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클럽

민선6기 목민관클럽 5차 정기포럼이 ‘자립과 자치를 위한 민선6기 지방자치, 어떻게 열까?’라는 주제로 2015년 1월9일~10일 1박2일 동안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세입 감소와 복지지출 증가에 따른 자치재정난 속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선6기 6개월을 되돌아보며, 서로의 경험을 통해 향후 3년 6개월의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33명이 넘는 단체장과 100명이 넘는 관계 공무원이 참석하여 그 어느 때보다 배움의 열기가 가득했다.


1월 9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단체장과 공무원들이 반가운 마음을 나눌 시간도 없이 민선6기 목민관포럼 5차 정기포럼이 시작되었다. 이번 포럼은 식전행사, 기조강의, 워크숍(1)과 저녁식사 그리고 워크숍(2)로 진행되었다.

먼저 김영배 목민관클럽 사무총장(서울 성북구청장)의 사회로 개회식을 포함한 식전행사가 시작되었다. 홍미영 상임 공동대표(인천 부평구청장)는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못하며, 개혁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는 내용으로 개회사를 마쳤다. 이어서 이번 포럼의 주관을 맞은 해남군 박철환 군수가 짧지만 진심 어린 말로 참여 단체장과 공무원들을 환영해주었다. 이어서 참여 단체장들에 대한 짧은 소개와 이후 바로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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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험에서 배우다

이날 공식적으로 처음 목민관클럽 행사에 참여한 이원재 신임 희망제작소 소장이 ‘드러난 미래(Revealed Future)’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맡아주었다. 이 소장은 쓰나미와 원전 붕괴 사건 이후의 일본 지역사회에 대한 생생한 소개와 함께, 일본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새롭게 배우고 인식해야 할 바는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 소장은 “재난 이후 무려 250조 원에 해당하는 복구비가 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10만여 명이 임시주거 시설에 살고 있는가?” 또한 “쓰나미 피해지역 중심으로 나타나는 빈곤ㆍ차별과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는 과연 새로운 현상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의는 자연스럽게 “복구과정에서 만들어진 방조제가 과연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원전사고 이후 후쿠시마의 어업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와 건물은 과연 의미가 있는가?”, “정부의 쏟아붓기 식의 투자는 과연 지역의 재생을 가져올 수 있는가”와 같은 주제로 이어졌다.


이 소장은 <사회를 바꾸려면>을 지은 오구마 에이지와의 대담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제시했다. 즉, 일본 지역사회는 쓰나미 이전에 이미 탈공업화와 고령화 그리고 글로벌 경쟁의 격화 속에서 쇠락의 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에만 의존하는 지역 장로정치를 통해서 연명해왔으며, 그런 문제점과 모순이 쓰나미 이후 극대화된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 소장은 자신이 현장에서 만난 희망의 근거를 소개했다. 지진 피해지역에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를 설립한 청년 활동가, 대도시에서 지역사회로 돌아와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센터를 만든 서른한 살의 청년, 지진으로 기반시설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떠난 동네에서 10여 명의 창업가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고 있는 청년 기업가들이 새로운 희망의 근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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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한국의 미래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고령화율과 1인당 국민소득의 추세를 보면, 한국이 15~20년의 차를 두고 일본을 쫓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일본사회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점은 상향식 민주주의의 부재,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앙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 세대이민 현상이다. 목민관클럽 단체장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도 바로 여기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의 키워드는 ‘자립’과 ‘자치’임을 이 소장은 강조했다.

결국 2015년 한국사회 특히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주어지는 대표적인 의제가 민주주주의의 확장(예: 시민참여 정책), 경제적 대안 활성화(예: 사회적경제 활성화, 사회적기업가 육성), 새로운 삶의 모색(예: 청년 귀촌, 시니어 사회참여활동)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제들은 결과적으로 ‘사회혁신’이라는 과제와 목표로 요약된다는 말로 이 소장의 기조강의가 끝을 맺었다. 더불어 이러한 과제를 위한 사업으로 희망제작소는 2015년 새롭게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이라는 이름으로 소셜픽션 콘퍼런스와 상상테이블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험난한 민선6기 6개월을 되돌아 보다

