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네! 이제 한ㆍ일 소셜디자이너 사회혁신 워크숍 마지막 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이번 글에서는 제 2세션 ‘사회혁신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나다’ 의 마지막 발제 2개, 그리고 종합 토론 시간의 열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서 지난 내용이 가물가물 하신 건 아니겠죠?

일상의 반란을 꿈꾼다

<가난뱅이의 역습>의 저자 마쯔모토 하지메씨는 역시 뭔가 달랐습니다.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그래도? 뭔가 급진적입니다. 마치 대학교수직을 그만두고 농사를 짓고 있는 윤구병 선생님의 명랑버전 같은 느낌이랄까요?

”사용자

그는 세상 살기 너무 답답하다는 하소연으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일하러 가면 혹사당하고 착취당한다는 느낌도 들고, ‘이거 사라’, ‘저거 사라’? 돈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라는거죠.

집회도 못하게 하고, 공원 벤치도 없어지는 등 사람이 모일 공간은 없어지는데, 스타벅스는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역 앞의 광장에서 기타를 치고, 손수 만든 것을 팔고 싶어도 노점단속이 강화돼 그러지도 못한다네요. (앗! 이것 역시 한국이랑 비슷합니다.)
그는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며 한탄합니다. 필요도 없는 물건을 사야 하고, 착취 당해야 하고, 놀려고 해도 돈을 쓰지 않으면 놀 수가 없고… ?좋은 직장에 가고,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묘지에 가고, ?일하기 위해 사는 게 바보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네요.

아!~ 저도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이런 소리를 했다가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어요. 왜 모두 아둥바둥 이러고 살죠? 근데 저는 그저 생각만으로만 멈춘 데 반해, 마쯔모토씨는 가게를 열었다네요. 모두가 기업용 인간으로 길러지는 게 싫어서 ‘난 이렇게 안 살거야’ 라며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서요.

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장소’였는데요. 일본의 젊은이들이 모두 답답한 사회경제시스템에 고립되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상황이 맘에 안 들어, 뭐 좀 해보자’하고 적은 전단지를 시부야 건물 옥상에서 뿌리기도 하고, 자전거에 끼워 넣기도 하고요. ?그러자 전화가 많이 왔답니다. ?친구도 많이 생겼다고 하고요.

신주쿠면 신주쿠, 시부야면 시부야 일종의 네트워크가 생겼는데 이걸 ‘가난뱅이의 반란’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거의 매일 전단지를 뿌리고 찌개를 끓이고 술을 마시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힘들구나’ 싶어 마쯔모토씨는 정착을 결심합니다. 고엔지 근처의 싼 상가를 빌려 재활용 물건을 파는 가게를 차리기에 이르렀습니다.

재활용 가게 하나가 일으킨 변화는 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동네의 어르신들은 활기가 생겨서 좋다고 반겼답니다.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았지만 세대를 넘나드는 소통의 장이 생겼고, 커뮤니티가 생긴 것이죠.

머물 곳 없는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시위도 조직하게 되었다네요. 이 모임은 점차 다른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장소와 장소, 커뮤니티와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고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마쯔모토씨는 “주5일 일하고 주말에 시위해도 세상을 바꾸는 건 어렵지 않느냐”며 그냥 일상이 반란이 되는 것을 꿈꾼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얼마나 신나게 사는가가 중요하다” 고 말하는 그는 “전 날 한국의 친구들과 과음을 해서 힘들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재밌게 살 것” 이라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그가 꿈꾸는 커뮤니티, 그리고 세대를 넘나드는 네트워크가 물신주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점차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게 되기를 저 역시 바래봅니다.

일본의 다문화 사회 대처법

마지막 발표는 다문화가 공생하는 마을을 꿈꾸는 일본의 NPO법인 FACIL의 요시토미 시즈요 이사장이 맡았습니다.

이주 여성들과의 결혼이 늘어나고 있는 한국 사회도 다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원센터도 늘고 있고요. 그렇지만, 이주 여성들의 문화를 존중하기보다는 한국 문화를 주입하려는 듯한 정책이 많아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이런 문제를 앞서 경험한 일본은 과연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을까요.

