희망제작소의 네트워크로 적극적인 대응
– 어떠한 정책이나 제도에도 ‘장애인지적’ 관점 도입, ‘장애영향평가’ 등
– 향후 공동으로 고충 민원 제기, 제도 개선 제안, 차별 진정 등 활동
– 시각장애인들의 겪고 있는 고통·고충을 분야별로 총정리하는 작업 우선 진행

* 포럼내용 정리
Ⅰ. 허주현 선생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남지소장) 발제
○ 인터넷 이용 환경의 열악함.
– ‘정보격차해소에관한법률’ 등이 있음에도 시각장애인의 인터넷 사용 환경은 인터넷 속도에 반비례 하고 있음.

○ 볼라드(주차방지돌기둥) 문제 : 길 다니며 겪는 고충
–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시행령 규정 ; 규격 80센티미터 이상, 1.5미터 이격거리 확보라는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문제. 또한 점자블록 위나 점자블록 아주 가까이에 볼라드가 설치된 경우도 빈번함.(한겨레신문 3월12일자 사회면 톱기사 참조)
– 또 점자블록 위에 물건이 놓여져 있는 경우도 있음.
– 한 조사에 의하면 시각장애인들의 53%가 이 볼라드로 인해 부상을 입음.
– 이는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규정을 강화할 필요도 있고, 또한 기존 규정대로라도 잘 지켜지는지 지자체 등 당국이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함. 규정을 어긴 건물주나 관리인에게 페널티도 부과해야 함. 기초 자치단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안 필요

○ 음향신호등의 문제 – 길 건너기 무섭다.
– 목숨을 걸고, 길을 건너야 하는 문제. 음향신호기는 횡단보도 필수조건
– 저상버스 도입에 있어서 “몇 년도 까지 몇 대”를 확충한다는 계획처럼, 음향 신호등도 그렇게 목표가 뚜렸해야 하는데, 음향 신호등은 현재 뚜렷한 확충 계획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등을 통해 ‘앞으로 설치될 모든 음향 신호기는 음성신호등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을 삽입하는 등 강화해야 한다.

○ 버스의 외부 안내방송 문제 – 혼자 버스를 타기란 사실상 불가능.
–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에는 버스 내부 안내방송에 관한 사항은 명시되어 있으나, 외부 안내방송(정류장에 도착했을 시 정류장이든, 버스에서든 ‘몇 번이 도착했다’고 안내해주는 방송)은 명시되어 있지 않음.
– 사실상 시각장애인들은 버스 이용을 할 수 없는 상황임.
– 정류장에서 시각장애인들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함.

○ 열차의 좌석 번호 점자 표기
–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은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필수 요소들을 상당 부분 반영 못하고 있음.
– 열차의 경우, 본인의 좌석을 찾기 위한 차량의 번호와 좌석번호는 점자로 전혀 표기돼 있지 않다.
– 또한 화장실 남·녀 구별 표시는 점자로 꼭 해주어야 한다. 모르고 접근했다고 민망한 경우 있음.

○ 점자 도서관 문제
– 현실적으로 대도시는 장애인종합복지관외에 시각장애인 종별 복지관을 설치 운영하고 있으나, 그 외 중소규모의 도시에서는 점자 도서관이 거의 없음. 확대 필요.
– 중소도시에서는 점자 도서관 외에도 보행, 일상생활 훈련 등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음.

○ 에스컬레이터의 음성 안내 문제
–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에는 계단 손잡이에 점자 표지판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에스컬레이터에 관한 기준은 없음.
– 일본의 사례처럼 이 에스컬레이터가 현재 어느 방향으로, 어느 쪽으로, 어느 층에서 어느 층으로 운행 중인지에 대한 음성 안내가 되어야 한다.

○ 엘리베이터, 음성 안내 및 점자 표기 없는 경우 많다
– 또 엘리베이터 역시 문 열리고 닫힘, 몇 층에서 열렸는지에 대한 음성 안내 및 점자표기(버튼)가 필요하다. 지금도 많은 엘리베이터에서는 음성 안내 및 점자 표기가 안돼 있다.

○ 관공서 내 점자 민원 안내 책자
–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에는 시각장애 민원인을 위한 ‘점자민원안내책자’의 경우 읍·면·동사무소의 비치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실제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음.

