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편집자 주/’봉순엄마’ 김연희 기획 2팀장이 비행기를 타기 전 마지막으로 현지에서 보낸 세 번째 편지를 싣는다. 희망제작소 사회창안 사례를 발표하고 토론했던 감상과 함께 몬드라곤, Banca Prossima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회혁신 활동 현황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섬머스쿨은 끝났지만 ‘천방지축 봉순엄마, 학교에 가다!’는 계속 이어진다.


지난번에 이어 쇼케이스(showcase)에서 선 보였던 전 세계의 사회혁신 사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은 각 나라들의 사회적 맥락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접근되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지역재생의 방법으로 탄생된 생산협동조합의 형태(스페인의 몬드라곤 공동체)도 있고, 공공부분의 혁신을 촉진시키는 연구단위(스웨덴의 Mindlab), 제 3 섹터의 혁신을 촉진시키는 은행 프로그램(이탈리아의 Banca Prossima), 가난한 지역의 개발을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중국의 Fuping Institute for Development), 여성, 청소년, 장애인들 고용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스페인 EQUAL ARIADNA의 Inclusive Entrepreneurship), 공공과 시민의 참여를 통한 혁신을 추구하는 프로그램(네덜란드의 Kennisland), 그리고 시민의 참여를 통한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희망제작소의 사회창안센터 등 다양한 레벨에서 다양하게 형태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시민 참여형 사회창안에 대한 관심


이중에서도 역시 희망제작소의 사회창안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사회창안이 웹 기반으로, 일반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진다는 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층적으로 접근하는 우리의 노력들이 역동적이고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사회창안으로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지역사회의 삶의 질 변화인가, 시민참여를 통한 정치적 움직임의 변화인가), 사회창안시스템과 희망제작소의 다른 프로젝트들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미디어캠페인은 어떻게 하며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가, 불만합창단은 어떻게 조직되고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가,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등 어떻게 보면 쉽지만 어떻게 보면 어려운 질문들이 쏟아졌고, 결국 다음날 오후 별도의 세션이 구성되어 소그룹 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발표, 질의응답과 토론을 통해서 얻은 것은 충분한 성찰과 평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사회창안을 직접 운영하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심층 토론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을 떠나 어쨌든 사회창안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이 시스템에 대한 스스로의 충분한 이해와 분석이 없었다는 점에서 반성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아무튼 힘들기도 하면서 한편 흥분된 시간을 지나고 저는 완전히 쓰러졌습니다.^^ 덕분에 저녁 9시부터 시작되는 저녁식사와 바스크지역 전통인 ‘POTEO’를 경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답니다.

다음날 이야기를 들어보니 POTEO는 친구들과 함께 한 거리에 있는 술집을 완전히 쓸고 다니면서(Bar Hoping) 한 술집에서 꼭 한 잔의 로즈와인이나 레드와인을 마시는 것을 말한답니다. 거리의 술집을 다 쓸고 다녀야하니까 한 집에서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고 해요. 그러니 끝까지 버텨낸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더라구요. 그렇지만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손님들에게 이 지역의 전통과 음식을 소개하려는 노력과, 힘들긴 했지만 스페인 생활습관대로 밤 9시나 돼서야 저녁식사를 하는 것은 나름대로 독특한 재미였다고 생각합니다.



몬드라곤과 Banca Prossima, 마인드 랩의 실험


그럼 소개된 쇼케이스 중 몇 개만 우선 소개할까 합니다.


첫 번째는 썸머스쿨이 열리는 바스크 지역의 몬드라곤 그룹입니다.
몬드라곤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소개되어 잘 알려져 있으니 간단하게만 소개하겠습니다. 스페인과 프랑스를 가로지르는 피레네 산맥 끝자락에 있는 몬드라곤은 한때 쇠락한 광산촌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신적 지주가 된 호세 마리아 신부와 마을 주민 수십명이 울고르(ULGOR)라는 노동자생산협동조합을 만든 것이 모태가 되어 현재 스페인 내 연간매출 7위, 일자리 창출규모로 3위를 차지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입니다.

