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경제가 정말 대안인가


뿌리센터는 희망제작소 후원회원 분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의 꿈을 함께 만들어 갈 뿌리공부방을 진행합니다. 거시적 주제부터 구체적인 현장 이야기까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면서, 우리의 생각을 점검하고 실천의 힘을 모아보고자 합니다. 6월 17일, 뿌리공부방 첫 번째 시간에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을 모시고 ‘지역을 재생시키는 대안경제 이야기’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래는 정태인 원장의 강연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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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의 강연은 경제학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수요공급 곡선, 균형가격, 일반균형, 그리고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는 단  한 번 등장한다는 ‘보이지 않는 손’ 이야기까지… 정 원장은 우리 삶의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해버린 경제학의 원칙들을 천천히 짚어갔다. 이야기는 시장실패 사례로 이어졌고, 공공재, 외부성, 자연독점 등을 지나 사회적 딜레마로 옮겨갔다.

사회적 딜레마는 전체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하는데, 가렛 하딘(Garrett Hardin)의 ‘공유지의 비극’ 논의에서 그 개념이 등장했다. 하딘은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사적소유와 국가 규제를 제시했다. 이런 주장을 뛰어넘어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는 공유재산을 정부 통제나 사유화에 기대지 않고 공동체의 협력적 관리를 통해 다루는 효율적 관리방법론을 제시했다. 정치학자이자 여성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오스트롬 교수가 커뮤니티의 협력적 관리의 힘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가 사회적 딜레마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접하는 개념은 ‘죄수의 딜레마’일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나도, 상대방도 무조건 서로를 배반하는 해(解)가 각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가장  불리한 결과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주변에 이러한 사례는 많다. 정태인 원장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죄수의 딜레마’의 사례로 사교육을 언급했다. 만일 사람이 이타적이라면, 서로 협력적인 해를 구하게 되고, 그 결과 사회적으로 최고의 선택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종교적인 해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이기적? 이타적?

그럼, 사람은 대체 언제 협력하게 될까?  사람은 이기적일까, 이타적일까?

경제학은 사람이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 재미있는 게임이 있다. 이름도 재미있는 최후통첩 게임. 이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수천 번 되풀이 되었는데, 인간이 반드시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A, B 두 사람이 있고 만원이 있다고 가정하자. A가 B에게 일정 금액을 제시하고 B가 해당 금액을 받아들이면, A는 ‘10,000-제시금액’, B는 제시금액을 갖게 된다. 반면, B가 거절하면 두 사람 모두 돈을 갖지 못한다. 경제학이 말하듯 인간이 이기적이기만한 존재라면, 결과는 언제나 9999:1 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실험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에게 4,000~5,000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독재자 게임의 결과도 이와 유사하다. B에게 거절의 권한이 없는 이 게임에서 A의 제시금액은 언제나 0원이어야 할텐데, 보통 실제 제시금액은 2,000~3,000원이라고 한다. 상대에게 거절의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도 인간은 상대를 배려해 0원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완벽하게 이기적이지도, 완벽하게 이타적이지도 않다. 이런 상호성이 인간 본성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Martin A. Nowak 교수는 인간이 어떤 경우에 협동하는 지에 대한 5가지 규칙을 발표했다. ▲혈연선택(혈연관계일 때 인간은 협동한다) ▲직접상호성이 있을 경우 ▲간접 상호성이 있을 경우(사람에 대한 평판이 잘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그 사회는 협력이 잘 이루어진다)▲ 네트워크 상호성▲ 집단선택이 그것이다. 협력이 잘 이루어질수록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경쟁만을 강조한 줄 알았던 다윈도 “꿀벌과 같이 서로 협동하는 종이 있다. 협동하는 종은 경쟁하는 종보다 우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의 힘

