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시 한국처럼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몸이 불편한 고령자들은 그대로 독거노인이 되어 기본적인 생활 수준도 보장받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2000년 4월, 독일의 사회보장제도를 본따 사회가 고령자를 책임지기 위한 제도를 제정했는데, 이를 개호보험(介護保?)이라고 합니다. 이후 일본의 개호보험제도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논란 속에서 여러가지 변화를 겪게 됩니다. 한편 한국 역시 일본의 개호보험제도를 본 따 2007년 노인장기요양 보험제도를 실시하게 됩니다.
2010년 6월 14일부터 19일까지, 소기업발전소 변한식 전문위원과 정다슬 인턴연구원은 한국의 돌봄 사업을 담당하는 전라북도 온케어 팀장들과 함께 일본 도쿄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일본희망제작소 연구원들도 현지에서 결합해 통역을 맡아주었습니다.
한국의 노인장기요양 보험제도가 일본의 개호보험에 그 바탕을 두고 있고, 한국과 일본의 사회제도는 매우 닮은꼴의 고민을 떠안으며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이번 일본 연수를 통해 고령화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힌트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연수 후기 두번째 순서로 도쿄 스미다구에 위치한 이키이키 플라자를 방문해 설명들었던 내용을 소개해드립니다. 아래는 이키이키 플라자 관계자의 설명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키이키(生生) 플라자는 도쿄 스미다구에 있는 ‘개호복지(예방적 개념의 노인복지)와 지역공조’를 위해 세워진 공공시설이다. 설립목적에 따라 고령자의 건강을 위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이키이키 플라자가 활용하고 있는 공간 크기는 555평이다. 본래 이곳은 문화초등학교라는 이름의 초등학교가 지어져 있었으나 학생수가 점점 적어짐에 따라 폐교됐다. 이에 민간 맨션이 그 자리에 세워지게 되었는데, 계획단계에서부터 지하 1층은 ‘공공시설’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된 상태였다. 따라서 이미 공간을 마련한 상태에서 맨션을 분양할 때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는 운동ㆍ오락 시설이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선전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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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다구는 지하 1층의 공공시설을 관리할 기관을 모집해 선정했는데, 그 때가 바로 6년 전이다. 이런 지정관리제도는 6년 전 일본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다. 결국 스미다구는 이 제도를 받아들인 첫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단체들과의 경쟁을 통해 NPO법인 일본 노동자협동조합이 관리기관으로 선정되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일본 노동자협동조합에서도 위탁 관리를 맡은 기관은 이키이키 플라자가 처음이다. 한 번 관리기관으로 지정되었다고 반영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다시 다른 곳과의 경쟁을 통해 운영권을 갱신해야 한다. 이키이키 플라자의 경우 3년 전 운영기간을 5년 갱신했다. 2년이 지나면 다시 경쟁에 뛰어들어 갱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_1C|1326144455.jpg|width=”340″ height=”25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이키이키 플라자에 근무하는 직원의 구성은 정규직이 10명, 비정규직이 6명, 청소담당 하시는 분 1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되며, 오전 8시 30분부터 시작하는 타임과 오후 12시부터 시작하는 타임, 2교대 체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용자는 월 5천 여명, 연 6만 여명으로 처음 시작할 때보다 약 13배가 늘었다. 일일 이용자는 250~300 명 정도다. 보통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290명, 금요일은 300명, 토요일은 110명, 일요일 30명 정도로 요일마다 이용자의 수가 매우 다르다.
스미다구는 서울의 강북에 해당하는 곳으로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또한 급격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정된 운영비와 적은 수의 직원에도 불구하고 이키이키 플라자가 활성화되고 있는 이유는 굉장히 많은 자원봉사자가 운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키이키 플라자에 소속되어 있는 자원봉사자는 약 160명으로 대부분이 무상봉사를 자처하고 있다.
이들은 여러 활동을 지원하고, 이키이키 플라자에서 열리는 각종 강좌에서 직접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또한 이용자가 그저 이용자의 위치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봉사자가 되고, 봉사자가 이용자가 되는 등 둘 사이의 순환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런 활발한 순환은 봉사에 활력과 즐거움을 가져오게 된다. 봉사자 대부분이 초보자인 상태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은 봉사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봉사자, 이용자, 직원이 자신의 임무에만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머리를 맞대며 고안해나가는 과정은 이키이키 플라자 활동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특징이다.
지금 하고 있는 강좌는 컴퓨터, 카메라, 인터넷 등의 강좌나 체조, 서예, 다도, 마작, 장기, 바둑 등이다. 또 여름의 열사병에 대비해 물을 마시는 방법, 위급한 상황에 휴대전화 쓰는 방법 등 생활에 관련된 강좌도 종종 열리고 있다.
이키이키 플라자가 100% 잘 운영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이용자와 자원봉사자, 직원들이 일체감을 갖고 활동한다는 점이다. 이키이키 플라자를 잘 보면 사람들의 인사부터 여타 기관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다음 대화로 이어지는 가장 단순한 첫걸음이다.
