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은 한국사회에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지방소멸이 화두다. 앞으로 30년 뒤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고용정보원 조사 결과 2020년 5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42%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관련기사)되었다. 이미 면이나 군 지역은 지방소멸의 막바지에 놓여있다. 지방소멸 위험은 더 이상 미래 문제가 아니다. 희망제작소는 임주환 소장과 지방소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와 대안을 모색하는 인터뷰를 전한다.

Q. 지방소멸이 화두다. 우리는 왜 지방소멸을 집중하는가.

두 가지 비유를 들고 싶다. 하나는 골다공증. 골다공증은 뼛속에 구멍이 많이 생긴다는 뜻이다. 골다공증은 뼈의 양이 줄어들어 뼈가 얇아지고 약해져 잘 부러지는 질환이다. 다른 하나는 블랙홀의 비유다. 질량이 매우 큰 별이 나이가 들어 중력이 좁은 지점에 집약되면 모든 것이 빨려들어가는 블랙홀이 된다고 한다.

좀 과격한 이 두 가지 비유를 드는 것은, 결국 지방의 쇠퇴, 지방의 소멸이 우리사회의 붕괴를 부를 만큼 심각한 문제임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희망제작소는 창립 때부터 지역의 쇠퇴가 한국사회의 주요한 문제라는 데 주목하고 지역혁신을 주창했다. 당시엔 아직 소외 지방소멸론이 대두되기 훨씬 전이지만,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Q. 지방소멸을 가시화한 현상은 ‘인구감소’이다. 이 부분에 관한 의견은.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사회로 진입했고, 2018년에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일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일 경우 고령사회, 20% 이상일 경우를 초고령사회라고 부른다.

한편, 출산 가능한 여성의 나이 15세부터 49세까지를 기준으로, 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의 수를 합계출산율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2018년 0.98명으로 연평균 3.1%씩 감소했다.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일본보다 심각하다.

한국사회의 상황을 수치적으로 살펴봤는데, 지방소멸의 문제를 ‘인구감소’ 측면으로만 다가가면 해법을 모색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 지방소멸은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문제다.

Q. 인구 감소 상황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여기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2020년부터 한국사회는 수도권의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섰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20년 수도권 인구는 2596만 명으로, 비수도권인구인 2582만 명을 추월한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국민 2명 중 1명 이상이 수도권에 산다. 수도권 과밀집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비수도권의 인구감소를 하나의 요인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국가 전체적인 출산율 감소의 영향도 있을 테도, 수도권 집중이 심각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지역별 차이도 있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보면, 1970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인구증가율이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17개 광역시도 중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대전, 경기, 충북, 제주 등 7곳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늘어나지만, 강원, 충남, 전북, 전남, 경북 등 5개 지역에서는 인구가 평균적으로 감소해왔다. 지역별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청년들을 포함한 인구의 수도권 집중으로 한편으로는 서울의 집값 상승,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소멸의 위기로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수도권 인구집중, 집값 상승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자산 격차, 기회 격차를 낳으면서 비수도권 주민들의 상대적 좌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수도권 중심으로 좋은 일자리 기회, 교육 기회, 문화 향유의 기회가 많아지면서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청년들을 붙잡아두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지역의 인프라가 붕괴하는 현상도 나타나는 등 지역이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Q.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얘기할 때, 인구 이외에 어떤 요소들을 주목해야 하는가.

일자리를 중심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두드러졌다. 특히 서울과 그 밖의 지역들 간 임금과 가처분소득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희망제작소가 정부의 통계자료를 분석해보니, 서울과 전국 평균 간 1인 당 지역 소득 격차는 2014년 368만 원에서 2019년 766만 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다. 불과 5년 만에 2배 이상의 격차가 벌어졌다는 건 수도권 중심으로 경제 성장이 있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다.

서울의 1인 당 지역내총생산은 2014년 3312만 원에서 2019년 4487만 원으로 1170만 원 늘었는데, 같은 기간 전국평균은 2944만원에서 3721만원으로 760만원 증가에 그쳤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 상황을 감안하면 1인당 자산 격차도 더 벌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 외에도 청년고용률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고, 보건의료 인프라, 교육 인프라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Q. 최근 대두되는 메가시티 논의는 수도권-비수도권 양극화와 관련이 있는 건가.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게, 도쿄와 그 이외 지역의 양극화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연계중추 도시전략’을 세웠는데, 권역 중심도시를 지정해 도시인프라와 행정기능을 압축하고 주변지역을 연결한다는 콘셉트다.

요즘 국내에서 논의되는 메가시티론은 동남권은 부산과 울산을 중심으로, 대구경북권은 대구를 중심으로, 호남권은 광주와 전주를 중심으로, 충청권은 대전과 세종을 중심으로 일종의 지방소멸을 막는 댐을 구축한다는 발상으로 생각된다. 결국 수도권-비수도권 양극화를 이런 전략으로 완화하자는 것인데, 이런 개념이 지방쇠퇴, 지방소멸의 해법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여론 조성이 필요하다.

다음 인터뷰에서는 지방 소멸을 해결하기 위한 지역 일자리 및 관련한 대안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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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진행 및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yj@makhope.org