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싱크탱크를 가다(10)] 일본국제교류센터

<편집자 주> “일본의 싱크탱크를 가다” 기획 연재는 매 주 월요일 게재됩니다. 희망제작소에서 기획한 세계의 싱크탱크 조사는 2006년부터 일본, 미국, 독일에서 동시에 시작ㆍ진행되었습니다. 현재 미래자원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인 이영근 박사는 당시 츠쿠바대학(University of Tsukuba)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1996년 일본에 발을 디딘 후 일본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일본사회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아왔습니다. 본 연재는 일본 싱크탱크들을 소개하는 차원 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정보와 분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지] 바로가기 : 기획연재 & 필자 소개


필자 : 이영근
미래자원연구원 선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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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많은 수도들이 그렇듯이 도쿄 또한 각 지역별로 구역이 나누어진다. 의회 의사당과 총리부가 있는 나카타쵸(永田町)는 정치의 중심지이다. 카스미가세키(霞ケ?)는 관청이 모여 있는 곳으로, 히로오(?尾)는 외국 대사관과 고급주택지가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도쿄의 고급 주택들이 모여 있고 외국 대사관들이 있는 곳에 싱크탱크가 있다면, 어떤 목적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듯싶다. 희망제작소의 싱크탱크 연구단이 찾아간 곳은 일본국제교류센터이다. 잘 정돈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는 일본국제교류센터는 건물 자체에서 단정함과 고풍스러움이 풍겨나고 있었다.

설립

일본국제교류센터는 국제관계, 정치, 경제, 사회 등 정책과제에 관하여 일본과 제 외국의 상호이해와 협력관계를 촉진하고, 세계평화와 국제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1970년에 설립된 사업형 재단이다. 국제교류센터는 종래의 우호친선이나 일본이해 촉진 등에 만족하지 않고, 정책과제를 둘러싼 국제적인 대화와 공동연구, 민간 비영리 부문의 강화 등을 목적으로 인적 교류, 조사연구 등 비영리(non profit), 비정부(non government)의 입장에서 폭넓은 국제 교류사업을 행하고 있다.

일본국제교류센터가 설립된 1970년은 이른바 일본 싱크탱크 원년으로 불리는 해에 해당하며, 이 해에 노무라 종합연구소가 설립되었고, 그 뒤를 이어 수많은 싱크탱크의 설립이 잇따랐다. 단지, 노무라의 경우처럼 주식회사의 형태로 설립되는 경우가 많았고, 일본국제교류센터와 같은 정책 싱크탱크는 대단히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설립 당시의 일본은 지속적인 고도 성장에 힘입어 기업, 정부의 해외 진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일본의 대외정책은 카스미가세키(霞ヶ?)를 중심으로 중앙 행정기관에 거의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행해졌기 때문에 여기에 민간이 발 디딜 틈을 찾기란 상당히 버거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국제교류센터가 굳이 이 분야에 몸을 던진 이유에 대하여 야마모토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도 그렇지만 이곳의 초기 스태프들은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70년에 제가 일본국제교류센터를 만들었을 당시 일본에는 비정부 그리고 비영리 기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고, 특히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더욱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반정부(anti government) 지향이 아닐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정부와 관련된 많은 일을 수행하였습니다. 비정부/비영리 기관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에 대하여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그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독립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중앙 관료로부터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본국제교류센터는 1973년 외무성 소관의 재단법인 인증을 받았으며, 1988년에는 동 센터의 활동성이 인정을 받아 국제교류분야의 특정 공익증진법인의 제1호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한편으로 해외에서의 활동에도 역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였는데 그 일환으로 1975년에 일본국제교류센터 미국 대표사무소를 뉴욕에 개설하였으며, 이듬해인 1976년에는 미국 비영리법인 일본국제교류센터를 역시 뉴욕에 설치하였다.

2009년 1월에는 일본국제교류센터가 설립 4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40여 년에 걸쳐 동 센터가 중앙관료를 대신하여 혹은 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에 깊숙이 관련함으로써 일본의 대외협력관계를 증진시켜 왔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일본의 어떤 미래상을 그려가며 지난 40년을 걸어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업 & 성격

일본국제교류센터의 사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글로벌 싱크 네트워크(Global ThinkNet), 시민 네트워크(Civil Net), 정치 의회 교류사업(Political Exchange Program)이 그것이다.

