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목민관 – 장충남 경남 남해군수
남해군은 경남 남서부 끝에 위치한, 섬으로만 이루어진 기초자치단체입니다. 청정하고 수려한 풍광을 가진 매력적인 관광지이고, 지방소멸 대응정책을 고민하는 다른 지자체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만큼 행정혁신의 선두에 선 지역입니다. 하지만 남해군도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거대한 난제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5년간 전출(17,896명)보다 전입(18,090명) 인구가 많았지만, 같은 기간 청년인구(기준 확인 필요)는 9,731명에서 7,521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지난 2월 9일,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이 장충남 남해군수를 만나, 남해군의 지방소멸시대 대응전략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지난 민선7기 군수를 역임하시는 동안 남해~여수 해저터널 추진 등 지역의 교통환경, 공간구조에 큰 변화를 만드셨습니다.
“수도권 접근성과 도시 인프라 공유는 농어촌 지자체의 생존 조건이자, 청년인구 유입을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남해~여수 해저터널은 남해안남중권(여수·순천·광양·고흥·보성·진주·사천·하동 등 영호남 남해안 9개 시군) 관광벨트를 잇는 국도 77호선의 연결이면서, 인구소멸 위기를 벗어나는 중요한 계기입니다. 남해군이 영남의 변방에서 영·호남을 결속시키는 중심지역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진주·사천의 50만 경제권, 여수·순천·광양의 70만 경제권과 연결되는 것이죠. 수도권 접근성도 2~3시간대로 단축됩니다. 그동안 해저터널 개통을 위해 국회,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을 무수히 찾아가고, 경남도·전남도 및 인근 시·군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힘쓴 것도 이런 효과 때문이지요.”
남해군의 접근성 개선이 실제 인구문제 해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정주인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주거여건, 교육여건 등이 개선되어야 하고, 남해가 간직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켜나갈 수 있게끔 생태관광 육성전략도 치열하게 짜야 합니다. 또 해저터널 시대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 노력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합니다. 개통까지 6~7년이 남았지만 선제적으로 도로망 확충, 도시계획 정비, 난개발 방지 시스템 마련 등에 나서야 하지요. 민선7기에는 재정을 통한 SOC사업을 많이 유치했는데요, 지금 같은 경기위축 국면에서는 어린이놀이시설, 리조트, 실버사업 등을 벌일 민간기업의 투자유치를 잘 끌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실버산업 육성은 관광객 유치뿐만 아니라, 군내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과 정주인구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남해군은 2019년 전국 군 단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 고령친화도시 지정을 받은 뒤 2022년 재지정까지 받았습니다. 남해군의 고령친화정책에 대해 소개를 해주십시오.
“고령화된다, 인구가 줄어든다,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지역 실정에 맞게 고령화 시대의 혁신모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어르신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복지에 신경 쓰는 것은 1단계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회참여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이 중요합니다. 남해에는 13개나 되는 노인대학이 군 전역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자기계발도 하고 놀이·운동활동도 참여하고 있지요. 여기서 더 나아가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시도록 할 계획입니다. 자존감이 중요해요. 어르신들이 이런 활동을 통해 자존감을 더욱 높이시면, 그게 진짜 고령친화도시라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 남해군에 유아봉사단이 발족했는데, 6~7세 어린이집 원아들이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쓰레기를 줍고 우유팩을 정리한다고 해요. 요즘은 여행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도 선생님들과 함께 하고요. 저는 그게 굉장히 의미 있다고 봐요. 그동안 자원봉사는 청년이나 중장년층이 한다고들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노소가 같이 봉사활동을 하고 사회참여를 하는 주체가 되는 캠페인을 벌이려고 합니다.”
남해군의 청년정책은 다른 지자체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만큼 유명합니다. 2019년 경상남도 청년친화도시 조성사업에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지요.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들을 소개해 주십시오.
“남해군은 청년인구 유입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단계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단계는 ‘청년 지역살이 지원사업’으로, MZ세대 청년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남해에서 생활해보게 되죠. 2단계는 ‘청년 이주 정착 지원사업’입니다. 예비창업자 또는 창업 3년 미만 청년들에게 주거비, 사업화자금,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워케이션이 가능한 ‘IT 코워킹 플랫폼’을 남해군 이동면에 조성하고 있고, 주거공간이나 커뮤니티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거점공간 조성사업’도 준비하고 있어요. 출산장려금이나 보육서비스 강화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또 청년과 남해군이 매칭해 월 20만원씩 지원하는 청년 씨앗 통장, 폐업 후 재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을 응원하는 희망리턴 비용 지원, 숨은 관광지 발굴을 위한 보물섬 청년 탐험대 활동 지원 등 지난 3년간 남해군이 추진한 15개 사업에 8,000여 명의 청년들이 참여했어요.”
마지막으로 민선 8기 동안 가장 신경 쓰시고자 하는 부분을 설명해 주십시오.
“해저터널 등을 계기로 남해군이 인구 10만 생태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인구감소나 주민 삶의 질 개선과 관련해서는 큰돈을 들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주민들이 서로 돕고, 봉사하고, 따뜻한 정이 흐르는,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고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 정말로 행정력을 집중하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인터뷰 및 정리: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 · 자치분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