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희망제작소는 10회에 걸쳐 ‘착한 돈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이 연재글은 일본의 NGO 활동가 16명이 쓴 책《굿머니, 착한 돈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의 일부를 희망제작소 김해창 부소장이 번역한 글입니다. 몇몇 글에는 원문의 주제에 관한 김해창 부소장의 글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일본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눈에 비친 전 세계적인 돈의 흐름을 엿보고,  바람직한 경제구조를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용자


우리가 은행이나 우편저금에 맡기는 돈은 학교 · 병원 · 공원 등의 건설, 도로 · 공항 · 다리의 정비 등 우리 생활의 기반이 되는 공공사업에도 쓰인다.

민간사업체가 공급하기 힘든 공공재나 서비스는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데, 공공사업 가운데는 환경을 파괴하거나 사람들의 생활에 악영향을 주는 것도 많다. 한 예로 주민과 정부가 격하게 대립해 사회문제가 됐던 나리타 공항을 들 수 있다.
 
자연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삶과 문화를 파괴하는 나리타 공항 건설은 반대운동을 하던 주민 가운데 목숨을 잃는 사람이 나오는 커다란 비극을 낳았다.

일본 최대 규모의 갯벌인 이사하야 만의 경우 아무 쓸모가 없는 둑을 쌓은 결과, 어업이 큰 해를 입고 있다. 아리아케 해에서만 서식하는 짱뚱어 등 많은 생물이 그 영향을 받은 탓이다. 또, 일본 3대 청류(淸流) 가운데 하나인 나가라 강은 하구둑 건설로 바지락과 송어가 전멸하고 은어가 줄어들었다.

이들 사업의 배경에는 정치가와 건설업계의 유착, 불충분한 환경영향평가, 주민에 대한 사전설명과 합의형성 과정의 결여 등 문제가 많다.

누구를 위한 댐인가

야마가타 현(일본 지방 행정구역의 하나. 한국의 도(道)에 해당한다. ─ 옮긴이) 쇼나이 평야에  흐르는 일급 하천인 아카 강의 지류 본지가 강에는 1,780억 엔의 비용을 들여 갓산 댐을 건설했다. 갓산 댐은 수해나 토사재해를 방지하고, 농업용수나 수돗물을 공급하며, 전력발전에도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다목적 댐이다.
 
댐이 완성된 2001년에 아카 강의 중류 부근에 있는 쓰루오카 시는 가정의 수돗물을 지하수에서 댐을 수원으로 하는 광역상수도로 바꾸었다. 시는 그 까닭을 ‘지하수로는 수원이 안정되지 않고 물 부족 현상이 생겨 댐으로 일정한 수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가 설명하는 ‘물 부족’은 그동안 지하수를 다 퍼 올린 관정의 정비를 소홀히 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시내에 있던 지하수 관정 가운데 28개를 매립하고 현재는 재해를 대비해 7개만 남겨 놓은 실정이다.

가정의 수돗물을 댐의 물로 바꾸고 나서 곧바로 주민들은 “곰팡이 냄새가 심하게 난다” “물이 미적지근해졌다”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 지역의 지하수는 이름을 날릴 정도로 물맛이 좋았다. 그런데 댐의 물은 약품으로 소독하기 때문에 염소 냄새가 남아 있어 숯으로 6시간 정도 걸러서 마시는 주민도 있을 정도다.

또, 지하수는 땅속을 통과하기 때문에 연평균 13℃로 온도가 일정하지만, 댐의 물은 기온의 영향을 받아 겨울에는 2~3℃로 차고, 여름에는 24℃로 미적지근하게 돼버린다. 쓰루오카 시민의 자랑이기도 했던 맛 좋은 지하수를 굳이 댐의 물로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사용자


갓산 댐의 건설비용은 원래 780억 엔이었는데, 해마다 늘어나 최종으로는 1,780억 엔이나 들었다. 1,780억 엔 가운데 1,649억 엔은 국가가 부담하지만, 7.4%인 131억 엔은 수도사업에 해당하는 비용으로 시가 부담해야 한다.

쓰루오카 시는 댐의 물을 사는 방식으로 댐 건설비를 갚아나가고 있다. 시는 현과 ‘책임수량’이라는 제도 아래, 하루 최대 7만 2,602톤의 물을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책임수량이란 휴대전화의 기본요금처럼, 사용하든 하지 않든 그 분량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사용량에 이 책임수량이 더해지는 것이다. 현재 쓰루오카 시의 하루 최대 수도 사용량은 4만 6,800톤으로, 약 2만 5,800톤이나 차이가 난다. 이러한 무책임한 사업으로 인해 수도요금이 해마다 오르고 있다.

댐의 물로 바꾸기 전 쓰루오카 시의 수도요금은 2,457엔(1개월 20톤 기준)으로 현 내 13개 시 가운데 가장 낮았지만, 댐의 물로 바뀐 뒤에는 4,155엔으로 두 배가량 높아졌다. 주민들은 그만큼의 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비용을 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쓰루오카의 식문화를 키워온 맛 좋은 물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과대한 물 수요의 예측으로 엄청나게 오른 수도요금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댐에 의존하지 않는 치수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막기 위해 댐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다. 산림은 보수력이 커서, 비가 내린 뒤 땅속으로 조금씩 비를 스며들게 해 하천으로 흘러들어 가는 물의 양을 조절한다. 그래서 산림을 잘 관리하면 물이 갑자기 불어나 생기는 수해를 막을 수 있다.

