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열기 뜨거웠던 보스턴의 48시간

 
지난 10월, 희망제작소는 비영리 법인 TIDE Institute(대표 고산)와 공동으로 미주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부 실리콘밸리(10월 21일~23일)와 동부 보스턴(10월 29일~30일)에서 제1회 미주 한인 앙트러프러너십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벤처 창업 및 사회혁신을 꿈꾸는 멋진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행사에 참가한 연구원들의 참관기를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동부 보스톤에서 열린 행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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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미주 한인 앙트러프러너십 대회’ 두 번째 행선지, 보스턴에 도착했다. 하버드, MIT 등 명문대학이 몰려 있고, 그래서 많은 한인 유학생과 교포들이 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업특성(?)상, 이 도시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면 머릿속엔 늘 한 사람이 더 스치고 지나간다.

바로 지난해 ‘아시아 사회적기업가대회’ 에서 만난 ‘적정기술 사회적기업가’ 조엘 새들러(Joel Sadler, 27)다. 그는 MIT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다 창업에 나서, 1만 번 이상의 실험을 거듭한 끝에 절단장애인을 위해 20달러짜리 인공무릎관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2010 세계소셜벤쳐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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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창업의 요람’이라 하면 실리콘밸리를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미국 동부 역시 정치ㆍ경제문화의 중심지답게 많은 인재와 사업가, 투자자들이 밀집해 있어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이 꿈을 펼치기에 좋은 환경이다. 일반 신생벤처(Start-Up)는 물론, 조엘과 같은 사회적기업가와 중간지원조직(Intermediary) 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동부대회에도 예상과 달리 서부 대회보다 훨씬 많은 참가자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보스턴과 뉴욕은 물론, 워싱턴과 시카고, 뒤늦게 소식을 듣고 멀리 시애틀에서까지 참가신청서가 도착했다. 결과가 무척 기대됐다. 첫 눈이 내린 할로윈 황금주말, 창업에 대한 열정과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참가자들을 만나기 위해 MIT STATA 센터로 향했다.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연애사업

대회 오프닝 시간, 조금은 긴장한 듯 보였던 참가자 50여 명은 ‘자기소개 및 창업아이디어 발표’ 순서가 되자 곧 활기차고 열띤 토론모드에 돌입했다. 창업 아이디어를 발표한 사람들의 몸에 포스트잇을 붙여 인기투표를 하는 시간에도 참가자들은 조금의 어색함 없이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홍보하고 필요한 창업멤버를 ‘호객’했다. 서로 나이불문 격의없이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아메리칸 스타일은 다르구나’ 싶었다.

자발적인 팀 구성이 끝난 후, 본격적인 기획회의(Ideation)가 시작됐다. 먹을거리와 랩탑 컴퓨터를 가득 쌓아둔 책상 여기저기서 웃음소리와 함께 현란한 손짓발짓이 펼쳐졌다.

그 가운데 한 팀의 테이블에 배석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유학생들을 위한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개발하는 ‘UPID(유학생 + 큐피드)’ 팀이었는데, 현재 한국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화제가 되고 있는 ‘이음(www.i-um.com)‘ 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해 유학생 사회에 적용하는 것을 기본전략으로 삼고 있었다. 이들의 대화내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학생들의 학창생활과 연애관, 가치관, 진로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그 내용이 무척 흥미롭다.

● 유학생들에게도 연애는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예상과 달리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나 자리가 많지않은 것이 현실이다.
 같은 학교 한인유학생들끼리 연애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꺼려지는 게 사실.
 가까운 지역에 있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신뢰할 수 있고 사생활이 보장되며, 맞춤형 인연매칭이 이뤄지는  온라인 서비스 라면 수요는 많을 것이다.
 한국의 딴지일보 ‘남로당 서비스’ 실패사례, ‘이음 서비스’ 성공사례에서 보듯, 관건은 여성 사용자들에게서 신뢰를 얻고, 그들을 불러모으는 것이다.
 팀원들이 모두 MIT, 보스턴, 동부 한인학생회의 임원이나 주축멤버이므로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충분한 경쟁력과 차별성을 갖는다.
 시장규모도 충분하다. 유학준비 -> 유학 -> 귀국 하는 인생경로를 고려할 때,장기적으로 한국 내 대학생들에게도 서비스제공할 수 있어 시장은 더 확대될 것.

또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팀원들의 뛰어난 대화토론 능력과 이를 바탕으로 강한 팀워크를 다져나가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유쾌한 아이디어와 대화가 폭포수처럼 쏟아졌지만, 이내 일정한 핵심줄기와 주요 이슈가 만들어졌고, 치열하고 적극적인 토론 끝에 합일점을 찾아 청사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남은 시간동안 각자의 전공분야와 전문성을 살려 무척 완성도 높은 결과물까지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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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시종일관 물흐르 듯 대화와 활동을 조정하고 정리해 낸 CEO의 역할이 가장 컸는데, 참가자 가운데 유일한 한국 대학 재학생이었다. (사업차 뉴욕에 왔다가 우연히 소식을 듣고 들렀다고 한다.) 이미 온라인 소셜비즈니스 업체(www.concreate.me)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는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하니 ‘역시나’ 싶었다. 또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여성 팀원은 전체 서비스 기획과 UI,CI 디자인을 맡았고, MIT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팀원들이 각각 프로그래밍과 웹기획을 마무리했다.