협력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있다. 협력이 사회규범이 된 사회이다. 협력의 가치는 신뢰(Trust) 이다. 신뢰가 쌓이면, 사회적 자본(신뢰의 네트워크)이 된다. 사회가치 조사라는 것이 있는데, 질문 가운데 하나가 ‘당신은 얼마나 남을 믿습니까’ 라고 한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가 상위권이고, 한국은 평균보다 조금 높다. 그러나 한국은 남을 믿지 않는 불신을 쌓는 속도가 제일 높다고 한다. 특히 한국의 청소년들은 세계 최고의 불신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원인은  교육문제에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에 볼로냐시를 주도(主都)로 하는 에밀리아로마냐라는 지역이 있다. 이 지역은 사회의 협력모델이 가장 잘 구현된 곳이다. 인구는 약 430만 명이고, 면적은 경기도의 2배 정도다. 1인당 GDP 4만 달러, 지역 소재 기업은 40만 개인데, 모두 중소 영세기업이고 기업당 고용인원이 5~6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굉장히 작은 중소기업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고, 생산량의 절반을 수출한다. 첨단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고, 수제품의 천국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 페라리의 본사도 이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던 선진 도시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이 모든 것은 신뢰의 네트워크로 가능하다고 한다. 모두 너무 작아서 네트워크를 이루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정보와 기술이 공유재(공공재)이며, 기업을 만들기가 쉽고, 기업을 운영하다 노동자가 되기도 한다. 이 지역은 1950년대까지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못살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 곳은 르네상스가 시작된 지역이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볼로냐 대학이 있는 곳으로 시민적 전통이 강하다.

또한 이 곳은 협동조합의 지역이다. 전체 인구의 70%가 조합원이다. 협동조합이 고용을 보장하고, 실업률은 이탈리아 평균의 절반 밖에 안 된다. 협동조합들은 협동조합 연합단체(Lega)에 소속되어 있는데, 협동조합 한 곳이 망하면, 그곳의 조합원을 교육시켜 다른 협동조합에 가입시킨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중소기업ㆍ수공업 연합회(CNA)’에서는 회계, 법률, 정부 로비, 수출 등의 대행 서비스는 물론 기술 서비스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_1C|1216127975.jpg|width=”400″ height=”28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대안경제가 정말 대안인가

정태인 원장의 이야기는 우리나라로 넘어 왔다.

물론 우리나라도 잘 성장해 왔다. 그러나 1997년 이후 양극화가 심해졌고, 죄수의 딜레마로 부자들에게 유리한 사회 구조가 만들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과 교육이다. 특히 교육은 장기적인 과제이기에 더욱 우려스럽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아이들은 협동을 못 배우고 경쟁만 한다. 쓸 데 없는 지식을 외우느라 창의력, 상상력이 죽어간다.

정 원장은 핀란드의 교육을 언급했다. 핀란드는 40년 째 교육개혁을 진행해오고 있다. 1960년말 극우정당을 제외한 정치세력이 교육개혁에 합의했다. ‘The good education for all’.  지금까지 이어져온 핀란드 교육개혁의 모토이다. ‘평등 교육’을 지향한다. 평등은 다양성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분야가 우열없이 공평하게 가치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교육에 경쟁이 있다면, 자신과의 경쟁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경쟁이다.

수학을 잘 하는 것과 미술을 잘 하는 것을 어떻게 점수로, 등수로 줄세울 수 있을까. 우리의 희망,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간곡한 주장이 이어졌다.

사회적경제의 전통적 조직은 협동조합이다. 복지를 민영화할 때, 시장이 아닌 협동조합에 맡긴다면 희망이 있을 것이다. 생활협동 조합 아래로 사회적 서비스가 들어온다면 가능성이 있다. 의료 분야를 보자. 비싸서 할 수 없다는 주치의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의료생협이다. 안성의료생협은 조합원 2만 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1인당 만원이면 주치의 제도가 가능하다는 보고도 있다.

대안경제가 정말 대안인가. 여러 이야기와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진짜 위험한 상황이라는 점, 국가 재정을 지출해야하는데 거의 모든 국가가 파산에 가까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 유럽도 불안하고 일본도 그렇다. 한 번 더 위기가 올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이 진정한 대안인지 알 수는 없으나, 지금의 제도와 운영체계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성공적으로 지역을 살리고, 시민에게 자립적이고 안정적인 삶의 조건을 제공하는 사회적 모델은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대안이 무엇이지 고민하고, 실천의 방법을 모색해봐야 하지 않을까.

정리_홍선 (희망제작소 뿌리센터장, theresa@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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