이원재 소장의 기조 강의 이후 본격적인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워크숍 첫 번째 세션은 참여 단체장들이 민선6기(민선5기 과정 포함) 6개월 동안의 행정경험을 실수사례, 고민, 다른 단체장에게 추천하고 싶은 좋은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30명이 넘는 단체장들 모두의 발표를 듣기 위해서, 각 단체장들의 발표는 4분으로 엄격하게 제한되었다.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은 전국 최초 ‘아동친화도시’ 인증이라는 성과를 자랑하는 한편, 아동친화 교육도시와 인권도시 성북이라는 과제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최성 고양시장은 공직자들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중심으로 지난 시기의 추진사항과 이후의 과제를 소개했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청렴과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행정을 펼쳐왔다고 이야기하면서, 화성호 담수화 정책을 둘러싼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다른 단체장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정책으로는 창의지성학교 사업과 학교시설 복합화를 들었다. 지역공동체 교육에 대한 고민은 다른 단체장들도 토로했는데, 곽상욱 오산시장은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혁신교육지원센터’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오산형 마을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단체장들의 고민도 볼 수 있었다. 워크숍 기간 동안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인 단체장 가운데 한 명인 황명선 논산시장은 육군훈련소 영외 면회 부활을 이뤄낸 과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KTX 육군훈련소역의 신설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 주어진 시간을 넘어서면서까지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목민관클럽 공동대표이기도 한 김생기 정읍시장은 2012년 주민세 인상 과정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김 시장은 “1년에 딱 설렁탕 한 그릇 값만 더 내주세요. 그럼 우리 지역에 6억원 이상 재정 수입이 생깁니다. 이 수입은 모두 우리 지역 발전을 위해서 쓰일 것입니다”라는 말로 지역주민들을 설득한 바 있다. 1인당 약 6천 원 정도의 주민세 인상을 통해서 중앙정부가 부과하는 재정 패널티를 피하는 동시에, 늘어난 세수를 지역 숙원사업과 사회적 약자 지원 사업에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복지에 대한 고민도 빠지지 않았는데, 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은 ‘인사가 만사다’는 말로 시작해서 ‘건강100세 상담센터’를 지역사회 및 민관협력의 성공사례로 소개했다. 한국인 10명 중 3명의 사망 원인이 되는 심뇌혈관 질환을 줄인다는 목표를 갖고, 사후 서비스 중심에서 예방의학 중심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이룬 성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은 각각 두 가지 고민과 추천 사례를 이야기했다. 공익적 목적은 살리면서도 난무하는 거리 현수막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것과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는 남성 자살률에 대한 고민은 다른 참가 단체장들도 공감하는 바가 큰 듯했다. 한편, 심폐 소생술 교육 확대와 금연성공 지원금 정책의 성과를 알리며 적극 추천했다.

박철환 해남군수는 해남이 중심이 되어 설립하고 있는 ‘서남권 광역 화장장’을 중심으로 발표하였는데, 지자체간 연계ㆍ협력 그리고 지역님비 현상 극복의 훌륭한 사례로 보였다. 또한 공정하고 엄격한 용역을 통해 주민들간 갈등을 예방하고 필요 경비 대부분을 국비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현재 추진 중인 귀농귀촌 학교에 대한 기대도 보여주었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농업과 어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가 산업도시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역내 갈등과 주민갈등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주민자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그 방법을 주민자치협의회 구성에서 찾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 누구보다 지방자치에 대한 고민이 큰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은 현장 건축민 원 처리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민의 민원을 완전히 해결하기에는 기초단체(장)의 한계가 분명하지만, 현재의 자원과 법ㆍ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단체장의 경우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인사권과 결정권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박 구청장은 대도시의 경우 2만에서 5만여 명에 달하는 동 단위로는 주민자치가 제대로 구현될 없다고 보고, 그 대안으로서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통 두레 정책을 제시했다. 또한 향후에는 500~1,000명 단위의 주민자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선6기에 접어들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으로 당선된 조충훈 순천시장 역시 지방자치의 현실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면서, 지금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지방자치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목민관클럽 단체장들의 결집된 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병선 속초 시장은 일견 박우섭 구청장과 유사한 문제의식을 보이면서, 부단체장 임명을 둘러싼 경험과 고민을 발표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부단체장을 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 광역단체와 겪고 있는 인사상ㆍ예산상의 어려움과 갈등에 대해서는 참여 회원 대부분이 공감하면서, 박수로나마 이병선 시장에게 힘을 보태주고자 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의 지지가 가장 커 보였는데, 현재 부구청장 임명을 둘러싸고 광주광역시와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그 고민의 연속선상에서 민형배 구청장은 광역 지자체에서 기초 지자체로의 분권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형배 구청장은 2011년부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온데 이어 민간부문으로 그걸 확산시키려고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그에 대한 다른 단체장들의 조언을 요청하기도 했다.

