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평생학습을 움직이는 ‘여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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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문을 연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희망제작소가 위탁 운영하는 공공교육기관입니다.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정다운 우리 학교’를 지향하는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여러분께 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평생학습 관련 동향과 사례, 단체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다. 일본은 주민자치와 마을만들기, 협동조합 등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던 사회적경제 분야의 선배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활동을 직접 보기 위해 연수를 떠나는 곳이다. 유럽이나 북미의 제도·정책은 사회문화적인 배경이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지만 같은 동양문화권인 일본은 유사하고 연계성이 많은 사회문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일본 평생학습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펴보고자 한다.

글쓴이는 일본에서 유학생으로 사회교육을 공부했고 한 아이의 엄마이자 일본사회의 주민으로서 생활 속의 평생학습을 만났다. 앞으로 총 4회 연재를 통해 일본에서 어떠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평생학습이 자리하게 되었는지, 현재는 어떠한 상황에 놓여져 있으며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해외평생학습동향 (16) 일본 평생학습을 움직이는 ‘여성’의 힘

일본이나 한국이나 평생학습의 주요 대상은 여성이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기혼여성으로, 즉 주부라 불리는 엄마들은 평생학습의 고객으로서 각종 공민관, 여성센터, 미술관, 박물관 문화센터의 학습자이며 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각종 문화시설의 주요 고객이 된다. 이런 배경에는 M자형 취업곡선, 저출산, 고학력, 여전한 성별 역할 분업 등 한국과 일본 여성과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출산과 육아를 담당하면서 그녀들은 엄마로서 주부로서 그리고 지역의 ‘전일제 주민’으로서 생활하게 되어 버린다. 설령 취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엄마와 주부의 역할에서 자유로운 이는 아직도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그녀들이 잠시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어 문화 소비자로 그리고 학습자로서 문화쇼핑을 하는 것도 존재하는 현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삶의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지역의 생활자로서 학습과 실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지금까지 학습소비자로서 여성의 학습을 살펴보고 그들의 학습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학습과 실천으로 지역에서 순환되는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필자의 석사논문 테마는 ‘여성자주그룹’이었는데 이들의 학습활동 배경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개인의 경험과 교육프로그램 그리고 이를 지원해주는 지원정책과 시설이다. 실제로 필자가 오랜 유학생활 동안 한국어 자원봉사를 한 한국어 학습모임 ‘무지개’도 국제 이해프로그램으로서 한국연수 방문단들이 후속 모임으로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려고 만들어졌는데 5년 동안 공민관 시설을 이용하여 모임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외에도 무엇인가를 조금이라도 학습하려면 이와 같은 활동을 뒷받침해주는 커뮤니티 시설이 있었다. (참고 : 일본 지역주민들의 마을 놀이터 ‘공민관’). 여기서는 그 중 하나로 엄마와 며느리라는 개인적 경험을 공동의 해결 실천으로 발전시킨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1) 엄마가 만든 육아정보지
  
아이를 둔 부모가 그 지역에서 아이와 같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 정보를 일종의 지도형식을 빌려 매년 한 번씩 발간하기도 하고 영유아기 엄마들의 경험을 책으로 만들어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들은 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학교제도, 교육문제, 환경문제, 먹거리 문제 등으로 관심이 확대되어 다른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하고 정보를 수집하여 또 다른 여성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2) 엄마의 사회생활을 돕는 ‘탁아 자원활동’

한국이나 일본이나 M자형 취업곡선은 영유아기의 육아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탁아 자원활동 모임의 목적은 육아의 어려움을 직접 느꼈던 여성들이 가장 사회와 동떨어지기 쉬운 시기의 취학 전의 아이를 둔 엄마들의 사회활동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즉 아이와 같이하기 어려운 각종 학습활동이나 문화활동 행사에서 아이들을 일시적으로 탁아 하는 것이 바로 이 탁아자원활동의 주 목적이다.

모임활동의 산파 역할을 한 것은 커뮤니티센터(공민관)에서 실시하는 ‘탁아 자원봉사 양성과정’이다. 이 과정은 몇 개월간에 걸쳐 탁아에 대해 학습하고 난 후, 학습에서 배운 것을 실제로 탁아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 활동의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모임의 활성화를 위하여 장소제공과 코디네이터 역할을 커뮤니티센터 측에서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커뮤니센터 측의 지원을 바탕으로 모임활동은 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것이 된다.