[##_1C|1063463901.jpg|width=”341″ height=”249″ alt=”?”|일본국제교류센터의 주요 사업 분야_##]

1) Global ThinkNet

1996년 시작한 글로벌 싱크 네트워크 사업은 일본 국내외의 싱크탱크나 연구기관의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여, 정책 연구와 토론을 글로벌하게 전개하는 ‘네트워크형 싱크탱크’를 의미한다. 인적인 교류와 함께, 선구적인 정책 과제에 관련되는 공동 연구와 토론, 정보교류, 인재육성, 출판 등을 국제적으로 전개하는 사업이다. 여기에는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대화?연구 모니터, 아시아 태평양의 안전 보장의 현황 모니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주요 싱크탱크 연구기관의 국제 컨소시엄 등이 있다. 최근에는 ‘동아시아 공동체의 구축’, ‘인간의 안전 보장(human security)’등을 주요 과제로서 채택하고 있다.

센터의 홈페이지를 보면 글로벌 싱크 네트워크가 정책대화와 정책연구를 중심으로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다. 예를 들어 정책대화의 경우 Asia Pacific Agenda Project, 한일 포럼, 일독 포럼 등을 실시해오고 있으며, 정책연구의 주요 테마를 보면 ‘국제보건의 과제와 일본의 공헌’, ‘일미중 관계의 관리와 협조의 강화’, ‘아시아 태평양의 안전보장 동향 분석’ 등과 같은 무게 있는 테마가 있는가 하면, ‘일미교류의 실태조사’, ‘인간 안전보장에 대한 UN기관의 업적에 관한 조사’, 전후 일미관계의 진전에 공헌한 지원사업의 역할’과 같은 비교적 일반적인 과제도 수행이 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일본국제교류센터가 수행하여왔고, 현재 수행 중에 있는 과제들의 대부분은 다른 정책 싱크탱크 혹은 정부산하 기관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들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업적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출판물(정보교류)의 형태로 공개되고 있다.
[##_1R|1007806596.jpg|width=”354″ height=”249″ alt=”?”|(上)동아시아정세 관련 뉴스레터 (下)지역안전보장 관련 뉴스레터_##]
우선 첫 번째로 동아시아 정세에 관한 뉴스레터 ‘East Asia Insights’를 들 수 있다. EAI는 동아시아의 커뮤니티 형성이나 중요한 지역정세에 대한 해설을 주된 목적으로 2006년에 창간되었다. 격월로 발행되고 있으며, Asia Pacific Agenda Project의 일환으로 지역 커뮤니티 형성을 고양함에 있어서 지적 교류와 대화를 촉진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안전보장 대화/연구 동향 모니터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전보장에 대한 논의의 활성화를 위한 사업의 하나이다. 지역의 안전보장 문제에 관하여 수행되는 정부간 협의(Track One)나 비정부 간 정책대화(Track Two), 연구 동향을 정기적으로 모니터하며 게재하고 있다. 시민사회 모니터는 일본의 민간 비영리 섹터의 새로운 움직임과 그러한 움직임이 일본 사회에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모니터링하여, 외국 관계자들의 이해를 증진시킬 것을 목적으로 영문 뉴스레터의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2) Civil Net

Civil Net이란 시민사회의 네트워크(Civil Society Network), 즉 전국의 NGO/NPO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서로 간에 협력체제를 이루고, 또한 NGO 간의 국제적인 협력관계를 촉진하기 위한 사업이다. 갈수록 복잡해져가는 사회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는 현대사회는 시민사회라고 불리는 NGO/NPO, 재단, 싱크탱크 등의 민간비영리 섹터가 공익실현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Civil Net은 이러한 시민 사회의 강화와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일본 국내의 기반이나 지원사업(philanthropy)의 확충, 지역 커뮤니티, 자치체 등의 교류와 협력, 기업 지원사업의 촉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네트워크의 확대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Civil Net의 중점사업은 크게 4가지로 이루어지는데 그 첫째가 지원사업 (philanthropy)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마이크로소프트 NPO지원 프로그램, SEEDCap Japan (사회기업가 육성 지원 프로그램), Levi Strauss Community 활동추진기금(1997-2004년) 등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는 시민사회 추진사업으로, 게이오(慶應義塾)대학에서 행한 ‘시민사회론’에의 협력, ASEM Civil Society Network 헬싱키회의, 국제협력 NGO 활성화의 방책연구 프로젝트(2003년 조사연구) 등을 행하였다. 세 번째는 지역의 국제교류와 협력사업으로 각종 조사연구와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끝으로 인간 안정보장(Human Security) 사업으로, 특히 중대한 전염병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을 추진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분야이다.

