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해피시니어는 사업 2주년을 맞아 ‘Happy Senior Awards – 인생후반전을 사회공헌 활동으로 엮어낸 사람들’을 제정, 올해 첫 수상자로 송래형(행복나눔상), 서병수(새삶개척상), 서재경(희망씨앗상) 씨를 각각 선정했습니다. 풍부한 삶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익을 위해 헌신해 온 영원한 청년, 해피시니어들의 이야기를 앞으로 3회에 걸쳐 나눠 싣습니다.

인생의 변곡점, IMF 금융위기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의 서병수 관장은 최근 책 한권을 읽었다. 50세가 넘어 제2의 인생을 맞는 사람들은 새 분야를 개척해 인생을 이모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하는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가 바로 그것이다.

‘인생의 후반을 잉여인생으로 여기며 서글퍼 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 또 하나의 멋진 인생으로 맞이하라’는 문구를 읽으며 그는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

경제성장만이 최고의 가치였던 시절, 잘 나가는 금융인으로 사회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믿었던 서병수씨는 IMF의 벼락이 자신과 사회를 강타할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배반감과 자괴감, 비관과 허무가 벼락의 잔재로 남았던 그때,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자원봉사였다.

우연한 기회에 종교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생생한 사회현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며, 세상은 성장, 경쟁, 승자가 되기 위한 노력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굳게 믿었던 삶의 지향들이 무책임하게 깨져 버린 현실 속에서, 돌보고 나누고 함께하는 사명과 만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고 서씨는 말한다.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사는 이들이 있구나, 아직도 이런 낙후 지역이 있구나’ 싶어 놀랐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어요.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인생이었다면 몰랐거나 혹은 외면했을 일이었던 거죠.”

공부가 필요했다. 마음으로 돕는다고 전부가 아니었다. 상담뿐 아니라, 봉사를 하기 위해서도 관련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이 절실했다. 서 관장은 대학원에서 빈곤과 복지를 새로 공부했다. 그때 나이 53세. 늦었다고 주춤거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석사 2년, 박사 5년, 총 7년간을 쉬지 않고 공부했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에서 제2인생의 ‘생존기술’로 강조한 공부가 서 관장에게도 그대로 적용이 된 셈이다.

대학원 공부를 마친 후에는 신림종합사회복지관을 시작으로 자원봉사를 하며 복지실천 현장 공부에 몰두했다.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서병수 관장의 인생 이모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이제까지는 성공을 위하여, 나와 가족을 위하여 달려왔다면 이제부터는 나눔을 위하여, 남과 이웃을 위해 달려 가야죠. 저는 운이 참 좋은 편입니다. 나름 두 번째 인생이 성공적이라고 자부하는데 그 길이 사회환원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 사회는 빠른 속도로 장수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은퇴 연령은 그에 반해 한없이 낮아지고 있다. 최근 은퇴 후의 삶이 가장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시니어들은 늘어나는데 참여할 곳이 없다.

민관이 협동해서 시니어들의 사회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특히 학력, 경제력, 건강이 뛰어난 4060 신세대 시니어들은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인력이다. 그들의 탁월한 능력과 경험을 받아 안아 활용할 수 있는 일반기업, ‘사회적 기업’ 등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서씨는 강조한다.

“시니어들의 사회복지서비스사업 취업률이 외국은 25%나 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3%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우리나라도 점차 중고령층의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율성입니다. 내가 직접 선택을 하고 실현해 낸다면, 그만큼 자유의 폭이 넓어지고 행복지수가 올라가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테니까요.“

시니어들의 재취업을 위한 교육, 현장과 직업의 연결, 건강 관리, 여가 활동 등에 중점을 두고 있는 노인복지관의 역할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영등포에는 3만 명의 노인이 있습니다. 그 중 7천 명이 넘는 노인들이 병을 앓고 있는 빈곤대상자입니다. 그러나 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분은 정작 4백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원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죠. 구청, 복지관 등의 지역사회가 합심을 해서 이들을 도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지 네트워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노인복지관 관장으로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임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서씨는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해, 복지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개선시키고 정책의 수준을 높이는 성과도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한다. 사회발전이라는 큰 그릇에 담긴 쌀 한 톨의 존재가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며 말을 맺은 서 관장이 살짝 쑥스러운 미소를 내어보였다.

성장과 복지가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가는 미래 사회를 향한 서병수 관장의 소망, 그 꿈이 실현될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글 _ 양인실 / the best, 사진 _ 강홍수 / 행복설계아카데미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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