또한 다른 ‘탁아 자원활동’ 모임과도 합동정례회 등을 통하여 정보도 교환하고 지역 탁아모임끼리 네트워크를 만들기도 한다, 그 결과 자신들만의 모임세계에 안주하거나 닫힌 활동으로 인해 서비스가 중복되기 쉬운 지역 탁아의 문제점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탁아 자원봉사 활동’ 덕분에 육아기 자녀를 둔 젊은 엄마들이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3) 함께하는 노인 돌봄 서비스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경험한 일본에서도 아이를 키워놓고 경제활동을 하려고 해도 다시 또 발목을 잡는 것이 양가 부모들을 돌보는 일이다. 그래서 이들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교육장에서 만나 문제를 인식하고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서로 돕자는 취지에서 도시락 배달, 심포지움, 고령자 케어 등을 시작했다. 내가 인터뷰한 한 모임은 처음부터 고령자서비스를 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일하는 여성들의 사회활동지원을 위해 저녁 배달을 한 것이 차츰 노인들을 위한 식사서비스로도 영역을 넓혀서 활동하게 되었다. 이 활동의 계기는 모임 대표자의 힘들었던 개인의 노인 간병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대부분 가족(주로 며느리)에게 의존하는 노인을 돌보는 일을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이를 위한 지원을 하자라는 것이 활동의 취지이다. 구체적으로는 70세 이상의 독거 노인에게 매월2회 정도 도시락 서비스, 매주 2회 정도의 전화상담 등을 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노인복지뿐만 아니라 출장 탁아 활동도 하고 있는데 대부분 일정 정도의 활동비를 번다. 이러한 실천학습활동을 통해 얻어진 생생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시민들을 위한 노인 관련 심포지움 개최 및 모임의 역사와 현황을 알리는 단행본 출판도 하고 있다.

위에 소개한 것은 지극히 작은 사례지만 이와 비슷한 수많은 사례가 일본 전역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활동의 특징을 단계별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단계 : 나의 문제에서 우리의 문제로

집단 공동의 실천을 성찰하는 시간을 통해 ‘우리들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멤버들의 상호 공감을 토대로 공통의 경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2단계 : 우리의 문제는 우리 손으로 해결하자

이렇게 타자와 공유된 경험을 통해서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서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고 이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공동체의식을 갖게 된다. 이러한 문제해결도 외재적으로 주어진, 설정된 책임만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공동의 책임으로 자각되어 자신들의 문제의 근원을 사회적 문맥으로 표출하게 되는 것이다.

3단계 : 행동은 다시 배움으로

공동의 배움이 공동의 실천으로 되는 과정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하나의 싸이클을 이룬다. 지역의 과제, 시민들의 요구에 대한 공감으로부터 출발하여 ‘공동 과제해결의 실천’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천에는 ‘공동의 배움’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공동학습, 공동실천을 통해서 지역으로 재생산되는 배움이 확산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확산은 다양한 실천 활동을 통해 또 다른 지역의 배움으로 확대된다. 이것은 단계별로 진화되는 것이기도 하고,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하나의 싸이클을 이루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이 하나의 싸이클을 이루면서 지역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평생학습의 탄생

공동의 행동을 지속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데는 체계적 학습과 자기주도적 학습이 연결되어 있다. 여성 학습자들은 공동학습활동을 통해서 각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추고 공동의 생활 나눔을 통해 서로 신뢰를 쌓고, 정서적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지속적인 ‘공동의 행동’의 토대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강좌나 커리큘럼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과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배움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실천과 성찰을 통해서 공동의 가치, 신념, 태도 등을 키워가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경험지(知)가 공동학습지(知)로 실천지(知)가 이루어지고 이러한 실천 속에서 다시 새로운 학습욕구가 일어나 또 다른 학습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순환적 학습생태계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들의 실천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구성원의 모습, 예를 들어 보육소, 학교, 지역사회의 각종위원회 모니터 등 지역의 리더 또는 사회적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 워커즈 컬렉티브, 협동조합의 생산자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생활자의 경험을 토대로 생활 정치인으로 의원으로 지자체장으로 지역주민을 대변하여 선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에는 오랫동안 축적해온 학습의 힘에 그 뿌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그녀들은 지역이라는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을 뿌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신이 살아서 생활에 안착하도록 하는데 에는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많은 여성들의 손길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녀들은 지역교육의 멘토이자 ‘실천하는 교육자’로서 혈관처럼 마을에 건강한 피가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현재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하여 남성 은퇴자들이 ‘지역주민으로 귀환’하고 있다. 이제 일본의 그녀들은 지역평생학습의 선배로서 남성 학습자들과 함께 지역을 다시 만들어가고 있으며 지진과 각종재해로 불안한 지역사회에서 지금까지의 학습 실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부흥을 일구고 있다.

지금까지 여성들의 평생학습은 문화소비자 생산과 취미 교양 활동으로 끝난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그들은 지금 그들의 축적된 학습과 문화적 역량을 발휘하여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글_정현경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 해외평생학습동향 연재 목록
1) 영국에 부는 대안교육의 바람
2) 영국의 평생학습 생태계, 그 비밀을 캐다
3)누구나 배우며, 누구나 가르치는 대학
4) 개인적 학습을 넘어 사회적 학습으로
5) 시민참여교육, 투 트랙(Two Track)이 필요하다
6) 여유만만 독일 시민들은 공부 중
7) 함께하는 정치교육, 국가는 거들 뿐
8) 독일의 교육안전망 ‘시민대학’
9) 닮은 듯 다른 평생학습지원제도
10) 함께 살며 서로 배우는 독일 시민들
11) 문턱 없는 마을학교 ‘커뮤니티 컬리지’
12) 공부, 골라서 하는 재미가 있다
13) ‘마을’이 키우는 학교, 커뮤니티 컬리지
14) 풀뿌리가 만드는 평생학습
15) 일본 지역주민들의 마을 놀이터 ‘공민관’
16) 일본 평생학습을 움직이는 ‘여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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