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에 파문 던지는 ‘자유와 생존의 집’


지난 4월 일본희망제작소에서는 ‘자유와 생존의 집에서 보이는 것 ? 일본의 실업 ? 빈곤 ? 사회안전망의현재를 생각하다’ 라는 주제로 호프메이커스 세미나(Hopemaker’s Seminar)가  개최되었습니다. 이 날 강사로 나선 키쿠치 켄(菊地謙) 일본 노동자협동조합 연합회 이사는 세미나 발표내용을 바탕으로 자유와 생존의 집의 구체적인 활동내용과 배경, 목표 등을 정리해 글을 기고해주셨습니다. 해당 글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저는 낮에는 노동자 협동조합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휴일이나 저녁 시간에는 프리터* 전반(全般) 노동조합* (이하 프리터 노조)이라는 동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지역조합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리터 노조는 이름 그대로 주로 아르바이트나 파견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으로 2004년에 설립되어, 2006년 이후엔 주로 20대 ~  40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가하며 활동을 넓혀 왔습니다.
 
현재 조합원은 200명 정도이며 상근직원을 두지 않고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로 상담을 하거나 교섭에 참가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 외에도 프리타층이 중심이 되어 만드는 ‘자유와 생존의 메이데이’를 실시하고, 다른 지역 조합과 연대해 도쿄 시나가와역 앞의 케이힌(京品)호텔 자주영업 투쟁*을 지원하며 연말연시 근로자 월동활동*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여러 활동에 참가해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해고나 임금체불 등의 노동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계약직 노동자의 해고 이후 기숙사 퇴거문제에 대한 대응이나 생활보호 대상자 신청 지원 등 기존의 노동조합 테두리를 넘어 ‘생존’을 위한 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는 활동도 조직의 과제로 두게 되었습니다.

[##_1C|1274571162.jpg|width=”400″ height=”3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출처:자유와생존의집 블로그_##]현재 일본에서는 국내노동자의 약 20%가 연수입 200만엔 이하라는 생활보호기준에 겨우 충족되는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리터 노조 조합원의 경우 이러한 비율은 훨씬 높으며, 조합비 신고상황으로 수입분포를 분석해보면, 연수입 180만엔(약 2450만원), 월수입 약 15만엔(약 200만원) 이하의 조합원은 전체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프리터 전반노조 사무실이 있는 도쿄 신주쿠구에서 원룸 평균 임대료는 월 8만6천엔 (09. 05 HOME’S 조사, 약 117만원)이고, 도쿄 스기나미구에서도 월 6만8천엔 (상동, 약 92만원)입니다. 만약 조합원이 신주쿠구에서 산다고 한다면 수입의 57%가, 스기나미구에서 산다고 한다면 45%가 집세로 나가기 때문에 그외 식비나 교통비를 제외하면 여분이 얼마남지 않게 됩니다.
 
가까스로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열심히 일을 한다 하더라도, 일자리를 잃게 되면 저축도 하지 못한 채 바로 길거리에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2008년 6월에 열린 조합 정기대회에서 ‘주택부회(部會)’ 의 활동을 제안하고, 조합원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연수입 180만엔 정도인 노동자들이 안정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주택 제공사업을 준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합당한 임금을 지불하라!’, ‘충분한 사회 보장을!’ 이라고 호소함과 동시에 조합원 스스로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조건을 확보해 가는 활동입니다.

조합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부회(部會)에서 논의를 거듭해 가던 중, 우선 실제 부동산 물건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의견이 있어 후원회원께서 소개해 주신 동경 내 부동산업자를 통해 건물 견학회(2곳)를 열었습니다.

때마침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도쿄 히비야공원에 세워진 ‘송년 파견마을’의 활동 등을 통해서 실업과 동시에 주거공간을 잃은 ‘Housing Poor(주거빈곤)’ 문제가 일본 사회에서 집중 조명되기 시작 했습니다. 그래서 견학회를 통해 미리 살펴본 건물 중에서 지하철 요쯔야 3초메역 근처에 위치한 낡은 목조 2층 빌라 2동의 본적적인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해당 빌라는 견학을 중개한 부동산업자가 소유한 건물로서 응접실을 겸한 부엌 하나와 방 11개로 구성되어 있고, 역까지 걸어서 1분도 걸리지 않는 좋은 입지를 갖췄기에 당초 계획한 ‘저렴한’ 집세를 제공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습니다. 그러나 가능한 입주 노동자들의 손으로 직접 건물 관리나 개보수 작업을 하는 조건으로 집세를 낮출 수 있었습니다.

09년 2월 부터 조합 일을 도와주는 건축가나 목수분들과 상담한 후, 목공ㆍ미장 보조ㆍ도장 및 바닥 붙이기 등 간단한 작업들의 대부분은 조합원들이 자원활동을 통해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공사를 시작해 보니 빌라의 구조에서 많은 결함이 보였고, 상당히 손을 보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해가며 작업을 진행해 당초 3월 오픈 예정이었던 것이 8월이 되어서야 겨우 오픈 할 수가 있었습니다. 되도록 집세를 저렴하게 책정하기 위해 방을 나누거나 공용공간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총 16개의 방을 확보하고, 월세 3만 5천엔(약 47만원) ~ 6만엔(약 81만원) 정도로 주거 가능하도록 재설계했습니다. 또한 보증인*도 필요로 하지 않고, 보증금도 2년 간 적립한 뒤 지불하는 등 입주에 관련된 벽도 가능한 낮추었습니다.

