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는 재미없었다.”

<협동조합 창업 아카데미 Let’s Coop>(이하 렛츠쿱)이 진행된 지 1년이 됐다. 2기까지 운영된 렛츠쿱 수료생들은 약 9개의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거나 신고를 완료한 상태다.? 렛츠쿱은? 그동안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가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시민주주기업 등 협동조합형 사회적경제 조직들을 인큐베이팅하거나 컨설팅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획한 아카데미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조직화가 중요한 만큼 교육 후 법인체를 바로 설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3개월간의 아카데미 여정을 함께 했던 수료생들은 실제 협동조합을 어떻게 실현시키고 있을까. 그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1) ?노동자협동조합 엑투스

첫 번째 만남은 운영 중인 주식회사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며 <렛츠쿱>을 수강했던 정보기술(IT) 벤처기업 ‘엑투스‘다. 대표를 비롯하여 공동창업자, 시니어급 직원까지 <렛츠쿱> 강의를 부지런히 참석했었고, 직원 전체가 1년 동안 협동조합 공부를 꾸준히 해온 기업이다. 최근 협동조합 보드게임 ‘렛츠쿱’을 출시하며 주목받고 있으며, 최예준 대표는 노동자협동조합 연합회의 준비위원장을 맡으며 노동자협동조합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식회사는 재미없었다.”

엑투스는 6년간 주식회사로 운영되어 온 기업이다. 주 사업 분야는 IT 서비스업 특히 모바일 관련 소프트웨어 생명주기 컨설팅 & 구축(Application Lifecycle Management) 등이다. 엑투스는 개발자들이 함께 먹고 살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자칭 ‘생계형 벤처’다. 전통적인 벤처와 달리 투자를 받지 않으며 생존해온 엑투스는 현재 13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며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어떻게 협동조합을 고민하게 됐는가?’라는 질문에 최예준 대표는 “주식회사가 재미없었다.”고 운을 뗐다. “경영자로서 오로지 생존을 위해 돈을 벌고 월급을 줘야 하는 구조가 식상하고 지쳤다.”며,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던 최 대표가 주목한 것이 바로 ‘협동조합’이었다.

2012년 4월, <렛츠쿱> 강의를 들으며 본격적으로 협동조합을 공부한 엑투스는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정체성을 다지고, 지난해 6월 본격적으로 협동조합 전환을 준비했다. 직원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공부를 하며 1년간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그 과정에서 협동조합은 자기 체질에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떠난 사람도 있었다. 현재 협동조합 신고접수를 마친 엑투스는 13명의 직원 중 9명이 조합원이다.

[##_1C|1116224369.jpg|width=”400″ height=”23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렛츠쿱 1기 수료식에서 발표 중인 엑투스 최예준 대표_##]