고베에서 활동하는 요시토미씨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1억3천만 명 인구 중 2백15만 명이 외국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지역과 도시, 마을에서 이렇게 다양한 국적의 주민들을 어떻게 엮을 것인지 고민해 다원화 공생사회 추진프로그램을 제안했습니다. 풀뿌리의 관점에서 말이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히 외국인에 대한 지원책 뿐 ?아니라 이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지를 정부차원에서 고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활동하는 다언어센터는 2500만 명 가량의 사망자가 발생한 고베 대지진 당시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많은 이재민이 서로를 도왔지만, 일본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정보를 전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네요.

1923년 발생한 관동 대지진 당시에도 많은 이주민들이 허위 정보로 피해를 당한 역사적인 비극이 존재합니다. 그는 ?이주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다언어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발신되는 커뮤니티 라디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용자

그는 소수자들과 함께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해야 하며, 평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언어센터로 인해 이전에는 대가를 받지 못한 채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던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된 대가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했고요.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혁신이 일어난 것입니다.

현재 다언어 센터는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번역, 통역하고 있다고 하네요.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거나 출장 요리를 하는 등의 서비스를 조직하고,? 병원에서 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의료통역시스템 시범사업도 시작했습니다.

이런 작업을 10여 년 지속한 결과 현재 통ㆍ 번역 등록자가 500명에 달하고, 세계 28개국 언어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와, 대단하지 않나요?

그는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을 통해 시민운동과 주식회사 형태의 통합을 제안합니다.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지요. 단순히 사회 변화를 위한 운동의 측면 뿐 아니라 수익 창출을 통한 지속가능성도 함께 고려하자는 것입니다.

그가 운영하는 다언어 방송국 ?‘FM와이와이’는 원래 낮은 수익성으로 고민했지만, 3개의 시민단체를 통합한 ‘다문화 Pro3그룹’을 출범시키면서 종합 미디어 제작 집단으로 거듭났다고 합니다. 인적, 물적 자원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고, 활발한 홍보활동과 다언어 이벤트를 꾸준히 펼친 결과입니다.

이 그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민자들간의 연계입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들이 지역에서 좀 더 활발히 활동하게 함으로써 도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죠.

다문화ㆍ다언어로 지역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소수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활발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그의 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주민들과 더 다양한 활동을 펼쳐 가겠다”는 요시토미씨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이쪽과 저쪽을 모두 알 때

2세션의 발표가 모두 끝난 후 희망제작소 유시주 소장의 논평이 이어졌습니다.

유시주 소장은 각각의 사례들에 대한 소감을 밝히며, 이렇게 다양한 사회혁신 사례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또, 그는 IT 기술이 인간 관계와 질적으로 결합하면 혁명적 결과가 일어날 것이란 예측에도 공감하지만 그 이상 굳건히 믿고 있는 점이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인간을 곤궁에 처하게 하고, 곤궁에 처한 인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인데요, 이를 더 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용자

그는 한국 사회가 촛불집회를 계기로 80년대에 기반한 시민운동이 ‘올드’한? 것이 되어버린 상황에 곤혹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쓰는 단어가 찌질하고, 닳고 닳더라도 변하지 않는 철칙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도 배울 것은 있다” 면서 “서로 세대를 넘나들고, 경계를 넘나드는 배움이 일어날 때 더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이쪽과 저쪽을 모두 알 때 혁신이 일어난다’ 는 단순한 진리가 사실 실천하기는 꽤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교토시 시민활동종합센터 니시다 히로유키 센터장의 논평이 이어졌습니다.

그는 “앞으로의 사회는 시민이 서비스의 수용자가 아니라 서비스의 주체가 되는 시대”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 날 발표된 사례들을 통해 시민 스스로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해보고자하는 씨앗 아이디어를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고요. 또, 어떻게 하면 틀을 넘어, 경계를 넘어 네트워킹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핵심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용자

그는 그동안 사용했던 방식중의 하나인 ‘의회 청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청원이라는 것이 결국 뭔가를 요구한다는 것인데, 앞으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직접 하겠다’ 는 식으로 사회를 바꾸어낼 수 있으리란 가능성을 발견했다구요.

또한 그는 공공성에 대한 부분도 문제시하자고 이야기 했습니다. 과연 누가 정부이고 누가 지자체 일까요? 담당자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우리가 이미 공공성을 담지하고 있는 주체가 아닐까 하는 이야기 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경영’ 이라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셜 디자이너로서 지속가능한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논평을 마쳤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그림자

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굉장히 다양한 논의가 오고 갔는데요.