○ 금융 자동화기기 및 공공기관의 자동화기기
– 현재 은행, 관공서 등의 무인 자동화기기는 급속히 늘어나고 있지만,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통일되어 가고 있어 시각장애인들의 사용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
– 시각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일반인도 사용 가능) 점자 병기(일부 음성 안내 병행) 자동화기기를 자동화기기 중 하나라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 각종 청구서 접근의 문제
– 몇몇 민간 기업은 오래전부터 각종 청구서 등을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로 제공하고 있으나, 지자체·국세청의 세금 고지서, 국민건강·국민연금공단의 고지서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오히려 공적 기관의 청구서부터 시각장애인용 점자 청구서를 발행해야 할 것임.(신청을 받아서라도 그렇게 해주어야 한다.)

○ 의약품 및 식료품의 점자 표기 문제
– 의약품 중 잘못 복용했을 경우,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일도 있음에도, 의약품·식료품 에 유통기한을 점자로 표기해주는 경우는 하나도 없음.
– 모든 제품이 어렵다면, 일부 제품(시각장애인용)에라도 유통기한 만큼은 점자 표기를 해주어야 할 것임.
– 흔하게 우유의 경우, 유통기한이 얼마 되지 않은데, 시각장애인은 이를 알 수가 없음.

○ 각종 제품 매뉴얼의 점자 자료 미비
– 혹 전자제품을 구입한 경우, 혼자 사는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점자 매뉴얼이 없어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음. 가능한 범위에서라도 각종 제품의 매뉴얼이 점자로 표기되었으면 함.

○ 건축물사전점검조례 확대
– 목포시는 건축물사전점검 조례를 만들어서, 장애친화적 건물인지를 파악할 수 있음. 건물 설계의 단계에서부터 장애인, 시민단체가 참여해 이를 점검할 수 있는 제도. 이런 제도가 널리 확대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함.

○ 결어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규제에관한법률이 통과됨에 맞추어,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 등까지 정비함으로서 시각장애인들의 생활 속에서의 차별과 고통, 고충을 해소하는 큰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임.

Ⅱ. 오명환(시각장애인청년연합 부회장,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 기획팀 근무) 선생님 발제
* 크게 시각장애인들은 이동권과 정보접근권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

○ 민원서류 발급의 어려움
– 행정기관에서 발급받는 공적 서류들의 경우 여러 정보들에 대한 직접 확인이 어려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 신상이 노출되는 위험이 있음.
– 주민등록등본 등 행정기관의 공적 서류에도 시각장애인용 서류 발급이 가능해야 함.

○ 금융권 접근의 어려움
– 지폐 식별의 어려움은 유명한 문제
– 그 외에도 각종 현금지급기 사용도 할 수 없고, 인터넷뱅킹은 꿈도 못꿈.

[##_1L|1285091289.jpg|width=”290″ height=”579″ alt=”?”|점자블록을 따라 가고 있는데, 웬 돌기둥?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다치고 있다. 출처 : 한겨레신문_##]

○ 생활정보 습득의 어려움
– 제일 중요한 유통기한, 성분 확인도 할 수 없음.
– 일부 제품의 경우 제품명을 점자로 표기하고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고 있음.
– 점자 표시가 어렵다면, 제품명과 유통기한만이라도 일부 제품의 경우처럼 양각, 또는 음각의 형태로 디자인한다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음.

○ 이동권 중 지하철 문제
–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지만, 그만큼 위험
–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역은 2007년 1월 현재 4.5%에 불과, 시각장애인 사고 위험 높음.
– 또한 지하철 내에 음성유도기, 점자 블럭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아예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있음.

○ 이동권 중 버스 문제
– 버스는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이용하기 힘든 교통수단
– 더욱이 중앙차로제 확대에 따라 버스 타는 것은 더욱 어려워 짐. 횡단보도 건너는 문제, 양 차선에서 차량이 다니기 때문에 소음의 개입을 양쪽에서 받게 되는 문제 등
– 각 정류장에 버스노선 안내 음성장치 필요, 또한 버스 도착시 버스에서 음성 안내해주는 것도 필요. 어떤 제도를 만들 때, 늘 장애인에게 끼칠 영향을 고려해야 할 것임.

○ 문화 생활
–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경우처럼, 국·공립 운영 박물관, 기념관 부터서라도 모형 전시관 및 편의 시설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임. 시각장애인은 문화생활에서 매우 소외됨.

○ 결어
– 모든 서비스, 제품 설계시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해 ‘만인’이 만족하는 시스템 확립
– 또한 장애유형 전반을 고려한 제도 및 정책 마련이 필요함.