3) Political Exchange Programs (정치, 의회 교류사업)
[##_1L|1383757149.jpg|width=”350″ height=”234″ alt=”?”|카츠마타 상무이사?사무국장_##]국제적인 상호의존이 증가하면서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의 영역이 더욱더 밀접하게 되었고 상호 불가분의 관계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정책 결정에 종사하는 정치가나 의회 관계자의 상호 이해를 심화시켜 협력 관계를 긴밀화하는 것은 국가 간 관계의 안정과 발전, 지역적 과제나 글로벌인 과제로의 협력을 촉진하는데 있어서도, 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국제교류센터의 PEP사업은 주요국과 의원교류 프로그램, 지도자 교류 프로그램 등을 계속적으로 실시함으로써 각국이 안고 있는 정책적 과제에 대하여 대화와 공동연구를 거듭함으로써 신뢰관계를 기초로 한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그 목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1968년부터 시작된 미?일 의원 교류 프로그램부터, 미국 의회 스태프 교류 프로그램, 청년 정치 지도자 교류 프로그램 등이 있으며, 특히 조사연구 프로그램 중 미국의 정치자금에 관한 조사가 오랜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일본국제교류센터의 개략적인 사업을 살펴보았는데, 한걸음 깊숙이 그들의 실무를 들여다보면 참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일본의 민간 재단으로서는 좀처럼 구현하기 어려운 사업(예를 들어 일미 정치가교류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끊임없이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것을 구축해왔던 그들의 노력의 결실일지도 모른다.

야마모토 이사장이 구상해온 싱크탱크

일본국제교류센터의 야마모토 타다시(山本正) 이사장은 일본 정계와 외교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야마모토 이사장은 1936년 일본의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상지대학을 졸업한 이후 신부가 될 생각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서 John F. Kennedy의 영향을 받게 되고 자선 활동과 국제교류 활동에 일찍이 눈을 떴다고 한다. 한편 그는 1970년 일본국제교류센터를 세운 이후, 미일경제관계그룹, 미일자문위원회의 일본 측 이사(director), 한일21세기위원회 간사위원, 미국유럽일본위원회, 영일2000년위원회, 독일포럼, 한일포럼의 이사(director)등을 역임하였다.
[##_1C|1184544992.jpg|width=”339″ height=”226″ alt=”?”|야마모토 이사장(왼쪽)과 멘주 토시히로 지역네트워크 주간_##]
야마모토 이사장은 일본의 싱크탱크는 그다지 좋은 모델이 될 것 같지 않다는 말과 함께 가장 먼저 일본 싱크탱크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하였다.

“1970년대 일본에서는 커다란 싱크탱크 설립 붐이 일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싱크탱크의 중요성에 반대하는 이는 없었고, 향후 일본사회에서 싱크탱크 역할의 필요성을 지적하였으며, 이에 따라 수많은 대기업들은 솔선해서 싱크탱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일본에서 진정한 싱크탱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제가 초기에 예상했던 대로, 기업이 세운 싱크탱크는 결국은 설립기업의 조사부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전락하였고, 정부기관에서 만든 싱크탱크 역시 중앙 성청(省?)의 하부기관으로 퇴색해 버렸습니다. 단지 지방의 싱크탱크가 건투하고 있는 모습이 특징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야마모토 이사장은 일본에서 싱크탱크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이유로 관료가 정책형성 과정을 지배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즉 대부분의 정책결정에 있어서 관료조직이 압도적으로 주도하기 때문에 민간 싱크탱크들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故오부치(小淵惠三) 총리 시절에 민간 싱크탱크를 모아 ‘21세기 일본구상’을 마련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나름대로 정치인들이 민간과 협력하여 발언력을 높이는 기회를 가졌었고, 우수한 관료들도 협력하여 일이 진행되었지만, 오부치 총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민간이 주도한 정책 제안을 거의 모두 폐기 처분하게끔 되었다면서 야마모토 이사장은 매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의원들이 입법을 주도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고, NPO, NGO들이 정치인들과 협력하면서 정책결정의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야마모토 이사장은 국회의원들의 노력에 많은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특히, 정치인들에게 전문적인 정책 스태프가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최근에 국회의원이 정책비서를 고용할 수 있는 정책담당비서제도가 시행되었지만, 자격조건과 실제 필요한 업무 등의 이유를 들어 실질적인 정책 스태프가 채용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정당의 싱크탱크 설립 움직임에도 매우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 마디로 우수한 인재가 정당 싱크탱크로 모일 수가 없다는 것인데 결국, 우수한 인재들을 대학에서 불러서 파트타임으로 정책제안을 듣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싱크탱크에는 인재가 모이지 않고 대학으로 가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싱크탱크에 겸임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이 연구의 방향을 주도하는 네트워크형 사업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야마모토 자신이 1970년도 당시 일본국제교류센터의 설립취지와 연결하여 일본 싱크탱크에 대한 비판과 대안의 제시로 이어졌다. 야마모토 이사장은 일본에 비정부 비영리 단체, 특히 대외 관계 분야를 담당하는 기구가 필요함을 인식하였다고 한다. 비정부 단체는 반정부(anti government)가 아니라 협력적 관계를 가져야 한다며, 얼마나 독립성을 가지면서 협력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일본과 미국, 한국과 일본, 일본과 독일, 일본과 영국과의 관계 속에서 특별히 현자그룹(wisemen group)이 외교적 관계를 넘어서는 협력적 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싱크탱크는 독립성을 기반으로 하여 행동지향성(action orientation), 네트워크 지향성(network orientation), 脫분야지향성(cross-sectoral orientation)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정책제안서만 만들어 제출하기보다는 정책과정을 주도하고 실제 정책결정과 집행에 이르기까지 영향력을 보이는 싱크탱크, 모든 사업에 있어서 정부, 기업, 외국, 타 연구자 등과 협력하는 싱크탱크, 그리고 한 분야만 고집하기 보다는 수많은 분야의 정책의 분야들을 넘나드는 다방면의 싱크탱크가 절실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에 있어서는 싱크탱크2005일본의 스즈키(鈴木崇弘) 사무국장이 주장하는 ‘민주주의의 도구’로서의 싱크탱크의 기능과 많은 점에서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야마모토 이사장의 제안은 싱크탱크 운영에 있어서 재정과 인재의 문제가 가장 중요함을 일깨워 주었다. 특히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가지기 위해서 재정의 독립이 있어야 한다는 점과 아울러서 일본국제교류센터는 일본 내의 펀드보다는 외국의 재단 특히 Ford Foundation, Rockefeller Brothers 등으로부터 국제교류기금을 받고 있음을 밝혔다. 이는 자선과 기부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일본의 상황과 맞물려 있는 듯했다. 인재의 활용과 관련하여, 일본국제교류센터는 퇴직한 외교 관료들(전직 외교부 심의관, 전직 모스크바 대사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밝혔다. 우수하고 젊은 인재들이 싱크탱크에 오지 않는 일본의 상황에서 전문성을 지닌 전직 관료들을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의 경우 미활용된 자원(under used resources)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 인력의 개발 필요성과 지역에서 나름의 권위를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들이 있음을 덧붙였다.