1인1표주의라는 민주적 방식에 의해 노동자들이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노동자 지주관리기업이라는 것과 창립 초기부터 교육을 핵심가치로 두고 매년 수익의 10% 이상을 지역사회 교육에 투자해 왔다는 점, 몬드라곤의 노동가능 인구 중 2/3가량이 조합원으로 가입해서 몬드라곤 주민들의 삶과 일체화되어 있는 점 등이 성공 이유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규모가 커지면서 초기 운영원리들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으며, 사회혁신 노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는 이탈리아의 Banca Prossima입니다.
Banca Prossima는 이탈리아의 선두 은행그룹 INTESA SANPAOLO의 비영리섹터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이탈리아에는 약 250,000여 개의 비영리단체와 4백만 명의 자원활동가, 활동가들이 있으며 2000년 이후 매년 8%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단체들을 지원하는 유럽에서 유일한 은행이 바로 Banca Prossima입니다. 이들은 비영리단체들이 재정적 위험에 처해있는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전통 은행들에 의해 평가받지 못한 사회적인 혜택(사회적 영향력)을 평가하여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비영리 영역에서 경력이 있는 100여 명의 전문가들을 엄중하게 선택하여 지원하며 성공적 운영을 위해 훈련을 병행합니다. 말하자만 마이크로크레딧 시스템을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시장에서 사회혁신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탄생시킨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해봤을때 상당히 부러운 프로그램 중에 하나로 생각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덴마크의 마인드랩(Mindlab)입니다.
경제산업부 외 2개 부처(Ministry of Economic and Business Affairs, Ministry of Taxation, Ministry of Employment)가 공동으로 설립한 공공 부문의 혁신을 추구하는 제 3의 단위입니다. 혁신을 추구하는데 있어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시민(혹은 기업) 등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시민과 기업들이 정말로 필요한 것(needs)에 중심을 두는 정책개발 추구, 부처 이기주의를 지양하고 전체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정책개발과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공공부문과 민간영역에서 쉽게 확산될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의 툴을 개발하는 것, 최종 사용자 중심의 정책개발을 위해 부처간에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실수요자를 중앙정부정책과 서비스개발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연구 프로젝트 설계, 인류학, 사회학을 기반으로 하는 질적 연구 수행, 전문가와 사용자가 함께 참여하는 워크숍과 세미나 개최, 시민과 기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도록 돕는 전자정부 솔루션 개발(Open innovation), 질적 연구방법론과 서비스 디자인 전략을 통해 창출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제 상황에서 테스트하고 분석하는 일, 정책 및 서비스 개발에 있어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인드랩 역시, 정부, 기업, 연구기관을 한 지붕 아래로 불러 모아 일을 하는 3중 나선 구조를 지닌 것이 특징입니다. 마인드랩의 핵심 직원은 6명으로 특이하게도 사회학자, 인류학자, 디자이너, 정치과학자, IT전문가를 포함한다고 합니다. 3명의 추가 직원은 정부와 민간기업에서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교대 파견하며, 3명의 박사과정생이 풀타임으로 일을 하는 방식입니다.


희망제작소와 비슷한 네덜란드 싱크탱크 KL


세 번째는 네덜란드의 Kennisland(이하 KL)입니다.
KL은 여러모로 희망제작소와 비슷한 구석이 많아 앞으로 지속적인 교류를 약속한 단체입니다. Kennis는 네덜란드어로 Knowledge라는 뜻으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독립적 싱크탱크이며 1999년에 창립되었습니다. 현재 15명 정도가 팀 조직으로 일하고 있으며 이 중에 상당수는 프로젝트 베이스의 프리랜서라고 합니다.

창립동기가 우리나라 상황과 맞물려 인상적이었는데, 전혀 필요 없는 구간(지명을 알아듣지 못했지만…)에 굳이 고속철도를 놓으면서 돈을 못 써서 안달인 정부가 너무도 한심하여 더 똑똑한 네덜란드사회(A smarter Dutch society)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창립했다고 합니다.

KL의 활동은 연구 -> 액션 프로젝트 -> 학습의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첫 번째는 정부, 민간영역, 연구소와 시민사회가 함께 경계를 넘는 혁신전략을 함께 개발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한다는 것, 두 번째는 사회혁신을 위해 직접 행동으로 옮기고자 하는 시민들이나 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운영한다는 것, 세 번째는 혁신전략과 프로젝트 관련한 학습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의 싸이클이 되어 순환이 된다고 합니다.

