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현재 퇴근후 렛츠 3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분이 트위터로 다음과 같이 물어오셨습니다.  
 
퇴근후 렛츠 (모집공고) 내용을 보았는데요…이게 정확하게 뭘 하는건지 잘 안 와닿네요…7회의 강연을 듣고 나서, 참여자는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일단 다음과 같이 답해드리긴했습니다.
 
일반직장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께 사회적기업, 시민사회단체 등 비영리섹터 활동을 소개함으로써 제2의 인생설계의 하나의 선택지로 제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런데 트윗을 날리고 보니 뭔가 허전하더군요. 교육 과정을 기획한 저희야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지만, 꼭 질문을 주신 분뿐만 아니라 모집공고 내용을 처음 접하신 분들에게는 구체적인 기획의도와 교육 결과 등이 잘 와닿지 않으리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사실 퇴근 후 렛츠는 전문적인 지식을 전수하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취업 연계 프로그램도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자금까지는 다음과 같은 약간은 두루뭉술한 말로 퇴근후 렛츠에 대해 설명해왔는데요.

“퇴근후 렛츠는 숨가쁘게 앞만 달려온 직장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프로그램입니다. 10년 후 나를 설계하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나니 그 답을 몇 마디로 정의내리기가 어렵네요. 대신, 지난 2회에 걸친 교육 과정 수료생들의 이야기로 답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교육을 받은 뒤 겪게된 작은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퇴근후 렛츠를 수강한 임명숙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퇴근후 렛츠 수업을 듣기전 이미 회사에 사표를 낸 상태였습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던 곳이 장기간이 되면 그곳을 박차고 나온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지요. 인생에 대해 절실하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던 어느 순간 그렇게 퇴근후 렛츠가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퇴근후 렛츠를 들으면서 다양한 분야의 경제적, 문화, 예술적 새로운 지식의 만남과 새로운 다양한 분야의 인적네트워크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생각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제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단어들은 호모루덴스 삶(일=노동), 소비를 줄이는 행동, 공정여행입니다. 아마도 퇴근후 렛츠를 만나지 못했다면 기억에 나지도 않겠지요? 수업을 통해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의 삶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과 의사소통했던 것 역시 퇴근후 렛츠를 들었기 때문에 그런 기회와 만남이 생긴 것입니다.

현재 순간의 불안함보다 좀 더 자신을 알아가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모든 사회나 자신의 문제에 대해 사고전환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저는 마음속 불안의 불씨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마음가는 데로 제가 원하는 것들을 하면서 1년을 살아볼 것이며, 치열하게 고민하여 정말 제가 즐겁게 잘 할수 있는 그런 일을 분명 찾는데 퇴근 후 Let’s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퇴근후 렛츠 2기 노상미씨의 말입니다.

퇴근후 렛츠를 들은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스로 설레고 재미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한 점인 것 같습니다. 퇴근후 렛츠를 수강하면서 강사분들의 강의를 듣고 또 동기분들을 통해 세상에 즐거운 일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다른 인생의 재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밖에서의 삶이 즐거워지니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활기를 얻은 느낌입니다.


두 아이의 아빠인 윤용찬씨는 삶의 주인이 나 자신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나와 가족을 넘어선 곳까지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고싶은 일이 있다면 내가 그것을 해도 된다는 것, 하면 된다는 것…뭐라고 해야 할까요. 아주 많이 누군가에게서 위로를 받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리고 허락받은 기분이예요.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철없는 짓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고 나는 그것을 추구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느낌이예요. 물론, 제가 허락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주변의 도움이 컸어요. 교육은 저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줬고, 그 이후 회원들과의 행동 속에서 많이 느꼈지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디자인해가는 동료를 보며 ‘내게도 내 인생을 살 자격이 있다는 것’을 배웠지요. 그래서 함께 몰려다니고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점점 더 능동적으로 변해가는 저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감동적인 환경영화의 상영관이 텅 비어있는 것을 보고….분노했어요. 예전 같으면 아쉬움에 입만 약간 쩝쩝거리며 돌아왔겠죠. 그런데 이제는 단체를 찾아갔어요. 가서 표를 달라고 했지요. 우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줄테니 표를 달라고 했지요. 15년 동안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밥벌이에 바빴죠. 부양해야할 사람들이 많았죠. 섣부른 확신과 신념, 이런 건 아직 없어요. 그렇지만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내 삶의 주체로서의 역할, 둘 다 끌고 가 볼겁니다.
 

퇴근후 렛츠 프로그램은 인생설계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해 주는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수료하신 분들이 곧바로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되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이 교육을 통해 수료생들이 겪게되는 저마다의 변화는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보는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고요.

지금까지 모두 2회에 걸쳐 진행된 퇴근후 렛츠 교육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교육내용도 조금씩 바꾸어가야 할 것이고, 수료생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듬어야 할 부분들은 다듬어갈 생각입니다. 단순히 정서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인생설계를 현실적으로 도울 수 있는 내용도 추가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머리는 말랑말랑해지고, 차가웠던 심장에 다시 온기가 돌게하는’ 두루뭉술한(?) 무언가는 계속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렛츠를 통해 배운 것은 ‘내 안에 포기하지 않은 무언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강연이 많았습니다. 행복한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그 덕에 딱딱했던 내 머리는 말랑말랑해지고 차가웠던 심장에는 다시 온기가 돌았습니다. 그 덕이겠지요. 어떤 한 찰라에 저를 크게 깨우쳐준 것이 있었습니다. 한 형님의 이름표였습니다.
술 한잔 거나하게 하시고 나서 “내 이름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며 이름표를 쓰다듬던 형님의 모습에서 참기 힘든 내 눈물을 느꼈습니다. 부모님의 자랑스런 아들로서, 아이들의 든든한 아버지로서, 한 여성의 남편으로서 항상 반듯한 길을 그것도 맨 앞에서 달려오신 것만 같은 형님. 그래서 많이 무거웠을 형님의 어깨로, 그래서 쉴 틈 없었을 형님의 두 손으로 당신의 이름표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으시면서 하셨던 말씀과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형님이 쓰다듬던 그 이름표에는 제 이름도 씌여있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오래 잊고 살았지만 우린, 누구의 무엇이기 전에 “나”였습니다.
(퇴근후 렛츠 2기 초록물고기님)
   

글_시니어사회공헌센터 석상열 연구원(ssy@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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