우선 다문화사회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의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 ?한국에서 정부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정책에 대한 우려,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을 조화롭게 이용한 사회변화 방식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일본의 NPO법인 FACIL의 요시토미 시즈요 이사장은 다문화 정책에 있어 이주민들의 힘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사자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관여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모두 지역주민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역주민을 참여시키면 작은 실천들이 축적되어 정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물론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한국처럼 정책만 만들어낸다고 주민의 의식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희망제작소 유시주 소장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최근 한국의 시민단체는 굉장한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 방식이 모두 공존하고 있고, 그동안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를 동시에 경험해온 한국인의 상황에 비춰볼 때 이러한 상황도 역동적으로 정리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용자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질문에는 신나는 문화학교 ‘자바르떼’의 이은진 대표가 답했는데요. 자바르떼가 정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활동 하려하자 ‘왜 비정규 단기계약직을 양산하는 제도 속으로 들어가려 하는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고민이 많다는 그는 신자유주의의 영향 속에서 사회적 복지 마저 서비스화하는 상황 아래 한국형 사회적 기업이 놓여있지 않나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활동을 안 할 수는 없고, 예술가들도 먹고는 살아야 하고, 그런 고민들이 있는 것이죠.

이은진 대표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뒤 노동부의 지도 점검 같은 행정절차에 얽매여서 괴롭다면서도 ‘어느 정도 협동조합과 같은 기반이 이루어진다면, 인증제도는 없어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섞여야 산다

이어진 전체 논의에서는 ‘비전’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지역과의 네트워크의 중요성, 마케팅의 중요성, 영리와 비영리의 네트워킹, 또 협치의 가능성 등에 대한 고민들이 나눠졌는데요. 간략하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희망제작소 유시주 소장은 기존의 시민단체가 파트너에게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돌아보고 변해야 한다며 성찰적 자세를 주문했습니다. 진보적이면서도 일면 폐쇄적인 시민단체의 성향은 강한 도덕적 우월감 때문이긴 하지만, 이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차단하게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은 “사회 혁신의 핵심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며 “소통의 관계를? 바꾸어가고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찾아보자” 고 제안했습니다.

무라카미 쇼이치 생활클럽 생협도쿄 전무이사는 일본의 산업이 피폐화된 원인을 ‘1차산업 무시’ 에서 찾고 있었는데요, 이를 소비자가 바꾸어내고, 활동가들이 농ㆍ임업에 천착하는 것에 큰 사회적 의미를 두었습니다. 사회의 기본을 바꾸어갈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고요.

<가난뱅이의 역습>의 저자 마쯔모토 하지메씨는 다양한 온라인 네트워크도 중요하지만, 직접적인 관계를 만든다면 네트워크가 더 찐~해진다고 하며 실패해도 좋으니 시끌시끌하게 살자고 하네요.

휴우, 이제 정리가 끝나가네요. 좀 많이 길었죠?

현재 발생하고 있는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위기, 정권교체로 인한 일본사회의 새로운 변화는 한ㆍ일 양국 사회에 해야할 일을 많이 던져주는 계기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회혁신을 위해 서로 네트워킹해야 할 일이 산더미 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ㆍ일 소셜디자이너 사회혁신 워크숍 설문지에 답변을 보내주셨던 분 중 3분을 추첨해 희망제작소 신간 책자를 보내드리기로 했는데요. 다음의 분들이 당첨되셨습니다. 설문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 j****p@gmail.com
2. 6***1@h******l.net
3. m********n@gmail.com

”사용자

설문 결과, ?사회혁신에 대한 관심 때문에 참가 신청을 하신 분들이 70% 이상이었는데요. ?행사에 참석하신 많은 분들, 그리고 행사 이후에도 관심을 보여주신 여러분 모두가 차세대 소셜 디자이너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 그럼 모두 융합과 통섭을 위해 고고싱?

※ 일본 측 참가자들이 워크숍이 끝난 후 참석 후기를 보내왔습니다 → ?클릭

글_ 희망모울 강유가람 연구원 (gradiva@makehope.org)

■ 워크숍 첫번째 글 “왜 굳이 사회 디자인입니까”
■ 워크숍 두번째 글 ‘사회혁신, 공은 당신에게 넘어갔다’
■ 워크숍 세번째 글 ‘광화문광장 두 달 관리비는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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