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사용자

지난 1월, 일본 도쿄 지역에서 여행사공공과 희망제작소 주관으로 울산북구청 공무원 해외연수가 진행되었다. 이번 연수에서는 ‘도시형 커뮤니티비즈니스와 마을만들기’를 주제로 일본 도쿄 지역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연수 기간 동안 깊은 인상을 받았던 방문지들과 일본 커뮤니티비즈니스와 마을만들기 동향을 소개한다.


⑤ 도쿄 장난감 미술관

비영리활동법인 일본 굿토이(Good-Toy)위원회가 운영하는 도쿄 장난감 미술관은 ‘세계의 장난감과 친구가 되자’는 슬로건 아래 도쿄 나카노에서 1984년에 개관하여 ‘보고, 만들고, 빌려서 논다’는 세 가지 기능을 가진 미술관으로서 23년간 큰 사랑을 받아왔다.

이후 폐교된 요츠야 제4초등학교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도쿄 장난감 미술관‘으로 재개장하였다. 장난감 미술관은 1)놀이를 통해 직접 물건을 만드는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전하자 2)하고 싶은 것을 찾는 청소년을 돕자 3)어른들이 보다 즐겁게 아이들과 놀 수 있도록 지원하자 4)시니어가 아이들을 위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네 가지의 목표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현재 도쿄 장난감 미술관에서는 수만 점의 장난감을 소개하고 있으며, 2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 스텝, 장난감 학예원(큐레이터)를 비롯한 지역의 많은 사람들의 협력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11개 교실이 있는 공간에서 전 세계에서 온 재미있는 장난감과 일본 전통 장난감, 마음을 치유하는 국산 목제완구를 손으로 가지고 놀 수 있다. 또한 망가진 장난감을 고치는 ‘장난감 병원’도 완비되어 건전한 놀이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에는 ‘도시아동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첫째 play-park 운동은 도심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운동으로 도쿄 세타가야구에서 시작되었다. 두 번째는 good-toy 운동으로 목재 장난감이나 블록 등과 같이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우는 좋은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있게 하자는 운동이다. 세 번째는 child-line 운동으로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전화상담을 해주는 서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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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토이위원회는 장난감 미술관 외에도 찾아가는 이동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자격증을 수여하는 장난감 큐레이터 양성과정을 운영하여, 인터넷 등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에게 장난감 큐레이터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장난감 큐레이터를 4천 명 정도 양성하였고 한국에도 2명의 장난감 큐레이터가 있다.

장난감 미술관에 일일 평균 평일 200~300명, 주말에는 700~800명, 연간 12만 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는데 신주쿠 구민이 20% 정도를 차지한다. 이외에는 도쿄도와 수도권, 혹은 먼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방문객도 있다. 단체 방문객은 20% 이하이며 대부분 개인이 가족 단위로 방문하고 있다. 방문객의 재방문율은 전체의 20%이며,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도쿄 장난감 미술관은 주민들과 협력하여 만든 미술관으로 신주쿠 구청도 후원을 하였으며 NPO와 주민, 행정이 연계하여 운영되고 있다.

장난감 미술관의 유급스텝은 15명이며, 이 가운데 8명은 상근직원이고, 7명은 파트타임 직원이다. 또한 큐레이터로 등록한 자원봉사자가 200여 명에 달하고 있어,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해 지역으로 간 장난감 미술관

장난감 미술관이 2011년 가장 힘을 쏟았던 사업이 있다. 작년 4월 대지진이 일어난 동북 연안 지역에 장난감을 전달하는 사업이다. 8만 명 정도의 인구가 살던 재해 지역에는 장난감 미술관과 관련이 있는 동료들도 많이 살고 있었으며, 이번 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경우도 많았다. 처음에는 재해 지역에 기부금을 모아서 전달하려고 했으나 단순히 돈을 넘어서 장난감 미술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 세계의 장난감 회사에 연락하여 15,000개의 장난감을 수집하였고, 4개월 동안 150여 곳에 각 1백여 개의 장난감을 직접 전달하였다.