한국에서 여러 청년 소셜벤쳐, 사회적기업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경험에 비추어 볼때, ‘설립미션’에 대한 강한 공감을 바탕으로 의기투합,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이 조화로운 팀워크를 펼친 <UPID> 팀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였다. 하지만 최종 심사결과에서는 아쉽게도 순위에 들지 못했다. 아무래도 ‘온라인 데이팅사업’ 이 심사위원들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 발표내용이 다소 익살스럽게 들렸을 듯 하다는 것이 자체분석 결과였다.

1등은 ‘뽁뽁이 리무버(remover)’

이번 대회 1등의 영예는 ‘이지톡(EASY TOK) – 뽁뽁이 리무버’ 팀에게 돌아갔다. 여성 필수용품인 매니큐어 제거용 아세톤이 손에 묻지 않도록 뽁뽁이 방울 안에 제거액을 주입해 필요할 때 터뜨려 사용하도록 하는 아이디어 상품이 사업 아이템이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시제품을 직접 만들어 왔는데, 재미와 실용성에 ‘착한가격’ 까지 더해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급성장하는 미용산업과 시장규모, 제품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적절한 틈새를 찾아냈고, 훌륭한 유망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이 이어졌다.

특히, 팀의 청일점이자 재료공학 연구자인 홍승범(Danny)씨가 재료의 안전성과 원가 등 예산계획 수립에 ‘디테일’ 을 더한 점이 다른 팀의 사업계획서와 가장 큰 차별점을 만들어 냈다. ‘Danny’s angels’라는 팀 애칭답게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시종일관 유쾌하게 작업하며 대회 참가자들에게 살갑게 다가가 인기 역시 만점인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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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이미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벤처들의 사업 발표가 진행됐다. 유수의 심사위원과 멘토들 앞에서 사업계획을 검증받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기획한 시간이다.

가장 눈길을 잡아 끈 팀은 ‘Dots(점자)’ 였다. 점자 손목시계를 만드는 MIT 팀이었는데, 실제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오랫동안 제품을 기획해 온 터라 잠재고객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했고, 디자인이나 기술적으로 균형잡힌 제품 구상안을 갖고 있었다. 특히, CEO인 김형수 씨가 스티브 잡스를 속 빼닯은 외모로 화제를 모았다. 발표실력 역시 잡스 못지 않은 탁월한 앙트러프러너였다. 곧, 머지 않아 제2의 조엘 새들러, 혹은 스티브 잡스가 되어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나리라는 확신이 든다.
김형수씨의 발표자료

“내년엔 우리가 직접 대회 추진”

보스턴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벌써 몇 통의 이메일이 도착해 있다.

“안녕하세요!! 한국에는 잘 도착하셨어요? 주말내내 행사장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는데, 학교 공부가 너무 많이 밀려서 밤을 지새우며 공부, 프로젝트 중입니다. 이틀동안 아주 뜨겁게 정말 사업하는 사람처럼 이리뛰고 저리뛰고 했는데 다시 학교에서 본업에 충실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고 아주 dynamic 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것 같아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그러네요 ㅎ”   – 장해진 (이지톡)

“제 아이템 얼마든지 소개되어도 좋습니다. 최대한 많은 분들이 저희 아이디어를 보고 비슷한 제품을(저희가 생각하는 제품보다 더 훌륭하면 더욱 좋구요) 개발하려고 시도한다면 그게 저희가 더 바라는 바이기도 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pitch했던 자료와 예전에 작성했던 grant proposal 자료를 첨부했습니다. 처음 사업 시작 취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인 것 같아 첨부했습니다. 자료는 얼마든, 어느 분과도 공유하셔도 좋습니다~ 특히 희망제작소에서 사용하시는 거라면 더더욱 좋습니다 🙂 언제든 연락주세요 (꾸벅)”  – 김형수 (Dots)

페이스북에선 벌써부터 동창회 모임이 꾸려져 팀별로 후속모임에 돌입했고 “내년 대회부터는 유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추진하겠다”는 포부당당한 멘션들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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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이 내린 할로윈데이, 보스턴에서의 잊지 못할 48시간. 지구 반대편에서 창업 열정을 불태우고 있던 미래기업가들을 여럿 만날 수 있어 무척 행복했다. 연애, 진로, 불확실한 미래 등 우리네 청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고민을 가득 짊어지고 살아가는 그네들에게 다시 한 번 무한한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 건투를 빈다. 그럼 다시 만날 그날까지, 아듀.

보스톤 창업경진대회 첫우승‘ Easy Tok 뽁뽁이 리무버’ [보스턴코리아]  
 대회 참가자 페이스북 그룹

글ㆍ사진_소기업발전소 이재흥 연구원 (weirdo@makehope.org)

● 제1회 미주 한인 앙트러프러너십 대회 후기
1. 미주 한인 청년들, 어떤 창업 아이디어 갖고 있을까
2. 실리콘밸리 한인들 ‘열정의 2박3일’
3. 창업 열기 뜨거웠던 보스턴의 4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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