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드라마 주인공처럼 청춘의 한가운데에 서서 ‘음, 이게 바로 청춘이지’라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은 천박한 정신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어지간한 사람에게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과연 이것이 청춘인가를 느껴볼 겨를도 없이 온 힘을 다해 열중하고 있는 동안 청춘은 지나가고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 <청춘표류>

새싹이 파아랗게 돋아나는 봄철. 십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 청춘. 꿈꾸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방황하고, 그러다 다시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해도 아무리 늦지 않는 우리생애 가장 아름다운 황금기입니다. 하지만 이 시대 청춘의 자화상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대학입학 이후에도 취업에 유리한 대학(원)으로 편입학을 계속하는 ‘에스컬레이트족’,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모두 이수하고도 대학을 계속 다니며 스펙을 쌓는 ‘신NG족 (No-Graduation)’ 을 거쳐 힘겹게 사회에 첫 발을 내딛습니다.

사회에 진출해도 승진과 결혼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스펙을 쌓고 자격증을 따야합니다. 이른바 ‘스펙공화국’ 이라고 일컫어지는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렇게 청춘을 저당잡히고 행복을 유예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네 슬픈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직업 개수는 약 1만 5천 개로 아직 일본의 절반수준. 여전히 ‘대기업’과 ‘공기업’ , ‘고시패스’ 만이 ‘반듯한 직장’ 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최근 <슈퍼스타K> 열풍 속에 청소년들의 20%가 장래희망으로 ‘연예인’을 지망하고 있다는 새로운 소식도 들려옵니다만, 이는 학교와 TV외에는 우물밖 세상을 바라보기 어려운 청춘들이 세상을 향해 외치는 외마디 절규와도 같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천 개의직업?

<1천개의 직업>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야심차게 시작한 ‘청춘비상(飛上)’ 프로젝트입니다. ‘온갖사회문제연구소’ 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희망제작소가 지난 5년 간 전세계 구석구석을 종횡무진하며 만난 사람들, 다가올 미래를 선도할 유망직업들, 세상을 바꾸고 있는 소셜비즈니스를 한 데 모아 제시하고 희망과 도전정신을 불어넣고자 이 시대 청춘들을 직접 찾아나섰습니다.

첫 행선지는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2010년 9월 11일). 김제동 형님, 한비야 언니, 박원순 할아버지(?)가 전해주는 희망메시지, 이들이 소개하는 천개의 직업을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기 위해 4천여  관객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국가대표 연사들은 진심과 열심 가득한 강연으로 여기에 멋지게 화답해 주셨습니다.

국내 최초 ‘소셜디자이너’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의 1000개 직업 소개 슬라이드를 잠깐 엿보았습니다. 안성고을 3만 평 대지에서 2천 개의 옹기를 운영하고 있는 된장공방 운영자 서일분 여사님, 버려지는 낙하산 천을 가공해 연 12만 개 이상의 패션 가방을 만들어 팔고 있는 스위스의 프라이탁 형제. 그야말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이 그야말로 피부에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로비에는 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 소개자료를 비치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어떤 직업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 블루오션, 농촌으로 가라 : 농촌기획자를 아시나요? 정보화마을운영사업단에 근무하면서 전국방방곡곡의 농촌마을을 매년 수백차례 방문하는 박종범씨. 스스로 ‘농촌기획자’ 라는 직업을 만들어 냈습니다. 농촌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내 사람들과 함께 풀어나가는 우리시대 참전문가입니다.

* 리사이클은 시대의 트렌드 : 영국의 여성 사회적기업가 Kress Wesling은 아주 특별한 핸드백을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바로 버려지는 소방호스를 재활용해 패션제품을 만든 것이지요. 얼마 전에는 아이폰 전용 케이스도 만들어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원순씨가 간곡히 요청해도 만나기 어려운 영국의 유명인사가 되었다고 하네요.

