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공론장에서 협치의 공론장으로
– 한국사회 공론장과 협치실현을 위한 과제

◯ 시민참여의 강화 추세 속에서 공론장은 민관협치의 실현방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공론장은 토론을 통한 민주적 합의를 도출해 나간다는 점에서 절차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숙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장(場)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선거기간에만 힘을 갖는 주권이 아닌, 생활의 영역에서 일상적으로 행사하는 주권과 그 주체인 시민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 최근 들어 가시화되고 있으나 한국사회에서 공론장은 정치, 사회, 문화적 상황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존재하였다. 독재정권 시기에는 민주화와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며 독재에 저항하였으며, 민주화 이후에는 다양한 생활의제를 중심으로 시민의 권익을 옹호하였다. 2008년 한미FTA체결 당시에는 생활 안전을 위협하는 정부에 맞서 시민은 온라인 공간에서 토론하고 광장으로 나섰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공론장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정부에 저항, 대립, 경쟁해왔다.

◯ 최근 국민소통과 국민참여 강화라는 정책의 방향 전환 속에서, 공론장은 행정의 민관협치 실현의 방안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2018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는 그동안 전문적 영역으로 인식되던 분야에 시민이 숙의를 통해 정책권고안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숙의를 통한 갈등 해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 지방분권의 강조와 주민자치 강화의 추세 속에서 지방정부 차원의 공론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지역의제를 발굴하고 주민 간의 협력을 통해 해결방안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공론장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행정과 시민이 토론하며 문제를 풀어가는 사례를 통해 우리는 공론장을 통한 민관협치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 희망제작소는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주권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시민참여형 공론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정책은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민참여가 더욱 강조되는데, 정책의 당사자인 시민 간의 토론을 통해 전문가 중심의 정책 접근 한계를 보완해나가고 있다.

◯ 그러나 공론장이 높은 수준의 민관협치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극복할 과제도 많다. 공론장 결과의 수용성 제고, 형식적 공론장 지양, 공론장 만능주의의 타파, 그리고 민주시민의 성장 지원 등이다. 우리 사회의 복잡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공론장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므로, 더 많은 참여와 실험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 이다현 대안연구센터 연구원·mangkkong2@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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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시민’은 시민의 독립연구소 ‘희망제작소’에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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