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이구락부의 특별한 예술가들

7월 19일~22일, 일본 큐슈지역에서 여행사공공과 희망제작소 주관으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해외연수가 진행되었다. 이번 연수에서는 ‘열린소통 및 거버넌스 구축’을 주제로 일본 큐슈지역의 사회적기업, 사회복지법인, NPO, 커뮤니티비즈니스ㆍ도시재생 사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연수 기간 동안 깊은 인상을 받았던 방문지들을 소개한다.


(1)  조이구락부 (JOY CLUB)

* 이번 연수 과정에서 ‘장애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필자는 ‘지특인’ 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보았다. 특별함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 ‘구락부’는 Club의 일본식 발음이고, ‘아트리에’는 프랑스어 Atelier(아틀리에)의 일본식 발음이다. 이 글에서 현지 조직 명칭은 일본식 발음으로 표기했다.

어떤 이는 실로폰을, 어떤 이는 키보드를 치면서 멋진 화음이 만들어졌다. 박자를 맞추려고 억지로 노력해 애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표정과 몸짓은 행복했고, 자유로워보였다. 보여주기 위한 음악이 아닌 그 순간을 스스로 즐기는 그들의 합주를 보고 있노라니 나 또한 구름에 둥둥 뜬 기분이었다. 이런 멋진 앙상블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지특인(持特人)이었다.
(조이구락부 뮤직앙상블 공연영상 ☞ 클릭)

조이구락부는 후쿠오카의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1월 방문에 이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큐슈 연수 때마다 우리가 조이구락부를 연수지에 포함시키는 이유는 바로 이 시설이 지향하는 가치와 잠재력 때문이다.

대개 지특인 직업훈련 시설의 경우 단순생산직, 사무직, 청소직 등으로 훈련 분야가 다양하지 않다. 그래서 교육생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훈련을 받더라도 취업을 하는 것은 또 하나의 장애물이다. 즉 지특인 직업훈련의 현실은 원하는 직업 훈련을 받기도 어렵고, 받는다 하더라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_1C|1038857888.jpg|width=”400″ height=”3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조이구락부의 사정은 좀 다르다. 큐슈 전체에서 많은 지특인들이 오고 싶어 한다. 개개인이 스스로의 창조성을 발휘함으로써 다양한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훈련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후쿠오카 현에만 총 120여 개의 지특인을 위한 직업훈련시설이 있는데 조이구락부처럼 문화예술을 주제로 하는 곳은 없다.

조이구락부에 들어오는 지특인들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뮤직앙상블에 들어가 음악활동을 할 수도 있고, 아트리에 부라보(Atelier Bravo)에 들어가 미술활동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공연이나 작품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

유럽여행에서 시작된 꿈

1993년, 치과의사이자 조이구락부가 속해있는 사회복지법인 후쿠오카 지특인 문화사업장 이사장인 오가타 카쯔야씨는 유럽여행 중 지특인 앙상블의 무대를 보게 되었다. 그는 일본의 지특인에게도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활동의 장을 열어줘야겠다고 결심하고 여행에서 돌아와 바로 지특인들의 부모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모들조차 지특인의 능력에 고정관념을 가진 터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꾸준한 설득과 협의 끝에 비로소 조이구락부 ‘뮤직앙상블’이 탄생하게 된다.

2000년, 조이구락부 뮤직앙상블은 드디어 프로데뷔 첫 CD 음반 ‘동경은 피아니시모에서부터’를 제작해 발표하고, 2002년 법적수산(授産)시설(취약계층의 일자리 마련을 돕는 기관의 일본식 명칭)로 인가받아 좀 더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 2003년 코니시키와 함께 전국 10개도시 순회 공연, 2005년 지특인 동계올림픽 나가노 페스티발 참여 등 각종 공연활동을 활발히 펼쳐나갔고, 2009년에는 부산시민회관에서도 공연을 했다.

[##_Gallery|1175105765.jpg|연주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자유롭게 자신의 몸을 악기로 삼는 단원들|1028975050.jpg|연주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자유롭게 자신의 몸을 악기로 삼는 단원들|1232934177.jpg|연주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자유롭게 자신의 몸을 악기로 삼는 단원들|1249811417.jpg|연주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자유롭게 자신의 몸을 악기로 삼는 단원들|width=”400″ height=”300″_##]
이렇게 활동할 수 있기까지는 오랜 시간동안 인내하며 노력한 지특인들의 노고가 가장 컸고, 한편으로 지특인 교육과 음악을 전공한 많은 대학생과 교사들의 자원봉사, 연습공간 마련을 위한 후원자들의 경제적 지원이 존재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자는 바로 지특인의 가족이들었다. 키모토 히도미 시설장의 말이다.  
 
