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과 카페에서 만난 마을 이야기

<마을愛빠지다>는 지역 공동체를 형성해 마을의 문화, 경제, 교육, 복지 등 사회적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시니어 마을 디자이너’ 양성 교육입니다. 지난 6월26일부터 7월30일까지 6주에 걸쳐 진행된 제1기 <마을愛빠지다> 수료생 이숙경 님과 이지은 님께서 사회적기업 ‘로운’과 성남 도촌동 ‘섬말 학습 공동체’를 방문한 후 소감문을 보내주셨습니다.

문화를 만들어 내는 이상한 공장

7월 16일 사회적기업 ‘로운’의 ‘창작공장’에 가는 날. 나는 소풍이라도 가는 듯한 즐거운 마음이었다. 우리는 서현역에 모여서 3대의 승용차에 나누어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은 입구를 통해 공장 마당에 들어서니, 옥상에서 큰 개 두 마리가 우렁찬 소리로 짖어대며 우리를 맞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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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건네주신 명함의 글자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지닌 황현모 대표님의 안내로 여러 곳을 둘러보았다. 장마가 길게 이어지고 있었는데 때마침 비가 멈추어 번거롭지 않게 창작공장을 둘러 볼 수 있었다. 계절은 여름이고 장소가 숲속이니 마치 수련회라도 온 것처럼 짐을 풀고 하룻밤쯤 묵어 가야 될 것 같았다. 공장 안에는 직접 제작한 작품들과 공연에서 소품으로 썼던 여러 가지의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수집하셨다는 다양한 형태의 십자가를 볼 수 있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공장 구경을 마치고, 거실(?)에 둘러 앉아 다과를 나누어 먹으며 황 대표님으로부터 사회적기업 ‘로운’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로운’은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행사를 기획, 연출하고, 방송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며, 신제품의 이미지 메이킹 등 참으로 다양한 사업 영역에 관여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기업으로 단순한 사업을 넘어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문화 창작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 일본 위안부 할머니 복지관 버스를 디자인해 증정하거나 홀트학교 장애인 위문 행복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하고, 성남시민과 함께 리폼의상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이밖에도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프로젝트 중 흥미로웠던 것은 미니 뮤지컬 ‘갓피플 굿피플’에서 출연할 배우를 ‘시니어’ 대상으로 모집한다는 소식이었다. 미니 뮤지컬은 대표님 또한 이 시대 베이비부머 중 한 명으로 동년배들과 ‘문화’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기획하게 된 프로그램이다. 이날 몇몇 동기들이 관심을 표했다. 오십년 동안 숨겨졌던 재능을 혹시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몸치인 내 몸도 덩달아 들썩거려지는 것을 억눌러야 했다. 황 대표님이 매일 하루하루를 그림과 글로 남긴다는 사실도 아주 기억에 남았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그저 기록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뭔가 삶을 알차게 살 수 있게 되리라 여겨져서 나도 본받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잘 실천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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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줄여야 하는 것이 문화비라고 어린 시절에 배웠지만, 문화는 양념과 같아서 나의 일상생활에 맛을 더해 줄 뿐 아니라, 어려운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한다. 나라 안팎은 어두운 소식뿐이지만 ‘로운’은 설립 목적대로 새로운, 이로운, 의로운 회사로 오래도록 지속, 발전하고, 그 자리에 참석한 우리는, 그리고 나는 인생 후반부를 지혜롭게 설계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글_ 이숙경 ( 제1기 마을愛빠지다 수강생)
사진_ 김우주 (시니어사회공헌센터 보조연구원)

우린 ‘마을 카페’에서 공부해요

7월 18일, 마을 디자이너 양성 교육 <마을愛빠지다> 두 번째 현장 탐방으로 성남 도촌동 ‘섬마실’ 카페를 찾았다. 몇 달 전 도촌동으로 이사와 우연한 기회에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 마시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현장 탐방이 바로 ‘섬마실’에서 이뤄진다니 조금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단지 편하게 담소를 나누는 공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잠시 차 마시고 쉬었다 가는 공간만이 아닌 주민들이 편하게 문화와 배움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칠 듯하다가도 계속 되는 장맛비를 뚫고 까페에 들어서니, 까페 안은 이미 마을 공동체의 살아 있는 모습을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유명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보다 맛이 좋다는 에스프레소, 시원한 얼음이 둥둥 떠 있는 냉커피, 까페 대표님이 직접 삶은 팥으로 만들었다는 팥빙수를 즐겁게 먹으며, ‘섬말 사랑방’ 전인옥 부대표님의 강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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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줌마처럼 푸근한 인상의 강사님은 섬마을의 유래부터 알려주었다. 마을 앞뒤로 하천이 흘러 마치 섬처럼 생겼다고 해서 예전부터 섬말이라 불렸던 도촌동은 2007년 이주민을 위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새로 조성된 마을이다. 초반에는 이웃 간의 교류가 거의 없고 삭막한 베드 타운(Bed town) 같았다고 한다. 그러다 2009년말 ‘섬말 사랑방’이 만들어지고, 2012년에는 성남시 마을기업 1호로 ‘섬마실’ 카페도 열렸다.

‘섬말 사랑방’은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민 모임이라고 한다. 첫 프로그램은 도촌동의 역사를 함께 배우고 체험하는 ‘옛날 옛날 우리 섬말’이었다. 가족마다 책을 만들고, 도촌동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고인돌을 찾아가 옛 이야기도 듣고, 동네의 행운을 빌었던 솟대도 함께 만들었다. 이러한 모임이 계속 이루어지면서 2010년에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각자의 재능에 맞게 한 가지씩 역할을 나눠 봉산탈춤, 생태탐험, 인형극, 천연비누화장품 만들기, 동화연극, 지리 역사 체험, 오카리나, 일일특강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모든 활동의 성과를 모아 ‘섬말문화축제’를 개최했다. 이후 ‘섬말문화축제’가 매년 열리면서 이제는 도촌동 전체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11년에는 가족역사기행, 가족 사진, 어린이 영상, 통기타, 영어멘토, 미술멘토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었고, 2012년에는 씽씽고고 탈놀이, 어흥! 섬말 호랑아(어린이 창작 놀이), 미술 멘토, 영어 멘토, 심리운동 힐링, 부모 인문학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특히 미술·영어 멘토 수업은 다른 구에 사는 고등학생들이 멘토로, 섬마을 초등학생들이 멘티로 만나 이루어지는 수업으로 다른 지역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올해 ‘섬말사랑방’의 프로그램은 동화구연, 지리특강, 엄마와 함께 하는 치유여행, 서현수련관 미술 멘토, 서현수련관 과학 멘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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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말사랑방’은 매년 이루어진 프로그램들을 평가하면서 다음 해에 하고 싶고 가능한 프로그램들을 함께 토의하여 준비한다. 여러 사진들을 보여주며 각 프로그램들을 맛깔나게 설명해주던 강사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 중심’이라고 한다.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잘 진행되는 것, 마을 커뮤니티가 성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사람’이예요. 모든 일의 중심은 바로 사람입니다.” ‘섬말사랑방’이 주민들 속에 뿌리내리며 지금까지 활발히 이어져 온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말이었다. 지역 공동체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길 원하는 사람들 모두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말이 아닐까. 주민들 스스로 참여하여 즐기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는 기초이자 핵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탐방이었다.

글_ ?이지은 (제1기 마을愛빠지다 수강생)
사진_? 김우주 (시니어사회공헌센터 보조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