게임으로 공부하는 협동조합

엑투스는 최근 협동조합 보드게임을 출시하기도 했다. <렛츠쿱> 1기 수료생 모임에서 모의협동조합을 만들어 실제 운영해보자는 의견에 따라 최예준 대표는 협동조합 보드게임을 아이템으로 제안했다. 이에 동의한 수료생 몇 명의 소박한 후원도 있었지만 누가 실행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보드게임을 통해 협동조합을 즐겁게 배울 수 있기를바라던 최 대표는 엑투스의 내부 인력으로 협동조합 보드게임을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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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협동조합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렛츠쿱 보드게임’이 등장하고 있다. 렛츠쿱 보드게임은 협동조합 강사 교육 과정, 청소년 대상 협동조합 교육 등에서 재미있게 협동조합을 이해할 수있는 매개체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책임과 의무의 무게, 그리고 평생직장의 꿈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것은 조직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최 대표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좀 더 첨예해졌어요. 이해관계, 자기이익에 대해 명확하게 얘기하고 있고 논의하는 자리가 날카로워졌죠.” 직원들은 어떤 차이를 느끼고 있을까? 협동조합 보드게임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누구보다 협동조합을 고민했을 서영환, 임성길 연구원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그들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원래부터 엑투스의 조직문화는 직원들이 의견을 내는 것이 자유로웠어요. 이전부터 대표님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인식하고 있는 변화는 ‘책임감과 의무’ 그리고 ‘평생직장’에 대한 부분이었다. 의사소통 과정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지만 조합원으로서의 책임감과 의무가 무겁게 느껴진다는 말 속에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한편 IT업계에서 ‘평생직장’을 꿈꾸게 됐다는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최예준 대표의 말에 따르면 IT 분야는 개인이 프리랜서나 독립법인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개인이 경력을 쌓고 연봉을 올리며 직장을 옮기는 것이 당연시 되는 게 IT 업계의 특성이란다. 변화가 빠르며 그에 따라 생산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이니만큼 평생직장을 꿈꾸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삶에 대한 안정은 보편적인 욕구지만 개인이 알아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니 힘겨운 거죠.” 엑투스 조합원들은 업계에서 당연시 됐던 노동 환경을 협동조합이라는 방법을 통해 변화를 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평생직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봤을 때 아직은 평생직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아요. 지금 추진하고 있는 노동자협동조합 연합회가 제대로 구축되어 큰 울타리를 만들어줬을 때 평생직장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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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준 대표는 현재 노동자협동조합 연합회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엑투스 조합원들이 꿈꾸는 IT 업계의 노동환경 문제, 평생직장의 꿈은 엑투스라는 기업 하나로 해결할 수 없다고 인식해서이다. “노동자협동조합 연합회는 우리가 만들어낸 일자리로 고용을 연대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IT 협동조합이 여러 개가 있다고 한다면 어떤 곳은 인력이 남고 또 어떤 곳은 부족한 경우들이 있어요. 이들이 서로 고용을 잇는 거죠.” 홀로 섬처럼 떨어져 있는 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노동자협동조합’의 상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연합회를 만들고자 최 대표는 열심히 발로 뛰고 있는 중이다.

‘“교육인지 세뇌인지 모르겠어요.”

협동조합이라는 외피만 두른 채 만들어지고 있는 여타의 협동조합과 달리, 끊임없는 교육과 소통은 엑투스가 내적 변화를 추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던 직원들은 교육인지 세뇌인지 모를 1년간의 공부를 통해 책임과 의무라는 무게와 평생직장을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꿈을 품은 조합원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는 최예준 대표는 최근 회사에서 1년간 인문학 교육을 진행하자는 의견을 제안했다고 한다. “우리가 어떤 지향을 가지고 갈 것인가 상을 그릴 수? 있도록 글쓰기를 포함한 인문학강의를 1년 정도 추진하자고 했어요. 직원들은 개인적으로 동의는 되지만 조직 차원에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들을 내기도 해요.” 추진 여부는 조합원 회의를 통해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은 협동조합 7원칙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손꼽힌다. 법적 형태를 협동조합으로 선택하기는 쉽지만 그 정신이 반영된 조직 운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끊임없는 학습과 고민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엑투스 조합원들은 과연 인문학강의에 동의를 하게 될까?

<렛츠쿱>은 수강생들이 협동조합을 이해하고 실행안을 구성원과 함께 토론하여 기획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강의 및 공부모임, 조별 현장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병행한다. 그러다보니 타 교육에 비해 비용의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별로 수강을 신청하는 경우들이 있다. 엑투스도 마찬가지이다. 최예준 대표를 비롯하여 공동 창업자인 박준희 이사, 정재우 팀장 세 명이 <렛츠쿱>을 수강했다. 비용적인 부담뿐만 아니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었을 텐데, 그들이 <렛츠쿱>을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강의 내용도 물론 배울 부분이 있었지만 저희에게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소통하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방향성을 명확히 해나가는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점이예요.” 엑투스는 최예준 대표의 강력한 의지와 조합원들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노동자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져가고 있었다.

글, 사진_ 배민혜 (사회적경제센터 연구원 jwain@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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