“공연을 한 번 하기 위해서는 미리 악기를 옮기고 세팅을 하고, 또 끝나면 정리하고 자동차로 이동하는 등 보이지 않는 일들이 많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부모들의 도움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현재 뮤직앙상블은 27명의 단원이 연간 약 590회의 연주활동을 하면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4장의 연주 CD를 발매했다. 또한 클래식, 팝,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초등학교, 기업연수, 관공서 기념식, 축제 등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 요청을 받고 있다.

조이구락부의 지특인들은 이렇게 사회와 소통하고 있었다. 보통 음악을 들으면 박자, 음정 등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통해 음악을 평가하게 된다. 하지만 뮤직앙상블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런 평가가 무의미해진다.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소통하고 싶고, 나눠주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그들의 마음 말이다. 이런 마음이 전달되기 때문에 관객은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행복감을 느끼고 힘을 얻게 된다.

보통 한 곡을 연습하는 데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 곡을 연습하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한다. 멤버 중에는 18년 동안 연주를 계속해온 분도 계셨다. 또한 저마다의 능력을 고려해 단원별로 개별악보를 만든다.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방법으로 연습을 진행하는 것도 기본 방침이다.

그림으로 자립한다

조이구락부엔 또 하나의 활동 조직이 있는데, 2002년 복지법인 인가를 받으면서 만들어진 아트창작 그룹 ‘아트리에 부라보’다. 아트리에 부라보에는 현재 8명의 멤버가 아티스트로서의 자립을 목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아트라이브에 초대받기도 하고 스스로 작품전이나 워크숍을 개최하면서 많은 고객과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_1C|1207493520.jpg|width=”400″ height=”3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림을 그리고 있는 지특인 작가 _##]
아트리에 부라보에서 만들어진 작품은 에코백, 티셔츠 등에 프린트되어 상품으로 팔리기도 하고 음료수 병 라벨 디자인에 사용되기도 한다. 축제 포스터, 달력, 대학 우편봉투, 보온병, 수건, 오토바이 디자인 등 다양한 상품에 사용된다. 연 30~40건 정도의 의뢰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렇게 그림을 판 수입에서 재료값을 뺀 부분이 수익이 되는데, 매달 6만~7만 엔(80만~90만 원)대의 수입을 올리는 작가도 있다.

[##_Gallery|1067460072.jpg|음료수병 라벨에 사용된 그림|1351472049.jpg|지역 축제 포스터에 사용된 그림|1206671552.jpg|미국 방문시 찍은 사진|1133103660.jpg|이들의 활동이 소개된 기사 |width=”400″ height=”300″_##]
조이구락부는 법적시설로 인가를 받은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총 40명의 정원 중 현재 36명의 이용자가 참여하고 있다. 조이구락부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신청 후 견학, 면접, 실습 등을 거치며 마지막으로 본인이나 가족과 협의하는 과정을 갖는다.

뮤직앙상블과 아트리에 부라보 활동을 통해 얻는 수익은 모두 이들의 월급이 되는데, 작년의 경우 평균월급이 약 28,000엔(약 37만 원)정도였다고 한다. 이는 지특인과 시설이 고용계약을 체결한 복지공장의 평균월급인 118,460엔(약 165만 원)의 23% 밖에 되지 않지만, 조이구락부와 유사한 입소 및 통원 수산시설의 평균임금 12,766 엔(약 17만 원)이나 소규모 통원 수산시설의 평균임금 9,274엔(약 13만 원)과 비교하면 약 2~3배 높다.

10살의 고민

이렇게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시설 이용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이들을 돕는 시설 직원의 마케팅, 영업 활동이 상당히 중요하다. 현재 조이구락부에 근무하는 직원은 총 9명인데 시설장, 부시설장, 섭외담당, 아트기술 지도자가 각 1명이고, 음악기술지도자 2명, 생활지원 담당 3명이 근무하고 있다.

[##_1C|1161124664.jpg|width=”400″ height=”3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조이구락부에도 고민은 있다. 아트리에 부라보의 경우 3년만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입소 후 3년이 지난 지특인들은 시설을 나가 독립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취직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계속 시설에 남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뮤직앙상블의 경우 기간에 관계없이 지특인들이 일할 수 있는 시설이라고 한다. 정부 보조금 지급 여부에 따라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

조이구락부는 지특인을 생각하는 재단 이사장의 꿈에서 시작됐다. 이 꿈이 실현되고 확산되어 많은 이들의 삶을 바꾸고, 영향을 주는 희망의 현장이 되었다. 조이구락부를 나서면서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 동네에도 이런 시설이 많이 생겨 누구나 원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이 좀 더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글_교육센터 김준호 연구원(dasan@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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