장난감 전달을 하며 그 장난감으로 함께 노는 워크숍을 실시하였다. 장난감 미술관이 양성한 장난감 큐레이터들이 워크숍 진행을 도왔다. 특별히 동북지역의 장난감 전문가와 협력하여 시중에 시판되는 장난감이 아닌 굿토이 어워드(친환경적이고 창의성을 길러주는 장난감을 대상으로 주는 상)를 받은 장난감만 모아서 재해 지역에 전달했다.

2011년, 총 6개월 동안 동부지역에서 이동 장난감 미술관을 개최했다. 장난감을 기증한 곳 중 한 곳은 1천 명가량의 피난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중학교에 만든 임시 구호소였다. 쓰나미로 고등학교가 사라지면서 고등학생들도 중학교에 임시 등교하는 상황이었다. 중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이 함께 장난감을 운반하고 워크숍에 참여했는데 신기하게도 상당수의 아이들이 블록으로 집을 만들면서 노는 모습을 보였다. 150년 역사의 절에서도 300명 정도가 피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놀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장난감으로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며 어른들도 활기를 되찾았다.

재해 지원 단계는 보통 3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응급구호단계로 이때는 생명 안전과 식량 확보가 주요 과제이다. 2단계는 복구기로 사람의 정서적 안정이 중요한 단계이다. 그리고 3단계는 재건기로 일자리를 만들고 자립하는 것이 과제이다. 장난감 미술관이 재해 지역을 방문했을 때는 1단계와 2단계의 경계에 있던 시기였다. 아이들이 놀이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러 관계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었는가” 궁금해 한다. 굿토이위원회에는 장난감 큐레이터라는 인적 자원과 장난감이라는 물적 재산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적 조건과 사람이 갖춰진 조직은 어떤 일이 있어도 대처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과 물적 기반을 원활하게 돌리기 위해서는 자금도 중요하다.

환상의 호흡 민·관

일반적으로 일본의 NPO는 모금, 펀드레이징 등에 익숙하지 않다. 대부분 행정기관의 보조금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보조금 지원 기간이 끝나면 사업도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행정기관의 지원은 결정과 집행이 늦어질 위험이 있고, 무엇보다 NPO 자체적으로 사람과 물건, 그리고 돈을 모으지 못하면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추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장난감 미술관은 이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교실에서 빨간 앞치마를 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은 스태프가 아니라 시민 자원봉사자들로 평일에는 10명, 주말에는 15명 정도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1년간 계산하면 4천여 명의 시민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파트타임 인력을 고용한다면 3천만 엔(4억 5천만 원)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시간을 기부해 주신 분들로서 장난감 큐레이터들과 함께 장난감 박물관을 운영하는 주요 인력이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장소가 필요하다. 신주쿠 내 폐교된 초등학교가 많은데, 도심 지가가 비싸서 젊은 부부들이 살기 어려워 이곳을 떠나 아이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장난감 미술관을 만든 이 폐교는 85년 전 정부 돈이 아닌 시민의 기부금으로 만든 전국모범학교였다. 그런 이유로 폐교된 이후에 주민들 사이에 보전운동이 일어나 지금과 같이 보전될 수 있었다.

폐교를 장난감 미술관으로 만들기 위해 모금을 했다. 1구좌 1만 엔을 기부해 주시는 분들을 명예관장으로 인정하여 미술관 입구 나무 블록에 반영구적으로 이름을 새겨드렸다. 이런 방식으로 5천만 엔을 모금할 수 있었다. 이 자금은 NPO 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장난감 미술관 설립을 무시하던 주변 은행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은행의 냉대를 받았고, 대출이 어렵다고 했는데 기부금 명부를 가지고 갔더니 태도가 달라졌다. 장난감 미술관은 명예관장의 기부금과 시간 기부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기관의 지원을 받기 보다는 스스로 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행정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신주쿠 구청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신주쿠 구청과 문화협정을 맺어 장난감 미술관의 팜플렛을 신주쿠문화위원회가 신주쿠 내 전 학교에 배포해 주고 있다. 이를 통해 1만 명의 학생들에게 장난감 미술관을 홍보할 수 있다. 장난감 미술관은 홍보가 필요하지만 홍보에 돈을 쓸 여력이 없었는데 신주쿠 구청이 별도의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협조적이었다.

