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뉴스에 오른 그 기업들이 궁금해

<2019 온갖문제연구-궁금한 김에 연구>(이하 궁금한 김에 연구)의 지원을 받은 세 팀의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11월 가을의 끝자락 열린 워크숍 ‘온갖연구실험실’에서 만났던 팀들을 한 달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궁금증이 탐구로, 탐구가 연구로 이어지는 즐거운 여정을 떠난 시민연구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요. 시민연구자 세 팀을 시리즈 인터뷰로 전합니다.

두번째로 소개할 팀은 ‘만점’팀(주영진, 정혜정, 조효진)입니다.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들이 모여 만든 팀인데요. 연구를 매개로 다시 작당 할 수 있어 즐겁다고 하네요. 이번 ‘궁금한 김에 연구”에서는 현명한 소비자를 위해 기업행동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푹 빠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궁금한 김에 연구>를 실제로 해보니 어때요.

혜정: 시민연구자로서 저희의 위치를 어디쯤 둬야 할지 고민했어요. 여러 입장을 골고루 보려고 하니까 소비자, 기업, 언론 입장까지 고려해야하더라구요. 막상 연구를 시작하니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둘 지가 가장 고민스러웠어요. 연구하기 전, 떠올린 그림을 더 촘촘하게 그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걸 연구를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영진: 저는 사회학 쪽을 공부했지만, 뭔가 연구하려면 전문성이 있거나 학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직접 정보를 모으고 갈피를 잡으면서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임을 알게 되었어요. 시민의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해왔는데요. 지금은 연구가 제게 의미 있는 활동이 되고 있음을 발견하는 중이에요.

Q. 어떤 방식으로 연구를 시도하고 있나요.

효진: 연구하면서 제일 많이 만나는 사람이 현재 연구를 함께 하고 있는 구성원인데요. 자주 만나면서 서로 생각을 나누고, 배우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 같아요.

“일정 기간, 다양한 매체와 이해관계자를 분석해야 선한 기업을 발견할 수 있는 거였어요”

Q.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신다면요.

효진: 한 친구가 ‘국민 재판’이라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시민들에게 기업활동을 보여주고 판결하게끔 하는 거요. 마치 블라인드 테스트처럼 A기업의 이슈, B기업의 이슈를 시민에게 보여주고, 시민들이 직접 어떤 기업인지 맞혀보고, 개선사항을 이야기를 나눠보는 거죠. 이 과정에서 시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과 자신의 소비 지향점을 알 수 있어요.

Q.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네요.

효진: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길 하다보면 또 하나의 워크숍,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나오거든요. 쏟아진 아이디어들은 이번 연구부터 일단 끝내고 나서 생각해보자고 얘기했지만…(웃음) 결론적으로 구성원 간 이러한 기획을 꺼내놓고 말할 수 있어 정말 좋아요.

Q. 지금까지 연구한 내용을 살짝 공개해주신다면요.

효진: 이슈 중심에 섰던 한 기업의 행위를 분석했는데요. 2017년도 생산평가 부문에서는 D등급을 받았지만, 친환경적인 부품을 사용하거나, 플라스틱 소재를 빼거나, 다른 나라에 기술적 지원을 하는 등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2년간 지속적으로요. 물론 부정적인 이슈의 중심에 섰지만, 이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나름대로 벌인 셈이죠.

혜정: 반면 어떤 기업은 사건이 터졌는데 사건을 본질적으로 수습하기보다 오히려 외적으로 구호 물품이나 물자를 보내는 방식의 보여주기 활동한 경우도 있어요. 연구 조사를 할수록 대중에게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가 다른 기업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영진: 저는 기사를 분석할 때 좀 더 섬세하게 봐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털사이트에서 게재되는 대부분의 기업 기사는 부정보단 긍정이 많아요. 긍정 기사의 경우 실제로 선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일 수도 있지만 이미지 쇄신용으로도 활용하기 때문에 실제 진정성을 파악하기 어렵죠.

Q. 평소 가졌던 관심사를 연구로 이어가기 쉽지 않잖아요.

효진: 인터뷰 일정을 잡았는데 못했던 적이 있죠. 우리에겐 이 주제가 정말 중요한데 상대는 문제로 인식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그렇다보니 문제 의식에 공감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꽤 어려운 지점이었어요.

영진: 저는 기자 분들에게 연락하는 게 만만치 않았어요. 저희 연구에 관심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거나 메일을 시도하다보니 무응답일 때도 많고요. 소속 매체 성향을 고려하면 기자 개인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생각보다 많은 고민 지점을 발견하면서 더더욱 문제 해결 방법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민연구자 주영진, 정혜정, 조효진 님(좌측부터)

Q. 시민은 왜 연구를 해야할까요?

혜정: 제가 만약 소속이 있었다면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어요. 시민으로서 연구했기 때문에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시민연구자로서 진짜 연구를 하고 있는 거죠.

영진: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어요. 공부하거나 일할 땐 수동적이라는 느낌을 받고, 지나고 나면 그 때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만 남더라고요. 내가 속한 사회에서 내가 관심 있는 주제를 연구할 때는 ‘주체’라는 느낌을 받아요.

효진: 자기의 자리를 자신의 가치관으로 바라보게 만드는게 연구인 것 같아요. ‘온갖연구실험실’에 참여했을 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나의 자리와 나의 가치관을 알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연구란, 온갖문제연구란, 희망제작소란?

영진: 연구란 새로운 기회. 평소였으면 못 만났을 사람들, 못했을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니까. 온갖문제연구란 물주. 연구를 할 수 있게 물자를 지원해주고 물을 주는 곳.

혜정: 연구란 힘든 줄 알았지만 힘든 것.😋 선례를 만든다는 점에서 힘듦을 느끼지만 하고 싶은 힘듦을 느끼게 하는 것. 온갖문제연구란 계획서만 보고 우릴 믿고 지원해준 곳. 희망제작소는 희망!

효진: 연구란 취미. 하면 할수록 잘하고 재미를 느끼는 것. 온갖문제연구란 비빌언덕. 좋은 분들이 연대와 감정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곳. 희망제작소는 롤모델. 재밌는 것만 연구하고 싶었는데, 그걸 먼저 하고 있는 곳이 희망제작소.

 

<2019 온갖문제연구-궁금한 김에 연구>는 궁금증이 탐구로, 탐구가 연구로 이어지는 모든 연구를 지원하는 희망제작소의 시민연구자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에 선정된 시민연구자에게 연구비 지원(최대 250만원)을 비롯해 연구가 낯선 시민에게는 열린 워크숍 ‘온갖연구실험실’을 통해 연구 방법론을 배우고 나누는 자리를 열고 있습니다. 시민연구자는 자유주제로 연구한 뒤 연구의 시작과 끝을 담아낸 연구보고서를 펴낼 예정입니다.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손혜진 정책기획실 연구원 raha@makehope.org
– 사진: 정책기획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