이런 일체감은 기관의 운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다른 기관에 가보면 이용자가 직원에게 “왜 여기에는 이런 서비스가 없냐”라고 불평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이 곳에서는 자원봉사자, 이용자, 직원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은 자신을 단순한 손님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시설’이라는 애착심을 가지게 된다. 종종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광경 중 하나가 이용자가 자원봉사자에게 시설에 대해서 ‘여기는 이런 곳이다’라고 설명하는 모습이다. 이런 광경이야 말로 이용자가 자신을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시설을 이끌어나가는 주체로서 인식하는 대표적인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개호보험 대상 고령자에 대한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또 현재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일은 강좌 제공, 잡일 등에 한정되어있으나 후에는 케어 개념의 자원봉사자도 확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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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령화는 점점 그 속도를 높이고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노케어(건강한 노인이 보호가 필요한 노인을 돌보는 것)’ 역시 당연시될 것이다. 이에 따라 마을 전체가 서로를 도와주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따라서 이 시설을 이용하는 A씨가 누구와 잘 지내고 있는가에 대해서 알아두고, 노인 분들이 서로 체크하고 서로 보살펴가는 시스템을 올해 안으로 만들어나가고자 하고 있다.
스미다구에 위치한 또 다른 노인복지기관인 아유미 케어센터의 경우, ‘직업ㆍ살 곳ㆍ가족’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곳이다. ‘죽을 때까지 당신을 보살피겠습니다. 대신 당신의 연금 등은 저희가 시설 운영비로 사용하겠습니다’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곳이다. 이에 따라 이 곳은 공동무덤까지 만들어서 사후관리까지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케이스는 드물다.
국가가 운영하는 요양홈은 비교적 저렴한 이용비로 식사, 숙박을 해결할 수 있으나 몇 만 명이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그 수요가 부족하다. 그렇다고 해서 민간 요양홈의 비싼 이용비를 부담할 수 있는 사람들 역시 많지 않다. 결국 이용자들이 산이나 시 외곽에 지어져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요양홈을 찾아가게 되지만, 시설이 열악하고, 적은 수의 인원이 많은 인원을 돌봐야 하며, 안전 대책 등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우리 이키이키 플라자는 스미다구에 있는 각종 시설들과 연계해 마을 전체를 서로가 도와주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본격적인 실행은 약 5년 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아래 more를 클릭하시면 연수 참가자들의 질의응답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Q : 스미다구의 다른 시설과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A : 스미다구의 다른 시설과는 운영회사 자체가 다르다. 우리의 가장 큰 차별성은 앞서 말했듯 자원봉사자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등록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자원활동으로 이어져 꾸준히 지속되는 기관은 매우 드물다고 본다. 이런 활력은 강좌의 인기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다른 시설들은 스미다구의 신문에 광고를 내서 ‘이런 강좌가 있으니 오세요’ 라고 홍보하는 반면, 우리는 홍보가 필요없을 정도이다. 걱정되는 점은 너무 많은 인원이 우리 시설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반면,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없다는 점이다.
Q : 수많은 기관들이 이 곳에 들어오기 위해 경쟁했다. 이 기관들을 제치고 노동자협동조합이 지정관리자로 선정된 이유, 그리고 계약을 갱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A : 첫째는 노동자협동조합이 거대한 조직이라는 점이다. 둘째로 노동자협동조합이 지금까지 해왔던 실적이다. 셋째로 구에서 이런 정도의 예산으로 운영이 가능하냐고 물었을 때, 우리는 가능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대부분은 자원봉사자의 무상봉사로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강좌는 대부분 무료이다. 일부 강좌(요가, 서예, 훌라댄스 등), 즉 강사비를 제공해야 하는 강좌의 경우에만 일정 부분 수강료를 받는다. 1회 수강료는 100엔에서 500엔 정도로 저렴하다. 공공시설인 만큼 스미다구에서는 너무 비싼 수강료를 받지 못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Q : 한국에서는 기업 등이 후원해 노인분들에게 ‘짜장면’을 제공하는 등의 짜장면 데이 등의 행사가 있다. 여기 같은 경우는 비슷한 예가 있는가?
A : 없다. 비슷한 것으로는 일년에 한 번, 자원봉사자 분들을 대접하는 ‘감사의 날’ 행사가 열린다. 이제까지는 일본 중국요리협회에서 무료로 음식을 제공했으나, 올해는 여의치 않아 참가자들에게 300엔 정도를 받고자 한다. 또 매주 목요일마다 24명에게 500엔 상당의 급식을 제공한다. 24명 밖에 받지 못하는 이유는 그 시각 다른 방들이 모두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용 가능한 방의 정원이 24명이다. 매월 25일에는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요루노카이라는 모임이 열린다. 이 모임에서는 약간의 반주도 나누며 친목을 다진다. 요루노카이 같은 경우 매월 1일마다 접수를 받는데, 인기가 매우 높아서 10분만에 모든 신청이 종료된다.
Q : 사회복지사들의 급여조건이 어느 정도인가?
A : 일본은 경기침체에 따라 민간기업의 경우도 임금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 같은 경우는 비영리조직이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인건비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분들도 아슬아슬하게 생활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다른 시설에 비해서는 조금 낫다.
정리_소기업발전소 정다슬 인턴연구원
☞ 연수후기 첫째 글 건강한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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