Ⅲ. 안진걸(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
○ 환경영향평가, 성인지적 정책지침 처럼 모든 법, 정책, 제도를 만들고 평가하고 시행하는 데 있어 장애감수성, 장애인지적 관점을 도입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24시간 행정분야별 녹음된 내용을 통한 전화 안내
–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시는 시각장애인등을 위해 24시간 전화를 통한 안내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음. 예를 들면, 관내 축제나 이벤트 정보 안내, 쓰레기 재활용·수집 집하장 안내, 동물보호소 안내 등을 24시간 음성으로 서비스 해주고 있음.
– 희망제작소에 올라온 아이디어임.

○ 시각장애인용 겨울철 장갑 보급
– 촉각이 무뎌지는 장갑 대신 맨살로 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손바닥의 일정한 부위가 뚫리거나 얇게 처리된 장갑을 보급하면 해결될 문제.
– 희망제작소에 올라온 아이디어임.

○ 눈으로 봐야만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의 경우
– 예를 들어, 저울이나 온도계, 속도계 등은 모두 음성 안내가 되는 제품도 함께 팔아야 함.
– 희망제작소에 올라온 아이디어임.

Ⅳ. 전인옥(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이사)
○ 육아 및 가사 노동 과정에서의 어려움
– 시각장애여성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고통 외에도 결혼과 육아에 있어서의 어려움까지 겹쳐있어서 더 어려운 형편이라고 볼 수 있음.
– 육아도우미 지원 및 자녀의 학습을 돕는 데 있어 시각장애여성이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음. 이에 대한 지원 필요.

○ 지하철 이용 시 문제점
– 승강장과 지하철 간격이 너무 넓어 여러 번 빠지고, 신발을 잃어버린 적 많음. 이에 대한 개선 절실히 필요하다
– 좌측통행 일반화: 좌측통행을 잘 지키지 않아 이동시 부딪히는 경우 빈번.
– 현재의 안내방송 소리의 크기가 너무 작다.

* 지하철역 통합 안내 시스템 구축
– 시각장애인들이나 중증장애인, 또 기타 위급한 시민들의 경우 안내나 도움을 요청할 시, 해당 지하철역으로 전화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 전화번호도 모르고, 찾기도 쉽지 않음. 그런고로, 지하철역 입구에서부터 지하철역 안까지 전 지역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통합 안내 전화가 있어야 함. 예를 들면, 777번처럼. 777번을 누르면, 안내가 나오고, 여기가 **역이라고 하면, 그 **역 역무실과 바로 연결되는 것으로 하면 됨. 반드시 이루어져야할 서비스라고 생각됨.

○ 활동보조인의 문제
-장애여성에게는 여성 활동보조인을 보내주어야 하는데, 장애여성에게 남성 활동보조인이 와서 생기는 문제가 있음.(병원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할 때, 화장실 갈 때 등)

○ 집안에서 가사 관련 제품들의 문제
– 세탁기, 전자렌지 등도 음성 안내나 점자 안내가 안 돼 있음.

○ 버스 문제
–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버스 승차 문제. 버스 도착 외부 안내 반드시 필요.

○ 엘리베이터 문제
– 음성 및 점자 안내 안 되는 경우 많음.

○ 문화 활동
– 영국에서 고궁 관람 시, 점자 안내서 비치돼 있고, 이어폰을 지급해 줌. 그 이어폰을 꽂으면 이동 경로도 안내해주고, 문화재를 설명해 줌.

Ⅴ. 김영옥 선생님(국민고충처리위원회)
– 전국의 보건소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상시 고용하는 방안에 대한 제안이 많음.
– 주민증과 장애인복지카드 통합하자는 제안도 많음.

* 플로어 토론
– 신분증·복지카드 통합 : 자체가 스티그마, 낙인이 되지 않을까?
– 현재의 장애인 정책, 최중증 장애 중심으로 되어 있음. 시각장애인의 경우도 약시, 저시력은 오히려 더 사각지대에 있는 측면 있음. 많은 사람들이 시각장애하면 전맹으로만 생각.
– 대학교 교재·학교 교재의 경우, 점자 지원 또는 텍스트 파일 지원해 학습권 보장해야 함.
– 점자 민원 안내 책자의 경우, 이미 제도화되어 있는 것을 다시 제도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다만 이를 시민운동의 영역에서 운동의 감시하고, 촉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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