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성] ‘입법고문조례’를 보면 자치행정 수준이 보인다

전기성의 조례 사랑 이야기

자치단체가 정한 입법고문조례


서울특별시를 비롯해 많은 자치단체는 입법고문조례를 제정하여 입법고문을 두고 입법활동에 도움을 받고 있다. 조례명칭은 서울특별시와 같이 입법고문과 법률고문을 함께 표시하는「입법?법률고문운영조례」로 하거나 대전광역시와 같이 ‘법률고문운영조례’로 하고 법률고문 직무에 조례제정을 위한 자문활동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또 경상북도 의회와 같이 ‘고문변호사운영조례’로 하고 변호사로부터 입법자문을 받는 경우와 입법은 없고 ‘법률고문조례’로 제정하여 소송사건, 행정심판, 이의신청만 취급하는 경우도 있으며, 아예 유사한 규정을 두지 않는 자치단체도 있다.

현재 광역자치단체와 서울시 성동구를 비롯한 많은 기초자치단체도 입법고문조례를 제정하여 조례제정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입법고문조례를 제정했다고 해서 입법활동이 활발하고 입법고문조례가 없어서 입법활동이 부진하다고 보는 것은 속단이다. 그러나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자치단체의 조례제정 규정이 있고 이 규정이 입법형성권(立法形成權)임을 감안하면 입법고문조례를 두는 것 자체가 입법활동에 관해 관심을 갖는 것으로 그만한 기대를 갖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자치단체측에서는 자치법규 제정에 관해서는 자치단체 공무원이 학자들보다 더 잘 알며 자치단체 실무를 이해하고 입법지식을 공유하는 학자나 전문가를 물색하기도 쉽지 않고 거기에다 고문변호사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시련 겪고 출범한 서울시 입법고문조례


입법고문조례가 최초로 제정된 것은 1997년「서울특별시 입법·법률고문 운영조례」(제정 1997.09.13 조례 제3421호)이며 그 다음이「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운영조례」(제정 1998.09.25 조례 제3519호)이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입법고문조례를 제정하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입법학’이라는 용어자체가 생소하였고 더구나 ‘입법고문’ 용어는 자치단체 법제담당공무원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용어로 출범 또한 순탄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 입법고문제도의 도입은 1998년 설립된 한국입법학회의 태동과 관계가 있다. 1995년부터 한국입법학회 설립을 준비해온 필자는 1997년 마침 입법학에 관심을 갖고 있던 서울시의회 이용부의원이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되자 서울시에 입법고문제도 도입을 권고했고 이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여「서울특별시 입법·법률고문 운영조례」안을 의원발의하였으며 이어서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례내용은 시행중인「서울특별시고문변호사규정」에 입법고문제도를 새로 도입하여 조례로 격상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서울시(당시 조순시장)의 반발에 부딪히게 됐고 시장은 입법절차의 최후수단인 재의요구(거부권행사)를 하여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였다. 특히 상위법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제소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으나 서울시의회는 개의치 않고 만장일치로 재의결하였다. 그리고 조 시장의 뒤를 이은 강덕기 시장직무대리는 조례안을 검토한 바, 서울시 입법활동지원을 위한 내용이고 대법원에 제소하더라도 승산이 없다는 판단아래 조례안을 전격 수용하고 공포하였다.

이렇게 하여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입법고문 10명과 소송사건을 지원하는 법률고문 25명 등 35명을 정원으로 하는 조례가 시행된 것이 1997년 9월13일의 일이다. 그런데 입법고문 위촉에서 또 다시 시련이 있었다. 사연인즉 서울시 요청을 받은 필자는 입법고문 후보 5명을 추천했으나 서울시는 추천자 모두를 배제하고 법률고문 10명을 입법고문으로 겸직 위촉한 것이다. 표면적 이유는 입법고문 10명에게 1인당 지급하는 월 15만원, 1년이면 18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입법고문과 법률고문의 직무가 전혀 다른데도 이를 구별하지 않고 종전의 관행에 따르겠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다시「서울특별시의회입법?법률고문운영조례」를 제정하게 되었는데 서울시의 집행부와 의회 모두 입법고문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다. 1998년 10월5일 초대 입법고문은 필자와 오준근 교수(현 경희대 법대) 등 5명으로 출발하였으며 필자는 의회 입법고문 2기를 거쳤고, 지금은 서울시입법고문 임기 3년을 마치는 시점에 있다. 그리고 입법고문조례는 현재 인천시의회 등 20곳의 광역자치단체와 많은 기초자치단체에서 도입하고 있다.


입법고문과 법률고문의 차이


그렇다면 입법고문과 법률고문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리고 일부 자치단체에서 아직도 ‘법률고문조례’, 또는 ‘고문변호사조례’를 그대로 두거나 아예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상황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자치단체가 입법고문조례를 제정한다는 형식적 의미보다는 입법고문조례 내용에 실용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그에 따라 입법고문의 지원을 받아 우수한 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한다면 효율적인 자치행정이 가능해질 것이다.

앞서 연재된 ‘조례사랑이야기’를 보면, 조례는 법령의 범위안에서 제정되지만 상위법령에 문제가 있으면 제대로 된 조례를 제정할 수 없고 따라서 정상적인 지방자치가 되는데 영향을 받게 됨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조례제정에 영향을 주는 상위법령의 입법동향을 능동적으로 파악하여 분석하고 이에 대한 자치단체의 입법에 반영시키는 것이 입법고문의 중요한 역할임에도 자치단체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담당 공무원이 만든 조례안의 문구를 상위법령과 검토하는 정도의 자문이라면 입법고문제도는 무의미하며 입법고문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실제로 시행중인 일부 자치단체 입법고문조례를 보면 이런 조례로 정상적인 입법활동과 자치행정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조례도 있다. 입법의 기초도 이해하지 못한 수준의 조례라면 그 단체의 입법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 전문을 관련자료로 첨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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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전기성 (희망제작소 조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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