일본은 국토 면적의 약 70%가 산림지대이지만, 외국에서 목재를 대량 수입한 탓에 일본 국내 임업은 위기에 처해 있다. 또,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채 방치된 인공림은 보수력이 눈에 띄게 적어지고 있다. 삼나무나 노송나무 숲의 나무들을 솎아 베어내거나 인공적인 단일식생을 조절해서 자연림에 가깝게 해 산림의 보수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한편, 홍수가 날 우려가 있는 곳은 둑을 쌓거나 하천 폭을 넓히고, 하류지역에 저수지를 만들어 흐름을 완만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토지에 맞는 종합적인 치수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수명이 100년이라는 댐에 의존하지 말고 지속가능한 치수방법을 고안해내야 한다.

공공사업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우리 생활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잘못된 공공사업에 사용되는 돈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맡긴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돈을 빌릴 때 국가는 국채를, 지자체는 지방채를 발행하지만, 그 가운데 얼마가 댐 건설에 쓰이는지는 불투명하다. 국채를 구입하는 것은 주로 우편저금을 운용하는 우체국이나 대규모 도시 은행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우편저금의 자산 합계 약 154조 엔 중 약 80%가 국채 구입에 쓰이고 있다. 우편저금에는 물론 우리들의 저금도 포함돼 있다.

”사용자돈의 흐름을 체크하라

우리가 맡긴 돈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댐의 건설비용으로 쓰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러분이 이용하고 있는 금융기관이 국채나 지방채를 얼만큼 샀는지는 웹사이트나 금융기관에 비치해 둔 보고서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여러분의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맡길 곳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직접 돈을 들여서 ‘지역 발전’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구마모토 현에 위치한 은어로 유명한 가와베 강에서는 지역 주민이 ‘은어 트러스트 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 가와베 강에서 잡은 은어를 구매함으로써 어업이 지속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 도쿠시마 현 기토 촌에서는 특산물인 유자와 천연샘물로 만든 유자꿀, 지역에서 나는 콩으로 만든 과자를 산지에서 직판하고 있다.

또, 유럽의 환경정책에서는 전략적 환경영향평가가 중시되고 있다. 전략적 환경영향평가란 사업의 계획 단계에서 시행에 이르기까지 행정기관 등이 의사결정 이전에 미리 행하는 환경영향평가를 말한다.

사업계획 단계부터 시민이 참여하며 정보공개, 합의형성을 위한 대화의 장이 마련돼 있다. 일본에도 전략적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지자체가 나오고 있지만 정보공개나 시민참여라는 점에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불투명한 돈의 흐름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서 공공사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지역 발전을 꾀하거나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글_ 가네코 마미
번역_김해창 (hckim@makehope.org)


【우리는 지금 | 김해창 칼럼】다시 생각해봐야 할 국책ㆍ공공사업

새만금 간척,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관통, 서울외곽순환도로 북한산 관통, 부산 을숙도 관통 명지대교(을숙도대교로 개칭) 건설사업, 그리고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모두 국책사업 또는 공공사업이란 이름 아래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벌이는 대형 공사들이다. 국책 혹은 공공사업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사회간접자본인 도로, 항만 등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일을 말한다. 그러나 한 예로 새만금 간척사업은 4만 100헥타르의 농지를 조성하겠다는 명목으로 여의도 넓이의 140배에 이르는 갯벌을 간척하는 사업인데, 1991년 착공 이래 수질문제로 농지조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경제성이 낮아 사업의 타당성이 없다고 밝혀졌는데도 사업이 강행됐다.

국책·공공사업은 타당성이 부족하거나 절차상에서 비민주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책사업의 경우 지금까지 대선이나 총선 때 ‘선심성 공약’에서 출발해, 타당성 조사나 사전 환경영향평가 등이 거의 무시된 채 정책 결정자의 지시에 따라 ‘형식적 검토’를 거쳐 쉽게 착공되기에 태생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국책사업을 비롯한 공공사업은 이들 정치인과 행정관료, 그리고 재벌 건설업체 간의 유착관계를 낳고 있으며, 이들은 ‘부패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당초 5∼6조 원이면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경부고속철도 사업비는 현재 20조 원을 훨씬 넘어섰으며, 당초 4∼5조 원 정도로 생각했던 새만금 간척사업도 내부개발을 포함하면 20조 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돼, 이들 국책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자 ‘돈 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

국책사업을 비롯한 공공사업을 구조조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공공사업기본법(가칭)’을 제정해 21세기에 맞는 사회간접자본 정비의 기본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공사업의 목적과 효과, 비용 대 효과, 사전 환경영향평가, 대체수단의 유무 평가, 입찰방법, 예정가격 및 입찰결과, 낙하산 인사 유무, 사후평가 등 모든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토해양부 등 개발부처와 밀착되어 있는 ‘개발기술자집단’의 자기증식을 막는 게 중요하다. 이들이 수행하는 용역보고서에 책임을 지우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사업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및 감리를 전담할 독립된 ‘국립환경영향평가원(가칭)’을 만들어야 하며, 평가결과는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연재순서
1. 당신의 돈이 전쟁을 돕는다
2. 저금이 환경을 파괴한다?    ? 다시 생각해봐야 할 국책ㆍ공공사업
3. 통화위기 부르는 미국의 헤지펀드
4. 금리, 지역경제와 환경의 파괴자
5. 지역통화로 돈에 정당한 가치를 부여한다    ? 한국의 대표적 지역화폐 공동체 ‘한밭레츠’
6. 돈의 사용처 공개하는 착한 금융기관
7. 계좌로 바꾸는 세계
8. 굿(goods) 감세, 배드(bads) 과세
9. 공유지 보전으로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든다    ? 한국의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10. 지금, 돈의 주인으로 사는 방법    ? 개발을 거부한 도심 속의 오래된 미래, 물만골공동체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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