사회혁신을 위해서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을 한 지붕 아래로 불러 모은다는 점, 공허한 이론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을 통한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시민들의 학습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사회창안센터와 거의 유사하다는 점에서 서로 반갑고 놀라워했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프로젝트 베이스로 조직이 탄력적으로 운영된다는 것과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정부로부터 발주 받는다는 점입니다.

프로젝트의 주제는 Creative Economy, Open Innovation, Smart Government, Diverse Talent 등입니다. Creative Economy는 창의적인 지역, 창의적인 회사와 그렇지 않은 곳과의 차이점에 대한 연구를 수행합니다. 창의적으로 만드는 요인과 창의적 과정을 방해하는 요인을 분석합니다.
Open Innovation은 인터넷 사용으로 불거진 저작권 문제와 Creative Commons와 같이 저작권을 공유하는 프로그램, 더 나아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회적 참여, 공공영역에서의 의견형성, 지식공유를 촉진시키는 혁신적인 인터넷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Smart Government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행정을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중에서 Digital Pioneers사례와 The Kafkabrigade를 더 자세히 소개해보겠습니다.
[##_1L|1111386631.jpg|width=”200″ height=”83″ alt=”?”|_##]Digital Pioneers


이 프로젝트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을 하고자 하는 지역의 작은 풀뿌리 단체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들의 행동은 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정보를 모으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태를 지니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우리의 다음 아고라 청원과 유사한 형태인 거죠.

교육부(Ministry of Education)와 문화과학부(Ministry of Culture and Science)로부터 2백만 유로를 지원받아 KL이 이를 배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매년 수 번의 신청시기가 있고, 이들 중 심사하여 선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 지역사회의 요구에 얼마나 부합하는 주제인가, 지역사회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가 라고 합니다. 지원의 형태는 금전적인 것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방법론도 포함합니다.

[##_1R|1205763094.jpg|width=”120″ height=”166″ alt=”?”|_##]The Kafkabrigade


현명한 정부(Smart Government)라는 주제 하에 운용되는 프로젝트들 중 하나입니다. 정부기관이 법에 따라 적절한 절차에 따라 집행되야겠지만 가끔 그것들이 오히려 장애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시민들이나 기업가들, 그리고 공무원들조차 그런 관료적 절차에 막혀 어떤 변화와 혁신도 어렵게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도 너무나 공감하는 일이어서 앞으로 더 깊이 연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KL은 정부의 시각이 아닌 시민과 공무원의 시각과 경험에 초점을 두고 공공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정부가 훨씬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연구방법은 이러한 문제들을 정부기관의 입장에서, 반대로 시민(혹은 기업가)의 관점에서 보게 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기여가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다음 단계로 공무원, 정책입안자들, 직접 문제들과 관련된 정부기관들이 함께 평가단계를 가지며 토론하며, 이때 양 정당(우리의 호민관 클럽과 유사)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를 찾기 시작합니다.

KL은 그 시스템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목적은 특별한 사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정부기관들의 기능에 대한 구조적인 향상을 추구하자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합니다. 니콜라이 수상은 여기서 출간한 10개의 리포트를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다섯 개의 케이스가 선택되어 추진 중에 있다고 합니다.

P.S /나머지는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다른 나라에서 실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보면서, 앞으로 사회창안센터를 포함하여 희망제작소 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특정문제의 해결보다 보다 근본적이고 시스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브레인으로서의 역할, 두 번째는 다른 영역을 이어주고 경계를 넘는 사회혁신을 촉진하는 중간매개체로서의 역할, 세 번째는 우리가 직접 하기보다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단체를 지원하고 활성화시켜 제 3 섹터 영역 자체를 확장시키는 인큐베이터로서의 역할 등에 대한 고민입니다. 다음 회에서는 이러한 고민들을 구체화시켜줄 수 있는 인큐베이터에 대해 좀 더 살펴보고자 합니다.

(앗! 쇼케이스는 제가 무대 위에 있었기 때문에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나중에 사진이 입수되면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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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머스쿨 참가기 1/ 아름다운 산 세바스티안과 사회혁신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섬머스쿨 참가기 2/사회혁신가는 지구를 지키는 꿀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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