방문 후기

일본국제교류센터의 방문은 일본의 싱크탱크의 또 다른 중요한 모습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센터의 거의 모든 스태프들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였으며, 거의 모든 연구보고서는 영문으로 작성되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일본의 다른 싱크탱크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해외의 유명한 기관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짐으로써 島眼(섬나라 국민으로서의 편협함)은 상당히 극복되어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일본 국내문제에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였는데, 예를 들어 국내 싱크탱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진부함을 느낀 점이나,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국내 네트워크에 관해서는 상당히 제한된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일본국제교류센터가 40여 년 동안 변함없이 국제 관련 사업에 일관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야마모토 이사장의 개인적 수완과 폭넓은 인맥에 의한 것이며 이는 동 센터의 커다란 강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40여 년간 지속되어온 이사장의 장기집권과 그로 인해 동 센터가 강한 야마모토色으로 물이 들어버렸다는 점에 있다. 이는 차후에 동 센터를 이어받을 인재의 선정에서부터, 실제로 운영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약을 받게 될 것이란 추측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상적으로 자유로워야 할 싱크탱크에 있어서는 그다지 좋은 예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끝으로 2006년도 결산보고를 살펴보면, 동 센터의 연간 예산은 약 5억 엔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일본의 정책 싱크탱크 중에서는 상당히 고액 기관에 속한다. 수입내역 항목을 보면 조성금(약 1억 7천 엔)과 전술한 사업에 의한 수입(약 1억 2천 엔)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기부금(약 5천만 엔)이나 회비 등에 의한 수입(약 4천만 엔)은 큰 수입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조성금의 경우도 국내 조성금 보다 국외 조성금이 두 배에 달하는 것도 동 센터의 커다란 특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연재순서

0. [공지]기획연재 & 필자 소개(2/2)
1. 일본 싱크탱크 – 연재를 시작하며(2/2)
2. 미쯔비시종합연구소(2/16)
3. 일본종합연구소(3/2)
4. 東京재단(3/16)
5. 구상일본(3/30)
6. PHP종합연구소(4/13)
7. 공공정책플랫폼(4/27)
8. 싱크탱크2005일본(5/11)
9. 종합연구개발기구(6/2)
10. 일본국제교류센터(6/22)
11. 가계경제연구소(7/6)
12. 유타카론(7/20)
13. 지방자치연구기구(8/3)
14. 마치는 글(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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