쉼없이 발표가 이어지고 잠시간의 휴식을 가진 뒤, 전남 해남군과 서울 은평구의 사회적경제 교류협력 이벤트가 열렸다. 서울 은평구의 사회적기업과 해남군의 자활기업 사이의 교류ㆍ지원을 내용으로 했는데, 목민관클럽의 연대성을 확인할 수 있는 뿌듯한 시간이었다.

휴식 이후의 발표는 마을과 지역재생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은 생산시설들이 이전하면서 베드타운화 된 지역사회의 정체성 특히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복기왕 아산시장은 다면평가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학교급식센터와 로컬푸드 운동과 관련한 정책을 중심으로 발표를 마쳤다. 대표적인 도농복합 지역인 아산이 새롭게 로컬푸드 운동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은 해체된 마을의 복원과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을 목적으로 하는 마을공동체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겪는 문제점을 토로했다. 지역의 자원과 활동가들이 한정된 가운데, 마을공동체 사업을 좀 더 민주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고민을 이야기했고, 이 고민에는 안산시의 제종길 시장을 비롯 여러 단체장들이 공감하였다. 제종길 시장은 동시에 ‘2030 숲의 도시’ 프로젝트와 같이 안산시의 장기적인 미래상을 보여주는 비전 수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안산시와 자매결연을 추진 중인 충청북도 제천시 이근규 시장은 ‘시민이 시의 주인이고 시장’이라는 철학을 밝히며, 14만 제천 시민들의 힘을 통해 민선6기 동안 큰 변화가 가능할 거라는 희망을 드러냈다.

정성들여 준비한 PPT 자료를 발표한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도시재생사업 특히 뉴타운 사업과 관련된 어려움을 발표해서, 많은 단체장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문석진 구청장은 정책추진 과정의 실수담도 진솔하게 밝혔다. 그 의도와 상관없이 주민들의 지지와 상황적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추진 중인 정책들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 역시 차선일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비록 지역의 구체적인 현실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전동평 영암군수 역시 미래성과 경제성이 없는 기존 정책과 사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도 재개발을 둘러싼 지역ㆍ주민갈등의 어려움을 말했는데,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홍 구청장은 이런 어려움과는 별개로, 여성친화도시와 공공갈등 관리 추진 정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차성수 서울 금천구청장은 정책 추진과정에서 겪게 되는 주민 및 공무원(특히 기술직 공무원)과의 갈등상황 관리가 필요하다고 하였고, 단체장이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는 행정 구현을 위해 2014년부터 민관 거버넌스 구성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초선의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은 민선6기의 핵심적인 공약사업(교육, 복지, 사회적경제)을 중심으로 계획과 고충을 토로했다. 오산의 경험을 도움삼아 사교육 중심지인 양천구를 공교육 중심으로 전환하는 한편, 사회적경제 조직의 활성화를 위해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학습과 토론의 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2014년 12월 예산편성과 의회 심의과정에서 느꼈던 정무적인 과정에 대해서, 다른 단체장들의 경험 공유와 조언을 요청했다.

이날 행사에는 당초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분들의 참여가 이어지기도 했다. 해남, 진도, 완도가 지역구인 김영록 국회의원은 목민관클럽 단체장들을 환영하며, 30여 년의 공직기간의 현장 경험이 자신에게 큰 자산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과 군수, 구청장들이 힘을 합하면 한국 지방자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35년간 공직생활을 했다면서 좌중에게 웃음을 준 신우철 완도군수는 깨끗한 자연환경, 맛깔스러운 음식과 친절한 주민 세 가지를 자랑하면서, 목민관클럽 가입 의사를 밝혔다. 2015년 세계 대나무 박람회를 개최하는 최형식 담양군수 역시 목민관클럽 가입 의사를 밝혔는데, 박람회 홍보에 너무 열심이어서 이날 행사 참가의 목적이 다른 데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가져와 웃음을 선사했다.


참여에서 자치로! 마을민주주의 시대 어떻게 열까?

조금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참여에서 자치로! 마을민주주의 시대 어떻게 열까?’를 주제로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서울연구원 송창석 초빙 선임연구위원(전 희망제작소 부소장)의 진행으로 8명 내외가 한 팀을 이루어서 참여하는 분임별 브레인라이팅(Brainwriting)이 진행되었다.