신주쿠 구청과 맺고 있는 또 다른 계약은 건물 임대계약으로 현재 12개 교실을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고 있다. 만약 구청에서 돈을 지원받아 운영했다면 규제가 많았겠지만, 오히려 돈을 내고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현재 구청에 전기세를 포함하여 1년에 1천만 엔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 지역의 민간건물의 경우 1년 기준 임대료가 1억 5천만 엔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저렴한 금액이다. 신주쿠 구청은 폐교된 5개 학교를 임대료를 받고 NPO 등에 임대해 주고 있다.

장난감 미술관은 최근 신주쿠 구청과 큰 계약을 맺었다. 신주쿠 구내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장난감 미술관에서 나무 장난감을 선물로 배달해 주는 Wood Start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작년 신주쿠에서 2,300명의 아기가 태어났고 2,300개의 장난감을 선물하였다. 이 장난감은 신주쿠 구청과 자매결연을 맺은 나가노현 이나시의 목재업체들이 만든 것이다. 장난감 미술관에서는 이 목공업자들을 만나 좋은 장난감을 만들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이나시는 나무 장난감을 지역의 주요 산업으로 육성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사업에 소요되는 신주쿠 구청의 예산은 2천만 엔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무를 사용하자’는 Wood start 운동을 신주쿠구를 시작으로 여러 지자체에 확산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본 내 1,700개 지자체 중 올해 5개 지자체에서 Wood start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 중 반 정도가 이 사업에 참여해도 일본에서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임업과 목공업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12월 한국 코엑스에서 산림청장과 이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했는데 흥미롭게 청취하였다. 한국과 일본은 산림이 많으나 자국 나무를 사용하기보다는 캐나다, 스웨덴 등 값싼 수입산에 의존하는 점이 유사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나무 장난감에 익숙하면 어른이 되어서 책상, 목조 주택 등으로 점차 나무 사용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임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지역에도 장난감 미술관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민간이 이런 구조로 운영하는 곳은 이곳 뿐이다. 신주쿠 구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신주쿠 역사박물관이 있는데 입장객은 연간 3만 명에 그치고 있으며, 연간 1억 엔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장난감 미술관은 연간 12만 명 입장하여 오히려 임대료를 구청에 내고 있는 상황으로 운영상의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다.

장난감 미술관을 설립하고 싶다면 건물을 짓기 이전에 사람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를 만나 논의하면서 미술관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장난감 미술관 역시 설립 시작부터 200여 명의 장난감 큐레이터들이 협력해줬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질이 보장될 수 있었다.

장난감 미술관의 치히로 타다 관장은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장난감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치히로 타다 관장의 아버지는 25년 전 나가노시에 ‘장난감도 예술’이라는 취지로 장남감 미술관을 만들었다. 이 취지가 신주쿠 장난감 미술관에서 이어지고 있다.

글_뿌리센터 홍선 센터장 (theresa@makehope.org)
     커뮤니티비즈니스 연구소 임은영 연구원 (ley@makehope.org)


* 도시형 커뮤니티비즈니스와 마을만들기 연수 후기

[목차]

지바시 
  1. 지바 마을만들기지원센터 – 파트너십형 마을만들기를 펼치다
  2. 니시지바 상가 지역 – 지역화폐(피너츠)를 사용하다

도쿄도 세타가야구
  3. 세타가야구 – 환경공생주택단지, 환경을 위해 앞선 실험을 하다
  4. 세타가야마을만들기트러스트 – 민관협력의 마을만들기를 진행하다

도쿄도 신주쿠구
  5. 도쿄 장난감 미술관 – 폐교를 활용하여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 미술관을 만들다

도쿄도 아다치구
  6. 아모르도와 – 지역상가를 살리기 위한 해법을 지역을 위한 활동에서 찾다

요코하마 지역
  7. 코우난다이 타운카페 – 주민교류의 장 커뮤니티 카페가 안테나


● 연재목록

1. 마을을 비즈니스 하라
2. 지역 상권을 살린 ‘땅콩’의 힘
3. 지구를 살리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4. ‘주민’손으로 마을만들기
5. 장난감 미술관은 어떻게 탄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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