* 어린이와 청소년, 누가 이들을 돌보랴? : 어린이 백화점, 어린이 거리, 어린이 시장 등 어린이를 위한 도시가 하나 만들어지면 어떨까요? 디즈니월드보다 훨씬 인기가 많지 않겠어요? 동화 속 꿈이라구요? 놀라지마세요. 이스라엘 켈로시에 이미 다 만들어져 있답니다!

* 장애인을 위한 또 다른 일터 : 장애인을 위한 마을조성 사업전문가를 소개합니다. 일본에는 다운증후군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리듬으로 지속적인 제작활동을 펼쳐 활력을 찾고 건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운마을’이 조성되어 있답니다. 스위스 쇤브룬은 교회, 식당, 기숙사, 작업장 시설 등 마을전체가 장애인을 위해 조성되어 있구요.

행사장 입구에는 천개의직업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청년사회적기업 20여 곳이 부스를 마련해, 동시대 ‘표류청춘들’과 해후하고 소통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빛트인’ 정천식 대표는 못난이농산물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도시소비자들에게 파는 청년사회적기업가인데, 이날 태풍피해를 입어 떨어진 충남예산의 사과 수백개를 가져와 완판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요리사의 꿈을 키워오다가, 대학 입학 후 식량문제와 농촌문제에 눈을 떠 정치외교학과로 전과해 더 큰 꿈을 펼치고 있는 그의 이야기에 많은 청년들이 호기심을 갖고 이야기를 걸어왔습니다.

”사용자

노숙인을 위한 잡지 ‘빅이슈’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유쾌한 홍보캠페인을 펼쳐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노숙인들이 직접 거리에 잡지판매원으로 나서 세상과 소통하면서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착한 잡지라고 하니, 도무지 한 권 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9월 말에는 브라질에서 열리는 홈리스(노숙인) 월드컵에도 참가할 예정이라, 많은 시민들이 선전을 기원하는 파이팅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제대로 맞은 불화살”

“인생의 전환점에서 새로은 길을 모색하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강의였습니다.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지 치열하게 생각해 보렵니다.“ – green87**

“제대로 맞은 불화살들. 내가 정말 즐거워하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과 함께 수많은 아이디어를 들으니, 이것저것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 생각과 함께 강연장을 나서게 되었다. 젊음, 청춘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함께 들었던 많은 청년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겠지?” – yes**

행사 후 누리집에 올라온 참가자들의 후기입니다. 그네들의 말처럼 청춘은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입니다. 불화살을 맞은 듯 가슴이 뜨거워야 합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모색하며 생의 한가운데를 향해 정면으로 걸어나가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렇게 당연한 일, 당연한 고민을 시작한 이들과 함께 우리시대 청춘비상은 이제 막 첫 단추를 꿰었습니다.

이제 <1천개의 직업>은 더 많은 청춘들을 찾아 먼 길을 떠나려 합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완주CB센터와 함께 전북지역 청춘들을 만났고(전북대),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청소년들도 만났습니다(KBS88체육관). 오는 3월 5일에는 수원을 찾아가 볼 생각입니다(경기도 문화의전당).

조금만 눈을 돌리면 광활한 세상 속, 가슴 떨리는 도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습니다. 남들이 정해주는 길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길을 따라 현재가 아닌 미래를 살 수 있습니다. <1천개의 직업>은 2011년에도 변함없이 ‘청춘비상’ 을 꿈꾸는 길동무 찾아, 희망의 길찾아 한걸음 한걸음 힘차게 내딛도록 하겠습니다.

글_소기업발전소 이재흥 연구원

1천개의 직업이 수원을 찾아갑니다!
* 일시 : 2011년 3월 5일
* 장소 : 경기도 문화의전당
* 출연 : 박경림, 박원순, 한비야, 장재인
* 예매 : 인터파크

#

관련글

6시간 강연, 지루했나요

‘천개의직업’ 연사들 “부딪쳐라& …

‘감자 화장품’으로 인생역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