송창석 선임연구위원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단체장들과 공무원들에게 몇 가지 화두를 던지면서 워크숍을 진행했다. “민선5기의 목표와 성과 및 문제점, 민선6기의 목표와 추진방법 및 그를 둘러싼 환경 그리고 우리에게 요구되는 변화 내용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가진 후, 모든 참가자들은 민선6기에 추진하고 싶은 주요 정책 세 가지를 제출했다. 이렇게 수집된 정책들에 관해 각 분임별로 논의시간을 갖고, 주제별로 정책들을 유형화하는 동시에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었다.


환경, 경제, 사회가 어우러지는 지속가능성을 꿈꾸며

이해식 강동구청장이 발표한 조의 키워드는 환경, 경제, 사회였는데, 이것들을 다시 지속가능성이라는 말로 압축했다. 환경이라는 패러다임에는 생태하천 복구와 주민주도형 친환경 도시농업 정책, 경제라는 패러다임에는 사회적경제에 기초한 자족도시 그리고 농생명산업도시 정책이 포함되었다. 사회라는 패러다임에는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공동체 만들기, 마을민주주의, 도시주거재생과 고령친화도시 및 마을단위 복지공동체 정책 등이 포함되었다.

마을복지센터와 인문학도시에서 귀농귀촌학교까지

김윤식 시흥시장이 발표한 조의 키워드는 복지, 교육ㆍ문화, 자치ㆍ참여, 안전ㆍ생명, 일자리ㆍ경제 정도로 추려졌다. 안전ㆍ생명을 제외한 모든 키워드 별로 약 5~6개의 정책들이 정리되었는데, 주민자치센터의 기능을 전환한 마을 복지센터의 정착, 혁신교육지구 추진, 마을공동체 확장, 지역 협력형 화장장과 귀농귀촌학교 추진 정책 등이 눈에 띄었다. 시장과 의회의 권한을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주장도 포함되었다.

지방자치의 기본에서 새로운 도시 공간을

포럼 참여 단체장 중 2명의 여성 단체장 모두가 속해 있는 조에서 도출된 다양한 정책들은 지방자치의 기본, 교육이 희망, 사회적경제와 마을자치, 새로운 도시 공간 네 키워드로 정리되었다. 부단체장 인사권으로 대표되는 인사독립권 확립, 재정 건전화, 민관 거버넌스 구축, 사회적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협동과 신뢰에 기반한 마을자치 및 KTX 훈련소역 신설 추진 정책 등이 눈에 띄었다. 이 조에 참가한 이병선 속초시장은 2018 동계올림픽과 관련해서 속초시를 올림픽 숙박특구로 하자는 의견을 내놓아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주민참여를 통해 지역경제활성화와 복지 구현을

서대문 임근래 정책기획담당관이 발표자로 나선 ‘4남 1녀’팀에서는, 여러 정책들이 주민참여, 평생학습, 지역경제 활성화, 교통, 복지의 다섯 가지 키워드로 묶었다. 다른 조에서 발표한 유사 정책들과 별개로, 인문학도시 완성, 전통시장 협동조합 설치, 생태교통체계 구축, 출산율 증대와 다문화가족 정착 지원 정책 등에서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희망도시를 꿈꾸며

윤세홍 수원시 대외협력보좌관이 발표자로 나선 조는 따로 키워드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주차, 지역과 교육, 생태 패러다임으로 정책들이 묶일 수 있었다. 주민ㆍ마을ㆍ지역의 자치력 강화, 자발적 주민참여 확대, 누구에게나 기회가 돌아갈 수 있는 기회 균등, 협력과 융합의 지역, 보행자 중심 교통체계 구축 정책 등이 흥미로웠다.

다시 마을공동체의 복원과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왔다갔다’라는 조금 경쾌한 이름을 가진 조에서는 마을, 지속가능성, 평생학습, 취업과 같은 키워드로 정책이 묶였다. 특히 마을과 관련한 정책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마을공동체 사업, 마을자치 제도화, 주민의식 개선, 1인1봉사활동, 노인과 아이들 놀이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처럼 일반론적인 것에서부터 구체적인 것에까지 다양한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SES를 노래하다

안성률 논산시 정책보좌관이 발표자로 나선 마지막 분임은 약간은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명쾌하게 S(안전), E(지속가능성), S(사회적경제)의 키워드로 정책을 설명했다. 안전한 먹거리 정책과 깨끗한 환경 정책, 사회적기업 활성화와 복지제도 재정립, 통합적 관점에서 도시재생사업 추진과 우량기업 유치 등이 이야기되었다.


