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희망제작소 창립 3주년을 맞이해서 연구원들과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책이랑 놀자! 서평 쓰며 놀자!’라는 제목으로 서평을 공모합니다. 일반 독자 서평 모집에 앞서 우선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평 콘테스트 우수작 두 편을 발표합니다. 참가만 해도 선물이 펑펑 쏟아지는 이번 새봄 맞이 서평 콘테스트 ‘책이랑 놀자! 서평 쓰며 놀자!’는 5월23일까지 계속됩니다. 희망제작소에서 만든 책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연구원 서평 콘테스트 우수작/심수미(희망모울 인턴)
<골목을 걷다> “소독되지 않은 삶의 흔적을 찾아서”

연구원 서평 콘테스트 우수작/강유가람
<양극화 시대의 일하는 사람들> “일의 가치와 행복, 양극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서평 콘테스트 우수작/강유가람(대안센터 연구원)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경구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일하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절망감만 안겨 주는 시대에 살다 보니 지금도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부의 양극화가 극대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언제부터인가 골드미스가 넘쳐난다는 한국 사회에서 골드도 실버도 아닌 비혼 여성은 어떻게 살아가야하나 걱정스럽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한 한국 사회에서 지금 비혼 여성은 노후의 삶에 대한 공포와 마주해야 하는 괴로운 처지에 놓여있다.

언제부터인지 친구들을 만나면 연봉과 노동의 강도를 비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양극화시대에 나는 어디쯤 위치해 있는 것일까. 일의 가치와 노동급여의 격차는 왜 이렇게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이런 고민은 현대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소위 ‘전문성’이 없다고 평가되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양극화시대의 일하는 사람들: 환경미화원에서 변리사까지>는 통계지표를 통해서 드러났던 노동자의 고민의 실체를 생생한 날것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연구자들이 섭외한 28명의 연구 참여자(연구자들이 이들의 통찰력과 지혜에 경의를 표했듯, 연구 대상자가 아닌 연구 참여자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유연화된 노동시장의 냉정함을 온 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우리 부모님, 친구, 혹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가 부러워하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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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소위 3D 업종부터 전문성을 인정받는 고소득 직종에 이르기까지 20대에서부터 6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 인종, 성별, 직종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이러한 직종을 선택하게 된 계기, 혹은 과정 그리고 이들이 이 직종으로 얻게 되는 수익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이 차이가 차이를 낳고, 결국 열심히 일하는 그 대가는 모두에게 조화롭게 배분되지 못하고 있다. 부모의 계급적 차이 등으로 인해 빚어지는 교육 기회의 불균등, 불합리한 비정규직 급여체계, 특수 고용으로 보험 가입 차별, 이주 노동자 차별 등 한국 사회에서 노동 시장의 문제점이 그 차이의 원인이다. 외환위기 이후에 더 급격하게 벌어진 부의 격차는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서 용역, 파견 등의 시스템으로 더 공고화된다.

수입이 양극화되면서 더 극단으로 몰리는 것은 여성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인 약자들이다. 성별역할분업과 4인 가족기준 임금 등으로 차별에 시달리던 여성들은 좀 더 복합적인 노동시장의 미로 속에 빠진 꼴이 된다. 언론이 한국 사회에 넘쳐난다고 떠드는 알파걸과 골드미스들은 공분의 대상이 되며, 더 이상 여성 노동의 현실은 예전의 ‘공순이’이가 처한 것 같은 상황과 동일하게 인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성이 사회진출을 해온 비율과 남성이 가사 노동에 참여해온 비율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또한 남성보다 먼저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고, 파견과 용역직으로 계약 전환의 압박에 시달리는 등 여성 노동자의 현실에서 나아진 것은 크게 없는 듯 보인다.

극단에 몰린 노동자들과 그들보다 나은 위치에 있는 노동자. 이 책은 물음은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용불안, 인권, 그리고 섬처럼 떠도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 사회에 노동의 가치 체계 전반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 책에서 드러난 우리 시대 노동자의 행복도는 수입의 많고 적음에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OECD 30개 회원국 중 연평균 노동시간 2316시간으로 최고의 노동 시간을 기록한 한국이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전체 사회가 일중독에 빠져있다고 분석한다.

돈을 많이 버는 공사 직원이든, 변리사든 자영업자든 자신의 업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엄청난 노동시간을 투자한다. 이에 따른 벌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삶에 대한 만족이 그다지 크지 않은 사회. 일로서의 보람, 일에 대한 가치를 좀 더 성숙하게 논의하기 어려운 사회에 대한 따끔한 지적이다.

물론 성별, 인종, 무임가사노동, 장애 등에 대한 좀 더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양극화된 현실 속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일 자체에 부여하는 가치, 일을 통해 느끼는 만족도 등을 좀 더 폭넓게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한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책 속 연구 참여자의 목소리를 만나면서 나 자신의 일과 그 일에 대해 부여하는 의미, 그리고 하고 싶은 일과 삶의 행복도와의 관계 등을 좀 더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노동시장의 현실을 드러내주는 것뿐만 아니라 최근 여러 가지 내부 모순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노동조합 혹은 시민사회단체의 쇄신 문제 등을 변화의 조건으로 성찰하려는 시도 또한 이 책의 미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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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행물 문의 : 출판팀 박수현 070-7580-8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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