한창 공사중 이었던 4월부터 이미 해고로 기숙사에서 쫓겨난 파견직 근로자나 넷 카페(피씨방)생활을 하면서 조합과 상담해 온 청년, 프리터 전반노조 조합원이나 동경에서 일하는 젊은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6월 이후에는 ‘NPO자립생활 지원센터 모야이’의 소개로 온 연금생활자, 노상에서 점을 봐주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 ‘자유와 생존의 집’에 대한 신문기사를 접한 사회복지사의 소개로 온 사람 등이 입주해 순식간에 방이 거의 차게 되었습니다.

빌라의 운영은 주택부회(部會) 활동을 발전시킨 형태로, 저를 포함한 5명의 뜻을 가진 사람들이 출자해 임의단체를 만들어 책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반빈곤 네트워크’의 동료나 조합원들이 모여 자금을 지원하는 서포터 클럽도 활동을 시작했고, 입주자 스스로 주택에 관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가기 위한 자치회도 조직되었습니다. 이런 조직들이 연합해 자유와 생존의 집 실행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올해 초 실시된 공설(公設) 파견마을* 활동에 대해서는 찬반이 있지만, 이를 통해 재작년에 열린 송년 파견마을 이후에도 주거와 빈곤의 문제가 거의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밝혀졌습니다. 이미 오늘날 일본의 빈곤문제는 숨길 수 없는 상태로 곳곳에서 밖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제 자신이 실감하기에도 국가나 자치체가 주도하는 주택 지원은 너무나도 모자라고, 실업자나 빈곤층 등 수요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고 있지 않습니다.

자유와 생존의 집에는 입주 이래 1년 가까이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해 정신적으로 쫓기는 입주자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작년 11월부터는 매월 네 번째 일요일에 야채 시장을 아파트 앞 마당에서 열어 지역과 교류하고 입주자들이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활동도 해오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일할 장소도 스스로 만드는 것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_1C|1279277745.jpg|width=”400″ height=”3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야채시장 풍경(출처:자유와생존의집 블로그)_##]현재 빈곤과 배제의 문제는 미디어에서도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진 반면, 그 한 가운데에 있는 당사자들이 어떻게 사회적인 발언력을 얻는가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물론 주택 문제는 사회정책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주거시설을 마련하라” 고 국가나 자치단체에 호소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살아가는 법, 생활을 영위하는 법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들에게도 이런 사업이 잘 될지는 전혀 미지수이고, 불안감도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경제 아래서 상당히 힘든 일을 하려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지금까지 일본의 주택정책이 너무나도 ‘주택소유’에 치우쳐 온 것이 사실이고, 그 결과 젊은이 ? 여성 ?고령자 ?외국인 ? 빈곤층의 주거문제는 대부분 무시당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전체 노동자의 1/3을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지하고 있고, 그 수가 점점 증가하는 상황에서, 주택소유에 초점을 맞춘  주택정책은 이미 모델로써 유효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특히, 도시에서는 기존의 건물을 이용해 새로운 형태로 공동주거를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규 주택 착공건수가 경기의 지표로 활용되고, 빌딩이나 아파트, 맨션을 부동산 투기 대상으로 삼아 스크랩 앤 빌드(Scrap & Build, 노후 시설을 폐기하고 신규로 건설함)를 되풀이해, 프리터나 계약직 노동자가 계속 높은 집세 부담을  강요당하는 구조는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들은 ‘자유’와 ‘생존’의 장을 넓혀 가는 것으로 이 상황에 파문을 일으켜 보고 싶습니다.

또한, 자유와 생존의 집이 단순한 숙소 제공에 머무르지 않고, 노동 및 생활 상담 기능이나 문화 교류 기능도 함께 갖추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미 입주자 사이에서는 이 집을 하나의 거점으로 삼아, 교류 공간을 마련하고 여러 사업을 벌이는 등 다양한 꿈과 희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원금 기부자와 저희 취지에 뜻을 함깨 해주시는 주택 소유주도 계속 모집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두번째 자유와 생존의 집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고 관심을 갖게 된 분들께서는 부디 자유와 생존의 집 서포터클럽에 꼭 참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유와 생존의 집 블로그 (일본어)

편집_일본희망제작소  김민혜
번역_ 김채린ㆍ 김민혜


용어설명

* 프리터(Freeter) :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비정규직에 종사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일컽는다.
  
* 프리터 전반(全般)노동조합 :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로 프리터,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사원, 실업자 등 사회,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노동자들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다.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들이 서로 돕고 협력하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  송년 파견마을 : 실업으로 거주할 곳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서 2008년 12월 31일부터 2009년 1월 5일까지 여러 NPO 및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실행위원회가 도쿄 치요다구의 히비야공원에 개설한 임시 숙박시설.

*  케이힌(京品)호텔 자주영업 투쟁 : 도쿄 시나가와에 있는 케이힌 호텔은 2008년 영업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자가 종업원 전원을 해고한 뒤 건물과 토지를 미국계 투자펀드에 매각하였다. 이에 대항한 노동조합이 자주 영업을 실시하였으나 100일만에 강제해산 되었다. 케이힌 호텔 노동조합은 부당한 패쇄와 해고에 대항해 지금까지도 투쟁하고 있다.

* 주택보증인 제도 : 일본에서 집을 임대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경우 연대보증인을 필요로 한다. 보증인이 없으면 집을 구하기 힘들 뿐 더러, 보증인 없이 집을 구하는 경우 보증금과 사례금(집주인에게 지불하는 돈) 및 중계수수료가 더 비싸진다. 따라서, 보증인을 구하기 힘든 노숙자나 외국인은 집을 구할때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 공설(公設)파견마을 : 연말연시에 거주할 곳을 잃은 실업자를 대상으로 도쿄도와 지자체가 개설한 임시 숙박시설.



☞ 일본희망제작소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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