민선6기에서 추진하고 싶은 정책과제들에 대해서 분임별로 의견을 모으고 토론을 하고 전체 참가자들이 공유하는 발표시간까지 마치자 9시가 훌쩍 넘어서야 1월 9일의 공식 프로그램이 정리되었다.

조금 늦은 일출을 맞이하며

포럼 둘째 날인 1월 10일은 해남 땅끝 전망대에서 ‘해맞이’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른 시간이라 얼마나 많은 이가 함께 할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60여 명의 참석자들이 아침잠을 포기하고 땅끝 전망대를 향한 차량에 탑승했다.

산 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 /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렸지
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 / 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넷줄이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

어릴 때는 나비를 좇듯 /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
그건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 그러나 살면서 몇 번은 땅끝에 서게도 되지
파도가 끊임없이 땅을 먹어 들어오는 막바지에서 / 이렇게 뒷걸음질 치면서 말야

살기 위해서는 이제 / 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 / 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 /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것이 / 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이
그걸 보려고 / 또 몇 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

나희덕, ‘?땅끝’ 전문

예로부터 이름난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 하더니만, 이날 해남의 일출도 쉬 허락되지 않았다. 차가운 아침 기운을 견디며 많은 이들이 7시가 조금 넘어서부터 일출을 보기 위해 바다만 쳐다보고 있었지만, 땅끝 바다의 해무(海霧)에 가려 예정된 시간을 넘어서까지 아침해는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해남 땅끝에서 민선6기 2015년의 희망을 다짐하는 마음을 담아 힘찬 기운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전망대를 내려오는 길, 성급한 이들을 질책이라도 하는 것처럼 태양이 떠올랐다. 이렇게 일출과 희망은 때때로 조금은 늦을 수는 있지만, 우리 곁에 다가오기 마련이라는 믿음을 갖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행사장에서는 일정에 없던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일출을 보고 오는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지사는 환영의 말과 함께 지방에서 일하는 단체장과 공무원들이 항상 큰 시야와 포부를 가져야 한다는 조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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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우당에서 1박 2일의 일정을 마치며

바쁜 일정 속에서 1박 2일 포럼에 참여했던 참가자들 중 일부는 아침 식사 후 각자의 지역 현장으로 돌아갔다. 그런 가운데서도 박철환 해남군수, 홍미영 부평구청장과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을 포함해 약 40여 명은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로 향했다. 그곳에는 조선조의 대표적인 명문가로 유명한 해남윤씨 가문의 많은 유물과 유적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고산 유물전시관과 녹우당(綠雨堂)을 찾았다.

일행이 방문한 고산 유물전시관은 2011년 건축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해남에 500년 이상을 터를 잡고 살아온 해남윤씨 어초은공파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유물이 전시된 공간으로, 특별전시실과 1ㆍ2 전시실 그리고 영상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상으로 노출된 부분은 윤씨 가문의 전통성과 어우러지도록 고택의 모습을 하고 있고, 지하 부분은 현대식 전시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투명한 유리창 벽면을 한 아트리움(atrium)이 두 공간을 연결하면서, 방문객들에게 안내와 휴식을 제공했다. 참가자들은 고산 윤선도와 공재 윤두서로 대표되는 학자들의 그림과 글씨를 직접 보고, 해설사의 설명을 통해 그들의 실용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린 녹우당은 조선시대 효종이 대군시절 사부인 윤선도를 위해 수원에 하산한 집을 1668년 지금의 마을로 옮겨온 것인데, 현재는 고산의 14대 종손인 윤형식 씨 일가가 살고 있어서 단순한 유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물전시관 배치의 모델이 되기도 한 이곳은 남도의 다른 반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ㅁ’자형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층 형태의 처마나
솟을지붕 형태의 환기용 구조물은 지금도 당시의 앞선 설계와 실용성을 자랑한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단체장과 공무원들이 참가한 포럼이었다. 지방자치 수장으로서 느끼는 어려움과 고민이,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희망의 근거를 찾고 싶은 마음이 많은 이들을 해남 땅끝까지 불러오지 않았나 싶다.

글_ 정창기(정책그룹 연구위원, mayday3@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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