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공무원의 착한 창업 도전기

많은 사람들이 쉼을 생각하는 인생 후반부에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모한 도전처럼 보인다고요? 그런데 그들은 가슴 뛰고 설레는 일을 어찌 하지 않을 수 있냐고 되묻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이종도(60) 후원회원님도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입니다.

서울 끝자락에 위치한 중계동. 이곳은 과거 달동네라 불리며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거주했던 지역이지만, 지금은 드높은 아파트와 번화가가 형성되어 과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이종도님은 직장을 다닐때 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11월에 문을 열 카페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카페 운영 방법을 고민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교육을 듣기 위해서라면 어디라도 쫓아다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특별한 카페를 열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는 이종도님의 소식을 듣고 카페 공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10대들과의 인연

“공무원으로 일하는 동안 우연찮게 청소년을 상대하는 일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청소년 상담 부서에서 팀장으로 일하며 가출 청소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에서 나온 게 아니라 학교와 집이 아이들을 내보낸 거예요. 그런데 7~8시간씩 앉아서 상담을 받는 일이 아이들에게 참 힘든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종도님은 은퇴 후 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이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주면 그 속에서 알아서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넘쳐나기 때문에 학습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방향을 제시하는 활동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란 원칙을 세우게 된 것이지요.

“저는 청소년기를 우울하게 보냈습니다. 가출도 해봤죠. 어려운 시기를 지나 직장인이 되었어요. 얼마 전까지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을 할 것인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었는데, 세월호 참사를 보며 누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확고해졌습니다. 마치 운명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도 운명일까요? 은퇴를 앞두고 때마침 희망제작소 시니어사회공헌센터에서 주최하는 ‘제2회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서 사회공헌 아이디어를 공모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를 정리하여 제출하고 본격적으로 청소년 쉼터 카페를 준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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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행정적으로만 만나 상담을 했지 실제로 함께 사업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릅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 각오하고 있습니다.”

이종도님에게 시니어드림페스티벌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함께 일할 수 있는 청년과 멘토를 소개받고, 사업 진행 과정을 기록하는 일 등을 시니어드림페스티벌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얼마 전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서 만난 청년 DOER들과 인근지역의 중·고등학교 학생 174명을 대상으로 어떤 카페를 원하는지, 입장료는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지금 하는 일이 맨땅에 헤딩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고민되는 점들이 많습니다. 이런 걸 해도 되는 건가? 걱정도 되고요. 이 일은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가족의 동의, 지인들의 적극적인 협조, 전문가의 자문을 얻으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은퇴 후 사회에 발을 내딛어 보니까 직장은 온실이더군요. 직접 나와서 뛰는 것은 생각과 많이 달랐어요. 그래서 네트워크를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뭐라도 만들고 시작하자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무엇인가 필요하면 저절로 만들어지더라고요.”

막힘없는 답변에서 오랜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금이 넉넉하지도 않을 텐데 카페 운영은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되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사회공헌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 재능기부 형태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무한정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구요.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면 인건비도 해결할 수 있겠지요.”

작은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퇴직을 1년 정도 앞두었을 때 은퇴 후 인생 설계 교육프로그램을 찾다가 지인의 소개로 ‘행복설계아카데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희망제작소 후원회원이 되었고, 강산애 활동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강산애 모임은 일반 산악회와 많이 다르더군요. 단순히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해 열정적이고 절제력 있는 토론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마지막으로 희망제작소에 대한 바라는 점을 여쭤 봤습니다.

“기대가 커서 그런지 실망한 점도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데 희망제작소는 큰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시대상황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7월에 진행된 ‘노란테이블‘에서 이종도님은 이런 다짐을 하셨습니다.

“작은 씨앗을 심는 일을 숨어서 하겠습니다. 땅속에 심고 언젠가는 보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절망하지 않도록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 씨앗이 땅 위로 새싹을 내면 사람들이 보게 되겠지요.”

이종도 후원회원님의 뜨거운 열정과 거침없는 활동은 시대의 어른으로 살아가는 또 한 명의 작은 거인을 보는 듯 했습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는 것이겠지요. 인터뷰를 마치고 한동안 벅차오르는 마음을 달래야 했습니다.

이종도 후원회원님, 참 고맙습니다.

인터뷰 및 정리_ 석상열 (공감센터 선임연구원 ssy@makehope.org)
사진_ 전여진 (33기 공감센터 인턴연구원 )

* 인터뷰에 소개된 청소년 쉼터 카페는 올해 11월 노원구 중계동에 문을 열 예정입니다. 후원회원님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